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제로(Fate/Zero) - Dog Fight -업보의 원점-

 

1시즌에서 아이리의 자가용을 묘사할 때도 알아봤지만, 제작진이 기계장비 묘사에 굉장히 공을 들이더군요. F-15의 외견과 조종석의 계기들은 세세하면서도 적당히 날카로운 맛이 납니다. 이 전투기들의 콜사인이 디아블로라는 것도 얄궂죠. 그들이 맞선 상대가 악마숭배자가 불러낸 딴 세상 마신이니까요. 조종사들이 본격적인 사투가 전개되는 상황에 안 어울리게 여러모로 블랙유머를 구사하는 데요, 울트라맨을 들먹이질 않나 괴수영화에서 제 몸 바쳐 사태의 심각성을 가르쳐주는 살신성인 배역 노릇 하는 거 아니냐 하고… 거 참. 그리고 길선생의 비마나를 보며 UFO냐고 하는데, 우로부치 대인이 무심코 소설에서 본작의 제작사 이름을 앞서 들먹인 셈이 됐거든요.



천기누설이 있으니 주의하시길  


원작에서 랜서는 초반에 솔라우에게 보고하러 돌아갔다 왔었고, 은폐공작을 하던 리세이는 그냥 속으로만 불평했답니다. 헌데 본작에선 아들놈 거처이자 사무실인 방에 찾아와 힘없이 고개숙인 채 털어놓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익장마저 아들내미에게 기대고 싶을 만큼 비틀거리고 있으며,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거죠. 키레이가 거리를 나간 것도 지시를 받아서가 아니라 직접 판단해서 행동을 취했는데, 본작의 제작진은 키레이가 자리를 비운 덕에 부자에게 닥칠 비극을 더욱 심도 있게 받쳐주고자 한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키레이의 행동은 좀 더 나중에 그의 회상을 통해 서술됐죠. 키레이가 전장으로 접어드는 장면을 보면서 웬 일로 조깅 안 하는가 싶어 놀랐답니다. 이전과 달리 참 마뜩찮다는 듯이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단 말이죠. 내가 꼭 가야 하냐는 듯이 말입니다. 아처의 말이 자아낸 파문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던 겝니다. 반면 키레이의 숙적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해 전장에 들어섭니다.

 

아처가 격분한 나머지 술잔을 던지거나, 버서커가 전투기 위에서 위치를 바꾼 것도 추가요소들입니다. 그리고 버서커의 잠식과정이 원작보다 상세히 묘사되며, 갑옷의 장식들이 뻗쳐 나와 뿌리내리는 게 참 거식합니다요.

드라마CD에선 구경꾼들의 비명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원래 류노스케가 기쁘다 구주납셨다고 뇌까리는 건 한참 나중에 나왔죠. 소설에선 류노스케가 광희하는 가운데 다른 시민들도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고. 캐스터는 자신을 불가사리와 완전히 동화시킨 덕분에 류노스케의 죽음을 느낄 짬도 없었습니다. 본작에선 이 둘의 관계를 한층 애절(어?)하게 묘사하느라 캐스터가 아직 통제권을 다 넘기지 않았다는 식으로 그리더군요. 그리고 류노스케가 죽은 후에야 완전히 미쳐보겠다며 작심하고요.

류노스케의 최후도 좀 더 처연하게 표현하더군요. 처음엔 배때지(…)에 총알 박힌 줄 모르고 어리버리 굴다가 웬 여자가 치떠는 거 보고서야 눈치까는 거 보세요. 얌전하게 해탈하며 가는데, 소설에선 순대가 왕창 흘러나왔죠. 얼굴이 절반 가까이 날아간 걸 교묘하게 가린 것처럼 심의를 고려한 겁니다.

 

키리츠구는 애초부터 캐스터 혹은 다른 서번트의 마스터들이 주변에 있을 거라 보고 순찰을 돌았답니다. 그래서 열감지 스코프로 주변을 보다가 마술회로를 가동시켜 체온이 유난히도 높은 인간을 찾아내 냅다 쏜 거고요. 그가 마이야와 통화하는데, 오프닝에서 나왔던 대로 마이야도 나름대로 준비하는 작업-다음 표적을 언급하고 있죠.-이 있거든요. 원래는 그냥 속으로 생각만 했는데, 이 또한 시청자를 위해 변경한 겁니다. 마이야 자신의 냉정한 판단력은 키리츠구보다 나은 편이라 어색하진 않지만요.

 

전작들과 매치되는 부분을 살펴보죠. 무한재생하는 적과 연합한 서번트들이 맞붙는다는 거야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를, 카리야와 토키오미의 대치는 'FSN-헤븐즈필' 루트의 자매 대결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바라는 바가 세계구 단위로 펼쳐질 거라 희희덕대다 대차게 골로 가는 살인마의 꼬락서니는 '페이트' 루트에서 사이비 신부가 맞이할 결말과 흡사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류노스케의 최후 그리고 생애는 키레이의 행보를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마스터에게 깨달음을 선사한 서번트가 파트너 죽은 다음 혼자서나마 그의 목표를 구현하려고 했다는 점은 ‘무한의 검제’ 루트의 임금님 같고 말이죠.

키레이가 스승과 적의 대치를 망연히 쳐다보는 행동 역시 1시즌에서 겪은 변화로부터 비롯됐으며, 그의 포지션이 전작의 시로와 같다는 근거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편 혹은 다다음 편에서 서술하겠습니다.



Battle Field

 

저놈의 불가사리 덕분에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듯 강 전체에 안개가 깔리고, 푸른 밤하늘과 피보라 안개가 맞물려 러브크래프트 선생의 작품에 나올 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압권입니다.


옛신의 후예답게 도막을 내도 끊임없이 재생하며, 전투기와 조종사를 잡아먹으며 위액을 뿜는 게 진짜 역겹죠. 크툴루 신화의 괴수 아니랄까 이 놈을 본 인간들은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구경꾼들은 도망도 못치고 맥없이 바라볼 따름이요, 아랫사람을 잃은 군인은 무모한 공격을 감행하죠.

 

역전의 전사들 역시 쩔쩔매긴 마찬가집니다. 시작하자마자 라이더와 세이버의 공격이 효과가 없다는 걸 확연히 보여주면서 다음 편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복선이 깔리죠. 라이더의 소가 거품무는 게 애처롭더군요. 정복왕은 웨이버를 전장에 끌고 나오긴 했지만 확실하게 엄호하며 라이더 팀과 아처 팀의 차이를 역력히 드러냅니다. 근데 라이더와 세이버가 그토록 고생하던 괴수를 아처는 고작 4방만에 헉헉대게끔 몰아붙이죠. 금방 재생하긴 했지만, 길가메쉬와 다른 영령들의 차이를 재확인한 셈이죠.


아처는 늘 그랬듯이 맨 꼭대기에서 돌아가는 꼴을 구경하며, 캐스터가 자아낸 안개로부터 홀로 벗어나있는 모양새는 그가 4차전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재삼 드러냅니다. 토키오미가 진언할 때 비행정 아래와 위편의 색감을 대조시킨 작화가 이런 느낌을 더욱 강조하고요. 토키오미는 강 건너 불구경하며 여유부리는 서번트와 반대로 또 다시 상정한 바가 흐트러져 초조감을 감추지 못해 무심코 왕의 호명을 씹는 추태마저 저지릅니다. 그리고 키레이가 그랬듯이 아처는 토키오미가 안절부절 보채는 양을 보며 미치도록 실망하고 말죠. 고작 ‘이따위’ 난장판 갖고 법석을 부리니…. 마스터를 보며 눈을 한층 가늘게 뜨는 걸 보세요. 아처가 보기엔 그의 소인배 기질을 재차 인증한 행각이라 할 수 있죠. 아처는 문어를 회친 병장기를 다시는 회수할 생각도 안 든다고 말하는데, 아주 배때기가 불렀다니까요. 버서커가 있었으면 정말 횡재하는 건데 말이죠.

이러니 저러니 해도 토키오미와 길가메쉬는 닮은 꼴이란 게 저놈의 술잔을 통해 드러납니다. 토키오미가 시도 때도 안 가리고 와인잔을 들고 여유를 과시했듯 아처도 전장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를 내던지는 행동을 통해 토키오미에게 얼마나 넌더리가 났는지 역설적으로 강조하죠. 괴리검 에아야말로 욕심쟁이 대왕께서 엔키두와 함께 제일 아끼는 보배 아니던가요. 그런데 고작 요런 촌극에 동원하라고 종용하니, 길길이 날뛸만도 했습니다.

토키오미는 후유키시의 관리자로써 두고두고 남우세스러울 개망신살을 신속히 수습하지 못했기에 속이 타들어갔죠. 그가 고민하는 와중에 엎질러진 술잔이 재차 나오는데, 영주를 사용할 경우 망가질 서번트와의 관계, 그리고 돌발사태가 거듭돼 예정이 틀어진 사태를 동시에 받혀준 겁니다. 마술사 선생께선 자기 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짠 판이 왜 자꾸 어그러지냐고 한탄하시는데…. 케이네스보단 낫지만 이 양반도 결국 마술사로써 한계를 드러냅니다. 아인츠베른집안 사람들이 그랬듯 마술사들은 결국 학자이자 구도자들이며, 학자 나으리들이 전공 밖의 분야를 제대로 처리하긴 힘든 법이죠. 그러니 자기들 고정관념이나 계획한 바가 틀어진 마당에도 그 원인을 짚어보기 보단 스트레스만 곱씹을 수밖에요. 이 와중에 구경꾼에다 전투기마저 행차하시니…. 토키오미는 그답지 않게 상욕을 내뱉고 맙니다.

 

버서커는 공포영화의 살인마마냥 난데없이 나타나는데, 상영시간을 아끼면서 시청자들을 더욱 뜨끔하게 만들죠. 아마도 버서커는 처음엔 조종석에 난입해 조종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기체 한복판에서 침식하기로 작정한 것 같아요. F-15를 무기로써 다뤄봐야 승산이 없고, 자기 몸의 일부로 만들어야 아처랑 붙어볼만 하겠다고 본능적으로 판단했겠죠.

버서커의 전투기 침식과정을 살짝 웃으며 보던 카리야가 아처 일행을 올려보며 표정을 구기는데요, 토키오미나 카리야나 시력 한 번 끝내주죠. 아처와 토키오미도 머리가 좋으니 버서커가 굳이 전투기를 강탈한 이유를 잽싸게 알아차리고 각자 새로운 싸움에 임합니다. 토키오미는 자신이 당장 어찌할 방도도 없으니 할 수 있는 바나 해야겠다고 생각해 전투를 시도하며, 이 참에 골칫거리 중 하나를 밀어버리고자 하죠. 다만 이 양반이 굳이 싸움에 나선 정황을 보면, ‘마침 잘 걸렸다.’라고 생각한 탓도 있는 듯하단 말이죠. 제 뜻대로 굴러가는 게 하나도 없어서 속상한 판에 만만한 밥이 하나 요기 있넹? 쩝.

