천원돌파 그렌라간-과거와 미래를 잇는 드릴!!

 최종화를 보고 놀랐더랬죠. 간만에 몸서리치는 전율과 함께 새삼스런 의문이 들었거든요. ‘이거 정말 가이낙스 물건 맞나?’ 최근 몇 년간, 아니 정확하게 말해 21세기 들어 맥아리 빠지는 느낌만을 줬던 가이낙스에서 피가 끓다 못해 증발할 듯한 박력과 아련하면서도 여운넘치는 엔딩을 갖춘 모범작을 내놓다니... 게다가 가이낙스 작품 아니랄까, 뜯어보고 씹어볼 재미가 많은 작품이기도 했죠.




위키를 뒤지다 알게 된 건데, 일단 인물들의 이름부터 각자 성격과 위치를 갖고 장난을 많이 쳤더군요. 시몬과 카미나는 ‘아래 하’와 ‘윗 상’, 요코는 가로 ‘횡’자, 니아는 ‘near’에서 비롯됐는데, 요코의 경우 저격수이고 니아는 진실이나 핵심에 직관적으로 가깝게 다가서는 운명때문인 듯합니다. 위를 지향하는 카미나는 춘부장의 이름도 죠(上)더라고요. 로시우는 ‘배후’를 거꾸로 발음했는데, 전진하기 바쁜 그렌단에서도 항상 뒤를 살피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쌍둥이 남매 키미와 달리는 좌우를 뜻하는 이름인데, 이 둘이 훗날 시몬일행의 후계자가 된다는 걸 생각하면 나름대로 들어맞는 방위명이겠죠. 

박사 리론은 이론과 논리에서, 아다이 사제 만키는 기만에서 따왔으며, 이 또한 그들이 소속집단에서 행하던 역할을 잘 보여줍니다.


24화에서 사이좋게 간 콤비 킷도와 아이락은 희노애락에서, 부부인 맛켄과 레이테는 각각 연마와 수선에서 비롯됐는데 재밌는 건 두 사람의 자식들은 각각 수리, 고치기, 개조더군요. 공돌이 패밀리답죠.

로시우의 부하인 긴브레는 왕재수답게 ‘은근히 무례함’에서, 후반의 오퍼레이터 아가씨는 ‘조사하다’에서 따온 것도 참... 요코의 제자인 나키무와 마오샤는 각각 울보와 깜찍을 뜻하는 일본어로 장난을 쳤구요.


수인측도 만만찮습니다. 나선왕 로제놈(Lordgenome)은 말 그대로 나선의 군주인데, 흔히 게놈으로 알려진 genome이 바로 나선과 유전자를 뜻하는 단업니다. 덕분에 바로 밑에 부하들인 사천왕은 각각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유전자 염기와 운디네, 놈, 샐러만더, 실프 즉 사대정령의 명칭을 짬뽕한 이름을 갖게 됩니다. 타고있는 간멘이름도 청룡, 현무, 주작, 백호로부터 따왔고요. 

그러고 보니 수인과 인류측 인물들의 유래명이 각각 영어와 일본어로 나뉜다는 것도 참...




 이 작품은 재밌으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연출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카미나의 임종때부터 이어지던 빗줄기가 니아를 만나는 순간, 그치면서 그녀를 중심으로 햇빛이 차오르기 시작한 것은 시몬의 마음속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는 동시에 시몬과 팀의 기둥이 교체됐음을 보여주는 연출입니다.

이 연출은 훗날 시몬이 로시우를 수정(?)하는 장면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죠.

1기와 2기에서 니아의 입장전환을 단번에 보여주는 연출이 있었죠. 요코의 총격으로 머리칼이 날아가는 장면말입니다.

1기에선 이 사건을 통해 아이돌자리를 비롯해 여러모로 니아에게 몰리기 시작하던 요코가 니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지만, 2기에선 적으로써 자신들을 비웃는 니아에게 선전포고를 날리니까요. 밝은 야외에서 서로를 믿고 왼쪽 머릿결을 날려 구해주더니, 어두운 실내에서 왼쪽 머릿결을 날려버리는 구성의 차이도 이를 잘 받혀주죠.

