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호라이즌 – 사상의 지평선이 넓어진 순간 천기누설 겸 감상

요사이 대표적인 겜판소 애니로 꼽히는 로그 호라이즌(이하 로호)’을 접했습니다. 왜 이제 봤지 싶은 후회감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더군요. 해서 소설도 읽어봤답니다.

 

천기누설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소트 아트 온라인(이하 소아온)’과 비교하는 양반들도 있던데, 두 작품 다 수많은 매체의 패러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든가 근미래의 온라인게임이 주요배경이며 게임이 곧 삶으로 전도된 상황을 헤쳐 가는 인물들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특히 요리를 위해 재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거라든가), 글쎄요. 소아온은 지나치게 긴박감이 강하고 접하는 이들을 압박하는 경향이 들곤 합니다. 자신의 칼로 직접 만사를 부대끼며 싸워나가는 키리토의 감정에 고스란히 이입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는 탓이 크겠죠. 반면 로호는 주인공 시로에의 직업과 나이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관조적인 느낌이 강하단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이는 작품의 주제와도 맞물리는 설정이었죠.


그래도 두 작품 다 개인적으로 첫 화가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소아온의 경우 1화 말미에서 키리토가 달려가는 장면은 그의 모티브 중 하나인 원조 검은 검사 즉 베르세르크의 가츠가 아끼는 이들을 거진 다 잃고서 상실감과 공허감마저 아울러 그토록 원하던 생애의 목표를 재차 찾아내서는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던 순간을 연상시키기도 했고요. 솔직히 소아온 시리즈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이 단락만은 정말 두고두고 기억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본작의 첫 화는 원작을 읽은 이들과 안 읽은 시청자들을 다 같이 배려한 느낌을 풍깁니다. 본시 소설이 원작인 애니들의 경우 방대한 배경과 설정을 독백이나 대사로 늘어놓기가 바쁜데, 이 작품은 나름대로 균형이 잡혀있고 배경이 소개되는 와중에도 , 저거!’라고 외칠법한 장면을 슬쩍 삽입하곤 해서 지겹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오프닝에선 추후의 중요한 국면들이나 명장면들이 압축돼서 나옵니다. PK팀과의 첫싸움, 토우야와 미노리의 투쟁, 마을 경비병, 대지인이 맞기는 한 건지 수상한 현자 양반, 시로에가 속했던 티파티의 리더, ‘기록의 지평선길드의 고렙팀과 저렙팀,


데미카스와 세라라 및 냥타의 마찰, 고블린들의 증식, 대지인과의 관계를 전환시킬 공작과 공주의 레이드 독려, 고블린들 따라 설치는 사하긴들,


꿈꾸는 소년과 이스즈의 눈물, 축제를 맞이한 두 소녀, 식생활을 포함한 삶을 뒤엎을 발견, 원탁회의의 설립 등등


본편에서도 잊을만하면 복선을 흘리더군요. 아카츠키가 제 몸을 변태시킬 때 스쳐지나가는 쌍둥이 남매, 이들이 야밤에 용기를 내서 필드로 나가는 걸 지켜보는 PK, 게이트에 대해 설명할 때 이를 현장에서 살피는 로데릭, 술집에서 상담 중인 카라신, 이스즈에게 접근하는 악질 길드, 아이잭이 이끄는 흑검기사단과 창고의 아이템들을 점검하는 미치타카,


모험자들이 제 앞가림에 바쁠 때를 틈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고블린들, 세계의 변화를 포착하고 문헌을 검토하는 현자 리간, 쌍둥이도 꼬셔대는 하멜른 길드, 새 세상을 관조하는 우드스톡과 아카네야, 타운에 막 들어선 룬델하우스, 팀원들을 추스르는 하렘 메이커,


실버소드 길드의 군기를 다지는 윌리엄, 보고를 듣는 크러스티, 세라라와 냥타에게 닥치는 위기좌우간 이 애니는 두 번째 감상하면 또 다른 느낌이 들게끔 밑밥을 척척 깔아놨더라고요. 이런 점은 오히려 원작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원작의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니 말입니다.

 

 

또 다시 딥 다크 경제 판타지?

