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성의 가르간티아 - 마법의 말 -푸른 별의 표류자들-

어째 작화가 좀 어지러워지나 싶더니 후반부 전투에 전력투구했던 모양입니다. 음.


천기누설 있으니 조심하세요.


 

각 표제의 배경은 해당 에피소드에 걸맞는 문양이 깔리는데, 1화는 컴컴한 우주, 2화는 흙빛 벽, 3화는 조잡한 양철판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아이캣치에선 각 화의 열쇠노릇을 하는 인물들의 소지품이 나오곤 했습니다. 본편에선 당연히 베로스의 소지품이 전시됐죠. 그러고 보니 베로스의 팔에 감은 띠의 문양이 에이미와 베벨에 옷에 달린 수와 흡사하더군요. 같은 동네 출신이려나요? 그래서 1화에서도 서로 친근하게 대했고, 본편에서 레드와 그나마 통할 여지가 있는 에이미한테 중개자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베로스가 상황을 확인하러 자신의 작업선을 찾아온 윗전들에게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는데, 이들을 화면에 잡을 때 바닥에 난 총구멍을 비추다가 시점을 위로 올리며 간부들을 비추더군요. 간부들이 화면 한 가운데에 서있는 베로스를 둘러싼 구도와 함께 지금과 같은 상황이 빚어진 원인에 대해 재삼 강조한 연출이었죠. 그리고 다른 인물들과 달리 베로스를 확대할 때만 그녀의 뒤편에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으며, 이를 통해 난리를 직접 치른 당사자인 그녀만은 여타 간부들과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받혀준 겁니다. 피니온이 융보로만 챙기고 레드를 밀어버리자고 하자 표정을 구기던데, 그녀는 난리가 가라앉고 나서 차분히 상황을 돌이켜본 후 레드에 대한 생각을 달리 정리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레드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훈시와 감사 인사를 동시에 건낼 수 있었던 거고요.


에이미는 2화에서 레드를 받아들이고자 다른 이들을 설득한 직후 그를 굽어봤을 때와 반대되는 위치에서 소년을 응시합니다. 당시 그녀는 서있는 자세를 취한 채 레드의 처지를 안쓰러워하듯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번엔 앉아서 씁쓸하게 쳐다볼 따름이죠. 당시엔 레드가 그리고 이번엔 에이미가 우주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도 묘합니다만. 난리가 시작되기 직전과 끝난 직후의 심정이 정반대된다는 걸 강조하는 동시에 그녀가 레드한테 도와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사태가 급박해서 만이 아니라 소년이 주민들에게 인정받을 여지가 생겼길 바랐으며 그를 진실로 믿었다는 데서도 비롯됐다는 사실을 짚어주죠. 남들이 뭐라 하건 제 갈 길만 활발하게 찾아가던 소녀는 이렇듯 새삼스럽게 자신의 선택에 회의감을 품습니다. 다행히 베로스와 레드의 대화를 듣고서 자신의 믿음을 다잡을 수 있었지만요.

레드의 주변을 보면 이전과 달리 전투전용 융보로와 덩치 큰 중공업 기계도 왕창 배치했더군요. 레드 일행의 위험성을 확실히 깨달았기에 공포심과 경계심을 한층 진하게 표출하고 있는 게죠. 어린 군인 역시 괜히 섣불리 나섰나 싶어 살짝 후회합니다. 그러던 차에 베로스가 에이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 동네의 판놀음에 대해 설명한 덕분에 생각을 살짝 고쳐먹을 수 있었죠.

사실 저토록 작은 글라이더에 둘이서 타는 건 위험천만한 짓입니다만, 에이미야 2화에서 아슬아슬하면서도 출중한 이륙실력을 선보일 만큼 도가 텄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베로스도 찰싹 달라 붙어있다가 착륙하자마자 떨어지는 걸 보면 참 지난한 시도였긴 했겠지만요.


레드는 베로스 및 에이미와 대화를 나눌 때, 처음엔 자막과 고기만 보겠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두 처자와 대화하기 껄끄럽고, 심기가 슬쩍 상했다는 속내를 내비치는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2화에서 그랬듯 이들은 역시 크레인 딱 중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서있거나 앉아있기 제일 편한 지점이기도 하고, 각자의 경계선에 딱 맞물려 들어가기 시작한 심경의 변화를 은유하는 구도이기도 하죠. 베로스는 레드의 반박을 듣고 나서야 이 소년이 생각보다도 훨씬 유리된 세상에서 왔다는 걸 절감합니다. 그녀가 피니온 같은 지인들과 달리 레드에게 온화하면서도 세심하게 말을 한 이유는 감정적으로 대응해본들 서로간에 반발감만 키울 거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선 상대방의 논리를 대뜸 부정하기 보단 나름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가급적 이 동네 논리도 조금씩이나마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최선이며, 그녀의 배려 겸 예측은 초반부 이후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뜻대로 어린 병사가 생각을 약간씩 고쳐가기 시작하니까요.

살상행위에 대한 지적을 들은 레드는 자기한테 대접하겠답시고 구워준 고기를 내밀며 반문합니다. 살기 위해서 짐승을 죽이고 섭취하는 것과 살아남고자 인간을 죽이는 행위가 근본적으로 다를 게 뭐며 둘 다 살상행위 아니냐는 식으로요. 레드가 살인행위를 먹고 살기 위한 사냥질과 똑같이 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건 아닙니다. 종족의 생존을 위해 외계생명체와 죽느냐 죽이느냐 싸워온 군인의 입장에선 적은 곧 배제대상일 따름이며, 그보다 못 하거나 낫게 볼 필요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죠. 음, 왠지 우로부치 대인이 좋아할 법한 토론이구만요.

중개자인 에이미는 베로스가 힘겹게 대답하기 시작할 때 그녀를 돌아봅니다. 기실 그녀 자신도 레드한테 어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기에 지인의 답변에 기대고 싶었던 게죠. 베로스의 대답을 듣다보면 가르간티아 선단이 그 자체로 유목민족들과도 흡사한 유동민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그렇기에 비실용적인 물건들은 되도록 배제하며, 사냥과 어업도 과도하게 실시하지 않는 철칙을 준수해야만 합니다. 사냥의 철칙을 어기고 마구잡이로 다른 짐승들을 잡아들이면 씨가 마를 테니까요.