카리야는 가만히 서있는데도 숨이 찹니다. 버서커 덕분에 뼈와 살이 갈려나가고 있었거든요. 나중에 버서커가 애프터 버너까지 쓰자, 기어이 각혈하고 말죠. 이 와중에 서로 불과 벌레를 동원해 싸우는데, 결과야 뻔하죠. 속성 관계부터 이미 결단난 걸요. 키레이가 굳이 사부를 지원하러 나서지 않고, 뽑은 칼을 거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죠. 하다못해 카리야가 마토 집안의 물계통 마술이라도 익혔다면…. 하긴 그래봤자 얼치기 마술사니 내공이나 경력이나 비교도 못할 토키오미를 무슨 수로 이기겠습니까?


제 주인들과 달리 영령들은 실로 우로부치 대인의 취향이 제대로 작렬한 전투를 펼칩니다. 보구와 미사일이 격돌하는 장면은 짜릿하기 그지없으며, 기체를 180도로 뒤집고 적군의 기체와 교차하면서 시선이 마주치는(아처도 슬쩍 시선을 옮기고 있죠.), 꼭 전투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마저 나옵니다. 아처의 비행정-비마나도 고대문물주제에 플랩을 가변익마냥 움직여 기체를 틀어서 미사일을 슬쩍 피하고, 버서커의 능력이 스패로우 미사일마저 잠식했는지 말 그대로 백턴해서 공격하는 걸 보니 억소리 나더군요. 버서커와 아처의 전투는 이번에도 확연히 대조됩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기체 배색도 빛나리와 시커먼스로 나뉘지만, F-15와 달리 비마나는 공중전함이란 느낌이 들거든요. 아처가 쏘아낸 형형색색의 병장기들이 회전하며 돌아오는데 반해, 버서커가 조종하는 미사일은 직선적이면서 무식하게 궤도를 틀죠. 버서커는 온갖 오도방정을 떨며 회피하고, 비마나는 둔중한 기체를 우아하게 틀어 피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는데, 금반짝 선생 자가용 아니랄까 잔광을 번쩍대는 덕분에 멀리서도 기동력이 확 눈에 밟히죠. 그래도 역시 조종능력은 버서커가 한수 위인지 길가메쉬는 한창 피하다가도 제 보구로 미사일을 쳐내더라고요.


버서커와 아처가 각각 현대와 고대의 문물을 이용해 격돌한 시퀀스는 현대적인 밀리터리물과 신화적 요소가 배합돼 일본 특유의 현대전기물다운(키쿠치 히데유키 선생의 작품들 같은) 액션을 더할 나위 없이 선보였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끝


이번 시즌의 오프닝은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종착지와 13화에서 이어지는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각 장면이 가사와 면밀하게 이어지고, 1기 오프닝에 비해 키리츠구에게 집중하고 있더군요.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검들의 무덤은 아서왕이 마지막 싸움을 치른 캄란이며, 왕을 따르던 전사들의 칼이 '베르세르크'의 칼무덤처럼 묘비노릇을 합니다. 추악한 내분 끝에 한식구끼리 싸우다 죽어간 그네들의 최후, 그리고 이에 이른 생애가 왕에게 얼마나 통탄스러운지 단번에 보여줘 그녀의 소원을 새삼 강조하죠. 전장에 유일하게 서있는 그녀 곁에 평생을 같이 한 성검마저 꼽혀있습니다. 가까스로 살아남긴 했지만 최후의 싸움을 거쳐 위대한 왕의 영혼과 바람도 죽어버렸으니까요.

사실 페이트 씨리즈 자체가 아서왕과 성배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데다, 본 씨리즈는 아서왕이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꾼 꿈이자 자신의 회한을 돌이키고 받아들이는 이야기나 다름없기에 그녀를 비추면서 시작할 만도 했죠.

세이버가 돌아서는 포즈와 구도, 피가 살짝 묻은 모습은 원작 4권 표지와 유사한데, FSN의 아처가 선보인 생애의 심상과 고유결계와도 비슷합니다. 그녀와 아처가 얼마나 닮은 존재인지 보여주며, 본작에서 그녀의 위치가 5차전 아처와 흡사하다는 걸 다시금 가르쳐준 거죠.


물속으로 잠겨드는 이미지가 종종 나오는데, 이는 끝도 없이 추락해가며 간간히 떠오를 기회를 잡고도 이를 뿌리치며 가라앉은 사내의 일생을 뜻합니다. 사내의 유년기, 청년기, 성인기가 교차되며, 페이트 씨리즈 중에서 본작은 한 사내의 일생을 논하며 시작해 매듭을 짓는 이야기란 걸 새삼 강조합니다.


그리고 키리츠구의 짝패라 할 키레이는 그와 마주보는 구도를 취하다가 정반대로 돌아섭니다. 자신과 닮은 듯한 사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며, 앞서 키리츠구의 삶을 보여준 끝에 영주를 비췄듯이 엎드려 기도하던 키레이의 손등에 난 영주도 화면에 크게 잡힙니다. 키리츠구에게 있어 영주가 자신의 바람과 치러야 할 희생을 뜻한다면, 키레이의 영주는 오랫동안 방황하던 사내에게 있어 계시의 증표와도 같거든요.


이윽고 다른 마스터들을 비추는데 제각각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방향을 향해 가던 그들의 움직임이 슬쩍 정리되고, 휠체어에 앉은 케이네스를 제외한 마스터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반해 웨이버만이 이들을 마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카메라의 높이도 살짝 올라갔고요. 4명의 마스터가 맞이할 운명, 그리고 이들과 대조되는 행보를 선보일 소년의 선택을 상징하죠. 이 와중에도 아까 키리츠구와 키레이가 그랬듯 영주가 유난히 강조되더군요. 약혼녀에게 영주를 양보한 케이네스의 손등에도 영주가 멀쩡히 달려 있다는 데 눈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맞붙을 두 팀이 잡히는데, 라이더 팀은 서로의 눈높이를 맞춘 채 같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라이더는 애서인 일리아드를 들고 있으며, 주변에 놓인 지구본과 잡지, 켜진 TV가 이들의 성향과 발자취를 압축해서 일러주죠. 반면 아처 팀은 토키오미만 홀로 창밖을 보고 있습니다. 두 팀의 이런 차이가 의미심장하죠.


전사들은 새벽이 밝아오는 걸 지켜보며, 1시즌에서 입은 상처를 완전히 치료한 마이야가 날이 완전히 밝은 순간 채비를 마칩니다. 사실상 그녀의 마지막 임무이자 활약상이 이렇게 막을 올리며, 마이야와 아이리가 주저없이 나아가는 동작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이상 지체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속내를 담담히 드러내죠.

본 씨리즈의 서번트 중 주인공이라 할 세이버는 다른 영령들과 달리 옷을 입고 다녀야만 할 사정이 있으며, 본작에선 오프닝을 통해 이를 처음으로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마음을 다잡고 있다는 걸 가르쳐줍니다. 그녀가 본의 아니게 떠안은 맹점이 이렇듯 심정을 받쳐주는 데 한몫하는군요. 그리고 잠시후 나오는 철마야말로 세이버가 이 망할 놈의 전쟁을 벌이며 위안을 얻은,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입니다.


아이리가 칠공분혈하는 순간, 남편의 병장기가 피바다에 잠깁니다. 스스로를 하나의 병기처럼 다듬어온 사내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그리고 무얼 대가로 치를지 보여주죠. 오프닝 초반에 카메라가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는데, 이 시점의 주인은 아마도 키리츠구일 겁니다. 오프닝 중간에 침침한 바다속으로 가라앉고 있거든요. 그리고 키리츠구가 아이리의 넋과 만난 순간은 1편 도입부에서 나왔던 장면과 이어지며, 그의 진정한 고뇌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있죠. 동시에 그가 마지막으로 부인과 만나는 순간도 묘사한 거죠.


잠시후 어린 시절로 돌아갔던 사내의 손이 여인의 손을 마주잡습니다. 이 손길들의 주인은 각각 어린 시절의 첫사랑, 스승이자 어머니였던 여인, 그리고 아내일 겁니다. 중간의 여인은 어째 마이야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지만, 그에게 갈 길을 틔워줬으며 미처 구원하지 못해 스러져간 여인네들의 손길일 거라 짐작하면….

키리츠구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며 손길을 마주잡는데, 눈이 다시금 생기를 머금더군요. 그의 마음이 아직도 유년기의 상처에 얽매여있다는 사실과 그가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본질을 순수하게 돌이켰기 때문이겠죠.

덧붙이자면 여는 곡의 제목이 ‘To the beginning’인데 이는 모든 걸 잃고 자신을 돌이키는 사내의 운명, 그리고 본작의 내용이 후지기수들이 첫걸음에 이르는 과정이란 사실을 동시에 뜻합니다.

 

엔딩의 삽화들은 1시즌 블루레이의 부록인 드라마CD의 사건들을 묘사합니다. 아직 20대 초반이라 짱짱한 키리츠구가 막 제조된 아이리와 만나서 인연을 쌓아가는 과정이며, 가사는 아이리의 심정을 담은 듯이 보입니다. 제일 먼저 철새로 보이는 두 마리 새가 크게 잡히는데, 1년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아인츠베른의 사유지도 때때로 날씨가 풀려 철새들이 들락거렸을 겁니다. 이 새들은 가장 아끼는 반쪽들을 만나 인간다운 온기를 되찾은 자들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이 새들을 아이리가 창 너머로 보고 있고요. 아이리가 무표정한 걸 보면 막 태어나자마자 본 광경인 것 같더군요. 엔딩의 시작과 끝에 나온 이 창가의 정경은 광각렌즈로 찍은 듯 약간 오목한 형상을 취합니다. 아련한 과거이기 때문이려나요.

키리츠구는 성배의 그릇인 아이리를 처음엔 그저 목표를 위한 도구로써만 보고 품평했죠. 이윽고 그녀의 결점을 지적하다가, 무심코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인간으로써는커녕 전장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본능 혹은 생존욕구조차 제대로 갖추질 못했거든요. 이에 대해 아하트에게 털어놓자, 영감탱이는 기가 막히게도 제 작품의 가치를 증명해보겠다며 아이리를 늑대들이 판치는 숲속에 내던져 홀로 생환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못하면 후속작을 만들면 그만이라면 말이죠. 키리츠구는 다급히 아이리를 구하며 또 다시 분노했고, 그녀에게 생존욕구를 갖춰주기 위해 인간성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저것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키리츠구는 아이리와 가까워지며 그녀를 통해 많은 걸 깨닫습니다. 자신의 죄업과 바람 때문에 인간이길 포기했지만, 내심 인간답게 살길 갈구했기에 아이리의 비인간적인 면모에 분노했으며 아이리에게 보여준 책과 영화 같은 오락 혹은 교양도 각박한 삶으로 인해 자신이 누리지 못한 바를 그녀가 즐기길 바랬기에 갖다줬거든요. 일종의 대리만족이죠. 그런 키리츠구를 이해하고 보듬을 만큼 성숙해진 아이리는 아이를 낳자고 제안합니다. 자신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남기고 싶었기에…. 키리츠구는 너무도 오래간만에 행복을 맛보지만, 처자식을 가혹한 운명으로 몰아넣어야만 했던지라 늘 죄책감에 시달렸고 아이리는 이를 위무하고자 애썼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침실 창문이 열려있고, 철새들이 창문에 안 비치듯 방의 주인도 사라진 게 비춰집니다. 휑하니 열린 창문과 휘날리는 커튼만 보이죠. 방의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종착지를 향해 떠났거든요.

