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즈 게이트(Steins;Gate) - 철부지 대학생의 성장기. 천기누설 겸 감상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써 간만에 대박을 터뜨린 ‘슈타인즈 게이트’를 마침내 다 봤습니다. 원작 게임이 그토록 많은 관련잡지에서 높은 평점을 받은 사실이 이해가 가더군요. 스토리만으로 사람을 이토록 빠져들게 하는 작품은 드물죠. FB의 정체 같은 스릴러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해 긴장감을 옥죄는 묘사도 좋았고요.


천기누설이 담뿍 있으니 주의하세요.


사실 전 애니를 먼저 본지라, 원작 게임을 접했을 때 캐릭터 디자이너 특유의 뱅뱅이 눈이 참 어지럽더군요. 애니에서도 이 뱅뱅이 눈을 흐릿하게나마 재현하긴 했지만요. 블랙 록 슈터 그린 양반 아니랄까 눈을 보면 멀미가 다 나더라고요.


오프닝 영상에서 나오던 장면들 혹은 소품들이 본편에서 빠짐없이 척척 인용되는 걸 보면서 소름이 돋더군요. 23화와 24화의 오프닝 후반에 히로인들(?)의 모습을 삽입해 서브리미널 효과를 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중에서도 언급된 나비효과를 강조하는 엔딩곡 또한 작품의 분위기에 알차게 들어맞더라고요. 기실 작품 자체에 모티브를 제공했을 ‘나비효과’란 영화와 은근히 비슷한 구석도 많았죠. 주인공의 특수한 과거조작능력도 그렇지만, 엔딩에서 크리스와 오카베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한복판에서 만나는 장면 역시 영화의 공식엔딩 혹은 완전판의 추가 엔딩들과 흡사한 여운을 안겨줍니다.

애니와 게임을 굳이 비교하자면 연출면에서 이래저래 제약이 많던 게임과 달리 애니만의 장점을 살리는 순간들도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성우들의 연기가 일단 풍부해져서 듣는 맛도 괜찮았고, 표정과 행동도 다채로워졌더군요. 후반에 오카베가 모에카를 몰아붙일 때 자살에 쓰일 법한 일상도구가 나열되거나,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청년이 떠올린 과거는 영상물의 장점을 그럭저럭 잘 활용한 연출했죠.


마유리와 크리스하고 말을 나눌 때 나오는 미장센들은 참 우직한 동시에 영상매체로만 전달할 수 있는 바를 확실히 피로하죠. 오카베와 그녀들의 인연, 그리고 현재 처지를 담담히 받쳐주거든요.


23화에서 미래와 현재의 오카베가 동시에 말하는 장면이라든가, 24화의 연속 개폼 잡기 같은 경우 두말할 여지가 없었고요.

다만 원판의 내용이 방대한 고로 이를 미처 못 담고 건너뛰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덕분에 원판에선 나름대로 모에카를 동정하고 살 길을 틔워주려던 미스터 브라운이 캐시키로 전락했고, 나에의 미저리 버전이 잘려나간 것도 참 아쉬워요. 게임의 이런 다양한 면모를 애니가 미처 못 살려냈다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던데, 게임도 끝내 못 밝힌 내용이 나중에 드라마CD를 비롯한 외전이 발매되고 나서야 온전히 드러난 게 많다는 걸 감안하면 오십보백보인 셈입니다. 하긴 당초에 게임을 만들었을 때야 이토록 대박날 줄 예측을 못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싶은 내용만 담았을 테니, 제작진 입장에서도 한풀이를 하고 싶기야 했겠죠. …그냥 돈맛 들어서 부풀린 걸 수도 있지만요.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나카바치 박사도 나름대로 안쓰러운 사연이 있다는 게 크리스의 비화에서 드러나는데, 외전을 접하지 않은 사람은 무슨 수로 알란 말입니까? 원판인 게임을 욕하고 애니의 결여된 구석을 무마하는 식의 양비론을 펼치려는 건 아니지만, 말인즉슨 게임부터가 나름대로 구멍이 있었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이겁니다.