 
그러고 보니 매회 서두에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의 주체가 로제놈이 아니라 시몬이었다는 게 최종화에서 밝혀지는 데요, 이걸 가만 들으면 은근슬쩍 시몬과 함께 시즌의 주축이 되는 자들의 운명이 겹쳐있더군요. 카미나가 살아있던 시절의 나레이션에선 아직 자신의 운명을 모른다 하고, 니아가 합류한 이후론 운명과 싸워나가는 남자라 하며, 로시우가 주축이 될 때는 운명으로부터 배신당하면서도 싸워가는 자의 이야기, 그리고 드디어 명실공히 시몬이 주축이 된 말미엔 전투인과에 구멍을 뚫어놓을 자의 이야기라는 나레이션이 나오죠.

그 시즌의 주축이 되는 자들이 바로 예고-예고의 글자체도 이에 따라 바뀝니다-를 맡고 있으며 서두의 나레이션은 그들과 시몬의 운명을 동시에 설명합니다. 카미나의 운명을 모르고 있던 카미나와 시몬,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스스로의 운명에 싸워나가는 니아와 형을 잃고 홀로 운명과 싸우게 된 시몬,

자신이 지키고자 한 존재들에게 배신당하는 시몬과 소중한 존재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인류를 지키고자 했건만 계속해서 그 결심을 배신하듯 더욱 말도 안 되는 난관을 던지는 세계와 마주하게 되는 로시우...

그리고 마지막 시즌의 나레이션은 그야말로 당당한 주춧돌이 된 시몬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가 나선력의 극점에 도달할 뿐만 아니라, 나선력이 숙명적으로 도달할 위험한 파국마저 넘어설 거라는 걸 암시하죠.



 나선




 ‘새싹을 피우는 힘이 잎사귀를 마르게 한다.’
이전에 읽은 어느 하드 보일드 소설에 나온 말이었죠. 안티스파이럴의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습니다. 지나친 진화는 결국 멸망으로 귀결되며 이를 막기 위해, 본시 나선족이었던 그들은 스스로를 안티테제로 만들어 동족이었던 자들을 억압하는 안전장치가 되죠. 그리하여 닫힌 우주를 만듭니다. 로제놈이 멸망을 피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요. 허나, 이는 그들 자신이 스스로를 완전한 정체에 빠뜨렸던 것처럼 인류보완계획과 다를 게 없는 정체된 세계의 구축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체된 세계속에서 수많은 운명이 반복되는 것은 필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반복돼는 듯하면서도 그 양상은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죠. 나선의 진가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카미나의 뒤를 이어 그의 모든 것을 대신하려던 시몬, 아다이 사제의 방식을 반복하던 로시우, 로제놈을 쓰러뜨렸지만 나선왕과 흡사한 저항사태와 축출위기에 몰려 제 2의 나선왕이 되다시피한 시몬의 파국...

로제놈일파가 사용하던 간멘은 본래 안티스파이럴과 싸우기 위한 수단이는데, 이게 역으로 억압의 첨병이 되고, 그렌단이 이를 탈취해 본래의 목적-부조리에 대한 저항-에 다시금 사용하며, 구시대의 유물로 폐기될 뻔 했던 간멘이 안티스파이럴과의 싸움에서 가장 효과적인 천적으로써 돌아오죠.

지구를 멸망시킬 뻔 했던 달도 원래 나선족의 무기였으나, 안티스파이럴의 주구로 전락해 이용당하다 제 역할을 되찾는다는 점에서 일관된 암시가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나중에 리론이 만들어내 나선광선총도 결국 원리 자체는 간멘들이 사용하는 나선탄과 같더군요. 얄궂은 노릇이죠.


심지어 멸망을 향한 지름길인 걸 모르고 거대한 억압에 저항하던 시몬의 모습조차 바로 수천년 전 로제놈과 똑같았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반복되던 운명들은 결국 다른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나선이 단순한 회전이 아니라, 한 점을 목표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요.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확실하게 변화하고 또 성장해 나가죠. 헛되 보이는 발버둥,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죄악들조차 품어가면서 말입니다.