 

본작은 NHK방송물답게 꽤나 정석에 가까운 전개를 취하며, 학습만화영화같은 측면도 내비칩니다. 사회가 굴러가는데 있어 경제활동이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갈파하는지라 말입니다. 원작자는 마왕 용사를 쓰신 분이며, 이번에도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자 했는지 총체적인 난국타파의 1단계로 경제활동을 제시합니다(9화 혹은 10화에서 나올 예정입니다만.). 자본주의의 위력을 알고 있는 현대인들의 관점에선 그런대로 공감이 가는 답안인데,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며 이런 상황을 자아낸 시로에의 대응방식 역시 지극히 자본주의스런 편법이었다는 게 의미심장하지만요. 단기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블루오션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소규모사업을 실시해서 급전을 마련하는 한편, 아이디어를 대기업들에 흘려 융좌를 받아서 소위 작전의 쐐기를 가하거든요. 현대사회에서 저질렀다간 소송크리는 물론이요 온갖 제재에 시달릴 금융사기에 가까운 행각이긴 하나(이 와중에도 거짓말은 안 했다는 핑계로 관련자들의 항의를 슬쩍 물리치는 수작도 부리고요.) 왜곡되고 압축된 세상속이라 더없이 효율적이면서도 희생이 적은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게죠.


다만 전작과의 비교를 피하고 싶었는지 주인공인 시로에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고, 조연인 헨리에타의 플레이어가 이 방면의 전문가였다는 설정을 통해 작전의 당위성과 내막에 설득력을 더해서 독자들 및 시청자들에게 개연성을 전하더라고요. 작가 양반이 짬밥이 늘어선지 좀 조심하는 것도 같아요. ‘마왕 용사의 경우에는 인터넷에 올렸던 글이 어쩌다 출판되는 바람에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많아서 이래저래 비판받기도 했거든요. .

 

 

시점의 변화, 인식의 변화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시점의 변화 즉 관점의 변화가 인간관계와 내면을 어찌 변화시키는지 차분히 짚어가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원래 엘더 테일은 우리가 흔히 갖고 노는 온라인 게임들처럼 자기 캐릭터와 배경을 3자의 관점에서 보는 방식을 취했으며, 전투시점도 다를 게 없었죠. 하지만 캐릭터와 게이머가 동화되면서 시점 또한 당연히 변했고, 3인칭 온라인 게임 시점에서 노는데 익숙하던 이들이 졸지에 FPS 시점으로 놀기를 강요받으니 혼란스러워질 수밖에요. 실제로 작중에서도 만렙 플레이어들이 시점과 전투양상의 변화 때문에 저렙 몬스터들한테 쩔쩔매기도 하고, 이에 적응하고자 열심히 전투와 훈련, 토의를 반복하는 단락이 종종 나오더군요. 여타 겜판소들의 경우 이런 시점 변화를 그냥 먹고 살고 싸우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대충 넘기곤 하는데, 본작은 이를 세세히 물고 늘어집니다. 작가가 쫀쫀한 인간이라 그런 게 아니라 이 자체가 본작의 주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죠.

일단 가뜩이나 단체활동과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온라인 게임에서 이를 더욱 강조해 차후 전개와 작품의 주제를 강조해야 했거든요. 전투와 일상생활에서 전문분야를 분담하는 동시에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야 하는 거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겐 기본이긴 하나, 본작에선 그 중요성이 등장인물들 자신과 독자 및 시청자들에게 한층 깊이 각인됩니다. 이는 등장인물들이 세상을 접하는 방식과 언행에도 반영되지요.


시점과 전투의 변화로 인해 여타 판타지와 달리 보조직업에 속하는 이들이 싸움판과 작품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존재로 부각된다는 점 또한 여타 겜판소나 판타지소설들과의 차이점인 동시에 본작의 주제를 받쳐주는 주요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투에 앞장서고 뎀딜에 신경을 써야하는 전사 및 마법사들과 달리 보조직업에 속한 이들은 한발 떨어진 위치에서 아군과 적대자들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기에 이전의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 혹은 기존의 RPG게임을 하던 시절과 가장 흡사한 넓은 시야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에 시로에를 비롯해 그의 제자를 자처하는 미노리처럼 보조직업에 속한 이들이 전투현장을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더라고요.