각설하고 본편의 내용을 뜯어보죠. 주인공들이 오덕 아니랄까, ‘라퓨타’의 무스카 흉내같은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는데, 개중에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크리스와 다루의 합작품이라는 게 야릇하더군요. 루이즈의 명대사부터 죠죠와 데스 노트 패러디등등…. 특히 라이토 흉내는 이를 듣던 오카베의 성우가 누군지 연상할 수밖에 없어서 실소를 주체 못하겠더라고요. 이런 언행들만 봐도 크리스의 비밀(?)이야 그런대로 짐작이 갔습니다. 그래도 애니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원판보다 패러디가 대폭 줄어서 참 아쉽더군요.

협찬을 한 니코니코동화나 CERN을 비롯한 실제 기관(?)들 및 인터넷의 유명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해 몰입감과 흥미도를 높인 시도도 괜찮았습니다. 존 타이터 같은 경우야 워낙 유명한데, SERN에 대한 설명이나 IBN에 이르기까지 거의 그대로 갖다 박다시피 했더군요. 진엔딩으로 이어지는 3차세계대전 운운도 니코니코동화에서 코만도영상으로 유명한 개념이죠, 아마?


미래전사 스즈하의 정체와 연구소 멤버와의 관계에 대해선 일찌감치 짐작이 가더군요. 인터넷 상에서 존 타이터의 독백을 읊는 성우가 ‘그 양반’이잖습니까? 게다가 그녀 자신이 무심코 홧김에 오카베한테 제 정체를 드러낸데다가 아버지를 만나러 동호회 모임에 간다느니, 다루가 동호회에서 돌아왔다고 말한 발언부터 두 사람의 머리칼 색깔이 같다는 점 등등 힌트가 차고 넘쳤죠.


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 특유의 클리세도 충실하게 연출됩니다. 작품 초반에 벌어진 불가해한 사건이 미래에서 온 자기자신의 행동으로부터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1화의 상황들이 ‘백 투 더 퓨처’마냥 시간여행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23화에서 기어이 드러나죠. 그리고 사태를 결정적으로 뒤튼 범인이 사건 자체를 돌이키려던 자기자신이라는 게 드러나는 반전은 식상하지만 역시 임팩트가 상당했습니다. 최근에 DC 유니버스를 한바탕 뒤집었던 ‘플래시 포인트’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서도 비슷한 진실이 드러났죠.

 

 

 깨진 모래시계가 비춘 자화상

 

각 히로인들, 즉 D메일을 보낸 당사자들과 오카베가 엮는 이야기들은 시간여행물의 갖가지 정석과 느낌을 각자의 상황에 맞춰 장르까지 바꿔가면서 선보입니다. 페이리스 아니 루미호와 펼친 이야기가 일종의 가족드라마였다면 모에카와 연관된 내용이 스릴러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식으로 말이죠. 스즈하가 인생과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논하며 같은 개념이라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진다는 원론을 제시하고, 페이리스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패밀리맨’과도 같은 가족애를, 루카가 자기자신에게 솔직해야만 하는 이유와 스스로의 애틋한 연심을, 모에카는 마유리를 만나지 못했을 경우 이리 되지 않았을까 싶은 폐인으로써의 미래를(그녀가 히로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오카베보다 연상이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언급할 때 그녀와 마유리의 만남에 대해 떠올리는 게 이 때문이죠.), 그리고 마유리와 크리스를 통해 사건의 근간과 자신의 근본을 돌아봅니다. 이로 인해 그간 겪은 경험들이 하나로 녹아들며, 인생의 진정한 회환과 빼도 박도 못할 선택이란 게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통렬하게 배우죠.

마유리가 오카베에게 있어 시작점이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건 그녀로 인해 오카베가 연구소 멤버들과 연을 맺고 정을 쌓아가게 됐다는 것만 봐도 확연합니다. 오카베가 설립한 라보의 첫 번째 가입자였던 동시에 제각각 다른 경위로 미래가젯연구소에 들락거리기에 이른 멤버들의 사이를 다져주는 구심점으로써의 측면이 작중에서 여러 번 강조되곤 하죠. 그녀가 처음으로 죽음을 맞기 전 혹은 말미에 할머니한테 했던 이야기들만 봐도 오카베에게 있어 어머니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카베가 새로운 친구들을 여럿 사귀어가는 동시에 자신의 품을 떠나는 데 대해 기뻐하면서도 섭섭함과 소외감을 드러내는 순간은 정말 찡했습니다.