베로스의 대답을 듣고서 안도감을 느낀 에이미는 고기 한 점 먹으려 들었다가 지인이 별안간 언성을 높이자 놀라서 주저합니다. 2화 후반부만 보고 시청자들이 오해한 게 뭐냐하면 본작의 해적들은 마구잡이로 사람을 때려잡는 데 반해 가르간티아에선 뜬구름 잡는 소리만 강요한다는 거였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질 않은 것 같아요. 2화 후반부에서 해적과 경비선들은 각자 유효사격보단 위협사격만 가했고, 소형 비행선은 경비선만 때려잡더군요. 그렇다고 해적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요.

담수라. 이 세상에선 물조차 쉽게 얻질 못합니다. 사방에 바닷물만 들어차있으니, 담수가 고작이거든요. 이런 환경이기에 인명과 상부상조를 한층 존중해야만 하죠. 베로스가 이 말을 한 직후 지금 먹고 있는 고기의 재료라 추측되는 갈매기들이 크레인 뒤편으로 날아가는 게 유난히도 강조됩니다. 짐승들마저 살아가기 위해선 집단을 유지하는 장면을 통해 이 별에서 생물들이 서로 보조해야 하는 이유를 받쳐준 게죠. 그리고 레드는 베로스의 말을 다 듣고 나서야 비로소 고기를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감정적으로야 받아들이긴 힘들어도 조금씩이나마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심정을 이런 식으로 드러낸 겁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어찌 대처하는지도 한 번 보죠. 초반의 토론과 중반부의 대책회의를 보면 대표가 나름대로 노련한 판단력을 발휘하던데, 보좌관들이 갑론을박을 벌일 때도 우선사항을 확실하게 구분하며 해적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예견해 진로를 확실히 몰아 잡더라고요. 그리고 중반부의 회의에 참가한 간부들 중에 낯선 이들이 끼어 있더군요. 해적들을 발견한 다른 배의 선원들인 것 같은데, 상황보고를 위해 출두했겠죠.


회의 와중에 베로스가 물꼬를 틀면서 역시 상황 판단이 빨랐다는 게 다시금 강조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해적들과 싸우기 위해선 레드의 협조를 구해야만 하며, 사실 다른 간부들도 알고는 있지만 통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따름이었거든요. 그나마 베로스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은 레드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 사고를 잽싸게 전환하는 편이긴 했죠(피니온은 빼고요.). 대표가 협상을 승인하자 리짓과 베로스가 웃는 걸 보세요. 그리고 일행이 죄다 베로스를 쳐다보자, 그녀는 나 참 잘했지 싶은 표정마저 짓습니다요. 허어. 그녀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란 사실이 주효했죠. 설령 살인이 금기시된 동네라 한들 그 못잖은 봉변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코앞에서 욕볼지도 모를 난리를 치렀기에 레드의 행각이 껄끄럽긴 하되 고맙기도 했을 겁니다. 그래서 다른 주민들과 달리 이토록 상반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찾아가기도 했던 거고요. 뭐 이번 사태의 책임은 기실 그녀에게도 어느 정도 있기도 했고, 나름 켕기는 구석도 있었기에 이를 떨쳐내고 싶어서 본편에서 유난히도 레드 편을 든 것 같습니다만.


곧이어 실질적인 실무책임자라 할 리짓은 가장 현실을 똑바로 주시하며, 다들 언급하기 꺼리던 바를 기어이 지적합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선단의 간부들이 레드와 챔버에 대해 논하는 게 붕 뜬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자신들의 역량으론 통제하거나 처리하지도 못할, 즉 언터처블에 가까운 존재란 진실을 알고는 있지만 직시하기 껄끄러웠다는 데서 기인합니다. 이를 있는 대로 받아들이기 두려워서 핀트가 슬쩍 빗나간 소리만 해댔고요. 그리고 선단에서 이런 사실들을 똑바로 주시하고 나서야 협상할 여지가 생기는데, 따지고 보면 레드 입장에선 가르간티아의 주민들이든 해적들이든 잠재적인 적대자들에 불과합니다. 온전히 터놓고 지내긴 힘들지만 그나마 해적들과 달리 나름대로 선을 긋고서 이를 준수하고자 애쓰는 자들은 신뢰하긴 힘들어도 신용할 여지가 있으니 그들과 거래 및 협상을 시도하는 게 타당했죠. 상당히 짜증나는 상황에 처하긴 했으나, 에이미의 부탁에 덥석 낚였던 것도 레드 역시 급한 처지로 내몰렸기에 협상할 방편을 틔우고자 한 데서 비롯된 결과 아니던가요. 그러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대양을 누비는 하류인생들


본편의 두통거리라 할 라케이지 일당이 정식으로 출연한 대목을 보면 똘만이 하나가 홀딱 젖은 채 보고를 올리더군요. 2편에서 레드가 전방위로 빔을 뿌려댈 때 딱 한 놈 바다로 뛰어든 자식이 있었죠. 그게 이놈이려나요? 라케이지의 차림새와 외양을 보면 무슨 ‘원피스’의 보아 핸콕같다는 생각도 들고, 혼자 다른 장르에서 놀다가 출장 온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옛날에 지나 데이비스가 여해적으로 출연한 ‘컷스로트 아일랜드’란 영화도 있었죠. 음. 좌우간 장비고 차림새고 죄다 후줄근한 해적들 중에서도 유난히 튀는데 본인의 미모와 카리스마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일부러 저리 차려입은 것 같아요. 선단의 간부들도 깃발에 바닷가재가 수놓여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대뜸 언급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악명이 높은가 봅니다. 이 깃발이 참 깜찍하던데, 빨간 바닷가재는 바닷가재들 중에선 사실 드물게 잡히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닷가재는 초기 미국 이민자들이 먹을 게 없을 때 잡아먹던 ‘하류음식’으로 악명이 높았죠. 본인이야 자기 패거리들이 이용하는 융보로의 모양을 본 따서 표상으로 삼았겠지만, 레드가 주민들과 좀 더 원만히 지내기 위한 밑밥 노릇을 한 하류인생들한테 어울리는 상징이라 해야 하려나요.

그리고 어느 시대건 조직폭력배들의 논리는 똑같나 봅니다. 깡패들에게 찍히면 박살내든가 박살나야만 일단락된다더니, 힘자랑하며 남들 으르면서 빌어먹고 사는 잡배들은 딴 건 몰라도 한 번 체면 구기면 끝장이기에 자신들을 거스르는 적대자들한테 껌딱지마냥 짜증나게 지분대는 법이죠. 이런 족속들이야 강자들에겐 약하고 약자들에게나 떠세 피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의 당사자가 세계구 두목이란 데 있습니다. 라케이지 입장에서도 그냥 물러섰다간 두목 노릇도 못할 판이라, 되든 안 되든 붙고 봐야만 했죠. 물론 자신이 질 거라곤 생각도 안 했겠지만요.