 

엔딩과 드라마CD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있습니다. 아이리가 겪었던 스파르타 코스는 나중에 딸자식도 비슷하게 치르며, 아이리가 세계 자동차 도감을 보는 장면을 통해 자가용 갖고 노는 취미가 붙은 계기가 밝혀집니다.


흐뭇하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한 사연들이 흘러가고, 오프닝에서 마지막으로 마주 잡은 손길의 주인이 누군지 엔딩 막판에 이르러 분명하게 밝혀지죠. 키리츠구와 아이리는 누가 뭐래도 참 어울리는 부부예요. 성격도 그렇지만, 외모랑 차림새만 봐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반대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더욱 잘 어우러진다는 게 신기하단 말이죠.


아이리는 키리츠구가 예전에 묻어버린 스스로의 인간성을 무의식적으로 담아 탄생한 존재였으며, 잃어버린 순수를 되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되고 싶었지만 자괴감으로 인해 포기했던 또 다른 자기 자신… 피그말리온 신화의 갈라테아 같은 피조물이었던 동시에 자신의 인성이 그에게 구원의 실마리를 선사한 가족이란 측면에서 에미야 시로와도 유사한 존재였던 셈이죠. 

이번 시즌의 오프닝과 엔딩은 세이버의 말마따나 이들 부부가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 걸 새삼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닫으며


불가사리를 배경으로 토키오미와 카리야가 대치한 단락은 FSN에서 성배를 배경으로 자매가 충돌한 순간을 연상시킵니다. 둘의 위치와 대화양상도 비슷하고요. 각각 토오사카 집안과 마토 집안을 대표하는 자들, 그리고 제 몸이 바스라져가며 심신이 망가진 자가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자, 이를 이해하려고 안 한 채 담담히 마술사로써의 자세만 강요하는 양상. 자매는 두 사내의 가치관-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길의 추구와 평범한 행복에 대한 갈망-은 물론이고 본의 아니게 자신들의 보호자가 취한 행동양상과 답답한 소통방식마저 물려받았던 게죠.

 

토키오미가 결정적인 대답을 할 때마다 그 자신이 아니라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예장을 쥔 손을 비추곤 하는 연출은 그의 주관을 표상합니다. 그리고 토키오미와 카리야가 대치하는 순간 또한 단순하면서도 굵게 구성돼있죠. 파란 캐주얼 후드티와 붉은 정장을 입고 있는 사내들의 앞뒤에서 화면을 교차로 잡는 와중에 이제껏 정확히 180도 법칙을 지키던 가상선-토키오미는 화면 왼쪽에, 카리야는 화면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이 뒤집히며 위치가 뒤바뀝니다. 화면구도를 통해 이들이 마주보고 있는데도 등진 것처럼 보이기에 엇갈린 느낌이 한층 강해지며, 가상선을 깨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겁니다. 카리야는 괴수가 발산한 빛으로 인해 밝은 쪽에, 토키오미는 그늘이 짙은 쪽에 서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두사람의 대립을 표현한 거죠. 잠시후 두 사내의 얼굴을 가까이 잡으며, 가상선이 원상복구되는데, 두 사람이 서로의 속뜻과 한계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토키오미와 카리야의 관점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건 명백했죠. 토키오미는 대뜸 말을 걸면서 마술사의 도리부터 따지는데, 그저 마술사로써 카리야와 싸우러왔기에 마술사답잖은 추태만 지적할 따름입니다. 마술에만 환장한 벽창호 아니랄까 카리야가 사쿠라에 대해 따지자, 무슨 뚱딴지냐는 식으로 되묻고요. 토키오미 입장에서야 이 자식이 왜 남의 집안 일에 감놔라 대추놔라 싶었을 겁니다. 한숨을 쉬며 굳이 물어봐야 하냐고 말하는 거 보세요. 아무리 엉터리 마술사라고 해도 그렇지, 고것도 이해 못하냐는 겁니다.

조켄이 사쿠라를 태반이라 칭하듯 토키오미는 제 아내를 모체라고 거리낌없이 부르며 말종인증을 똑똑히 합니다. 미친 놈들. 토키오미가 제 가족들을 보듬듯이 보이는 장면은 따사로운 정보단 마술사란 족속들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절한지 부각시키죠. 토키오미가 제 아내와 딸을 사랑하긴 했지만 애초에 아오이한테 접근했던 이유가 애정이나 욕망 이전에 마술사 집안의 후예인 그녀와 결혼해야 우수한 핏덩이를 얻을 거란 타산에서 비롯됐단 말이죠. 본인에게야 그게 일생의 과업 중 하나고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겠죠. 더욱이 아내와 딸내미들이 불평을 못할 만큼 애정을 적절히 표현했고요. 하지만 결국 가장으로써 그래야만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무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좀 심하게 말하면 처자에게 품은 애정도 자기자신의 목적에 맞게 제 감정마저 다듬어 갖다 박은 결과물에 불과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속여야 타인도 속일 수 있는 법이며, 관점을 달리하면 참 완벽한 정신병자입니다. 자신이 참된 아버지로써 처신하고 있으며, 가족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한다고 의심치 않거든요. 마누라와 자식들이 일상의 행복을 잃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안중에도 없고요.

 

타인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을 때는 반대의견을 내세우거나 부정하기보단 상대방의 관점에 동의하는 듯이 대화를 이끌어가다가 상대방이 은연중에 지닌 의혹을 자극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죠. 토키오미는 카리야에게 말한 것 말고도 나름대로 딸자식들의 안위를 배려한 바도 있었고, 카리야 또한 사쿠라의 처지와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내는 끝내 교감하지 못하거니와 오랫동안 확고하게 다진 주관에 기스도 못 냅니다. 


카리야가 정말로 토키오미의 믿음을 뒤흔들고자 했으면 그가 마술사로써 선택한 바가 범인만이 아니라 마술사로써도 치명적인 착오였다는 진실을 이해시켜야만 했습니다. 즉 마술사의 관점에서 그의 선택을 논파하거나 반박해야만 했죠. 하지만 카리야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상이 아니었던 데다가 토키오미에 대한 질투심과 증오심, 그리고 자신을 평생 얽매고 괴롭힌 마술사들에 대한 한이 복받쳐 그럴 생각을 할 여지조차 없었답니다.


'퓨처워커'의 거인이 그랬죠. 선조의 영광만이 아니라 죄업같은 그림자도 마땅히 물려받아야 하는 게 인간의 의무 아니냐고요. 그 말을 떠올리니 토키오미의 관점이 이해가 가긴 하더군요. 선현들의 뜻을 이어 미래로 전수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의무 중 하나기도 하고요. 게다가 카리야는 걸핏하면 마술사들을 잡것들이라 비하하는데, 토키오미 입장에서야 개고생하며 노력해 성취한 자기만의 가치를 부정하니 그가 경멸스러울 수밖에요. 결국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며, 이를 무시하는 상대방을 이해할 여지라곤 눈꼽만큼도 생겨나기 힘들었던 겁니다. 그래도 물어보기나마 한 카리야가 나은 편이라 할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토키오미의 가치관은 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선조와 집안의 뜻을 이루는 데만 몰두하는 범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질 못합니다. 핏줄의 책임을 이어가야 한다…. 지금이 중근세라면야 실로 미덕이라 할 가치관이겠죠. 현대에도 장인정신을 대대로 이어가는 집안이 있고요.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를 아예 주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토키오미를 비롯한 마술사 집안들의 후예들은 참 고루한 데다 자기만의 길을 찾아볼 생각도 않는, 머리 굴리길 때려치운 벽창호들에 불과합니다. 당대에 이루지 못한 바를 달성하고자 후손들에게 쌓아온 지식과 다듬어온 마술각인을 물려줘 대를 이어갈수록 더욱 순결하고도 강한 마술사를 탄생하며, 이들이 선조들의 목표를 이어서 추구한다. …그럴싸하긴 한데, 어찌 보면 참 무책임한 떠넘기기 아닙니까? ‘무한의 주인’의 아노츠 카케히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고방식이라죠.

 

평범한 행복. 그리고 무엇보다 가치있는 행복. 토키오미는 이를 누릴 권리를 앗아가고 파괴했으면서도 털끝만큼도 아파하질 않습니다. 카리야가 그를 탓하는 마음속엔 자신이 그토록 동경했지만 손에 넣지 못한 행복을 족발로 차버렸다는 투기가 깃들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이토록 지랄 맞은 소리는 백번 규탄하고 천번을 즈려 밟아도 뭐라 할 수 없을 겁니다.

벌을 내리시겠다? 정말 잘난 척이 하늘을 찌르네요 이 인간이 있는 욕 없는 욕 바리바리 먹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카리야도 그의 이런 성향에 배알이 꼴렸다죠. 버서커가 한바탕 더 날뛰려하는 바람에 카리야가 더욱 골골대고, 토키오미는 그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마술사들의 수치가 집약된 형상이라며 표정을 구깁니다. 정작 본인이 인간의 수치덩어리라 할 마술사들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꼰대라는 건 자각 못하고요.그리고 마토의 노친네가 제안한 걸 하늘에 감사했다? FSN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 입장에선 코웃음만 칠 개소리죠. 사쿠라는 체질에 안 맞는 마토집안의 마술을 주입당하고 조켄의 입맛에 맞춰 몸이 바스라진 덕분에 자질을 왕창 날려먹고 말았거든요. 마술실력도 영 시원찮았고 말입니다. 토키오미가 이런 모르모트 신세를 바라던 건 아닐 텐데요? 만약 이렇게 될 거란 사실을 모르고 입양시켰다면 토키오미는 마술사로써도 글러먹었다고 봐야 합니다. 입양시킬 집안의 마술과 자기 핏덩이의 체질이 안 맞는 데다가 자질을 제대로 활용 못하리란 점을 조사하지도 내다보지도 못했던 거고, 조사 자체를 안 했다면 무능한 데 불과한 거고요.


사실 토키오미야 마음만 먹으면 좀 더 괜찮은 집안에 사쿠라를 입양시킬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굳이 조켄의 제의를 수락한 이유는 후계자감이 없다시피 한 명문 마술사 집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자기 핏줄인 사쿠라가 똑같이 성배를 추구하는 집안에 있으면 토오사카 집안의 후예가 근원에 도달할 확률이 커지거든요. …딸자식들도 행복할 거라고? 자기 자식들이 자신과 다른 길을 선택하거나 다른 행복을 추구하고 이를 진심으로 원할 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은 겁니다. 이 인간은 자기 자식들을 제 팔다리나 다름없게 볼 따름입니다. 그가 제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은 제 몸뚱이를 아끼고 관리하는 거랑 다를 게 없었던 겁니다. 이런 구석은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곤 하는 실수를 고스란히 반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토키오미는 훗날 그 자신이 생각했듯이 범재에 불과했지만, 미친 듯이 노력해서 수재 혹은 천재라고 평가받을 경지에 이르렀죠. 이런 생애는 그로 하여금 딴 생각(본인이 보기엔)을 하거나 자기 삶을 달리 돌아볼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 점은 똑같이 한 가정의 가장이란 공통점을 지닌 키리츠구와 대비되는 요소라 할 수 있어요. 토키오미도 키리츠구도 자기 목적을 위해 가족에게마저 고통을 안겨주긴 했으나, 키리츠구는 자신의 방식이 잘못됐으며 그냥저냥 행복하게 사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몇 번이나 되뇌곤 합니다. 위선이긴 하지만, 이 차이는 크죠.