그렇다면 크리스티나는? 그녀의 위치는 제 입으로 언급한 마이 스푼과 마이 포크란 단어에서 드러납니다. 구미에서 마이 스푼은 친구를, 마이 포크는 애인을 뜻하는 은어라죠. 다만 양키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비유라고 합니다.

마유리가 오카베의 삶과 본편의 행로를 결정지은, 정체성의 근원이자 인생의 나침반같은 존재라면 크리스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의 토오사카 린과 흡사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애대상이자, 동경하는 존재. 자신과 달리 재능과 실력, 노력을 겸비한 진정한 엘리트.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과학도인 자신을 가장 완벽하게 반추시키는, 거울과도 같은 반쪽. 크리스야말로 오카베의 짝패라는 사실은 정말 지겹게도, 하지만 흥미진진하게 강조됩니다.

다루의 변태성 발언에 날리는 태클, 루카에게 흘리다가 서로에게 뒷덜미 잡히고 얘가 다루같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양상.


오덕 사이트에 환장하는 양태, 동정과 처녀라는 공통점(…), 닥터 페퍼와 백의를 애호하는 취향,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더라도 흥미롭다 싶으면 실험하고 보는 기질…. 그리고 연구소의 전기가 나갔을 때, 고독감을 달래고자 허물없는 벗들을 원했기에 미래가젯연구소에 드나든다고 서로에게 고백하면서 아주 확인사살을 하죠.


예전에 ‘만용인력’이었나, 아무튼 어떤 만화책에서 인상적인 대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과학의 본질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됐다나요? 오카베와 크리스의 관계를 보면서 이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크리스가 상대성 이론에 대해 언급하는 시퀀스는 참 애절했죠.


오카베와 크리스가 이토록 닮은 구석이 많고 서로에게 끌린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선 분명히 짚어야할 인물이 있습니다. 크리스의 부친 되시는 나카바치죠. 이 양반이 하는 꼴을 보면 오카베랑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오카베를 객관적으로 보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은 인물이죠. 모에카와는 또 달리 그가 도달할지도 모를 미래를 상징하는 군상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크리스가 오카베에게 끌린 이유 중 하나는 파더콤플렉스라 할 수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아버지를 보필해온 딸이 아버지와 비슷한 사내에게 끌리고, 아버지와 보내온 시간 덕분에 그 사내와 나름대로 죽이 잘 맞아서 반려자가 될 결심을 했다는 내용을 보면 배트맨과 라즈 알굴, 탈리아의 관계가 떠오르더군요. 라즈 알굴의 경우 자신의 젊은 시절과 흡사한 구석이 많은 배트맨을 후계자로 점찍고 사위 삼으려 했다는 게 다르긴 합니다만.

크리스가 사랑하는 부친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자 과학을 판 생애는 오카베가 마유리를 위해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추구했다는 사실과 상통합니다. 두 사람이 과학을 자신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주춧돌로 삼게 된 계기가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곁에 있고자, 그네들을 놓아주기 싫어서라는 데서 출발했다는 점이야말로 제일 큰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인격이 현재와 같이 형성된 계기가 출발점부터, 근원부터 정서적으로 비슷했기에 이리도 닮은꼴로 자라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크리스와 오카베는 정말 여러모로 비슷해서 늘상 충돌하지만, 다행히 근친증오를 품을 만큼 부정적으로 닮진 않았습니다. ‘흑랑가인’의 표현을 빌면 둘 다 워낙에 괄괄해서 결혼하면 적당히 투닥이는 덕분에 심심할 짬도 없을 테고 바람이라도 피려들면 죽이려들 테니(잉?) 권태기도 갱년기도 안 찾아올 것 같단 말입니다. 크리스를 본작 최고의 히로인으로 꼽지 않는 분들도 오카베와 가장 어울리는 반려자라는 점은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게이머들과 시청자들이 인정했듯이 그야말로 본작의 실질적인 진 히로인인데다 천생연분이죠. 조금 딴소리를 하자면 이들이 과학에 심취한 계기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점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과학자들일지도 모르겠어요. SERN과 같은 연구를 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다른 게 바로 이런 구석이겠죠.