후반에 벌어진 전투를 복기해보죠. 라케이지 일당을 보면 평소엔 직속 수하라고 할 배들만 몇 대 끌고 다니며, 급수가 처지는 똘만이들은 외따로 떨어져서 활동하다가 본편처럼 대형사고를 칠 때만 호출 받고 날아오는 모양이더군요. 해적들도 작정하고 달려드는 데다 가르간티아도 이에 대비하고 맞서기에 은근슬쩍 사상자들이 속출할 법한 난리통이 벌어지고 말죠. 가르간티아 선단은 이 지경에 이르고도 노골적인 치명타를 가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물론 이때야 윤리적인 문제보단 레드란 존재가 있었기에 어찌 어찌 제압할 수 있는 작전을 짰고, 실제로 달성하기도 했지요. 그래도 전투가 무르익으며 해적들이 기어이 피를 보겠다고 선단을 덮쳤을 때야 더 봐주고 말고 할 형편도 못 되니 대놓고 쏴대거나 치받지만요.

본작의 함선들을 보면 외장이고 내부시설이고 할 것 없이 죄다 녹슬거나 후줄근합니다. 현대에 운용되던 배들도 있거늘 레이더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도 없고, 죄다 수동으로 굴려대죠. 하긴 해저에서 건져낸 물건 중에 그나마 쓸 만한 것들을 닦고 기름칠하고 조여서 쓰는 걸 테니. 이러다 보니 대포와 총화기는 현대와 흡사하면서도 전투방식은 고대나 근세의 해전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야간전투를 치를 땐 등화관제를 실시해야 하기에 가르간티아는 일부러 은하길을 피하며 모든 거주구역의 불을 끕니다. 챔버한테 조명기기를 부착한 이유도 해적단에 대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였겠죠. 레드 일행이 출발하자마자 작업선들도 조명을 황급히 끄는 걸 보세요. 그리고 해적선들 역시 조명을 싹 끄던데, 뭐 대왕님 왈 야음을 틈타 도망치면 필부의 밤도둑질이요 개가를 올리며 떠나야 정복왕의 약탈이라든가요. 으휴. 좌우지간 라케이지 일은 야간전이 자기들 전문분야라고 호언장담하던데, 기실 머릿수만 따져도 가르간티아는 승산이 없었죠. 헌데도 굳이 챔버가 조명장치로 주변의 명암을 반전시키는데, 이는 그가 야간전 자체를 뒤집듯 상황을 반전시키는 주체란 사실을 일찍부터 강조한 겁니다. 가르간티아의 경비선들이 덕분에 손쉽게 포격을 가하긴 했지만, 별반 보탬이 안 된 겐 거식하긴 합니다. 그냥 챔버가 나서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거야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사실이죠. 애처롭더라구요, 진짜. 게다가 기껏 명중시켰더니 해적선이 쬐끔 찌그러들기만 하대요.


결국 챔버는 조명을 떨구자 마자 본격적으로 분탕질을 쳐대는데, 한쪽 손 못 쓰게 된 어느 기사왕 마마처럼 참 힘들게도 싸웁디다. 포탑 혹은 브릿지에 있던 해적들이 도망치는 걸 확인한 다음에야 뽀개자니 참 힘들었을 겁니다.


라케이지 일당은 전투 중에 황당하게도 군바리스런 면모를 자주 내비치곤 합니다. 여왕마마의 노예들이 ‘Aye, Sir!’라고 대답하거나, 전투 중에 셈퍼파이(Semper Fi-충성!!) 그리고 겅호(Gungho)란 구호마저 외치는데, 아니 난데없이 웬 해병대 구호래요? 1화에서 나온 욕설도 그렇고, 역시 양키문명권의 후예들인가 보죠? 왜, ‘Who dares wins’란 구호도 외쳐보시지? 아, 이건 영국 SAS구호였지. 좌우간 얘네들 제 주인이 직접 나서려 하자 마자 표정도 싹 갈아치우던데, 노예로 위장한 종자들 내지는 직속부대원들이려나요? 하긴 그리스 로마 혹은 중세 아랍에선 노예들도 급수가 있었으니 뭐. 왕조 만든 맘루크들도 있고요.


그리고 이 해적들은 그냥 깡패들처럼 막나가는 듯이 보여도 군인들이나 알 법한 전술교리를 구사하더군요. 자신의 배를 비롯한 함대를 내세워 일부러 적군의 집중공격을 유도하는 한편, 해병이 한가득 탄 상륙정마냥 잠수함에 융보로들을 꽉 채워서 경비함대가 아니라 선단 자체를 은밀하게 들이치더라고요. 애초에 대규모함대끼리 전투를 벌이는 판이라 기습을 가하기 힘드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친 게죠. 물론 더 중요한 이유는 레드 일행의 공격에 대비한 방편들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챔버의 공격에 대해서 일단 보고를 받았던지라 실질적인 공격을 가할 전력을 온전히 유지시킨 채 적군을 들이치게끔 잠수돌격을 가한 거죠. 당초 보고를 받았을 때는 대수롭잖게 넘기는 듯했으나, 그녀 나름대로 대책을 철저히 세웠나 봅니다. 말미에 레드가 달라붙었을 때 두 노예들과 팀플레이를 펼쳐 낚시를 시도하려 들었던 것도 난데없이 나타난 강적을 몰아붙이고자 미리 꿍쳐둔 대비책이었겠죠. 그러니 저렇게 척척 진행했죠.