인간은, 그리고 삶은 결국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길 그 자체라는 시몬의 말을 증명하듯이요.

-사람은 같은 과오를 범하는 듯이 보이지만 운명이란 결코 원형이 아니라 나선형이죠.-

베르세르크의 플로라가 설명한 잠언이었죠.

이 말을 생각해보면 중간에 시몬이 사천왕의 원형회전장벽을 고전 끝에 뚫고 올라가는 장면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집니다. 운명을 바꾸지 못한 나머지 좌절해 닫힌 세계를 만들어 그 자신을 비롯한 세상을 권태로 물들여가던 로제놈의 부하가 나선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원형회전장벽은 그 자체로 반복되는 일상만을 유지하려는 자의 의도를 상징하며, 이를 시몬의 나선이 뚫어버리는 것은 본작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죠.

나중에 키탄이 자폭으로 부숴버렸던 필드를 비롯해 안티스파이럴의 방어막이 원을 입체화시킨 구체의 형태를 형성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원과 구체의 움직임은 끊임없는 반복과 원점회귀를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세계를 유지시키는 힘이자, 어느 상태에 고정시키는 족쇄와도 같은 힘이죠. 본작에서 유난히 드릴과 나선을 강조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실 나선 또한 크게 보면 원으로부터 파생된 움직임이죠. 마지막에 나타난 천원돌파 그렌라간이 탄생하는 순간이, 원자핵마냥 수많은 원형요소들이 겹쳐져 완성된 것처럼 연출된 게 이때문이죠.

그러나 그렌라간이 나타났을 때, 주변에 있던 은하들은 얼핏 원형으로 도는 듯하나 나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몬을 비롯한 인간들의 선택이 드러납니다.



안티스파이럴과 그렌라간의 마지막 결전에서 수많은 은하를 배경으로 삼아 싸우는 게 이것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거대한 원으로 보이는 은하들, 그러나 그 은하들은 나선의 형상을 띄고 있기도 합니다. 정체의 원과 변혁의 나선을 상징하는 자들의 마지막 링으로 이만큼 어울리는 장소가 있을까요?



더욱이 안티스파이럴은 은하들을 원반마냥 던지더니, 나중에는 이를 뭉쳐 하나의 구로 만들어 결정타를 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로제놈은 이를 흡수해 거대한 나선으로 전환하여 그렌라간의 결정타로 전환하죠...

최후의 일격을 가할 때, 라간은 모든 걸 벗어던지고 최초의 형태로 돌아가 일격을 가합니다. 이때 사용한 기술은 카미나가 장난처럼 시작했던 라간 임팩트였죠. 어떻게 보면 반복이라 할 수 있지만, 마지막에 시몬이 내뱉은 말에 담긴 마음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가 느껴집니다.



 산에 오른 자, 산을 내려가는 자



 
최종화의 엔딩은 이전의 2기 엔딩과 다릅니다. 이전의 엔딩은 은하가 나선으로 돌고 있고 이를 시야에 담는 시몬과 부타를 보여주며 끝났는데, 최종화에선 격렬하게 회전하는 은하군이 아닌, 천천히 도는 우주를 보여주다가 급격히 화면을 당기면서 끝내죠. 이는 나선의 힘에 완전히 빠질 것 같던 자의 변화를, 인류의 미래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요. 그 증거로 이 장면은 원래 1화 도입부에서 나온 장면이었습니다. 그때는 나선은하의 끝에 엄청난 전장이 펼쳐졌죠...