 

 

지옥문을 연 방랑자

 

미래가젯연구소의 내부를 볼작시면 사방에 ‘생각하는 사람’이 널려있더군요. 처음엔 이들이 타임머신에 대해 고민하는 것 때문에 이런 소품들을 삽입했나 싶었는데…. 로댕이 조각한 ‘지옥문’이야말로 본작의 상황과 걸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옥문’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을 표상하는데, 제 정인을 찾아 지옥, 연옥, 천국을 두루 돌아다닐 단테가 문 꼭대기에서 생각에 잠긴 채 고통스레 허우적거리는 군상을 관람하는 순간을 담고 있죠. 이놈의 연구소 아니 전화레인지(가칭)가 지옥문 노릇을 한데다, 오카베가 마유리를 구원하겠답시고 헤매고 구르면서 온갖 분탕질을 목도한 팔자랑 합치되는 구석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 조각상이 최종화에서 툭 떨어진 덕분에 핵심 아이템을 찾아냈으니 이래저래 의미심장하죠. 도루묵이 되긴 했습니다만. 좌우간 오카베는 지옥을 구르며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뛰는데, 크리스의 말마따나 돌은 지 오래였죠. 곱게 돌아서 그나마 다행이지만요. ‘나비효과 감독판’의 주인공마냥 마유리와 크리스를 구하겠다고 덮쳐드는 자동차에 저 스스로 뛰어들려고 할 만큼 자기자신에 대한 애착도 잃었고, 막판엔 기어이 배째기마저 시전하고 맙니다. 물론 그만큼 절박하고 처절한 상황에 몰렸던 데다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페이트씨리즈’의 자칭 영웅나리들을 마뜩찮게 생각한답니다. 한 번 살고 죽었으면 그만이지, 뭐 그리 미련이 많아 저승에서 기어나오나 싶어서 말입니다. ‘눈물을 흘리는 새’의 갈로텍이 그랬죠. 인생은 일필휘지라서 가치있다고요. 본작의 크리스도 이를 지적했고, 오카베는 수없이 시간축을 왔다갔다하면서 이를 뼈아프게 깨닫습니다.

본작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는 진리죠. 가장 처음으로 D메일을 취소했던 순간을 돌이켜보면 오카베가 스즈하의 편지를 받고-이 단락에서 그녀의 이름이 스즈하(鈴羽)인 이유 중 하나가 나옵니다. 점장의 시점에서 자살한 그녀의 모습을 비출 때 풍령(風鈴)이 목을 맨 주검마냥 덧없이 흔들리고 있었죠….- 그녀를 위해 D메일을 취소하려 들자 마유리는 이를 말리려 했죠. 오카베가 보냈던 D메일로 인해 스즈하가 제 삶마저 부정할 만큼 나락에 떨어졌지만, D메일 덕에 그녀가 아버지와 해후하고 멤버들과 알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않았던가요. 오카베의 행위는 비록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셈이었으니…. 그리고 오카베는 메일을 지워나가며 같은 진리를 더욱 쓰라리게 깨달아갑니다. 그는 마유리를 구하고자 참으로 잔혹한 행위를 거듭했죠. D메일을 보냈던 당사자들에게 있어 진실로 소중한 마음을 하나하나 찍어내고, 그들 자신의 기억마저 들어내는데, SERN과 방향성은 다르되 제 뜻을 위해 타인의 뜻을 즈려 밟아간다는 점만 놓고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만행이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 D메일이야말로 세계선을 건너뛰는 데 있어 가장 거대한 장애물이란 진실이 드러난 순간은 정말 섬찟했습니다. 여태껏 오카베를 가장 애달프게 받쳐준 낭자야말로 세상을 말아먹은 장본인이자 방아쇠였다니 말이죠. 엔딩곡이 왜 그녀의 삽화로 마무리되는가 싶었죠. 어찌 보면 그녀가 마유리를 구원하려는 오카베를 있는 그대로 믿은 거나 가장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춘 행동들이 어그러진 운명을 바로잡기 위해 세계가 재촉한, 무의식적인 복구행위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모든 것을 뒤튼 자기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천기를 바로잡는 행위를 도왔던 셈이니까요. 크리스와 오카베도 크리스가 죽고 마유리가 살아있는 세계선이야말로 돌이켜야할 세상이라 믿었기에 피눈물을 머금으며 작별하죠. 조금이라도 미련을 거두고자, 오카베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떠났던 크리스가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말로 전하고자 돌아왔을 때는 애달팠습니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지만, 오카베와 달리 제 마음을 말로써 확실하게 전하지 못했던 게 가장 한스러웠던다는 뜻이었으니까요. 그 직후의 이별을 치를 때 왜 그리 먹먹하던지….