라케이지의 기체는 새빨간 색상에 걸맞게 여타 기체들하곤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파도를 타면서 경쾌하게 돌진합니다(부하들의 기체와 달리 상아 아가리 마크가 달려있는 건 덤이고요.). 저놈의 가재 로봇이 말 그대로 파도타기를 시전하니 좀 어이가 없더군요. 게다가 왜 그녀의 해적선만 딸랑이가 두 개나 달려있었나 싶더니 이것들도 고속정이더라고요. 여왕마마께선 결정타를 가할 타이밍도 기차게 포착하더군요. 선단의 전력이 똘만이들 상대하느라 딴 데 몰려가있는 걸 틈타 텅텅 빈 사령부를 유유히 덮치던데, 대해적이란 별호에 어울리게 두 세수를 앞서 짚어보며 전쟁을 치르더란 말이죠. 게다가 라케이지는 자신한테 달라붙은 레드 일행을 떨어뜨리나 싶더니 오히려 집게로 굳건히 달라붙으며, 그녀의 노예들도 디지털 기기나 야간 암시경도 없으면서 포경포를 쏴 저토록 멀리 있는 가재 로봇의 팔과 꼬랑지를 정확히 휘감는 조준능력을 과시합니다. 적들은 능력을 온전히 발휘 못하게, 그리고 자신의 능력은 최대한 발휘하게끔 밑밥을 까는 건 전술의 기본이며 라케이지는 이렇듯 타당한 병법에 따라 레드를 자신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공간으로 끌고 가려 했습니다만…. 그녀는 레드 일행이 적이라기보단 그냥 스콜이나 돌풍과도 같은 천재지변이란 진실을 미처 몰랐죠.


챔버의 중력장 기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더군요. 2화 후반부에서도 바다에서 떠오를 때 바닷물이 확 튀겨 올랐는데, 3화 후반에선 실로 가공할 만한 마력을 피로합니다. 부록인 고속정들까지 한꺼번에 끌고 올라가는 게 황당하던데, 레드 일행은 그저 라케이지 일당만 제압하려고 고도를 높인 게 아녜요. 전투를 벌이는 당사자들에게 상황의 변화를 확실히 인식시키고자 했던 거죠. 이로 인해 경비원들과 해적들이 잠시나마 전투를 멈추고 올려다봤고, 해적여왕 나리를 저 멀리 날리니 똘만이들도 잽싸게 튈 수밖에요. 워낙 급하게 튀는 바람에 잠수함 위에 바리바리 달라붙은 게 처량하더군요.

솔직히 챔버가 자이언트 스윙을 구사하는 장면은 어이가 없더라고요. 라케이지 일당이 무슨 옛날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개그 악역들인가 시기도 했고요. 압력을 끝내 못 배겨내고 눈 까뒤집은 채 졸도하는 게 참…. 챔버가 항복을 담담히 권하며 고문을 가하다시피 하던데, 왠지 다른 억하심정이 있어서 저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안 그래도 빡센 제한조건 달린 채 지시사항을 실천하자니 울화가 쌓이고 있었는데, 마침 잘 걸렸다! …왠지 레드 일행이 이렇게 외치는 마음속 절규가 들린 것도 같아서요. 으휴.


 

위선 아니면 생존수칙?

 

본편이 방송되고 나서 가르간티아 선단과 레드 일행의 관점이 다른 데서 비롯된 갈등에 대해 생각보다 가열찬 갑론을박이 오고갔던 모양이더군요. ‘북두의 권’마냥 포스트 아포칼립스 월드나 다름없는 동네인 줄 알았더니 정작 저 놈의 선단 주민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웃기는 짬뽕같고, 레드 일행이 기껏 도와줬더니 고마워하는 인간들도 거의 없으며 참 뻔뻔한 궤변만 늘어놓고 되도 않는 작전을 강조한다는 식으로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처음에 선단의 후속조치들을 봤을 땐 이왕 이리 된 거 해적들을 싹 쓸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것들 안 죽이고 넘어가봤자 미국만화 빌런들마냥 체면 돌이키겠답시고 끊임없이 직접거릴 게 뻔하기도 하고요. 사실 현대전의 실상과 기계적인 전투방식에 익숙해진 시청자들 입장에서야 여차저차 전투가 확대된 마당이니 살려두기엔 쌀이 아까운 잡것들이 다시는 선단을 해꼬지 못하도록 박멸하는 게 낫잖냐고 생각할 만하죠. 좀 비정한 관점이긴 하지만, 레드 일행의 심정에 동조할 만도 했고요. 자신들한테 위해를 가하려던 해적들을 기껏 도와줬더니 왜 죽였냐고 왈왈대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저 해적들을 진압하기만 바랬던 에이미를 비롯한 가르간티아의 주민들이 레드 일행에 대해 슬쩍 잘못 짚어내고 있었듯 시청자들과 레드도 이 워터월드에 대해 오판했던 게 엇갈림의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이들이 겪는 해적질 그리고 전쟁이나 호신에 대한 개념이 현대와 유사할 거란 생각은 속단에 불과하니까요. 뭐, 먼 옛날엔 소수민족들끼리 전투 혹은 투쟁을 다른 공동체와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과격한 경쟁행위나 일종의 요식행위에 가까운 관례전쟁으로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레드는 이런 판놀음에 끼어들어 오버했던 셈이고요.


솔직히 레드 일행의 관점에서 보면 선단 윗 것들의 논의가 꽤나 빡치는 내용이긴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레드도 그닥 큰소리칠 입장은 못 됩니다. 일단 레드가 나서게끔 만든 요청은 어디까지나 에이미의 독단이 빚어낸 결과였을 따름이지, 여타 주민들 입장에선 왜 괜히 깽판쳐서 상황을 갑절로 꼬아놨냐는 생각만 들었을 테니까요. 사실 해적들과 투닥이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닐 테고, 저 말종들도 온갖 난장판은 다 까도 대놓고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는 철칙은 나름 준수하는 척을 했겠죠. 약탈할 때도 경비대는 실컷 공격했지만 작업자들을 잡고서 살육잔치를 벌이는 식의 만행을 저지르진 않았고요. 이들이 뭐 도덕군자라서 그런 건 아니고, 나름 자기 보신을 한 것에 불과하지만요. 지나치게 몰아붙이면 쥐새끼한테 물려서 파상풍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 좋을 게 없고, 약탈하는 족족 피약탈대상들을 깡그리 죽여 댔다간 앞으로 또 어디 가서 삥 뜯겠습니까? 호구들이 또 새 물자를 발굴하면 뜯어내는 식의 구조를 유지하는 게 차라리 낫죠. 현대 사회의 조폭들처럼 착취대상들이 예뻐서 그런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씩 갉아먹어야 보다 오래도록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나름 명심하고 사는 게죠. 다만 베로스가 튕기는 척하자마 저지른 짓거리를 보면 죽이지만 않으면 뭘 하든 땡이라는 식의 고약한 관념도 지녔다고 봐야겠죠. 말인즉슨 미필적 고의로 인한 ‘부수적 피해(…허.)’를 넘어설 만큼 지나친 살육을 감행해선 안 된다는 식의 교전수칙 혹은 암묵적인 규율을 어기면 해적들도 좋을 게 없다는 겁니다. 인력이 절실한 시대이기도 하고요.