작품이 시작될 때 나왔던 무량개수 전투씬은 아마도 나선력의 위험성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나아간 시몬의 또 다른 미래나 평행우주를 보여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보이는 것은 모두 적이라는 논리... 이는 작품 말미에 안티스파이럴이 창조한 공간에서 싸우면서 다시금 반복되는 논리였죠. 말 그대로 끝도 없는 적이었고 싸움이었습니다. 만약 카미나가 좀 더 오래 살았거나, 시몬이 그에게 완전히 물들어버렸다면 정말 저런 싸움이 무한하게 반복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시몬은 싸움을 통해 변했습니다. 형제를 잃고, 동지를 잃고, 반려자마저 잃은 사내는 싸움을 끝낸 후, 무대에서 내려오죠. 자신은 굴을 팔 뿐이고 이를 채울 것은 다른 존재들이라면서... 카미나와 시몬은 난세의 영웅들입니다. 이들은 변혁을 위한 파괴의 패왕은 될지언정, 결코 치세의 명군은 되기 힘든 사람들이죠. 시몬은 극단까지 치달았던 싸움을 통해 자신의 힘이, 나선력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실감했지만, 동시에 그 한계도 깨달았던 겁니다. 그는 카미나와 비슷한 존재가 됐지만 근본을 따지면 그보다 한발 물러서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기에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만약 그가 카미나에게 완전히 물들었다면 작품도입부의 그 난리통이 재현됐을 수도 있습니다만, 시몬은 카미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가 됐습니다. 카미나가 우다이 사제를 절대 이해 못했던, 아니 이해하려 들지 않았던 것과 달리 시몬은 그 마을의 방식에 함부로 이의를 달지도 않았죠. 그러면서도 훗날 로시우를 이전의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수정(...)합니다만.


시몬과 카미나의 차이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시몬은 하늘에 빛나는 별은 모두 친구들이라 말하죠. 1화 도입부와 비교하면 명백하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는 드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꼬마에게 힘을 좀 빼라는 방식을 제안하기까지 합니다. 긴 싸움과 여로의 말년속에서 중용과 절제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거죠. 나레이션에 언급되던 ‘전투인과’의 지배조차도 포용하고 초월할 정도로 성숙해진 겁니다. 어떤 의미로 시몬은 도입부에 나오던 파멸적인 싸움의 운명, 나아가 나선의 숙명조차 나름대로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처음 지상에 나왔을 때, 달과 별이 뭔지도 몰랐던 소년은 어느 새 별을 보면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 거죠.



 과거와 미래를 이어나가면서 나아가는 드릴




 시몬이 처음으로 지상에 나왔을 때, 빙글빙글 도는 라간을 타고 푸른 달과 붉은 태양이 동시에 대지를 비추는 석양을 감상하는 순간은 본작의 전반적인 주제를 암시하는 장면이었죠.

마지막화에서 시몬이 인간의 드릴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고 말할 때, 과거의 영웅들이 푸른 색, 미래를 이을 자들이 붉은 색으로 비춰지며 나선을 이루는 장면을 상기해보세요.


과거와 미래를 있는 그대로 이어간다는 드릴-나선은 두 개의 면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이 말은 어떤 의미로 ‘히로익 에이지’에서 렉티가 깨우친 바와도 흡사하죠.





 20년 후 로시우의 성우가 우다이 사제의 성우였던 나카다 죠지 선생이었고 나이든 시몬의 성우가 로제놈의 이케다 씨와 흡사한 스고우 씨로 교체된 것도 이 작품의 주제를 반영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시몬의 한쪽 눈이 로제놈처럼 나선안으로 변했더군요.)

사제와 로시우, 로제놈과 시몬은 흡사한 사람들이며 관계 또한 비슷했죠. 카미나가 말했듯 사제도 젊은 시절 변혁을 갈구했던 근성맨이었을 겁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던 자이기에 신상마냥 모셔뒀던 간멘도 조종할 수 있었던 걸테고요. 그럼에도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가장 적은 희생으로 인간을 지키는 길을 고르죠. 로제놈이 그랬듯이요. 그리고 그들의 후계자라 할 젊은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래를 개척합니다. 이거야말로 본작의 주제라 할 수 있겠죠.


말미에 친선함대를 지휘하는 비랄의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1화 도입부의 시몬을 떠올렸죠. 비슷한 위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화의 함대는 어디까지나 ‘적’과의 싸움을... 그러나 비랄의 함대는 화합을 향한 첫출발을 선보이죠.


첫화의 그 장절한 전투가 사라져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본작은 무작정 안정을 부정하진 않았죠. 그저 정체에 안주하지 말고 작은 돌파구라도 있으면 이를 향해 나아가라고, 설령 그것이 과오나 파국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하더라도 그것조차 수렴해 미래로 이어갈 수 있는 게 바로 나선의 길이며 인간적인 길이고, 나선력의 한계조차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설파해왔을 따름입니다...  