그런데 말이죠, 문제는 이 모든 게 페이크나 다름없었다는 겁니다. 크리스의 존재마저 내쳤거늘 미래는 한층 더 개판이 됐죠. 뭐 덕분에 크리스도 살릴 틈새가 생기긴 했지만요.

 

 

 타올라라, 중2병!

 

중2병이란 말이 참 싫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말 자체가 싫었던 게 아니라 뻑하면 이걸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이 나더군요. 일본의 모동영상사이트에서 ‘프로토타입’이란 게임의 공략영상을 보는데, 주인공이 기억을 상실했다가 하나하나 숨겨진 능력을 각성하고 타인의 기억과 능력을 흡수하는 데다 작중 거의 최강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드러나자 일제히 중2병게임이라 혹평하더군요. 그 밖에도 세상에 대해서 혹은 자기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찌질대는 캐릭터가 나오면 꼭 중2병이라고 말하는 덧글이 달리곤 하는데, 이래도 중2병 저래도 중2병이라고 욕하는 경우가 범람하니 학을 떼겠더라고요. 막장드라마란 말이 유행하면서 툭하면 막장이라 말하는 경우가 늘어 막장이란 말이 본래 의미보다 껄끄러운 뜻으로 정착된 것처럼 말입니다.

근데 이놈의 작품은 중2병에 제대로 걸린 대학생이 주인공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중2병 놀음을 어떻게 표출하느냐를 통해 그의 변화와 성장을 애틋하게 혹은 처절하게 연출합니다. 초반부터 중간에 이르기까지 그의 중2병 짓거리는 대인관계에서 어색한 느낌과 떨떠름함을 털어내기 위한 자구책 겸 과시욕 해소수단에 불과했죠. 물론 그 시작점이 마유리와 겪은 서글픈 과거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조수나 여타 멤버들과 대화하면서 중2병 작태를 즐기는데다가 페이리스와 쿵짝이 맞는 행각을 보면 참 재밌게 산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유리의 죽음을 기점으로 모든 게 뒤집힙니다. 기가 막히게도 그가 노래를 부르던 음모론, 개중에서도 본인조차 재밋거리로만 신봉하던 기관과 에이전트(모에카의 정체도 덤으로 찍어 맞췄죠.),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 죄다 진짜로 존재한다는 진실이 드러나죠. SERN, 라운더, 세계선의 흐름….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강조했던 ‘설정’들을 부정하고 자조하기 시작하죠. 안 그러면 사랑하는 여인네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할 판국이었으니까요. 그토록 신봉했던 음모론과 운명의 선택이란 개념에 침을 뱉으며, 스스로의 허세와 중2병을 비웃는 행적을 보면서 안쓰러웠습니다. 자기혐오보다는 그래도 자기애가 낫다고 하잖아요. 저 자신마저 부정해야할 만큼 몰리고 몰린 머스마의 속내가 참 슬프더라고요.