에이미가 잘못한 게 있다면 레드와 챔버가 강대한 힘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자신과 피니온을 비롯한 선원들을 섣불리 해치려 들지 않았다는 것만 염두에 두고선 자신들이 그렇듯 해적들을 적당히 손봐주기만 할 거라 속단한 데 있죠. 레드 또한 선의보단 추후에 벌어질 협상을 위한 밑천을 확보하려 나선 데 불과했고요. 레드는 그저 자신의 생존과 이권만 따져서 행동했을 따름이며, 지극히 합리적으로 행동했다고 믿었지만 기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는 진리. 에이미가 도와달라는 선이 얼마나 되는지, 현지인들의 관념과 교전수칙이 어찌되는지 미리 물어보거나 따져보지도 않은 채 냉큼 받잡고선 자기가 살던 데서 해먹은 방식을 고스란히 적용하려 들었잖아요.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이를 사전에 좁히고자 한 소통의 부재가 가래로 막을 걸 포크레인 동원해야 하는 난장판으로 확장시킨 거죠. 결국 기회다 싶어 옳다구나 낚인 레드의 책임도 만만찮았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막판에 이르러 더 이상 총을 겨누지도 않고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는 주민들의 양태나 살생이 금기라더니 피니온이 툭하면 레드를 익사시키자고 짖어대던 걸 돌이켜보니 장난하냐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놈의 선단이 전쟁에 직면하고도 안이한 규범만 내세우는데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레드 일행에 대해 흰소리만 거듭한다고 욕을 푸짐하게 먹었죠. 하지만 가르간티아 입장에선 레드 일행은 이해할래야 이해하기 힘든 외계인에 불과하며, 오히려 해적들보다 더 껄끄러운 존재에 불과합니다. 자신들에게 전적으로 협조할지도 확신하기 힘들며, 설령 협상을 한들 저토록 강대한 무력을 바탕으로 또 무슨 요구를 하려들지 모르잖습니까? 협약을 맺어봐야 한들 이를 똑바로 준수할지도 불확실하고요. 신용할 건덕지가 없단 말이죠. 레드야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다시피 하지만 선단은 그렇질 못하니 저토록 꿈지럭댈 수밖에요.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인명중시론이 과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걸까요? 레드가 에이미나 베로스가 제공한 먹거리들에 대해 대응하는 양상이나 베로스의 말을 듣고 건넨 반박을 들어보면 동맹의 시민들은 산 생명체를 직접 잡고 요리하는 게 아니라 영양소를 합성한 식품만 먹고 사는 듯하더군요. 우주를 오래도록 방랑해야 했으니 이해는 가지만, 이런 식생활이 오랜 세월에 거쳐 일종의 가치관도 형성했다고 봐야 합니다. 레드와 챔버가 생선회와 갈매기 고기를 보고서 생물의 사체라고만 단정 지으며 유난을 떠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레드가 소속된 아발론이 각박한 환경으로 인해 군국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생명체를 직접 섭취하는 행위를 터부시하는 관념을 형성됐듯, 가르간티아의 교전수칙과 도덕률 역시 거대한 국가적 시스템이 사라졌기에 오히려 필수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중의 가르간티아를 보면 수많은 배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섬을 형성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필요에 따라 이 배들을 분리시키지만, 크기만 따질 경우 작은 섬에 필적하더라고요. 육지도 없는 세상에서 이토록 거대한 터전과 공동체를 형성한 바탕은 바로 이들이 준수하고자 애쓰는 규범에서 기인했을 겁니다. 에이미의 삶을 보면 재화시장을 비롯한 사회생활이 원만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세상에서 저만한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것만 해도 놀랄 노자죠.


문제는 이런 규범을 준수하고자 애쓰는 건 좋은데, 어느 시점에선 필요성보단 관성 혹은 습관 같은 심리적 요인 때문에 온갖 불의의 사태에 몽땅 적용하려 드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거든요. 상황이란 게 천차만별로 다른 법인데도 말입니다. 살기 위해서 규칙을 만들어놓고선 규칙을 지켜내고자 살아가는 식의 주객전도랄까요. 인간의 잘못 혹은 오류는 뜻밖에도 이런 관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단 말입니다. 레드와 챔버는 선단 사람들의 이런 경향이 도통 이해가 안 갔던 거고요. 가르간티아의 주민들이든 레드 일행이든 각자가 터부시하는 개념 혹은 준수하고자 애쓰는 선은 기실 일종의 제반상황과 필요성이 맞물려서 생긴 개념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 지켜도 되거나 혹은 지켰다간 개피 볼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집착하는 식의 철칙으로 전도될 여지가 있는 게죠.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해적들을 대놓고 학살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제 아무리 해적이라 한들 압도적인 무력을 통해 몰살시켰다간 향후 다른 선단들이 가르간티아를 어찌 보겠습니까? 물물교환을 비롯한 각종 교류가 한층 힘들어지거나 번거로워질 공산이 크죠. 그렇다고 이걸 개선하겠다며 또 무력시위를 하는 식의 편법을 동원했다간… 악순환만 반복될 따름이죠. 지구의 판도 혹은 규범 자체를 뒤집을 게 아니라면 원칙을 그럭저럭 준수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봐야 합니다. 더욱이 한 번 원칙을 뒤틀고 철권을 휘두르며 피맛을 보는데 익숙해지면 설혹 당대의 적을 섬멸하고 난들 똑같은 수단을 구사하고자 하는 충동에 시달리게 되기 마련이죠. 국가조직에 준하는 단체라면 더욱 그렇고요. 적을 찍어내고 나면 남아도는 힘으로 새로운 공격대상을 찾거나 없으면 만드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종류의 힘과 충동은 곧잘 외부보단 내부로 향하곤 합니다. 외부인들만이 아니라 내부의 구성원이 반발할 때조차 타협과 설득보단 다방면의 폭력을 통해 분쇄하려는 습관이 들어 밑도 끝도 없이 진통에 시달리는 과정은 현대인들에게도 낯익은 광경이 아닌가요. 이렇듯 공동체를 유지시키던 기존의 원칙이 변질되고 나아가 물갈이 되는 과정은 집단의 속성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칫 자멸하는 결과도 낳을 수 있습니다. 선단의 보수적인 윗전들은 이를 나름 체득하고 있기에 지나칠 만큼 신중하게 굴었던 것 같아요. 당장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년후 10년후도 내다봐야 했거든요.