그렌라간, 가이낙스의 돌파구를 열어줄 드릴



 그렌라간은 명백하게 과거의 선배들에게 많은 걸 빚진 작품입니다.


전함로봇을 타고 황야를 방황하며 체제에 저항하는 무대뽀군상들은 ‘전투메카 자붕글’로부터,

낯짝이 몸통에 붙은 데다 전함과 합체해 또 다른 전투형태를 취하는 것은 ‘대공마룡 가이킹’에서 모티브를 얻은 요소들이죠.



 멸망을 불러오는 생명에너지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적들은 ‘전설거신 이데온’과 ‘겟타로보’를 연상시키는데, 키탄의 최후를 보면 심증이 굳어지죠.



키탄의 자폭공격은 무사시의 최후와 구도마저 유사하며, 녹색의 에너지에 휘감겨 환희하면서 덧없이 사라지는 것까지 비슷합니다. 훗날 건버스터 1, 2에서 오마쥬되기도 했던 순간들이죠. 다만 본작의 장면은 건버스터 1,2 보다 겟타로보에 훨씬 가깝습니다. 동지의 희생으로 주인공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정신적으로 폭발하기에 이르거든요.



 카미나의 최후는 여러모로 ‘내일의 죠’를 연상시키며,
 
이후 구토감에 시달리는 시몬의 후유증은 친구였던 리키이시의 죽음에 구토 후유증을 앓는 죠와 똑같죠.


세월을 부정하는 듯 이전과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론 연륜어린 일면을 보여주는 시몬의 말년을 보고 있자니 ‘보물섬’의 외다리 실버가 떠오르더군요.

그러고보니 이 작품 데자키 대인과 고바야시 선생의 전매특허였던 하모니 기법이 참 자주 나왔죠...



물론 이 작품은 그동안 가이낙스가 쌓아온 노하우가 한껏 발휘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변혁으로 인한 격렬한 멸망보다 하나되는 정체를 통해 침잠되는 종국을 고른 안티스파이럴족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보완계획(죽을 때도 사도마냥 십자폭발을 일으키죠.), 평행세계는 에바와 건버스터(중간에 초은하 그렌라간이 은하계 한복판에서 팔짱끼고 나오는 것 좀 보세요.), 함대전은 나디아...



개인적으로 니아의죽으라고 하면 죽을래요?에서 뒤집어졌습니다. ‘불꽃의 전학생’에서 나왔던 대사였거든요. 니아의 성우가 다이버스터의 주역이었던 후쿠이 여사란 건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후쿠이 여사가 맡았던 노노는 여러모로 니아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죠. 대책없이 순진한 성격이나, 동반자라할 존재를 따르고 받혀주는 행동, 위험한 비밀을 가진 동시에 반려자의 가장 큰 조력자로써 맹활약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만... 저 또랑또랑한 눈망울이랄까, 별난 눈동자가 제일 인상적인 공통점이란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은 7,80년대를 수놓던 열혈물과 로봇물의 요소들을 충실히 모범적으로 계승한 작품인데, 밑바탕이 된 가이낙스의 작품들도 그런 작품들이었죠. 건버스터나 에바는 말할 것도 없고, 불꽃의 전학생은 원작부터가 열혈물들의 오마쥬이자 비꼬기였거든요.

그러고 보니 카미나의 성격은 세상만사 근성과 노력만 있으면 몽땅 해결이라는 사고방식을 지닌 오오타코치랑도 통하는 구석이 있었죠.