사실 시로에 자신이 선호도가 떨어지는 부여술사란 직업을 골라서 오래도록 갖고 놀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죠. 시로에가 항상 상황을 반보 내지는 한발 쯤 떨어져서 냉정히 바라보고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더없이 어울리며 그의 직업과 성격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특유의 입지를 다져갑니다. 덕분에 아키바를 통째로 바꿀 거사를 꾸밀 수도 있었던 거고요.

좀 더 심도 있게 파고들자면 시로에의 직업과 전투방식은 그의 모순된 성격이 반영된 결과물이자 갈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매개체이기도 했습니다. 인간관계를 슬쩍 거북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관계에 대해 은근한 열망을 품으며 살았던 소년은 오랫동안 갖고 논 온라인 게임을 통해 자신의 빈자리를 메꿀 방법을 찾아냈지만, 이로 인해 인간의 그늘 또한 접하며 청년이 되고 나니 당최 어찌 대처해야 할지 오히려 더 방황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얄궂게도 인간관계를 꺼리게 될수록 그는 이러한 관계를 더욱 강하게 열망하게 됩니다. 그가 혼자선 전투도 변변히 치르지 못하고 항상 팀원들과 서로 도와나가야만 하는 직업을 10년 가까이 견지하며 지내는 거나 이 업종에서 고수 중의 고수가 되어가는 것만 봐도 상반된 내면에 대해 알 수 있죠.


세상의 변화, 시점의 변화는 주관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주관의 변화는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사상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돌출시켜야만 할 필요성을 낳았죠. 어떤 이는 변화된 세상을 받아들이며 적응하려 들고, 어떤 이는 현대사회에서 게임을 즐기던 방식을 고수합니다. 그러나 두 부류의 공통점은 이러한 행동의 유지 및 변화가 상황의 변화와 맞물리며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켜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로에 또한 변하기 시작하고요. 엘더 테일의 고참 게이머로써 많은 생각을 품고 있었으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정관념과 조심성 때문에 이를 표출하지 못하고(그를 비롯한 티파티의 멤버들이 존경하던 어느 여인과 정반대였던 셈입니다.) 참모에만 머물길 고집했지만 상황을 타파하고자 자기만의 길드를 만들고 좀 더 적극적으로 주도적인 입지에 서고자 노력하니까요.

 


더불어 변해가는 세상

 

여는 곡 ‘database’의 분위기가 무슨 북두의 권스럽다는 의견도 있는데 아주 틀린 지적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새 세상은 이래저래 생지옥과도 같았으니까요. 모험자들의 불사성이 여전히 보장된다는 사실은 전직 게이머들에게 있어 안도감을 주기도 했으나, 소아온과 달리 죽음을 통해 짐을 내려놓을 수도 없다는 올가미마저 더한 셈이었고요. 그래선지 본작은 오히려 삶을 어떻게 가꿔나갈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듭니다.


이 작품의 큰 주제는 사회생활의 필요성과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원작자가 온라인 게임을 소재로 잡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있는데, 온라인 게임은 기본적으로 단독활동보단 둘 이상의 게이머가 협조를 해야 재밌게끔 구성되죠. 종족과 직업의 분류와 이에 따른 특기의 부여, 차별화된 성장방식 등등 단독활동과 단체활동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캐릭터 육성방식과 전투방식도 달라집니다. 물론 단독활동보단 단체 레이드를 뛰는 편이 상호작용을 비롯해 다양한 재미를 맛볼 여지가 늘어나요. 작중의 세계 자체가 게임의 배경에서 실재하는 세상으로 변한 후에도 이러한 특성은 유지됩니다. 아니, 이전에 비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죠. 전투시점이 변하면서 연계방식과 피드백이 한층 절실해졌으며, 전투를 제외한 일상생활 즉 살 맛을 찾는 데서도 다양한 보조직업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니까요. 인간의 심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생활의 경우 현실에서라면 각자 아는 지식에 따라 먹거리를 꾸리면 그만이지만, 이놈의 세상에선 요리사 직업을 취득한 모험자들만 음식다운 음식을 조리해낼 수 있습니다. 이는 요리 부분에만 그친 현상이 아니며, 다양한 분야의 혜택을 얻기 위해 타인과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어야하는 이유가 현실보다 더욱 강화되는 필연성을 자아내지요. 그리고 관계의 필연성은 사회질서확립의 필연성으로 직결되며 이 황당무계한 세상에 비로소 사람 살 만한 터전이 정착되는 계기를 조성합니다.