정말로 무서운 것은…. 만약 카리야가 토키오미에게 사쿠라가 처한 상황과 당도할 미래에 대해서 말한들 ‘그래서 어쩌라고?’란 식으로 대답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즉 사쿠라가 겪을 고난을 알면서도 입양시켰을 가능성, 그리고 몰랐지만 알고 난 후에도 덤덤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었다는 건데…. 카리야가 이를 알려 상황을 호전시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토키오미의 정신머리를 생각해보면 그따위로 대응했을 공산이 커요. 그래서 차라리 카리야가 이를 말하지 않은 게 감사할 지경입니다. 만약 토키오미가 정말 이따위로 대답했다면 그는 사쿠라가 겪은 상황, 그리고 모르모트 겸 씨받이로 전락한 상황마저 마술사 집안사람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는 뜻이며, 사쿠라에겐 말 그대로 꿈도 희망도 없는 대답이니까요. 카리야가 이를 미처 묻지 않은 건 그런 대답을 듣기 싫었던 탓도 있던 게 아닐지.

FSN의 ‘헤븐스필’ 루트에서 린이 취한 태도를 생각하면…. 더 생각하기도 싫군요. 결국 이리 재고 저리 재봐야 사쿠라 입장에서 토키오미는 말 그대로 구제불능 진상이란 결론밖에 안 나옵니다. 자기 길을 후회하지 않고 굳세게 밀어붙인다. 듣기야 그럴싸하지 제 문제점조차 한 번도 돌이켜보지 않았다는 거잖아요(…이런 점마저 제 서번트랑 참 닮았죠. 끼리끼리 논다더니.). 물론 적대자인 카리야도 자기 생각만 아오이와 린, 사쿠라에게 밀어붙이며 유사한 과오를 저지르고 있지만, 이 양반이야 그래도 자기가 엄한 꼬마 장래를 망쳤다며 제 미래마저 바쳐서 이를 돌이키려 하고 있잖아요. 그 와중에 아오이 모녀가 겪을 미래를 온전히 보지 못하긴 했지만요.

 

대저 내공이란 뭐란 말이냐! 천지정화의 정기를 나누어 갖는 거 아니냐! 그러나 인간에게, 아니 무림인에게 천지정기를 갈취할 권리가 있단 말이냐! 아무런 자격도 없는 이들이 숨쉬기 운동으로! 영약으로! 천지정기를 몸에 갈무리하고 가두어 두어 강대한 힘을 써서 고작 하는 짓거리가 정력자랑에 살인밖에 더 있느냐!

From 흑랑가인


토키오미의 말 중 한 가지는 동의합니다. 마술사란 족속은 인간이 아니라고 훗날 딸자식이 말했죠? 천만에요. 인간만이 지닌 극단성 혹은 그늘을 가장 뒤틀리게 뭉쳐놓은 존재, 즉 관점을 달리하면 가장 인간다운 인간들이 바로 마술사거든요. 있는 것보다 없는 게 세상에 더 나은 인간들이기도 하고요. 엄한 동네서 지들 좋을 대로 전쟁 벌여 엄한 사람들 떼죽음당하게 만들거나 수시로 인체실험을 비롯한 사람백정질을 일삼으면서 도 닦는다고 자랑하는 족속들이잖아요? 맨날 근원 타령하지만, 실제로 근원에 도달하는 짓거리를 하는 놈들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놈들이 더 많이 나오고 말입니다. 성배전쟁을 시작한 세집안도 성배나 근원추구 말고 백날 딴 짓 하느라 바쁘더만요.

토키오미야 마술사로써 책임을 확실하게 지긴 했죠. 사쿠라의 아버지로써 책임을 지는 수작 자체가 뒤틀리긴 했지만요. 이 인간이 제일 책임지지 못한 게 뭔고 하니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혹은 자기 가치관이나 인생에 흠집이 나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의심이야말로 지혜의 열쇠이기에 자신에 대해 의심해봐야만 겸허해질 수 있다고 중동의 어느 성인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보기엔 토키오미의 문제점은 모범적인 마술사라는 사실보다 어설프게 똑똑하고 제 방식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 있는 것 같아요. 크게 문제될 게 없는 요소들이 어우러지면 재앙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죠. 결정적인 파국의 물꼬를 트는 건 꼭 이런 족속들이거든요.



ETC…

 

키리츠구. 다른 건 몰라도 간뎅이 하나는 장난 아니게 큰 것 같네요. 괴수가 바로 코앞에서 난리를 치는데 유유히 핸드폰 들고 통화하는 거 하곤.

류노스케. 저놈의 표정과 눈알에 생기가 돌아온다! 표정을 참 아름답게도 그렸더군요.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순간 오래간만에 표범무늬구두가 눈에 확 밟히더라고요. 돌아이 살인마들이 하나같이 궁극적으로 품는 목적이 자기자신을 죽이는 거라던가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범적인 살인마란 말입니다.

토키오미. 이 양반이 말한 가문의 가호가 지금 시점에선 재능을 개화시킬 비전마술을 전수받는다는 점만 부각시키는 듯이 들립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마음이 담겨있다는 게 한참 나중에나 드러나죠. …가끔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양반이 그놈의 벌레지옥에 빠지면 얼마나 버틸까요?

카리야. 그러고 보니 토키오미랑 또 다른 공통점이 있네요. 자기 서번트를 통제 못해서 골치 섞는 거요. 토키오미는 정신적으로, 카리야는 주로 육체적으로 말입니다. 뭐, 4차전 서번트들 중에 주인장 말 잘 듣는 놈을 찾기가 힘들지만, 카리야와 토키오미는 자꾸 부딪히는 처지라서 더욱 눈에 밟히는 것 같아요.

조종사. 오우기는 버서커가 전투기를 과격하게 모는 바람에 내출혈로 갔다죠.

 

아처의 음주운전(…)이 참 멋지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전투장면 중 하나였고, 제대로 보답받은 느낌이 듭니다. 좌우간 버서커만 나서면 카리야랑 제작진이 동시에 죽어나는군요. 요 두 놈 덕분에 본작의 장르가 바뀌고 말았죠.


우로부치대인이 원작에서 묘사한 공중전은 세심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이와 같은 묘사방식은 훗날 ‘아이젠 플뤼겔’로 이어져 재차 빛을 발했죠.

 

말미에 키리츠구의 설명과 영상이 묘하게 착착 이어지더군요. 대인보구와 대군보구를 언급할 때 랜서와 라이더가 스쳐 지나가는데, 이 두사람의 보구와 능력은 그야말로 대인전투, 대군전투에 확 쏠려있어서 이 분야의 대표주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대성보구를 언급한 직후 드디어 세이버를 비추며, 본 씨리즈의 대표보구가 처음으로 온전히 나올 거라 예고합니다. 예고 영상에선 자신만의 색깔을 잃은 질드레의 영주와 황금빛으로 차오른 왕의 영주가 대치하더군요. 제목도 '황금의 빛'이고 말입니다. 흐흐.

그런데 키리츠구는 고결한 전사들의 기사도마저 이용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합니다. 이렇다니까요. 난세를 넘는 게 영웅이 아니라 효웅이듯, 고리타분한 명예 따지는 기사들은 군인이나 용병을 이길 수 없는 법입니다. 추잡한 음모와 명예로운 영광이 얽히는 운명을 또 어찌 묘사할지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덧글

  • 대공 2012/04/10 14:20 # 답글

    늘 분석 잘 보겠습니다
  • zemonan 2012/04/11 23:12 #

    덧글에 감사드려요.
  • dream 2012/04/10 14:27 # 삭제 답글

    역시 기대를 뛰어넘는 리뷰. 진짜 zenoman님의 리뷰를 보자면, 꼼꼼함과 꼼꼼함이 만난 결과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재미있는지 보여준다는 느낌이네요. 그나저나 카리야는 육체적으로 토키오미는 정신적으로 고생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각각 둘이 여태까지 쌓아온 길과 목표로 하는 행복의 축 아닙니까?
  • zemonan 2012/04/11 23:13 #

    키리츠구와 키레이 못잖게 이 둘도 대비되는 구석이 많아서 흥미롭죠.
  • scwzx7 2012/04/10 16:11 # 답글

    정말 애니만큼이나 감탄이 나오는 리뷰군요.
    역시 페이트시리즈가 진가를 120%로 끌어올리는건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순간이죠.둘다 심각하게 어긋나 있다는것이 문제지만 그게 또 생각할만한 재미가 있으니 역시 명불허전이군요.
    특히 토키오미와 카라야는 정말 지나칠만큼 안으로만 파고든 우로부치캐릭터의 정점을 다양하게도 보여주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오는군요.뭐 토키오미나 카라야나 어느정도는 동정할수있는 부분이 있으니 다른 가치관을 이해할 생각이나 의문을 만들만한 환경에서 자라지를 못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다른 악당들이 그렇듯이 아무리 환경이 나쁘다해도 그들의 죄를 덥어줄정도는 되지 않는데다 죄를 자각하지도 못하는 종자들에게는 이번화의 대화가 아무의미도 없는 선문답이 되고 말았으니 결국 적의만 키운셈이죠.정말 답이 없는 관계와 가치관이에요.
    마치 크로니클의 앤드류가 스스로 파국을 자초했던 아버지를 무의식중에 따라하며 결국 파멸을 자초했듯이 zemonan님이 강조하시던대로 제로의 캐릭터들에게 비극이란 피하는게 거의 불가능한 운명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런의미에서 토키오미가 일찍 죽은것은 린에게는 일종의 행운이었을 겁니다.마술사로써의 주입식교육이 시작되려는 찰라에 비뚤어진 교육의 근원이 사라졌으니 스스로 생각하며 자란 린이 아버지와는 달리 그토록 인간적인 면모가 많았던것도 이해가 되요.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10살때까지의 기억이 있으니 어떻게든 아버지처럼 하려고 애써보고 감정을 숨기며 위장하지만 그래봤자 결정적인 순간마다 튀어나오는 대쪽같은 근성을 막을수는 없죠.이게 다 토키오미가 일찍죽은 탓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묘한 감정이 듭니다.