이 작품은 적지않은 고전적인 요소들을 충실히 받아들여 선배들이 나가지 못한 영역까지 확 나가버렸어요. 물론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유지하면서요. 선배들로부터 온갖 것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드릴’로 승화시켜, 선배들이 나가지 못한 극단까지 절묘하게 표현한 이 작품 자체가 바로 ‘드릴’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스케일 큰 작품은 널리고 널렸죠. 그러나 싸구려와 걸작의 차이는 스케일의 크기가 아니라 이를 납득시키는 연출력에 달려있습니다. 양판소무협지나 불쏘시개 환타지에서 백날 난리를 쳐도 감이 안 오는 게 이것 때문이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무시무시한 템포로 스케일을 상승시켜가면서도 이를 박력있게 전달해 보는 사람을 전율케 합니다. 막판에 나타난 그렌라간은 아예 어지간한 은하계는 공놀이하고 널뛰기 할 정도의 크기를 선보이며, 다중차원과 평행세계, 양자이론까지 끌고 들어와 이데온이나 건버스터, 겟타 로보보다 한술 더 뜨는, 위압적인 ‘규모’를 설득력있게 보여줬죠.  


이런 작품이 나온 데에는 최근 가이낙스의 행보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가이낙스의 요 몇 년간은 삽질의 연속이었는데, 이런 매너리즘을 쇄신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간단한 방법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007카지노로열’이 그랬던 것처럼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원류로 돌아가 자꾸만 줄어가는 수익과 활력을 한꺼번에 되찾고자 한 겁니다. 건버스터2나 에바 극장판의 리메이크도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렌라간은 아예 자신들의 작품들보다 한층 더 위로 올라가 그들의 뿌리라 할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의 아우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앞의 두 작품보다 중요한 위치에 속하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작품의 주제를 그대로 관철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작의 패러디나 오마쥬가 단순히 인용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현재 가이낙스의 상황과 본작의 주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기에 더욱 절박한 에너지가 느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가이낙스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드릴로써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ETC...



시몬. 성우분이 어째 소리지를 때보다 고민하거나 차분한 연기가 더 나으신 듯합니다. 비랄과 함께 조종할 때 어째 밀리는 기분이 드는데, 이게 바로 경력의 차이일까요? 가끔 니아랑 함께 소리지를 때조차 쬐끔 밀리시는 듯 하더만... 하긴 후쿠이 여사야 다이 버스터에서 줄창 단련되셨을 테니. 20년 후의 시몬과 나레이션을 맡은 스고우 선생은 ‘지옥소녀’에서 와뉴도를 연기하셨고, 드라마에도 종종 출연하신다 합니다.


카미나. 키탄의 말마따나 적당할 때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설쳐댔으면, 시몬이 주인공 노릇을 못했을 수도 있고... 지나칠 정도로 망설임이 없는 무대뽀 기질에다 은근슬쩍 시몬에게 일을 떠넘기는 폼새를 보면서, 막가는 패왕이나 사기꾼중 하나가 될 것 같았거든요. 덕분에 평행우주에서 망가진 모습을 보여줘도 그다지 놀랍진 않았죠. 하지만 이 남자 또한 자신의 아우에게 걸맞는 ‘형님’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했다는 점만은 존경합니다. 코니시 선생이 맛켄도 담당하셨다는 건 끝까지 몰랐습니다.

요코. 성우분들이 킬러키스의 소유자라며 깔깔거리시더군요. 훈남킬러라니까요. 시몬이랑 끝내 맺어지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니아. 눈동자 모양에 대해 어떤 분들은 꽃잎이다, 어떤 분들은 나사못의 십자구멍이다 하시던데... 정신세계가 꽃밭인 처자인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사못에 동의하고 싶습니다. 어느 분 말씀대로 안티스파이럴의 사자가 된 운명에 대한 미장센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전반적인 역할에 대한 보다 큰 은유란 생각이 들어요.

나사못은 십자구멍이 없으면 돌릴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합니다. 니아는 늘 시몬일당과 대조되면서도 그들을 항상 앞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주는 존재였죠. 황야의 무법자였던 그렌단과는 달리 메르헨풍의 외모와 성격을 지닌 것도 그녀의 위치를 받혀주는 설정입니다.