상호작용은 게이머들이나 캐릭터들 사이에서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게임의 유저들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게이머들과 운영진의 피드백 즉 상호작용도 늘어나며 업데이트가 반복되면서 온라인 게임은 조금씩 변해가기 마련입니다. 본작의 상황은 이러한 운영진 자체가 사라진 채 게이머들이 게임 속에 내던져진 거라 봐도 무방합니다. 게이머와 게임속 세계관의 상호조정을 당초 소비자들에 불과했던 게이머들 자신이 직접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거죠. 이러니 전세계에서 도가니탕이 조성될 수밖에요. 그리고 작중의 게이머들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타 게이머들 및 대지인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외전인 용후산맥에서 전 세계를 돌아다닌 모험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일본서버처럼 일찌감치 나름의 질서가 자리 잡힌 경우는 달리 없다시피 하며,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마냥 떡판 된 세상 속에서 모험자들이 대지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모험자들을 대하는 방식으로 고스란히 전도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세상을 여전히 게임의 연장선상으로 볼 것이냐 새로 적응해야 할 세상으로 볼 것이냐 즉 대지인으로 대표되는 이 딴 세상을 존중하고 스스로도 겸허해질 필요성을 느끼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대지인만이 아니라 여타 게이머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마저 결정지었던 셈이죠. 용후산맥에서 그나마 온건하고 안정적으로 길드를 꾸려가는 모험자들 역시 그럭저럭 대지인들과 양호한 관계를 맺고자 무협지에 흔히 나오는 표사로써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이를 반증하고요.

시로에는 NPC 즉 대지인들이야말로 이 세상에 소속된 진정한 인간들이며 모험자들은 기생충에 불과하고, 각종 분야에서 모험자들을 보조하는 대지인들이 없어지면 살아가지 못할 자신들과 달리 대지인들은 모험자들이 없어도 그런대로 잘 살 거라 단언합니다. 하지만 세계의 총체적인 변화로 인해 대지인들을 지키던 초월자들마저 자취를 감췄다는 진실이 드러나며 대지인들 자신도 모험자들과 더 깊이 관계를 맺어야할 필요성이 제시되더군요.


, 정리하자면 본작은 배경이라 할 엘더 테일의 장르와 주인공의 직업에 이르기까지 주제를 표현하는데 있어 탄탄히 연결돼있다는 겁니다.

 

 

깍두기들

 

본작의 배경이자 주요소재인 엘더 테일이란 게임의 가장 큰 모티브는 역시 ‘WOW’같아요. 2천만단위 이용자들의 숫자나 본사가 미국에 있다는 점도 그런 느낌을 풍기고요.


그밖에도 이런저런 각색들이 있는데, 시로에 파티를 습격했던 PK놈들은 은근히 자주 나와서 시청자들이 본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더군요. 원작에서 그냥 단역으로 나왔던 인물들을 일일이 설정하고 디자인하기보단 이 편이 제작진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긴 하죠. 제작진들도 할 일을 대폭 줄여준 이놈들이 꽤나 이쁜지 단역들치곤 엄청 정성들여 묘사했더군요.


방송사 형편에 맞춘 변경점도 존재합니다. 원작에선 몬스터를 죽인 후에 나오츠구나 아카츠키가 주검을 직접 칼질해서 아이템이나 재료를 습득했지만, 애니에선 죽이면 그냥 돈과 아이템들을 쏟아냅디다. 데미카스의 경우도 시로에가 살일경백을 위해서 직접 참수를 실시했는데, 본작에선 어째 원판보다 더 비참하달까 쪽팔린 최후를 맞이하죠. 그토록 괄시하고 괴롭히던 소녀한테 역관광탔으니 인과응보이기도 했고요.

