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기행 보고서 오만잡상

인도에 갔다 왔습니다. 아는 분들께 묻어갔다 온 여행길이었는데, 몇 년 전 여행과 달리 인도 남부 즉 힌두교와 타밀어가 주류라 할 지역을 둘러봤죠. 아리안 계열 그리고 회교도가 많은 북부의 역사지와 달리 경치구경과 근현대 관련 시설을 많이 봤답니다. 


여행의 시작과 끝은 뭄바이에서 치렀습니다. 인도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라 자칭할 만한 곳인데, 몇 년 전 테러사건 때문에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했죠. 덕분에 고급호텔과 관광시설이 참 삼엄하더군요. 여느 나라와 달리 빈민가와 대형빌딩이 오밀조밀하게 섞여있고, 정부에서도 이를 정리하려다가 몇 번이고 좌초됐다고 합니다. 인도 특유의 투박한 거리라 할 수 있겠죠. 다큐에도 나왔던 뭄바이 빨래촌과 증권거래소가 혼재된 모양새가 참….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 이 도시라던데, 제작진이 고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간디기념관을 돌아보면서 이 분이 왜 인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지 새삼 깨닫기도 했고, 프랑스 수상인지 총리인지 하는 양반이 방문해서 유명한 타지마할 호텔에 묶는 바람에 인도문 근처의 교통이 통제되고 프랑스 리포터가 촬영하는 광경을 목도하기도 했죠.


케랄라 수로에서 배타고 이동할 때는 모자 안 챙긴 바람에 후회막급이었죠. 날씨 자체가 더운 건 둘째 치고 강렬한 햇살을 막을 방도가 없어 눈을 온전히 뜨기도 힘들더군요. 덕분에 괜찮은 경치를 온전히 즐기질 못했답니다.


신화의 영웅인 아르주나의 유적지라 할 판차라타 유적은 여러모로 이채롭고도 놀라운 곳이었는데, 때마침 현지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난리도 아니었죠. 촬영을 하려들자 이녀석들이 제각각 유적 앞에서 폼을 잡는데, 개중엔 ‘8마일’의 그 유명한 폼을 잡는 얘도 있어 기가 막혔더랬습니다. 허 참.


그리고 이번 여행의 포인트였던 와르깔라와 꼬발람. 가이드의 말을 듣자하니 아직 동아시아 관광객들한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유럽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라 하더군요. 그런데도 입소문을 듣고 온 한국 관광객들과 만나기도 했죠. 해변가의 몇 몇 식당에선 즉석에서 잡은 물고기 갖고 회를 치기도 하던데, 회칼을 잡은 양반이 아무리 봐도 인도인이라기보단 동아시아 사람같더라고요. 흠, 스카웃된 전문가려나요?


사랑하는 이들이 다 떠나고 이제 난 혼자예요. 그리고 난 여전히 석양을 보러 내려오지. 거의 매일 밤이 죽여주게 아름답다오. 그리고 매일 밤이 달라. 그리고 난 생각하지. ‘모든 걸 감안할 때 난 욕나오는 인생을 살았다, 공평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한 사람 모두가 죽었고 내 다리는 언제나 죽도록 쑤시다…. 그렇지만 저런 석양을, 그것도 매일 밤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신이라면…. 정말이지 그런 늙다리 양반은 존경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From 샌드맨

이 두 곳은 다른 건 몰라도 노을과 새벽이 정말…. 술맛 나는 곳이더군요. 인도 법규상 술병을 가리고 마셔야한다는 게 좀 머쓱하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어떤 특정한 믿음에 긍정적이진 않습니다만,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면 신앙을 품은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곤 합니다. 한 일주일쯤 머무르지 못한 게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인도 남부는 북부와는 또 달리 여러모로 이채로운 곳이었습니다. 북부에 비해 소도 별로 없고, 회교보단 카톨릭 관련 시설들이 많은 거 하며 공산주의 정치 파벌들이 곳곳에서 대놓고 활동하는 걸 보니 딴 나라 온 게 맞지 싶더라고요. 가이드 선생의 말씀에 따르면 남부사람들은 북부사람들에 비해 잔머리를 덜 굴리는 편이라 정치적인 걸림돌도 적어 IT관련 기업들의 본사가 많다고 하더군요. 흠.

땅덩어리 넓고, 민족과 종교도 넘쳐나다 보니 북부와 같은 나라에 속해있긴 한 건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지만, 이토록 독특한 나라는 정말 드물죠. 졸필로 느낀 바를 온전히 풀어헤치지 못해 죄송할 지경입니다. 한 번쯤 주유하시길 진심으로 권하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P.S. 최근 인도 영화들을 보다가 액션씬에서 걸핏하면 주인공들이 점프해 손바닥으로 적을 화끈하게 후려갈기는 동작이 종종 나온다는 걸 알게 됐죠. ‘로봇’이라든가 ‘싱감’에서도 참 엽기발랄하게 연출됐고요. 그래서 가이드 선생께 왜 이런 장면들이 나오냐고 물어봤더니 인도에선 사자가 힘을 상징하는데, 이런 동작이 사자가 사냥감에게 날아들어 앞발을 확 후려치는 걸 모사한 결과물이라 합디다. ‘싱감’같은 경우는 이름 자체도 사자의 인도말에서 따온 거라 하고요. 그러고 보니 그 영화의 주인공이 무식한 액션을 구사할 때마다 ‘어흥’하는 효과음이 나오던데, 괜히 그런 게 아니었네요….


덧글

  • 신화만세 2013/02/23 11:28 # 삭제 답글

    저도 해외 여행 가고 싶지만 돈도 없고 미국에서 공부해야하는 신세라서 그저 웁니다.ㅠㅠ 인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림자가 서려있는곳이죠. 빈곤층 애들이 쓰레기장에서 일하고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착잡하더군요.
  • zemonan 2013/02/23 22:47 #

    힘내시길 바랍니다. 뭄바이만이 아니라 인도 남부의 도시나 마을들을 둘러보면서 빈민층을 종종 접하곤 했습니다. 육체적인 장애를 일찍 치료 못해 악화된 분들도 많더군요. 계층간의 괴리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도 잘 묘사됐죠. 인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이런 괴리를 자꾸만 방관하고 그냥 넘어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 Decretum 2013/02/23 23:16 # 답글

    인도라....저는 교회에서 선교라는 목적으로 보내주었기 때문에 낙후된 지역을 주로 갔는데.....허허.....가장 충격이었던건 빈부격차였지요...엄청큰 집이 있는데 조금만가면 판자짐이있고...아무튼 그랬습니다...
  • zemonan 2013/02/25 19:03 #

    인도의 빈부격차는 남부에서 더 눈에 띄더란 말이죠. 말씀드렸다시피 구역이 나눠있지 않고 건물 단위로 차이가 드러나는지라 외국분들은 한층 충격을 받는다고들 합니다. 행복지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고 하던데... 음. 하긴 자살률 세계 1위 국가에서 남의 나라를 동정하는 것도 우습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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