카미나를 대신한 팀의 기둥이 됐을 때도, 유일하게 카미나를 몰랐기에 카미나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팀을 각성시키고 전진하게끔 해준 존재였으며, 이는 안티스파이럴과의 싸움에서도 드러나죠.-시몬은 니아가 자신들을 더욱 단련시켜주는 느낌이 든다고 했죠.- 그리고 훗날 마지막까지 사수한 결혼반지를 통해 안티스파이럴과 최후의 대결을 벌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로제놈의 딸이었으며, 안티스파이럴의 스파이 겸 메신져... 그녀의 위치는 어찌보면 항상 일관적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 속한 동시에 끊임없이 가장 큰 도움을 준 나사구멍의 역할을 줄곧 수행한 거죠. 덧붙이자면, 안티스파이럴의 최후가 십자폭발로 마무리된 것도 나사못에서 나선과 반대편에 존재하나 원래는 나선과 이어진 동시에 나선의 일부였던 자들이라는 설정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니아의 눈처럼 말이죠.



여기서부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들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로제놈. 개인적으로 작품 전반을 통틀어 가장 전율을 느끼게 해준 분이었습니다. 후반의 비루먹은 그림자보다 몇 천배는 최종보스다운 카리스마와 포스를 풍긴 분이신 동시에 세계관 전체를 통틀어 진주인공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죠. 라간을 맨주먹으로 아작낼 땐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타락과 부활의 과정을 보고 있자면 다스 베이더가 따로 없다니까요. 자식들이 자아에 대해, 세계에 대해 의문을 품을 때마다 생매장한 이유는 세계를 향한 저항의지를 잃은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분기가 끓어오르기 전에, 승산 없는 싸움을 향한 투쟁심이 되살아나기 전에 이를 다시 파묻어버리기 위한 우행이 아니었을까요...

로제놈은 사실 나선족중에서 누구보다도 안티스파이럴에 가까운 자이기도 했습니다. 적과 싸우기 위해 나선력의 극점에 도달했지만, 결국 장벽을 뛰어넘지 못한 채 새로운 장벽이 되어 세계를 억압하던 그의 위치는 작은 안티스파이럴과 다를 게 없었죠. 그는 안티 스파이럴의 힘, 원형의 힘을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있는 자이며, 중간에 걸쳐선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였기에 안티스파이럴의 힘을 받아들여 나선족의 힘으로 전환하는 역전극을 주도하는 데 누구보다도 어울린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로제놈 개인의 타락과 부활 그 자체를 상징하는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나선의 법칙에 충실한 행동이기에 더욱 더 의미가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나선의 법칙을 가장 절실히 상징하던 존재는 결국 로제놈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좌절했던 그가 코어드릴을 봉인하고 세계를 억압했던 행위가 결과적으로 더욱 강력한 나선력을 자아내 그의 업보를 청산하고 유지를 후계자들에게 계승시켰으니까요. 성우분인 이케다 선생은 실사판 세일러문을 비롯한 특찰물과 드라마에선 중견이시고 성우로썬 본작이 데뷔작이라 하시던데, 나선왕 특유의 절망과 권태감 서린 오만함 및 사악한 카리스마 그리고 최종화의 마지막 절규까지 진실로 훌륭하셨다 생각됩니다. 


비랄. Viral은 원래 라이벌이라는 글자로 장난친 이름이라는군요. 이름에 걸맞게 카미나와 시몬의 라이벌로써 그들을 성장시켜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2기부터는 카미나를 대신해 시몬의 거울노릇을 수행합니다. 사실 가장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2기 초반에 인간, 수인 을 따지지 않고 억압받는 자들을 위해 싸울 때였죠. 카미나를 비롯한 그렌단의 옛모습을 반추시키고 시몬일행이 뭘 잃어버렸는지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진실된 ‘용자’의 풍모를 실감했거든요. 후반에 카미나를 대신해 그렌을 조종하고, 라간 임팩트까지 구사하던 그가 마지막에 함장으로써 또 다른 나선의 향방을 지휘하는 모습은 로제놈, 카미나, 시몬의 후계자이자 거울이라 할 존재라는 점에서 참 어울리는 말미였습니다.  


타고있던 간멘의 이름이 엔키두두인 것은 그의 이름이 뫼비우스와 함께 유럽만화의 양대산맥이라 할 엔키 비랄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만화가양반의 삶과 비슷한 구석도 있는 듯싶고... 테마곡 ‘니코폴’의 제목도 만화가 선생의 대표작에서 따온 거라죠. 테마곡의 가사를 보면 라이벌이자 또 다른 진실의 추구자로써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더군요. 성우인 하야마 선생은 말이 필요없는 분이죠. 하지만 역할이 역할인지라 본작에선 좀 오버를 자제하시는 느낌이 들더군요. 코코할배의 성우를 겸하신다는 걸 알았을 때 놀랐더랬죠.