 

로그 호라이즌, 즉 시로에가 길드 이름을 지은 유래가 원작보다 좀 더 분명하게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어째 마왕 용사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지 싶지만요. ‘마왕 용사에서 마왕이 언덕 너머의 풍경을 보고자 용사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시로에 또한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고자 길드를 만들고 게이머들의 터전을 가꾸며 자신과 세상을 바꿔갑니다. 넘어서지도 도달하지도 못할 지평선(Horizon). 그러나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이전과는 또 다른 풍경을, 세상을 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것이 본작에 접속(LOG-IN)한 시청자들에게 제작진이 일러주고픈 모험의 의의이자 지평선의 존재가치겠죠. 낯익은 세계관에서 펼쳐질 담담하면서도 신선한 모험을 즐기고픈 분들에게 본작을 추천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3/11/28 05:40 # 답글

    개인적으로 소아온 1화를 보고 가졌던 기대를 소아온이 아닌 이 애니가 보여주고 있더군요...
  • zemonan 2013/11/28 09:02 #

    보통 1화가 가장 강렬한 법이지만, 소아온은 각별했죠. 작중의 부조리와 주인공의 의지가 맞물리는 순간도 잘 묘사했고요. 본작은 그런 패기가 없는 대신 다른 묘미가 있어요.
  • Nero 2013/11/28 08:25 # 답글

    로그인의 로그라기보단 컴퓨터 로그의 로그쪽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하긴 로그인도 로그 + 인 이긴 하지만...
  • zemonan 2013/11/28 09:04 #

    시로에 자신이 기록의 지평선이라고 했으니, 말씀하신 바가 맞을 겁니다. 다만 오프닝의 말미에서 로그 아웃 패널이 가득 차오르는 장면이 나온 게 기억에 남아서요.
  • dd 2013/11/28 09:10 # 삭제 답글

    마왕용사 애니판에 비해 로그호라이즌은 애니판에서의 PK집단의 활용이나 아카츠키와 헨리에타의 에피로 은근히 깔아두는 복선같은 연출이 원작 초월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원작을 보았음에도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 zemonan 2013/11/28 13:08 #

    마왕 용사는 괜히 원작에 충실하게만 나갔고, 본작의 경우는 존중할 건 존중하되 덧붙여서 부풀릴 포인트도 확실히 찜하더라고요. 소설을 먼저 읽은 분들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요.
  • Mr한 2013/11/28 11:54 # 답글

    가끔 연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있어서 그렇지 다른 장면들에선 지나칠 정도로 원작을 본 사람도 안 본 사람도 내용전개에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전개가 많더군요.

    깨알같은 복선이나 중요장면 암시같은..
  • zemonan 2013/11/28 13:09 #

    저도 소설보다 애니부터 접했지만, 두 번째 감상할 맛이 나더군요. 특히 1화는 지나친 포인트가 많고 이번 시즌 내내 이어질 복선도 있어서 놀랐죠.
  • 창천 2013/11/28 12:06 # 답글

    작품 내에서 모험자들에게 유지되는 불사성도 그에 걸맞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아직 전개상 들어나려면 멀었죠.
    개인적으로 소아온 같은 박진감이나 액션은 없어도 게임판타지에 가장 걸맞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마리엘이 젤 귀여워요(...)
  • zemonan 2013/11/28 13:14 #

    그 페널티도 받아들이는 게 사람 나름이라서 손실이라 생각지 않는 부류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소아온은 생사결이라고 해야 하나, 극단적인 생존물에 가까웠어요. 본작은 이런 측면이 좀 덜해서 판타지 소설과 게임 소설, 이계진입물로서 두루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담이 적더라고요. 우메코(...음)의 회상에 따르면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한결같다고 하더군요. 본명도 마리에였던가... 직업이나 이름, 장비를 보면 성모 마리아가 모델인 것 같은데도 편히 알고지낼 누나같은 느낌이 들어 좋단 말이죠.
  • 암흑요정 2013/11/28 12:57 # 답글

    [이건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니다]
    《로그 호라이즌》원작 소설을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게임 소설 중에서도 국내산 보다는 잘 만들어진 작품 같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원작을 살리는 동시에 좋은 쪽으로 각색해서 호평이구요.
  • zemonan 2013/11/28 13:17 #