그러나 미래의 자신마저 비웃던 오카베는 스즈하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합니다. 저 자신이 마유리도 못 구하고 나잇살 처먹었는데도 유치한 중2병 놀음만 파냐고 하자, 스즈하는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게 왜 비웃음거리가 되냐고 반박하죠. 오카베야 답이 없는, 미칠 것 같은 상황에 몰려서 그리 말한 거지만, 그래도 스스로 비웃을 만큼 유치한 저 자신이 미래에 저항의 기수로 떠받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참 삼삼했을 겁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플래닛 헐크’가 떠오르더군요. 지구에서 골칫거리이자 천덕꾸러기로 찍힌 헐크가 훨씬 개차반인 별에 떨어져 스파르타쿠스와 예수를 결합한 구세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참 장절하게 묘사된 시리즈죠. 이 작품에서 헐크는 나름대로 구르면서 성장도 하지만, 특유의 미치광이 개망나니 기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런 면모 덕분에 더욱 칭송받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해 영웅이라고 불리는 양반들은 어떤 심오한 뜻을 품기보다는 그냥 자기들 좋을 대로 제 멋에 겨워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한 것에 불과한데, 시대와 주변상황이 맞물리면서 영웅으로써 인식되는 경우가 훨씬 많지 않던가요. 그렇듯 속세가 평화로울 적에야 한 얼치기 과학도의 유치한 음모론과 오기가 그냥 초딩놀음으로만 받아들여졌지만, 세상이 대차게 망한 후에는 저항자들의 정신적인 보루를 제공하는 계기가 된 게죠. 말 자체를 믿지 말고 말이 지닌 의미를 믿을 것이며 시대 자체보단 시대가 지닌 의미와 자기자신의 의미를 직시하라고 뱀병장이 말한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좌우간 이후로 그의 중2병놀음은 훨씬 진중해집니다. 페이리스가 D메일을 취소한 직후에 나눈 말들은 루미호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시사하기에 서글펐으며, 루카와 진실되게 데이트를 한 후 특유의 멘트인 엘 프사이 콩그루를 외치는 목소리는 묵직하기 그지없죠. 그리고 모에카한테 ‘나는 세상에 끝까지 맞서겠다.’고 외치는데, 이는 전형적인 중2병 선언이지만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이 담긴 절규였습니다.

크리스와 마지막으로 이별을 치르기 직전, 그리고 그 직후에도 오카베는 특유의 유치한 장광설을 내뱉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 외친 말들은 실로 처절했죠. 무너지려는 자신을 추스르고자 오기를 부리며 제 마음을 억지로 틀어잡는 발버둥이었으며, 이를 본 마유리는 그만 짐을 내려놓으라고 조용히 위무합니다….

이렇듯 중2병 대딩이 어른으로 성장하며 마무리되…려는가 싶더니, 이 놈의 세상은 오카베에게 또 다시 중2병 놀음을 강요합니다. 정확히는 미래의 자신이 말이죠. 오카베는 57억의 인류에겐 관심없다는 대답을 통해 여전하다는 걸 증명했으나, 기어이 또 다시 무너지고 맙니다. 그리고 망할 놈의 세계선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새삼 깨달았던 순간, 그를 붙들어 맨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자기자신이었습니다.

이제 와 드는 생각은 이기적인 삶의 방식…, 애정. 도덕…, 위선! 그 모든 게 다 나 자신이라는 거야! 난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아!

From 건슬링거 걸


결국 ‘슈타인즈 게이트’는 한 철부지가 시간과 삶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며 자기자신을 받아들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카베는 보면 볼수록 참 헐렁한 친구죠.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자처하면서도 과학적 지식은 일천하고, 애니와 인터넷에서 울거먹은 지식과 음모론만 나열하기 바쁩니다. 운동신경은 바닥을 기며, 크리스와 같은 전문지식 혹은 다루가 지닌 해킹실력처럼 실속있는 기술도 안 익혔죠. 그러면서도 오기랑 비꼬는 재주는 나름대로 타고났지만 그게 답니다. 하렘 마스터 기질(심지어 성별마저 넘어섰더군요.)을 지니고 있긴 하나, 그거야 이 바닥 주인공들의 기본이고, 세계선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지만 뭐뭐가 바뀌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기에 ‘나비효과’의 주인공만도 못합니다. 마안(…) 리딩 슈타이너도 알고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나 소나 다 갖고 있는 기본스킬이요, 기억스캔을 통한 시간도약도 장비만 있으면 가능한 수작에 불과하죠. 그야말로 중2병 기질이 밑천의 알파요 오메가인 친구입니다.