하지만 리짓의 말과 대처방식에서 보듯 엄연한 현실을 끝까지 모른 척 할 순 없는 법입니다. 레드 일행이 제어할 수도 처리할 수도 없는 대상이란 걸 인정하고서 그나마 당장 형성할 수 있는 최선의 관계를 추구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며 타협해야만 했으니까요.

 

 

닫으며

 

라케이지는 얄궂게도 레드와 가르간티아를 살짝 뒤틀어서 되비춘 구석을 지녔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며 다방면에서 자신을 보조하는 수하들과 함께 군인같은 전투양상을 선보이고, 그녀 또한 나름대로 튀는 성능을 지닌 기체를 굴려서 적군과 아군에 대한 우위를 점하거든요.


흔한 이계진입물의 법칙대로 혹은 양놈들의 고전 SF활극처럼 레드가 우월한 힘을 바탕으로 가르간티아같은 선단 하나를 제압한 후 왕놀음을 했다면 저런 존재가 됐겠죠. 본작의 레드가 시종 협상을 거듭하는 국면은 나름 현실적인 이유에 기반했지만, 이런 이계진입물들에 대한 안티테제이기도 한 게 아닐까요. 이 친구는 상황을 매듭짓고 나서도 여전히 크레인 위에서만 죽치더군요. 이런 면모는 나름 장점이라 봐야 할지도 몰라요. 자신들을 경원시하긴 해도 협상할 자들의 심기를 되도록 안 건드리려 하니까요.


사건이 일단락된 후, 주민들이 새삼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참 두껍기도 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감사 인사야말로 에이미에 이어 매개자 노릇을 한 베로스가 사태를 타파한 본편의 키워드였죠. 베로스는 이 동네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일 소형 무선통신기를 건네던데, 그나마 이 여자도 간부인 덕분에 입수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레드는 그녀가 떠난 직후 통신기와 고기를 연달아 돌아보던데, 둘 다 가르간티아에서 쉽게 구하진 못할 귀중품들이겠죠. 베로스야 이를 굳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여자가 1화와 2화에서 구두쇠 소리를 들을 만큼 돈과 사업에 깐깐하게 굴던 걸 상기해보세요. 그녀가 레드한테 감사하는 마음과 협조를 구하는 심경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죠.


신기한 말이라. 레드는 두 처자한테 감사하단 말을 듣고 나서 상황을 달리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말미에 그가 취할 행동에 대한 복선이이었죠. 그에게 가르간티아는 어쩌다 잠시 들르는 객지에 불과하며, 의무와 고향도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에이미의 말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그녀가 고맙다고 말한 순간부터 이질적인 기분에 잠겨들죠.


레드는 ‘고맙다’란 말부터 배워가며 병기의 부속품에서 인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음. 당연하다면 당연한 행위지만 예의란 게 자신과 상대방의 괴리를 메우기 위한 최소한의 매개수단이죠. 레드의 고향에 대해 추측해보건대, 만사를 논리적으로만 판단해가던 통제사회에선 굳이 서로에게 감사인사를 할 기회도 극히 적었을 겁니다. 이타적인 행위조차 그저 자기 자신과 서로에게, 나아가 공동체에 있어 보다 긍정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며 논리적으로 당연히 취해야 할 행동이기에 이에 대해 굳이 감상적으로 평가할 필요도 없었겠죠. 하지만 당연한 행위란 게 생각만큼 당연하게 실천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인간의 말과 행동은 단순한 맥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예의범절 혹은 성의를 전하는 행위는 이렇듯 모종의 언행에 담긴 복합적인 뜻과 배경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법이니까요.

본편에서 마음에 드는 요소 중 하나가 뭔고 하면 베로스와 만날 때 에이미가 막 말을 걸자마자 레드의 코앞에 실시간 자막(…음.)이 슬쩍 뜨며, 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는 대목이었습니다. 레드는 소통의 문제 때문에 늘 상대방과 자막을 동시에 봐야 하죠. 그런데 말미엔 상대방만 똑바로 보며 직접 감사 인사를 하니, 이는 딴에 마음을 다해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는 증거라 봐야겠죠. 하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레드는 에이미한테만은 마땅히 감사해야만 할 테죠. 레드 자신이야 아직 모르지만 이토록 괴리된 환경에서 자신을 그나마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던 동시에 다른 이들을 설득하던 중개자니까요. 그것도 이해타산이 아니라 순수한 선의에서요. 레드는 아직 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본작에서 처음으로 감사를 표한 가르간티아의 구성원이 에이미란 점이 알싸하단 말이죠. 레드는 앞으로도 생존을 위한 행위만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행동과 마음가짐을 조금씩 깨우쳐가야 하니까요.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그 첫걸음을 보여주고요.



그리고…


라케이지. 성우분이 ‘건담OO’의 거지공주와 ‘Fate/Zero’의 마이야를 연기하신 분인데, 생경한 연기를 선보이셔서 놀랐습니다. 해적여왕과 노예들의 관계는 키리츠구와 마이야의 관계와 흡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락만이 아니라 다방면의 실무를 보조하게끔 훈련시긴 도구들이 아닐까 싶네요. 키리츠구와 마이야처럼요.


피니온. 드디어 챔버의 내부를 엿볼 기회가 생겼다 싶어 아이캣치 끝나자마자 객기를 부리다가 날벼락을 맞던데, 저 전기쇼크장치는 단순히 호신용이 아닐걸요? 레드가 어쩌다 정신을 놓으면 득달같이 깨우기 위한 장치가 아닐지?

챔버. 이놈의 동네가 죄다 아날로그 기기만 굴리는지라 해킹해서 도청하는 식의 꼼수를 부리긴 힘든 모양입니다.


리짓. 레드를 보고 그 얘라 부르네요. 딴 사람들은 몰라도 리짓은 레드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약간이나마 신뢰감을 품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도 대표를 보좌했던 모양인데, 어쩌면 대표가 앞서 후계자로 점찍었던 인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표가 리짓에게 레드 일행에 대한 사안을 전적으로 일임한 이유는 이런 점들과 더불어 그녀야말로 자신의 후임자로 어울린다고 봤기 때문이겠죠. 즉 그녀의 자질을 가다듬고 관리능력을 좀 더 분명하게 키워줄 과제를 부여한 게죠.

대표. 베로스가 무전기를 건네줄 때 리짓한테 대신 대답하라 시키는 것도 그렇고, 관리를 일임하는 게 레드와 직접 말을 섞는 걸 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인상을 주더군요. 이거 혹시?