    일본측 작품들의 경우에는 검증단계나 기준이 두터워서 출판되고 애니화될 정도면 어지간해선 괜찮더라고요. 더욱이 본작 자체가 게임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의 클리셰들을 최대한 타파하거나 납득이 가게끔 묘사하려드는 경향이 강하고요.
    애니가 오히려 원작의 맹점들을 조금씩 보완해가는 느낌마저 듭니다.
  • 루루카 2013/11/28 21:53 # 답글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훌륭한 작품이지만, 매력은 없다 정도로 받아들여지네요.
    이런저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다음편이 기다려졌던 소드 아트 온라인에 비해...
    (정말 새벽까지 기다리거나 아침에 일어나기가 바쁘게 봤죠.)
    이 작품은 그보다 나은 점이 많음에도 굳이 챙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차이가 느껴져요.
  • zemonan 2013/11/28 22:51 #

    마왕 용사도 그랬지만 토노 선생의 작품은 싱겁다고 해야 하나 밍밍한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애니판의 경우는 이를 최대한 무마시키고 있지만요. 소아온은 저도 취향과는 별개로 긴박감과 흥미자극은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접하는 이들의 흥미를 왈칵 솟게 만드는 작품들은 빈틈이라고 해야 하나 틈새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품의 방향성과 힘이 좀 뒤틀리긴 해도 있는대로 쏠려있기 때문이겠죠.
    제 경우에는 비슷한 장르물들-아발론과 닷핵시리즈, 소아온, 팔란티어 등등-을 보면서 느낀 아쉬움을 이 애니가 채워줬기 때문에 콩깍지가 씌었지만, 단점이 적잖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더라고요.
  • 신화만세 2013/11/29 01:51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저는 서양 판타지 작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가령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얼음과 불의 노래등등. 그래서 일본의 판타지물들은 별로 정감이 안 가더군요. 음.... 소아온애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상하게 저 작품이 방통위인지 여가부인지에게 경고를 받았더군요. 아니 왜? 역시 우리나라의 윗대가리들의 머리 속에는 쓰레기가 차있는게 분명합니다.
  • zemonan 2013/11/29 23:11 #

    서양 판타지가 일본과 한국에 와서 나름 현지화를 거치면서 벼라별 작품이 다 나왔는데, 왠지 어색한 느낌이 강한 작품들이 많은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본작의 경우는 게임소설과 이계진입물을 합친 데다가 배경도 현대의 지구를 바탕으로 한 공간이라 그런 느낌이 좀 덜해요. 판타지 특유의 건너뛰기도 게임이란 핑계를 대면 그만이고요. 소아온 사건은 나름 유명하죠. 우리나라 심의의 변덕은 진짜 더 할 말도 안 나옵니다.
  • 무명 2013/11/29 14:00 # 답글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한 뭐라 하긴 힘들지만 엘더 테일의 모델은 여기저기서 컨셉을 따오고 그 주력이 되는건 작가가 분석사이트를 만들정도로 심취했던 EQ라는게 정설인듯 하더군요.

    저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드는게 일반 겜판소들은 온라인게임이라는 사회를 (시로에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얕보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운영진과 대충 쌰바쌰바해서 사기템과 기술을 얻는다던지, 운영진도 모르는 비기로 파워업하는 주인공!이라던지... 애초에 MMORPG의 기본은 '내가 할수있는것은 너도 할수있다'인데 말입니다. 걍 온라인겜이나 깔짝깔짝 하던애들이 써서 그런지 플레이어의 관점으로 지나치게 운영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경향도 짙다고들 하고..