하지만 벼라별 사건을 겪으면서 오카베는 깨닫습니다. ‘자신의 알맹이는 중2병 성질머리밖에 없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판돈이 이거밖에 없다면 못 먹어도 고지!’ 그의 도락과 허영심이나 만족시키던 놀음은 어느새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 유일한 버팀목이 됩니다. 치기를 받쳐주는 허언일지언정 주저앉으면서도 기어나가 손을 내뻗는 기운을 보태주니까요. 더 물러날 곳도 없으니 한층 그렇고요. 그래서 ‘딱히 의미는 없다’고 현재와 미래의 오카베가 동시에 말한 순간이 전율스러웠습니다. 미래의 오카베는 과거의 자신이 어찌 행동할지를 완벽하게 꿰고 충고했죠. 현재의 오카베 또한 미래의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고요. 시종일관 노이즈가 섞여 들리던 미래판 오카베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건투를 빌 때만 생음으로 들린 것도, 즉 연출의 시점이 그에게 완전히 옮겨간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가 3주에 걸친 기나긴 방랑을 통해 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직시할 만큼 변모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거죠. 조언을 들은 직후에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유치한 속임수부터 부리려드는 거 보세요. 드디어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거죠. 평생동안 중2병에 시달리고 할 줄 아는 거라고 조잡한 발버둥밖에 없지만 하늘아래 한점 부끄럼 없다, 이겁니다.

중반부부터 자기 자신에 대해 회의하고 자승자박하기 바빴던 오카베는 스스로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서야 저 자신마저 속이고, 나아가 그토록 잔인하게 스스로를 옭아매던 세상의 굴레마저 풀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오카베가 나카바치 박사를 내몰고자 제 배를 째고 내보인 표정은 실로 매드 사이언티스트다웠습니다. 그가 이놈의 작품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호언한 직함에 걸맞는 표정을 지은 순간이라 할 수 있죠. …엄밀히 말하면 깡패에 더 가까웠지만요. 중2병환자들의 고질병이라 할 자아성찰을 참 고달프게 마무리한 덕에 핸드레이크의 말마따나 세상의 저울대를 속일 배포와 꾀를 갖출 수 있었던 겁니다. 이윽고 자기 자신과 마유리를 구하고자 피땀 흘리며 도와줬던 처자를 외려 구원해주고, 세상과 자기자신마저 구원하는데 성공하죠.

그리고 막 떠나려던 오카베는 미숙했던 시절의 자신을 보며 격려합니다. 앞으로 참 많이 고달프겠지만 힘내라고요. 이 또한 그가 자기자신을 비하하지도 과대평가하지도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만큼 철이 들었다는 걸 증명합니다. 실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그리하여….

 

오카베. 죠죠러마냥 폼 잡는 걸 보면 진짜 어이가 없죠. 하긴 라이토나 를르슈같은 군상들도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작품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서 느낌이 잘 안 왔을 따름이지, 제 3자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보면 오카베랑 크게 다를 것도 없을 겁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은 미야노씨의 연기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봐야 합니다. ‘데스 노트’의 라이토와는 또 달리 포텐을 터뜨리는데, 이 분의 연기력을 다시 봤다니까요. 게임보다 더 막나가는 연기를 듣다 보면, 나이 들어서 와카모토 노리오 선생처럼 막가파 성우가 되는 게 아닐까 심히 기대됩니다. 그야말로 굿굿굿입니다요.(빈정대는 거 아닙니다.).

다루. 세키선생이 이런 역을 다 맡으시다니, 처음엔 진짜 어이가 없었다니까요. 이 친구는 은근히 죠죠 관련 대사가 많더군요. 별도 코스츔이 왜 죠타로인가 했죠. 이 친구는 자나깨나 모자를 쓰는 데다 시간조작과 관련해 제 딸과 엮여 난리를 겪는데요, 아무래도 죠죠시리즈 6부의 죠타로와 그의 딸 죠린이 이 부녀의 모티브인 것 같습니다. 여하간 꿋꿋한 기질은 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렴요.