고기. 가축을 기르기 힘드니 생선 아니면 갈매기같은 날짐승 고기가 그나마 만만한 육류라 할 수 있겠죠. …인도인들이 적응하기 편한 동네려나요?


사람 잡는 걸 엄금하는 세상이라. 음. 이거 각본가 양반이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전 작품들로 인해 편견을 가진 시청자들을 디스하려고 설정한 배경은 아니겠죠? 그러고 보니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는 것부터 시작해 인간성을 배워나간 군용기계가 있었죠. 음. 챔버와 레드는 긍정한다는 식의 답변을 왕왕하는데, 이거 영어로 ‘포지티브(Positive)’라고 대답하는 거 아닙니까? 전직 주지사양반께서 연기하신 안드로이드는 포지티브나 네가티브라고 짧게 대답할 때가 많던데, 중간에 빨간 스캐닝 마크로 사상자가 생겼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그 안드로이드가 2편에서 과시한 불살행에 대한 오마쥬같더라고요.

 

우리 미래전사께서 또 어떤 골치에 시달리지 기대하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Grenadier 2013/04/27 09:58 # 답글

    진짜 이번 3화때문에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 논쟁이더군요. 솔직히 저는 ‘이 논쟁도 발브레이브 하는 금요일 되면 그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워낙 개연성이 부족하다보니 시드처럼 말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특히 이번에 방영한 3화는 제가 봐도 문제점 많았습니다)....아직도 가르간티아3화 가지고 논쟁....
  • zemonan 2013/04/29 03:42 #

    거 참 이번 시즌 메카물들은 왜 이리 뒷말이 많은 걸까요? 가르간티아 제작진이 발브레이브에 대해 뭐라뭐라했다던데... 설마 노이즈 마케팅하는 건 아니겠죠?
  • 구라펭귄 2013/04/27 10:03 # 답글

    안타까운건 2쿨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램인데, 바로 전작처럼 되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ㅠㅠ
  • zemonan 2013/04/29 03:43 #

    유감이지 뭡니까...
  • FREEBird 2013/04/27 10:12 # 답글

    음... 해외판매를 전제로 하고 만들고 있는것 아닐려나요? 미국인들은 해병대식 용어들이나 홀리 쉿같은거 들으면 뒤집어질 듯 한데..
  • zemonan 2013/04/29 03:43 #

    확실히 서양쪽에서 먹혀들 만한 구석이 많긴 하네요. 요새 일본 애니도 국내수요층만 공략해선 수익을 제대로 못 거두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고요.
  • youemoon 2013/04/27 11:54 # 삭제 답글

    이번화는 개연성을 아주 그냥 밥말아먹었음.
    해적이 이번에 처음오는것도 아니었을테고.. 오면 매번 그때마다 전투를 했을텐데..
    2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적은 카이트로 미사일을날려 호위함을 날려버렸습니다.. 밖에서 응전하던 사람은 물에 빠져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안에있던 배의 조종사는 분명 100%즉사입니다.
    해적은 죽일기세로 오는데 가르간티아쪽은 해적쪽의 사상자가 안나기를 기도하면서 총쏘며 전투를 하고있습니다.. ㅡㅡ;; 이해가 안가는데?
  • 한뫼 2013/04/27 12:14 #

    동의합니다.
  • WeissBlut 2013/04/27 14:20 #

    해적이 그정도까지 몰려온건 바로 직전 전투에서 해적쪽 사상자가 나왔기 때문이지 기존에는 그정도 대규모 선단이 안 왔다는건 작중 대사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개연성을 밥말아먹긴 뭘 밥말아먹습니까. 제대로 안봤다는것만 인증하고 있구만.
  • youemoon 2013/04/27 17:40 # 삭제

    WeissBlut님 그러니까 해적쪽에 사상자가 생기면 그렇게 몰려올걸 알면서도 가르간티아쪽에선 총을쏘며 응전했잖습니까.. ㅡㅡ;; 여기서 베로즈가 한 설명과 가르간티아의 현실이 전혀 안맞기때문에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하는겁니다.
  • 에뎀 2013/04/27 19:25 #

    레드의 무력이 워낙 특수하고 이질적이라 그렇습니다.

    베로즈의 설명은 가르간티아 쪽에서는 사실 그다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다들 대충 알고 있겠지만, 현실적이지가 않죠. 가르간티아의 무력으로는 해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없으니까요.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도덕 수준의 이야기고 막상 전투에서 그런 거 생각하는 사람은 전투 후의 지도층 정도뿐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가혹한 상황에서 사람 몇 명 죽는 건 사실 일상다반사일 거고 그건 해적이나 가르간티아나 비슷한 인식일 겁니다.

    다만 레드의 무력은 사람 한둘 죽고 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 친구의 무력은 사상자 수준이 아니라 모조리 사망자로 만듭니다.
    이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겪은 베로즈는 여실히 실감했을 테고, 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 타이라 2013/04/27 20:07 # 삭제

    에뎀님 그러면 작중 초반엔 레드의 무력을 실감한게 베로즈 뿐이라는 말인데.. 어떻게 리지트가 우릴 전멸시킬수 있지 않냐라고 물어볼수 있는건가요?

    참고로 리지트는 3화 초반에 레드를 빨리 추방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는 리지트가 레드의 무력을 모르고있다가(알고있다면 추방을 주장 못합니다)

    갑자기 아무런 전조없이 레드의 무력을 알아채는건 전개상 이상하지 않나요??
  • zemonan 2013/04/29 03:47 #

    베로스의 말은 결국 규범의 바탕이 되는 원론이란 말씀을 듣고 보니 납득이 갑니다. 레드는 이 세계에선 그토록 기본적이고 간단한 상식ㅡ그래서 오히려 지키기 힘들지만 준수하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상식말입니다ㅡ조차 몰랐으니까요.
    리짓은 직접 쌍안경으로 관측을 하고 있었죠. 음...
  • 무지개빛 미카 2013/04/27 15:30 # 답글

    좀 길게 잡고 만들어야 재대로 만들꺼 같은데 이거 1쿨에 끝날것이 뻔해서 되려 걱정되네요.
  • zemonan 2013/04/29 03:47 #

    질질 끄는 것보다 나을지도 몰라요. 시청자들 반응 괜찮으면 후속작 만들어도 괜찮고요.
  • 빨강마녀 2013/04/28 13:43 # 삭제 답글