    그래서 로그 호라이즌의 '기본은 온라인게임이지만, 그 실상은 이세계물'이라는건 그 '운영'이라는 많은 한계점을 내포한 클리셰에서 쉽게 탈피할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봅니다.(제가 겜판소를 그다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데서도 이런 시도는 있었을거라 봅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토노 마마레의 작품이구나. 싶은건 마오유우에서 초반엔 마왕과 용사가 존나 짱세고 뭐든지 할수있을거같은데 이야기가 조금만 전개되면 그 세계의 사람들 하나하나가 역할을 맡고 힘쓰는 이야기가 되던것처럼 시로에나 티파티의 일원들은 초반이후로는 다른 캐릭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게 보기 좋았습니다.
  • zemonan 2013/11/29 23:27 #

    에버 퀘스트는 와우를 비롯한 여러 게임들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더랬죠. 음.
    그 대목의 대사는 비슷한 장르소설(겜판소, 이계진입물, 판타지물 등)을 쓰는 이들 및 독자들한테 넌지시 일침을 가하는 느낌마저 들더라고요. 이 방면의 대선배라 할 '닷핵/사인'이나 '팔란티어'등도 온라인 게임의 그런 냉혹한 측면 때문에 주인공들마저 고전하는 상황을 제대로 묘사합니다만, 외려 후배들이 이 점을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아요.
    '마왕 용사'에서도 그랬듯 사회 및 구성원들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점은 이 작가 양반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깽판이란 걸 저지를래야 저지를 수 없는 이유, 저질러선 안 되는 이유를 그럴싸하게 묘사하거든요. 본작은 이를 전작보다 좀 더 위트있게 장르물의 공식들과 융화시켜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 dream 2013/11/30 15:42 # 삭제 답글

    게임 판타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리뷰 잘 봤습니다.
  • dream 2013/12/01 19:59 # 삭제 답글

    굳이 소아온과 로호의 다른 점을 더 찾아서 추가하자면

    소아온은 등장인물들의 목표가 타인에 의해 제시되죠.(소아온:꼭대기 층, 알브헤임:이그드라실 꼭대기), 반면 로호는 등장인물들이 알아서 자기 가치관을 대입해서 찾아나갑니다. 둘 다 목적은 현실로 되돌아가는 것이지만요.

    그리고 소아온은 신(좀 더 솔직하게 풀어말하자면 등장인물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하고 등장인물들이 원망할만한 흑막)이 있죠. 반면 로호는 선택도 책임도 자기 몫입니다. 그래서 좀더 사회적인 것 같아요.

    주인공의 나이 차이도 있고

    또한, 위의 리뷰 내용대로 NPC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성을 갖느냐 아니냐에 따라 등장빈도가 확연히 다르죠. 소아온도 유이라는 인공지능이 등장인물로서 비중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NPC를 미끼 삼아 몬스터를 유인했다 정도? 로호는 아예 대지인 하나가 주인공의 동료로서 들어올 뿐더러 주인공과 그와 맞먹는다고 평가되는 인물의 능력이 대지인을 어쩌고 하는 거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주인공과 그 라이벌(?)의 칭호도 관직명이네요.

    그리고 이걸 보다보니 둘의 특징을 조금씩 갖고 있는 달빛조각사가 생각나네요.
  • zemonan 2013/12/03 18:52 #

    덧글에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소아온은 이입이 작품내외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그에 걸맞는 배경과 원인을 설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호의 경우는 사회에 내던져진 성인들마냥 알아서 하는 게 마땅하다는 식이고요. 솔직히 국내 온라인 게임 유저들은 소아온에 더 몰입할만 하겠더라고요.
    달빛조각사는 아직 안 봤습니다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흐흐.
  • dream 2013/12/03 20:08 # 삭제

    그냥 지나가는(?) 여관 주인 이름이 효도르죠. 만약 시로에가 그 이전부터 로그 호라이즌이란 길드를 만들고 거기 대지인을 넣을 생각을 했다면 ㅎㄷㄷ
  • zemonan 2013/12/23 05:42 #

    괜찮은 기회를 굴러찬 셈이군요.
  • 방랑손님 2014/02/25 04:36 # 삭제 답글

    알 찬 리뷰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아온 따위보다 생각할 거리 및 감동을 주는 로그 호라이즌이 훨씬 재밌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게다가 소설 원작을 애니화한 로그 호라이즌 애니는 연출과 묘사 등이 뛰어나고(일단 서술상 시점 변화부터...) 불필요한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여 소설 원작을 완성시켰다는 느낌이었어요. 오프닝도 박진감 넘치고.. (아카츠키 전용..)엔딩도 역시 노래가 좋더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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