    아무튼 기다림은 지루했지만 기다린 만큼 보여주니 정말 만족했습니다.특히 이번화의 액션신들은 그동안의 실망들을 전부 지워버릴만큼 굉장했으니까요.제가 생각하는 ufotable의 장점은 빠른 스피드의 액션을 만들줄 알면서도 특유의 박진감과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3개월을 쉬고 보여주는 내공이 거의 극장판급이니 이제 퀼리티로 불평할 사람은 없을것 같습니다.
    거기가 기대감이 충족되면서 다시 더큰 기대감이 생기고 있습니다.과연 페이트시리즈 최조로 잘 마무리된 애니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지요.
  • dream 2012/04/10 19:35 #

    정말 안쓰럽고 안타까운 비극이지만, 그 비극이 아니면 그보다 수 배의 희극이 짓밟히거나 탄생하지 않는 비극이니 정말 악취미적인 운명이네요.
  • zemonan 2012/04/11 23:16 #

    카리야 역시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자들을 닮아가고 있으니 한숨만 나옵니다.
    그래도 린에겐 사랑하는 춘부장인데, 잘 죽었다고 생각하자니 좀 안쓰럽네요.
    이쯤 되며 라이더와 세이버의 레이스도 기대해볼만 하겠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과 조커가 도로에서 벌인 추격전을 오마쥬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참지네 2012/04/10 17:17 # 답글

    저도 이 편을 보면서 생각나는게 있다면........
    토키오미. 진짜, 이 사람은 뭔가 말이 안 통하는 상대인 것 같습니다.
    카리야도 답답하긴 하지만, 자기 인생을 통째로 불사르는 각오를 하고 하는데.......... 역시 답답하더라도 인간적인 쪽이 전 좋습니다.
  • maintenant 2012/04/10 23:24 # 삭제

    카리야나 토키오미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자기 일생을 통째로 불사른다는 점에서는 똑같아요. 카리야가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만큼 그 행동이 더욱 격렬하게 드러나고, 토키오미는 침착한 성격탓에 일생에 걸쳐 그것을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간다는 점에서 다른거죠.

    개인적으로 '내가 설사 이루지 못해도 린과 사쿠라가 토오사카의 비원을 이뤄줄 것이다.' 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그의 침착한 성격과 함께 굳건한 의지가 느껴지더군요. 비록 느린 발걸음일지라도 영원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 말입니다. 그래서 토키오미가 카리야를 일갈하며 '사람으로서의 첫번째 조건은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라고 말할때는 (비록 그가 조켄 손안에서 놀아나는 인간이었다 해도)가슴속에 탁 하고 와닿는게 있었죠.

    이후 소설에서 눈뜨고 볼 수 없을만큼 카리야가 처참하게 발리는 것도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에선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술속성같은 기술적인 차이가 아닌 마음가짐의 차이에서 말이죠.
    스스로의 운명에 언제나 책임을 지며 살아온 사람과, 스스로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애써 무시하면서 성배전쟁에 임해온 사람은 그 마음가짐부터가 다를 테니까요.
  • zemonan 2012/04/11 23:20 #

    카리야가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얻는 이유가 다 있죠.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란 말이야 그를 게 뭐 있습니까... 근데 저와 같은 태도만 밀어붙이다가 결국 뭣 하나 책임 못지고 죽은 셈이 됐으니 허망하죠.
    말씀드렸다시피 토키오미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져야할 책임을 저버렸기에 마음가짐 운운하긴 힘들다고 봐요. 이 비벼먹을 인간은 자기 땅을 책임지는 사람이라서 이번 사태에서 기꺼이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구경꾼들에게 성배전쟁이 들통날 걱정만 하지 그들 목숨은 손톱만큼도 신경을 안 쓰더군요. 자기 대에서 이루지 못할 사명을 자식새끼들의 의향도 안 묻고 떠넘기는 태도 하며... 휴우.
  • maintenant 2012/04/12 01:13 # 삭제

    그거야, 마술사는 인간이기 이전에 마술사이니까요.
    페이트 본편의 도입부에서도 나오듯이 명가의 마술사는 자기 자신조차 마술을 행사하기위한 기관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가치관이나 윤리의식은 진선미로 따지자면 선과 미를 제껴놓고 진리에만 봉사하는 윤리죠.
    물론 토오사카 대대로 이어지는 깜빡속성덕분에 조켄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토오사카의 마술사로서 책임을 제대로 지지 못했다는게 되겠습니다만, 당시 스스로의 내면에는 강한 책임의식과 함께 마술사로서의 긍지, 스스로도 땅위에 발을 딛고 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겠죠. 하지만 당시의 카리야는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믿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피폐한 정신상태에서는 서로의 실력차를 뒤집을 기책은 물론이고, 토키오미 상대로는 정상적인 승부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조차 냉정하게 생각해내지 못했겠죠.
  • zemonan 2012/04/13 19:54 #

    자기자신도 기꺼이 바칠 수 있으니, 내 자식들인 너희들도 기꺼이 그래야 한다... 어째 모종교의 원리주의 테러범들과 비슷한 사고방식이군요. 스스로의 책임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아니 믿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토키오미가 자신이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이나마 생겼던 계기가 신부님 사건 다음이었고, 그제서야 린에게 부랴부랴 이것저것 말했던 걸 생각하면... 케이네스도 그렇고, 이 양반도 자신감이 과도했던 것 같아요.
    카리야가 전술적으로 등신같이 굴었다는 건 동감합니다. 그나마 초기엔 자신이 이래저래 상대도 안 될 거라 생각해 버서커만 내보냈는데, 본편에선 토키오미가 자길 잡으러올 때 굳이 피하지 않은 걸 보면 슬슬 맛이 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 maintenant 2012/04/15 02:09 # 삭제

    개인적으론 모 종교의 테러리스트라기보단 로마 시민이나 중세시대 귀족들을 떠올렸지만 말이죠.
    내가 자신의 명예와 영지를 위해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었듯이, 내 자식인 너에게도 태어난 순간부터 그럴 책임이 있다, 랄까. 사실 이런거야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에도 어느정도 있는 사상이고, 마술사들이 일반인들에게 반감을 사는 이유는 그들이 대부분의 일반인들과는 다른 윤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고, 그렇기때문에 명백한 범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죠.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마술사가 아닌 일반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어쩌면 마술사로서는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을 태연히 저지르는 일반인을 동정하고있지 않을까요? 토키오미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쪽에 더 가까울듯 한데...
  • 고립계 2012/04/27 21:41 #

    중세 귀족이나 로마의 시민들이라는 표현은 적절하군요. 당시 시민이나 귀족들은 일변 그럴듯해 보이는 가치를 내걸며 인간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 자신은 전적으로 타자화된 노예나 하층민의 희생 위에 자리잡고 있는 존재였지요. 그리고 그들은 노예나 하층민의 삶에 대해서는 희생을 인지하는 것도, 그것을 용인하는 것도 아닌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지요.

    마술사에 대해 이것을 대입하면, 그들은 마술사라는 인종만이 중요할 뿐이고 책임을 진다는 것도 오로지 그들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일반인은 노예나 하층민처럼 철저한 무관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지요. 그리고 그 정점에 달한 토키오미는 그 관념이 강박관념처럼 굳어진 나머지, 마술사와 일반인의 구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타인'의 구도로까지 확산되어 있습니다. 생판 의견을 묻지도 않았던 자기 자식들의 동의를 마치 이미 얻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비원'따위를 위해 가볍게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점에서 그 심정은 모 종교 테러리스트와 일치하는 지점에 달해 있다고 보입니다.

    걸작인 것은 그 비원인가 하는 것도 결코 일반인에게 소용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로마 시민이나 중세 귀족들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이 그들 외의 타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것만 놓고 보면 이미 인간이 아닌 흉악한 짐승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물론 토키오미의 비원 따위 사쿠라에겐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에서도 이러한 구도를 분명히 알 수 있겠습니다. 타인의 희생을 발판으로 나아가는 지고의 가치 따위는, 결국 이기주의의 악덕이지요. 자식을 칼로 찔러 죽인 뒤 그것을 그린 작품이 아무리 걸작이라도 그 예술가를 칭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000o 2012/04/10 17:35 # 답글

    잘 보고 갑니다~~
  • zemonan 2012/04/11 23:20 #

    덧글에 감사드려요.
  • vudkodlak 2012/04/10 18:35 # 삭제 답글

    언제 리뷰를 읽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올것이 왔군요!
    엔딩곡을 보고 살짝 울컥했었습니다. 이둘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마지막 화에서도 그 엔딩이 나올텐데 보면 울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도 외계인 탁자(뭣)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첫화에서 서번트 소환 씬이 전 가장 전율스러웠었죠. 그 이외엔 아직껏...(개인적인 취향)
    캐스터 진영은, 천하의 견공자재 주종인데 너무 훈훈해서 뿜었습니다(...)

    p.s:말을 해도 알아먹질 않으니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다.
    -카중권
  • zemonan 2012/04/11 23:22 #

    카리야가 피 토할 만도 하죠. 캐스터 팀은 볼 때마다 이래저래 계면쩍단 말입니다.
  • 열혈 2012/04/10 20:23 # 답글

    버서커가 F-15를 잠식해서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게 아니라 잠식해서 자신의 보구로 만들었다... 라고 봐야할 겁니다. 처음부터 조종석에 탈 생각은 없었을 거에요. 버서커의 기술이 모든 무기를 자신의 보구로 만드는 것이지 잠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건 나온 적이 없습니다. 세이버랑 싸울 때 쇠파이프를 저런식으로 잠식해서 보구로 만들었죠. 그 때도 보구화된 쇠파이프는 검붉게 변해버린...
  • zemonan 2012/04/11 23:23 #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원작에서 좀 더 추가한 연출이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껴졌을 따름입니다. 손에 쥔 무기보단 온몸으로 받히는 갑주처럼 바꿔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 린쿠 2012/04/10 20:25 # 답글

    토키오미에 대해 정말로 잘 분석 하셨네요.읽는 내내 통쾌해서 맘에 들었습니다.
    가문을 위해서 라면 가족을 향한 애정도 만들어 내는 위선적인 토키오미야 말로 진정한 거짓말 쟁이 같기도 하네요.자기도 자신도 속였다니 이거 답이 없네요...ㅇ<ㅡ<
  • zemonan 2012/04/11 23:25 #

    토키오미는 그래뵈도 마술사 업계에선 나름대로 선을 지키고 사는 편이라 나은 부류에 속하지만... 그가 아오이에게 접근하거나 딸자식들을 대하는 태도의 배경을 알게 되니 일말의 연민도 사라지더라고요. 쯧.
  • 홍당Ι아사 2012/04/10 22:12 # 답글

    [홍당]이번화는 캐스터진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프롤로그에 가까웠지만
    이러한 패널티를 씹어주듯 이시다씨와 츠루오카씨의 연기력 포텐이 빵빵 터져주더군요
    다음화에 산화하겠지만 나름 COOOOOOL한 매력을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발휘할 광기가 더욱 기대되더랍니다
    특히 이시다씨는 지난 11년 애니에서 꽤나 인상적인 연기력을 펼친 캐릭터가 많아서 그런지 더욱 좋았고 말이죠

    본편의 핵심이라 한다면 단연 아처조와 버서커조의 상반된 공통점이 좋았는데
    아오키 감독이 선호하는 2인칭 대비 결투구도가 서번트쪽이나 마스터에게도 공통적인 요소가 돋보이더군요
    프로토스 vs 테란...은 아니고 여유넘치는 방심왕 AUO와 독수리를 먹은 버서커의 도그 파이팅은
    마크로스 플러스의 각기 다른 방향성을 지닌 시험기(+파일럿)들의 격돌이 떠올랐고 말이죠
    정통적인 (나스 세계관의)마술사 정신을 충실히 이어받은 토키오미와
    자신의 몸을 갉아먹어가며 발버둥치는 카저씨의 대립구도는
    기품있는 황금과 어두운 광기의 흑보라와 같은 색깔적인 미장센 배치가 좋았습니다
    재밌는건 가족이라는 핵심을 두고 서로 극단적인 이빨을 드러내며 충돌을 벌이지만
    정작 '서번트에게 끌려다니는 마스터'라는 공통점 아닌 공통점이 있다 해야할까요
    특히 비현실적인 연출을 선호하지 않는 아오키 감독이 '가족의 행복'이라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토키오미의 가족을 중심으로 구현한 환상에 가까운 연출만큼은 적절하게 작용했다 봅니다
  • zemonan 2012/04/11 23:27 #

    부디 다음 편 엔딩삽화는 질 선생과 류노스케, 잔 낭자가 나오길 바랄 따름입니다.
    이 팀의 연기는 본작에서도 독보적이라니까요.