    3화를 봤지만 , 전 아직도 왜 이번화가 논란이 되는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적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는냐는 레드의 말에 베로즈가 어떤식으로 답하는게 정답일까요? 베로즈는 도덕적인 대답을 직구로 던졌습니다. 수많은 전쟁이 있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고 있죠. 수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교전시 발생하는 인질에 대해서도 그에 따른 국제법이 있죠. 전쟁에서 죽음은 불가피하지만, 최소한의 사망자를 내고자 합니다.왤까요? 대량 살상은 인류의 자멸을 가져온다는걸 알기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도덕적 가이드라인 필요한거구요. 전쟁으로사람이 죽는건 불가피하지만, 그 죽음을 최소화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봅니다.
    베로즈의 말과 가르간티아의 행동사이에 대해서도 모순, 그리고 지도부의행동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지만, 제 생각에는 현실적인 고민이고 행동들이였다고 봅니다.
    취성의 가르간티아라는 작품이 방여되지전 저의 첫인상은 그냥 소년이 소녀를 만나서 변화하는 동화같으면서도 판타스틱한 SF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화 처음 전투씬부터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그림체만으로 판단할만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우로부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모습과 달리 저는 사이코패스라는 물건이 오버랩되면서 취성또한 IG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작품이 될것 같은 예감입니다.
  • zemonan 2013/04/29 03:50 #

    우로부치 대인이야 제작진이 원하는 각본을 열심히 써주는 게 다인걸요. 아무리 영향력이 강하다 한들 IG 윗전만 하겠습니까... 이 동네 작품들은 유난히도 원칙과 현실, 속물근성의 충돌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spawn 2013/04/28 18:43 # 삭제 답글

    차라리 혁명기 발브레이브나 페이트제로처럼 분할제로 나가야 할겄 같은데
    리뷰 잘 봤습니다.
  • zemonan 2013/04/29 03:50 #

    두고 봐야죠. 세계관만 놓고 보면 1기로 끝내긴 좀 아쉽긴 하네요.
  • DarkSide 2013/04/28 21:16 # 삭제 답글

    3화가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줄은 몰랐는데 넷상에서는 엄청 파이어되었더군요 ;;
    일단 1,2,3화까지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만, 우로부치 겐 대인께서 언제 뒤통수를 칠 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은 어느 정도 유지하려고 합니다 ....

    리뷰 잘 감상했습니다. 항상 고 퀄리티의 리뷰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zemonan 2013/04/29 03:52 #

    저도 좀 놀랐어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우로부치 대인 하면 생각나는 전개방식에 치를 떨면서도 본작은 뜻밖의 면모를 내비췄기에 당혹스러워하셨던 것 같습니다.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면 저도 기쁠 따름입니다.
  • 이름없는괴물 2013/04/29 06:45 # 삭제 답글

    이번 편의 진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라케이지의 설정상 나이가 19세라는게 참 황당하더군요.
    적게 잡아도 24~25세 쯤은 될 줄 알았는데...;;;
    첨엔 상업적인 이유(어, 어흠!!)로 나이를 어리게 한 건가 싶었는데 현세의 북두월드(...) 소말리아의 평균수명(약 48~49세. 참고로 아프리카 평균은 약 58세)과 그 지옥에서 대활약하는 소년병들을 감안해볼 때 나름 일리있는 설정이란 생각도 들더군요.
    과연 어느쪽이려나 ㅡ.ㅡ;;;
  • zemonan 2013/05/04 08:54 #

    이런 맙소사... 화장빨인 건지, 고생을 많이 해서 팍 삭은 건지 모르겠지만 기가 차네요. 이 아낙도 어쩌면 이른 나이에 두목자리와 별명을 상속받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렘가 갱단 두목들 중에도 스물남짓한 아그들이 많고, '트로픽 선더'의 꼬맹이 대빵처럼 어른스럽게 보이려 의상과 화장을 저리 꾸몄을지도 모릅니다.
    디자이너 양반 덕분에 좀 불순한 방면으로 상상이 실리네요. 히히.
  • 아스테릭스 2013/05/15 00:28 # 답글

    문제의 3화 때문에 공식 트위터에서 해명글이 나왔더군요.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B7%A8%EC%84%B1%EC%9D%98%20%EA%B0%80%EB%A5%B4%EA%B0%84%ED%8B%B0%EC%95%84#s-10
    http://rigvedawiki.net/r1/pds/Gargantia456456.jpg

    위의 링크글 번역을 보면 해적들은 위협을 가해도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불필요한 사상자를 내지 않으며 선단 측도 선단의 일원을 건드리면 안된다는 방침을 세운다고 하네요.

    http://rigvedawiki.net/r1/wiki.php/%EB%A0%88%EB%8F%84
    그리고 주인공 이름은 레드(Red)가 아니라 레도(Ledo)라고 합니다.(http://gargantia.jp/db/content/images/005.png)
  • zemonan 2013/05/16 05:58 #

    깡패들도 나름 선이란 게 있긴 하네요.
    자료를 제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레도라고 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비둘기 2013/05/17 16:45 # 삭제 답글

    선단의 저항이 거세면 해적이 물러나고 아니면 약탈을 성공하든가 하는 상황 속에서 미지의 강력한 힘으로 균형이 무너진 상태가 됐고 선단원이 레드를 질책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도움을 요청했던 당사자가 돌아오니 "바보"라며 츤츤거리며 토라지거나 도움을 받았던 당사자는 보자마자 "왜 죽였어?" 이러니 레드에 이입했던 시청자들이 좀 의아했을 거라 봅니다. 힘을 사용 정도를 묻지 않은 레드의 잘못을 지적하셨지만 에이미 또한 아무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죠. 차라리 에이미는 바보라는 대사 없이 놀라서 도망치거나 베로즈도 고맙다는 말이 후미가 아닌 처음부터 나와서 생명 중시를 훈계했으면 분란이 적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작진이 해명할 만큼 말이 많았단 것도 이번화 연출의 해석이 분분하단 반증이겠죠.
  • zemonan 2013/05/18 20:50 #

    이놈의 작품은 양측의 시점을 시청자들에게 번갈아 이입시키곤 하는데, 레도가 전투를 막 마친 상황에선 이 친구의 관점에서 전투결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우리 세상의 소말리아 해적같은 사례를 감안하면 선단보단 레도의 방식이 좀 더 현대전의 개념에 부합되기도 하고요.
    선단의 기준을 2화에서 미리 제시하는 식의 조치를 취했으면 논란이 좀 적었을 듯도 합니다. 그만큼 본작에 대한 기대가 적잖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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