키탄. 어찌보면 2기에서 카미나의 공백을 메꾼 그렌단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미나와 같은 추진력이나 시몬의 나선력, 로시우같은 두뇌를 갖추지 못한 범인이었기에 필사적으로 싸워 스스로의 한계마저 초월한 마지막 모습은 정말 가슴을 아리게 하더군요. 사실 그렌단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리더가 된 시몬을 받혀준 사람이 바로 키탄이었죠. 한편으로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는 보통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는 마지막 결전 중에도 자신이 카미나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며, 최후의 출격에서도 ‘안녕이다, 친구여.(카미나의 유언이었죠) ...같은 명대사는 안 날리겠어!’라며 카미나를 의식하는 듯한 말을 내뱉죠. 하지만, 그는 요코도 시몬도 없어지고, 로시우도 제로섬 게임에 여념이 없던 차에 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내일’을 향한 발버둥을 칩니다.
 
1기 때 그는 사실 카미나와 다를 게 없는 막가파 양아치였죠. 그러던 그가 어느 새 조카녀석을 지키겠다며 승산없는 싸움에 나설 땐 치기어린 건달이 어엿한 싸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조카가 생긴 지라 이 남자에게 더욱 공감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자식은 아니지만, 삼촌으로써 떳떳한 어른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그런 심경에 말이죠.


여전히 거친 듯하면서도 주변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서투르게나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코와 맺어지길 내심 바랬기에 은근히 안타까워요.




6개월동안 세계의 부조리에 대항하던 그렌단의 여정을 따라가며 웃기도 하고, 안타까워했던 시간들이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그렌단의, 시몬의, 인간의 드릴이 그랬듯 본작은 저에게 있어서 추억속의 작품들과 앞으로 감상할 작품들을 확고하게 이어줄 나선의 징검다리로써 돌고 또 돌겠죠. 긴 글 읽으시느라 눈을 피곤케 해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는 동시에 본작이 여러분께도 오랫동안 회전을 이어나갈 드릴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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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monan | 2007/10/21 17:29 | 천기누설 겸 감상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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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뉴 at 2007/10/21 17:38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암흑요정 at 2007/10/21 21:54
그렌라간은 2007년을 장식한 최고의 열혈애니메이션이라 생각됩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듯이 시작해서 완전연소로 끝나다.
Commented by zemonan at 2007/10/22 12:4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간만에 정통파열혈물이었죠.
Commented by WindFish at 2007/10/25 12:27
멋진 리뷰 잘봤습니다.
특히 캐릭터 이름에 대한 내용들이 인상깊군요 ^^
나중에 그렌라간 관련글을 쓰게되면 트랙백이라도 해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개발부장 at 2008/01/01 20:49
링크 신고드립니다. 오래간만에 보물섬을 찾은 기분이군요.
...제일 아래까지 역주행 끝냈습니다.(뭐하는 짓이래 나...)
Commented by zemonan at 2008/01/02 01:46
WindFish님//이름장난이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이죠.
개발부장님//즐겁게 읽으셨다면 기쁠따름입니다.
Commented by 초현실 at 2008/04/26 18:48
짜…짱인데요
Commented by 에노 at 2008/05/10 19:26
후아...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캐릭터들 이름에 대한 것은 이 글을 통해 처음 알게됬네요..
아,코드기어스 감상을 통해 찾아뵙게 됬습니다.^^잘 부탁드려요^^
그렌라간이라는 작품은, 그 자체가 로봇애니계의 드릴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억의 스타일로 시작해서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낸 드릴이요.(횡설수설...)
Commented by 홍련 at 2009/05/26 15:10
와.......나 살다살다 리뷰가 이래 명작인건 처음본다
Commented by 존경 at 2009/10/04 13:35
텔레토비로 대학논문 쓸사람이란건 헛소문이 아닌가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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