    토키오미 팀과 카리야 팀은 정말 이래저래 면밀하게 대조시키더군요. 차이점 때문에 공통점이 오히려 더 두드러진다는 것만 봐도 작가 선생과 제작진의 내공을 알 수 있죠.
  • 신화만세 2012/04/10 22:40 # 삭제 답글

    토키오미 말 들어보면 '둘 중의 하나 없는 게 뭐 어때서?'라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 순간 이 자식을 패버리고 싶은 욕망이 치솟더군요 젠장(그러고보니 성우가 허세력 대마왕 아이젠 성우였죠?) 류노스케는 끔살당해도 웃는게 기분이 더럽더군요. 개자식. 이번의 오프닝은 저번 오프닝과 다르게 멜로디나 분위기가 다운 되 있더군요. 결말을 암시하는 거죠. 아이리의 결말은.... 그 때는 우로부치 개XX야!! 라고 외치고 싶더군요. 젠장. 이번에 제작진이 작심했는지 끝내주더군요. 그 동안 쉬면서 수련했나봅니다.

    p.s 그나저나 저 F-15 전투기 값이 장난아닐텐데요?? 자위대는 그야말로 저 비싼것들을 날려먹은 꼴이 된 겁니다. 허허
  • 신화만세 2012/04/10 22:42 # 삭제

    게다가 나중에 카리야 사고 한번 제대로 치던군요. 그리고 버서커 성우가 쿠치키 뱌쿠야 성우인데... 나중에 미쳐 날뛸때 연기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 zemonan 2012/04/11 23:30 #

    토키오미가 아이젠 실력의 반이라도 있었으면 영웅왕의 행패를 절대 보아 넘기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이번 시즌의 오프닝과 엔딩은 말 그대로 결말을 극명하게 예고하죠.
    그렇잖아도 전투기 변상하느라 노인장께서 허리가 부러지려고 하더군요. 안 됐지 뭡니까...
    이 작품이랑 블리치가 은근히 겹치는 캐스팅이 많나 봅니다.
  • 에아나 2012/04/10 22:45 # 삭제 답글

    고대병기 비마나vsf15는 그저 감탄뿐이니 넘어가고, 이번 시즌2의 op ed 노래나 영상이나 둘 다 참 좋더라고요. 가사도 좋고 노래도 좋고 영상도 좋습니다.
    오프닝에서 아이리가 키리츠구 안아주며 뺨을 비비는 장면이나, ed에서 둘이 손잡고 걸어나가는 장면에서 눈물날 만큼 슬픈건 민감하게 느껴서입니다 예 그렇습니다...훌쩍.
    그에 비해서 토키오미 집안은... (공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사쿠라를 낳은 이유가 린이 1살이 다 되갈 때 거의 죽을만큼의 열병에 걸려서 차도가 없으니까 (후계자가 없어질거니)새로 낳은 거라 합니다. 이야~ 참 답이 없어요~ |^ㅇ^/. 뭐 사람마다 성격이고 뭐고 다 다르다지만 마술사의 썩은점은 완전히 다 모은 완전체 마술사 토키오미나, 토키오미의 그런 삐뚤어진 면마저 전부 사랑해 버린 아오이나 둘 다 그놈이 그놈인 것 같습니다. 이해못합니다 저는. 다만 이런점을 봐선 그냥 페스나와 설정만 간단히 알고 "자신 나름대로 파악해서 나스세계의 마술사를 만들어 낸" 우로부치 선생이 그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p.s : 1프레임에 한명씩 작화가가 죽었다 합니다. 전투신이 아닐 때는 작붕 각오해야 할듯....
  • zemonan 2012/04/11 23:32 #

    개인적으로 여는 곡과 닫는 곡이 1시즌보다 마음에 들더군요. 이 부부는 애처롭기 그지 없죠. 그래서 더욱 토키오미 부부가 밉살맞게 느껴지나 봅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음. 토키오미와 아오이는 우로부치 대인 특유의 사랑을 독특하게 구현한 양반들이죠.
    흐미, 이러다 라이더랑 세이버 대결하는 건 어쩌려고...
  • maintenant 2012/04/12 01:29 # 삭제

    마술사라는 집단부터가 현대사회와는 전혀 다른 윤리와 긍지를 가지고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고 무엇보다 대를 이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집단이니까요. 우로부치 선생님의 눈에는 나스 세계관중에서도 특히 매력적으로 비춰졌을겁니다. 사실을 놓고 봐도 매력적인 설정이기도 하고요.

    토키오미와 아오이의 관계는 ts된 시키와 미키야에 가깝다던가 하는 제작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술사 남편과 야쿠자 아내. 음......
  • maintenant 2012/04/12 01:54 # 삭제

    그러고보면 일본의 야쿠자들은 정치권에도 어느정도 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파워가 막강하다고 들었는데(한국 조폭과는 천지차이), 이런점도 페이트 본편의 마술사들과 닮은 점이죠.

    그러고보면 키노코 월드 내에서는 인류부터가 지구 안에 살고있으면서도 별의 의지인 가이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생명종이었죠. 가이아 입장에서 인류를 보면 일반인이 마술사를 보는것과 비슷한 기분일듯.
  • zemonan 2012/04/13 20:00 #

    메이슨에서 갈라져나온 비밀결사들 같네요. 나치스의 근간 중 하나인 툴레협회같기도 하고요. 야, 야쿠자 와이프...
    일본 야쿠자들도 이전만 못하다고 하더군요. 8, 90년대에 워낙 난 척을 해대서 공공기관과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찍히고, 폭력단 대처법 같이 벼라별 방식으로 압박을 가해서 이런저런 곁다리 사업에나 집중한다죠.
    타입문 세계관에선 지구가 은근슬쩍 인간들을 밀어버리려고 별 짓을 다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휴.
  • maintenant 2012/04/10 23:36 # 삭제 답글

    이번화 리뷰는 굉장히 감정적이시네요. 토키오미가 어지간히도 맘에 안드셨나봅니다.ㅋㅋ
    이사람도 개인적으로 보기엔 마술사만 아니었다면 현대사회에 있어서 별 문제를 일으킬만한 사람은 아니고, 오히려 존경할만한 인물중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죠.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자신의 대를 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그 직업이 마술사만 아니었다면 그저 고집 센 부모구나 하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죠. 마술사들이야 현대 물질문명과는 애초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니 그들의 직업윤리를 뭐라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심판을 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번 오프닝에서 유난히 인상깊었던게 세이버가 검은 드레스를 조이는 장면이었죠. 평소에는 정장만 입고다니다가 드레스를 입는 모습을 보니 (것도 하필 그 장면이 아이리 바로 다음에 나오니까 더욱더) 아, 이건 상복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그장면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 maintenant 2012/04/10 23:47 # 삭제

    덧. 이번에 니코동 페제로 재탕하다가 두 열혈 마술사들이 논쟁벌일때 뒤에뜬 "자유의 문어상" 코멘트에 뿜었습니다.
  • maintenant 2012/04/10 23:52 # 삭제

    덧2. 간디도 카사노바짓 하던 아들놈한테 불교 승려가 될것을 강요한적이 있다던가... 제대로 된 부모노릇을 하는건 참 힘든거죠.ㅋㅋ
  • zemonan 2012/04/11 23:41 #

    전 늘 감정적입니다. 다만 모든 등장인물과 작품의 요소에 대해 느끼는 바를 나름대로 틀에 맞춰 가감없이 말씀드리고자 애쓸 따름이죠. 토키오미의 대사는 원작을 읽을 때부터 마뜩찮아서 그 틀마저 흐트린 것 같습니다. 음...
    말씀하신 대로 토키오미는 다른 분야에서 일했으면 썩 괜찮은 부류죠.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며 자신이 맛본 보람을 느꼈으면 싶은 거야 당연한 욕구고요. 하지만 법을 넘어서 부모로써의 도리를 가장 지켜야할 때(설령 본인은 몰랐다 해도요.) 내쳤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봐요. 벌레 집안에 대해 몰랐든 알았든 사쿠라한테 씻지 못할 죄를 지었으니 말입니다.

    ...시비거는 건 아니고요, 드레스가 아니라 아이리가 입힌 블라우스더군요. 넥타이를 조이고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키리츠구와 세이버의 검은 정장은 상복이라 봐도 무방하겠군요.

    자, 자유의 문어상... 자식놈이 엇나갈 때 말리는 거야 도리라 쳐도 장래 자체를 확정짓는 건 선을 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무리 안타깝고 아쉽다한들 부모자식지간에도 지켜야 할 선이란 게 있을 테니 말입니다.
  • 고립계 2012/04/27 21:45 #

    토키오미는 마술사였기에 토키오미겠지요. 다른 직업을 택한다는 시점에서 이미 토키오미에서 멀어진 게 아닐까 싶은데요.
    자식들에게 강제적으로 가업을 떠넘기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직업이란 많지 않겠지요. 게다가 그게 철저한 비인간성과 고통으로 이루어진 가업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만약 아버지가 '나는 평생 한 가지 길만을 철저히 추구했고 거기서 벗어남이 없었으며 나의 임무에 충실한 책임감 있는 남자였다. 그러니 너는 나처럼 야쿠자를 이어받도록 해라'라고 말한다면....그래도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없는 거겠지요.
  • DarkSide 2012/04/11 00:08 # 삭제 답글

    이번 리뷰도 정말 훌륭하게 분석하셨네요 ....
    제가 미처 보지 못하거나 캐치해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항상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해주시니
    제가 이래서 영준님 리뷰를 끊지 못하는가 봅니다. ㅎㅎ
    저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리뷰를 쓰지 못할텐데 말이죠 ;; 언제나 감탄하게 만드시네요 ^^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준님의 지식의 깊이와 내공은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


    일단 이번 14화의 가장 큰 임팩트는 아무래도
    영웅왕 길가메쉬와 4차 버서커의 공중전 대결 구도였는데, 둘 다 (정확히는 ufotable) 정말 제대로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비마나와 F-15 전투기가 어우러진 화려한 공중 활극의 퀄리티에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
    무슨 이건 페이트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크로스 프론티어" 나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심지어 니코동 코멘트에서는 프로토스 vs 테란 이라느니 차원분광기라느니 스타크래프트/제로 라느니 ... 별의 별 코멘트가 다 나오더군요 ...)


    그리고 나머지 부분에서의 중요한 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토키오미 vs 카리야 대결 부분이겠지요 ....
    물론 냉정하게 논리적으로 하나 하나 따져보면 둘 다 잘못은 있겠지만 ...
    이상하게 저는 자꾸만 카리야의 말과 호소에 끌리더군요 .... 카리야가 훨씬 인간적이어서 그런건지도 ...
    (무엇보다 사쿠라에게 죄책감을 갖고 자신의 남은 모든 수명과 목숨과 미래를 전부 바치는 점에서 저는 카리야의 손을 좀 더 들어주고 싶더군요 ...)
    토키오미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마술 하나에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이코패스' 처럼 보였습니다 ...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아, 그리고 op 와 ed 를 보니까 확실히 Fate / Zero 는 키리츠구로 시작해서 키리츠구로 끝나는 스토리구나 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
    특히 ed 은 드라마 CD 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각색해서 더욱 애절하고 슬프게 느껴지더군요 ...

    키리츠구와 아이리의 이야기를 다시금 되새기면서 영준님의 말씀에 정말 공감했던 것이,
    커플이나 연인이나 친구 관계는 서로 성향이 비슷한 것 보다 오히려 정반대일 경우에 더 시너지 효과가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

    사실 저는 차라리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더 조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비록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인생을 조금씩 더 살아 보면서 느끼는 게 ...
    오히려 대칭점이나 교차점에 위치하는 성향이 반대되는 인간 관계가 사이가 더 좋은 경우도 많았다는 겁니다 ...
    저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죠 ....
    이래서 인생을 알아가고 인간 관계를 배우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번 14화의 리뷰도 정말 잘 봤습니다.
    부디 다음 리뷰에서도 이렇게 훌륭한 양질의 리뷰를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


    P.S.
    확실히 1분기를 쉬고 나서 그런지, ufotable 제작진의 작화 퀄리티가 무시무시하더군요. 5화의 그 임팩트를 다시 체감했습니다 ;;
    부디 ufotable 제작진들이 마지막 종영할 때 까지 체력이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 작화 붕괴만큼은 제발 ㅠㅠ
  • maintenant 2012/04/11 00:21 # 삭제

    하지만 저번에 로린편에서 잠안자다 쓰러졌듯이 이번에 쇼타 키리츠구 편에서 잠안자고 쓰러지겠죠. 어차피 외게인집단은 로리콘이잖아. 아마 안될꺼야...
  • zemonan 2012/04/11 23:46 #

    그냥 취미라서 이래저래 곱씹어보는 게 답니다.
    공중전은 정말 말이 필요 없는 대목이었죠. 말씀하신 대로 카리야는 미쳐가고 있고, 토키오미야 한참 옛날에 미쳤을 따름이죠.
    저도 설마 엔딩 삽화를 저 에피소드로 채울 줄 몰라 더욱 슬펐습니다.
    칭기즈칸 관련 글을 읽을 때 인상적인 문구를 봤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닮으면 더욱 살갑고 즐겁게 지내지만, 어른들은 서로 닮으면 미치도록 적대시하고 다투게 된다고요. 닮은 사람들끼린 분명히 넘지 못할 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차이가 극명한 사람들은 오히려 선을 넘는 순간 둘도 없는 관계를 맺더라고요. 본 씨리즈의 핵심 중 하나가 꼬이고 꼬인 인간관계였죠.

    제발 라이더와 세이버의 레이스만은 멀쩡하게 그려주길 간절히 빌 따름입니다.
  • 마가미 2012/04/11 00:27 # 답글

    오오 오랜만의 리뷰! 수고하셨습니다.
    토키오미와 카리야의 장면은 뭐라고 할까, zemonan님 리뷰를 보면서 느끼기 시작한 거지만 확연하게 두 사람을 대조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이번 편에서 기대하고 있던 두 장면 중 하나였던 버서커 vs 아쳐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뼈를 깎아가며 만든다는 게 느껴집니다. 저런 근성이 제게도 있었으면.(...)
    이렇게 리뷰를 보고 나니 린이 페스나를 겪지 못하고 그대로 컸다면 토키오미 같은 사람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거기에 또 그렇게 생각하니 HF 루트의 배드 엔딩에서도 린이 사쿠라한테 사과하는 장면이 있었던 게 떠올라서, 토키오미가 벌레탕에 빠지면 그런 식으로 멘탈이 무너져내리지 않을런지 하는 생각도.
  • 너비아니 2012/04/11 12:58 # 삭제

    우로부치 : 저 나름대로 키노코 월드의 마술사상, 이라는 것을 추구해 본 캐릭터입니다.

    일반인의 윤리관에 비추면 악당이라도, 이 사람 안에서는 아무것도 나쁜 짓이라는 인식이 없음.

    의심할 줄 모르는 어린애의 눈으로 보면 훌륭한 인물로 비치고 맘.

    린이 철이 들어서도 파파가 건재했더라면, 토오사카 가문은 아주 콩가루 집안이었을지도…….

    나스 : 이런 암굴왕 같은 아버진 누구라도 싫어하죠!

    - 제로마테리얼 인터뷰中 -
  • zemonan 2012/04/11 23:48 #

    카리야와 제작진의 근성이 징하죠. 린은 이래저래 제 아비를 많이 닮았죠. 완전히 빼다박지 않아 다행이죠. 암굴왕 같은 아버지라... 수염이나 정장, 맛이 간 눈동자랑 지팡이만 봐도 디자인의 모티브를 알겠더라고요. 멀쩡한 말투로 상대방 약올리는 언변도 그렇고요.
  • 라이키라 2012/04/11 00:54 # 답글

    드디어 14화가 나왓어요~!
    드디어 리뷰가 나왓네요.
    캐스터에 속한 클래스의 영령과 캐스터의 마스터로서의 절대조건을 수립한 마스터는 언재나 꿈(?)과 희망(?)과 사랑(?)을 품으며 살지요...
    그렇기에 보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며, 감동하게 하며, 애절하게 하며, 환호를 하게 하며, 즐겁게 해주지요...
    그런고로 좀더 자세히 더 리뷰해주시지......

    비마나 vs F15 쩔어주지요...
    고맙습니다. 우로부치 겐. 이런 소제를 만들어서...
    고맙습니다. UFO테이블. 하이 퀄리티로 표현해주어서...


    제로op에서 키리츠구가 이상을 안고 익사하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는건 저의 착각?
    그리고 ED은...아.... 예정된 미래란.....정말인지...보는사람을....
    저 미래를 피할러면 프리즘 으로 가야하는 문제가 있지요...
    (세이버 조기탈락이거나, 성배전쟁 자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경우의 수가 나타날 경우)
    그건 그렇고 키리츠구와 아이리스필은 겉보기에는 다소 미스메치 같은 부부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면이 더더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보여지는거지요...

    그리고 타입문 세계관의 마술사들은 인간 개막장들 이라서 그런지 fate/extra에서는 서구재벌에 의해서 대격변이 터진듯 대대적으로 숙청당하지요......
    (그나마 살아남은 마술사들은 소규모 레지스탕스를 조직해서 서구재벌에 대항한다고 하는데...솔직히 마술사 보다 서구 재벌인 건전하긴 건전하지요...)
    웃긴건 서구재벌이 세계를 계속 통제하면 지구는 멸망한다고 하니... 이건 터무니 없는 아이러니지요...
    (서구재벌의 사상은 어찌보면 어새신 크리드의 성당기사단과 유사한 사상을 가지고 있지요...)
  • zemonan 2012/04/11 23:51 #

    캐스터 팀은 정말 꿈과 사랑이 넘치는 게 전통인가 봅니다. 본작의 재간둥이들입죠.

    못말리는 비행사들 2탄을 기대하렵니다요.

    그러고 보니 5차 아처가 그렇게 말했죠. 허어. 키리츠구와 아이리도 정말 대단한 양반들이라니까요. 엑스트라 세계관 보면서 솔직히 쌤통이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재벌놈들이 잘 하는 건 아니지만요.
  • 이름없는괴물 2012/04/11 07:34 # 삭제 답글

    토키오미 이 인간 완벽한 사이코패스네요.
    일전에 마파신부가 어린 린의 정신적 성장에 해가 되었단 느낌으로 덧글 달았는데 차라리 신부쪽이 린의 멘탈을 보다 건전하게 키운 거라고 봐야 할 듯 싶습니다. (...세상에나!)
  • zemonan 2012/04/11 23:53 #

    토키오미나 키레이나 경지(?)와 방향성만 다를 뿐이지 돌아이들이란 점은 똑같죠. 다만 신부나리는 린을 자기 좋을 대로 육성하기 보단 날 것(?) 그대로 커가는 걸 지켜보며 때때로 가지치기를 해주면서 즐기는 편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분재나 애완동물에 지나치게 손을 안 대고 방목했달까요. 그래서 다행히 린이 어느 정도 말짱하게 자란 거죠.
  • 키레 2012/04/12 12:07 # 삭제

    요즘엔 마술사의 인식이 아주 최악이 된 덕에 설정이 묘하게 변질되어 퍼졌지요.
    마술사는 기존의 도덕윤리를 무시하는 비인외도 집단이긴 합니다만, 특정 학문(마술)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하는 폐쇄적이고 꽉 막힌 학자집단이지 사이코패스 같은 정신병자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토키오미는 린이나 사쿠라가 [마술사로서] 살아가길 바랐던 거지, 소모품이 되어서까지 마술에 관계시키려 할 정도로 마술에 혼을 판 인간이 아닙니다. 애초에 조켄의 방식은 마술사의 본분이며 토키오미가 바랐던 [근원을 추구한다]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진짜로 철저하게 마술사이고자 했다면, 토키오미의 선택은 사쿠라를 협회에 팔아버린다가 정답입니다. 어차피 당주 계승은 한 명 밖에 안되니, 쓸모 없어졌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협회와 트러블이나 일으킬 사쿠라는(솔라우가 그렇게 된 것처럼) 매물로 팔아서, 인맥이나 이득을 얻는게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 zemonan 2012/04/13 20:10 #

    사이코패스라기보단 어떤 경지에 다다르고자 미치려고 한 인종같아요. '외인구단'의 손병호 감독도 사람이 미쳐야만 뭐 하나라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더군요. 그래서 미쳤다는 말은 욕이 아니라나요.
    조켄의 방식과 목표를 미처 파악도 못하고 덥석 입양시켰거나, 아니면 알고는 있었는데도 마땅히 버텨내야한다고 믿었다면... 린이 나중에 저 놈의 집구석에 가서 놀란 모양새를 보면 애비라고 알고는 있었을지 의심스럽단 말이죠.
    마술사로써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옵션 중 하나만 골라 잡은 셈이군요. 벌레집안의 실상을 감안하면 차라리 솔라우처럼 시집이나 보내는 게 나았겠죠. 만약 벌레집안의 실상을 알고도 보낸 거라면 이 양반은 결국 자신처럼 혹은 조상들처럼 성배를 통해 근원을 추구하는 마술사로 사는 게 제일 장땡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거라 봐야겠죠. 자식을 자신의 복제인간 이상도 이하로도 안 보는 걸까요?
  • Vudkodlak 2012/04/11 12:06 # 삭제 답글

    확실히 키레이쪽의 성정은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지라, 린이 키레이한테 팔극권도 배웠지만 성격은 안 배운게 다행이지요.
    (아니면 시로우는 랜서한테 푹찍윽하고 끝이 되 버려서;;;

    하지만, 린도 10년 뒤에 타인을 골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것을 보면 어째...;;;(...)
    (결코 괴물 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키레이의 성정이 진성 싸이코패스인지라 그런거죠...)

    게다가 린은 키레이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었죠.
    아버지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이 상당힌 비율을 차지하지만요
    (물론 자기가 아닌 키레이가 아버지의 첫 수제자가 된 것도 포함되겠지만서도)

    p.s : 토키오미가 린이 아닌 사쿠라를 보낸 것은 린이 첫째라는 '그나마' 알 수 있는 이유가
    아니라 린의 속성이 토오사카 가문의 마술을 계승하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2차 장착에서 '마토우 린' 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거구요...
    (하지만 HF루트를 보면 토키오미 이놈은 인간으로서도, 마술사로서도 바닥인 놈 같습니다.좃켄[오타 아님]이 보통 위험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자신의 귀여운 딸을
    보낸 것도 그렇고 말이죠...)
    )

  • 이름없는괴물 2012/04/11 15:59 # 삭제

    아뇨 괜찮습니다. 기분 안 상했어요. ^^
    제 말은 (자기가 무조건 옳다고 믿는)최악부친이 얼른 저세상사람된 덕분에 (자기가 비정상이란 걸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약~간 나은 '준')최악신부의 영향을 받아 큰 덕분에 그나마 마음의 군살(...)은 유지하게 된 거란 야그입니다.
    괜히 붉은 악마가 아니쟎습니까.(살짝 웃음)
  • zemonan 2012/04/11 23:55 #

    린도 결국 영향을 안 받을 순 없었나 보네요. 린은 생리적으로 키레이를 미워했는데, 이런 본능은 자기 아버지보다 멀쩡했던 것 같습니다.
    사쿠라의 재능도 대단했지만, 그놈의 적합성 때문에 운명이 가렸죠. 마토우 집안의 속사정을 알았든 몰랐든 용서받을 여지라곤 찾아볼 수도 없죠.
  • 익명 2012/04/12 21:45 # 삭제 답글

    우와.....;;
    그냥 어쩌다가 클릭했는데 리뷰 정말 돋네요;;; 저는 생각도 못한 부분도 일일히 집어 주시고......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니코동 댓글 보니까 스타크래프트 얘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테란 버서커(......) 프로토스 길가메쉬(확실히 날개를 펼친 순간 스타2의 불사조가 떡 하고 떠오르더군요.)그리고 땅에서는 카리야가 해처리 놀이에 캐스터는 오버마인드(초월체) 놀이 하고 앉아 있고.......;; 인도 고대 기술로 참 대단한 걸 만든 것 같습니다(......) 문명 5의 패왕간디랑도 엮어서 쓰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도그파이트 장면은 정말 충격과 전율이였습니다. 장르가 완전히 바뀐 데다가 화면 연출도 애니의 그것보다는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거든요. 3D를 사용했기 때문에 노동력을 대폭 아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만, 그래도 제작진이 카리야보다 먼저 쓰러져 죽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냥 끝내주더군요.

    토키오미는......개인적으로 완전히 패주고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뭐 마술사니까요-_- 저 정도가 디폴트라고 생각해 주는 게 낫겠죠. '이 세상은 내 연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비스무리한 사고방식을 가진 놈들이니, 자신의 가족도 마술의 연구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휘둘리는 것을 보면 역시 마술사로서의 바닥이 명백하게 보이더군요. 린도 한끗 빗나갔으면(에미야 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리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 zemonan 2012/04/13 20:12 #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그러고보니 진짜 스타크래프트 찍은 셈이네요.
    세상 모든 것이 자기 연구를 위해서 존재한다... 진정한 학자군요.
  • 노독 2012/04/13 11:30 # 삭제 답글

    마술사가계, 그들 각자의 비술은 절대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켄이 어떤교육을 하는지 토키오미는 조사해도 알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토키오미의 선택이 잘못된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토키오미가 회피하려 했던 건 "사쿠라가 협회에 잡혀서 포르말린에 절여지는" 미래였고 진짜로 마술에 완전히 혼을 팔았더라면, 애초에 사쿠라 문제로 귀찮게 오랫동안 고뇌하지도 않았겠지요. 진짜로 철저하게 마술사이고자 했다면, 토키오미의 선택은 사쿠라를 협회에 팔아버린다가 정답입니다. 어차피 당주 계승은 한 명 밖에 안되니, 쓸모 없어졌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협회와 트러블이나 일으킬 사쿠라는(솔라우가 그렇게 된 것처럼) 매물로 팔아서, 인맥이나 이득을 얻는게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널려있는데, 왜 안 하겠습니까. 실제로 소피아리 가문은 쓸모없어진 솔라우를 아치볼트 가문에 팔아넘겼고요.
    워낙 마술사다운 인물이고, 자기가 마술사인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어서, "내 딸들의 행복 = 마술사답게 산다"는 도식이 머리에 박혀있었던게 문제였지, 토키오미가 딸들에게 보인 부정이 진심이었다는 것은 원작자 공인이에요. 지 딴에는 '딸이 둘 다 행복하기를' 바란 인간입니다. 캐릭터 본인의 언급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맙시다.


  • zemonan 2012/04/13 20:33 #

    수백년간 같은 땅에서 지냈고, 카리야 같이 집안내부 사정을 알고 도망나간 사람이 있는데 그를 통해 알아볼 생각을 안 했던 걸까요? 심해봤자 얼마나 더 하겠어, 이런 식이었을까요? 자기가 보기엔 카리야 같이 연약한 도망자한테는 물어보고 말고 할 건덕지도 없을 거라 봤던 걸까요? ...그냥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고민만 열심히 했지, 자식의 백년대계를 너무 허술하게 넘어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원작의 부록설정인가 그걸 봤더니 아오이의 자질에 눈독을 들인 조켄이 카리야와 맺어지도록 밑밥을 깔았는데, 카리야가 그녀의 미래를 감안해서 일부러 적극적으로 처신하지 않았고, 그녀의 모체로써 급수를 높게 본 토키오미가 잽싸게 대쉬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에도 모범적인 남편상과 부친상을 연기해서 처자식들이 다른 말 못하게 만든 건 대단합니다만. 토키오미가 자기자식들을 사랑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핏덩이가 자신과 같은 행복관을 지니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가치관과 장래를 한쪽으로 몰아넣은 이상 좋게 볼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자식이 자기와 같은 길을 걸으며 완전히 행복하게 살 거라 믿는 것은 개체로 보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토키오미가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양반이었다면 이것도 큰 흠은 아니겠죠. 부모들의 보편적인 성향이기도 하고요. 자식새끼들끼리 싸움질을 하게 되면 오히려 기뻐할 노릇이라고 대답하던데 이게 또 말이 씨가 됐단 말이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원작에서 토키오미의 고뇌를 보면서 이 양반도 참 처연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자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본작의 다른 인물들처럼 나름대로 운명을 극복하려고 애썼지만, 그런 노력이 오히려 운명을 더욱 끔찍하게 옥죄게끔 만들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도 오랫동안 쌓여온 가문의 위명, 그리고 본시 축복해야 마땅할 천재들의 탄생이 오히려 자기자신과 가족을 옥죄기에 나름 고심 끝에 주사위를 던졌는데 이 모양이니... 결국 토오사카 집안의 목표 중 하나인 후유키 성배획득도 자식세대에 이르러 완전히 물 건너간 걸 보면 딱하기까지 합니다.
  • 신화만세 2012/04/13 21:11 # 삭제 답글

    이제 다음 편은 질 선생이 곧 사라질 시간이군요. 그리고 곧이어 고자가 되었던 교수 양반이 등장하겠군요. 근데 랜서는 4차나 5차나 안습한 최후를 맞더군요. 허어~~
    그리고 세이버는 이때 키리츠구에게 덤비는데 키리츠구는 당연히 상큼하게 씹죠. 썩을 아저씨 같으니라고...
  • maintenant 2012/04/15 01:08 # 삭제

    뭘요, 자기 팀킬하려고한 팀원 눈감아준것만 해도 세이버 입장에선 감지덕지죠.
  • zemonan 2012/04/17 12:26 #

    키리츠구는 왜 유독 세이버한테만 철부지같이 구는 건지, 고집을 부리는 건지... 그 이유가 드러나죠. 세이버가 그 이상 난리를 쳤으면 랜서짝 났을지도 몰라요.
  • 나랫마루 2012/04/14 21:40 # 삭제 답글

    흐으 언제나 페제 끝나고 zemonan님 리뷰도 같이 기다렸었는데..이번에도 해박함이 가득 묻어나는 고퀄리티 리뷰 잘 봤습니다!ㅎㅎ
    요즘 즐겨보는 네이버 베스트도전 만화 Natural Born Idiots의 한 장면이 보여서 반가웠다능(...)
  • zemonan 2012/04/17 12:26 #

    저도 아주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랍니다. 삶의 활력소 중 하나죠.
  • arben 2012/04/18 13:02 # 삭제 답글

    토키오미가 확실히 ㅄ력이 쩔기는 하죠. 린도 토키오미가 살아있으면 완벽한 마녀가 되던가 환멸을 느끼고 그만두던가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공식적인 언급도 나오죠. 그리고 딸을 생각했다면 어새신을 파견해서 마토가의 내부를 세부적으로 감시라도 하는게 올바른텐데 하지 않았고 키레이의 성향도 3년동안 파악 못하고 무능의 극치죠. 배신 이전에 10년후 가문을 말아먹을 썩을 재테크 능력을 보면 더더욱.

    그리고 제일 ㅄ같은건 자기 서번트의 능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겁니다. 세이버가 엑칼을 못쓸때 도발로 열받은 길가메시에게 령주로 버프 걸고 비마나로 공중폭격 + 어새신을 동원해서 도주한 마스터를 척살하면 게임 하루만에 끝내버릴수도 있었죠.
  • 고립계 2012/04/27 21:52 # 답글

    개인적으로는 후유키의 성배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에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마술사들의 '비원'추구 따위는 사실 마술사 이외의 사람들이 보기엔 정말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니까요. 그것으로 인해 얻을 이익에 비해 그것으로 잃을 행복이 너무나 크고, 정작 비원을 이룬 마술사는 세계에서 이탈하여 없어져 버린다고 하니 정말 이따위 헛소동은 백번 천번 저주해도 시원치 않습니다. 그것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고 만 사람들이 가엾을 따름이지요. 사람의 목숨을 고작 숫자 정도로밖에 여기지 못하는 폭군들은 비난의 대상이지만, 마술사들은 아예 숫자로 세기는 커녕 수 자체에 넣지도 않기 때문에 더더욱 말종들입니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기주의 인생을 살아왔으면서 스스로의 삶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토키오미를 보니 빼도박도못할 확실한 악역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모름지기 악역은 후회하거나 뒤를 돌아봐선 안 되지요. 쳐부쉈을 때 뒷맛이 나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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