스즈하. 튼튼하게 자라라!


루미호. 얠 쫓던 똘마니들의 차림새가 어느새 고전이 된 격투게임의 캐릭터들과 많이 닮았더군요. 요놈들의 두목이 안 나온 이유는 역시 업계 뒷사정 때문이려나요. 그 친구는 킹오파의 모씨랑 닮았는데, 그냥 내보내기가 좀 위험할 것 같거든요.

간만에 모모이 여사 특유의 목소리를 접해서 반가웠습니다. 요 아가씨 때문에 아키하바라의 운명이 들썩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는 기가 차더라고요.

루카. 하지만 남자다. …커흑. 초반과 후반에 오카베가 뇌까리는 느낌이 180도 다르죠. 그게 본작의 주제를 받쳐주는 연출 중 하나라는 게 참…. 고바야시 여사는 요새 왜 이런 캐릭터만 맡으시는 건지.

모에카. 오카베랑 드잡이할 때, 무슨 공포영화 보는 줄 알았습니다. 흐미.

나에.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장인물이었는데, 쩝. 디자이너께서 종영기념으로 올린 그림에 떡하니 등장하는데, 미스터 브라운도 안 나온 데다 본인의 출연장면도 왕창 잘려나간 판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마유리. 중간에 입었던 교복이 같은 니트로플러스에서 제작한 ‘팬텀 인페르노’의 주역이 착용하던 옷가지랑 비슷하던데 말입니다. 은근히 직관력이 뛰어난 편이란 말이죠. 오카베와 크리스의 딜레마를 슬쩍 눈치 채는 거나, 다루와 스즈하의 진실에 대해 짚어내는 걸 보면 생각보다 무서운 구석이 있어요. 따지고 보면 애 때문에 세상이 참 많이도 뒤집혔죠. 게다가 조수의 논문이 멀쩡해서 인류가 왕창 거덜난 것도 얘가 오카베랑 뽑은 물건 때문이잖습니까?

크리스. 모님께서 본작에 대해 조수조수한 작품이라고 평가하셨는데, 공감이 갑니다요. 가만 보면 ‘해리 포터 씨리즈’의 헤르미온느하고 위치가 비슷하네요. 이런저런 전문지식을 통해 주인공을 돕고 종종 주역보다 진취적으로 사태를 해결해가곤 하니까요.

 

 

 오카베, 마유리, 크리스의 관계는 사실 원판 게임의 코스츔 패치에서도 암시됩니다. 게임에 코스츔 패치를 깔면 등장인물들의 차림새가 이런저런 작품의 인물들을 패러디하는데, 마유리와 크리스는 각각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의 교복과 C.C.의 구속복으로 갈아입죠. 중2병의 결정체중 하나로 꼽히는 를르슈와 그가 가장 아끼는 처자들을 대입하면 답이 나오거든요. 를르슈의 동급생인 셜리가 그의 평범한 행복과 일상을, 그리고 그에게 이질적인 힘을 선사한 C.C.가 일상의 전복과 금단의 영역을 은유하는데, 본작에서 마유리와 크리스가 차지하는 위치도 비슷하죠.

끝이 좀 허전하나 싶더니 극장판이 나온다네요? 정말 장사 한 번 징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찜찜한 것 중에 하나가 모든 인간들에게 잠재된 능력인 리딩 슈타이너가 왜 오카베만 유독 발달한 건지, 어린 시절에 병치레를 한 거랑 관계가 있는지 시원하게 밝혀지질 않았다는 겁니다. 나중에 나올 드라마CD나 스핀오프 만화 혹은 소설 같은 외전에서 언급하려나요? 정말 이걸 의도한 거면 가뜩이나 쏟아져 나오는 외전들 때문에 골 아픈 판국에 원…. 그리고 뒷이야기에 따르면 나카바치와 루미호 및 루카의 아버지, 과거로 간 스즈하, 젊은 시절의 미스터 브라운이 이래저래 엮였다고 하던데…. 부모세대들의 업보를 본의 아니게 오카베 일행이 푼 셈이군요.

 

 

여담입니다만, 만우절에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와 콜라보레이션 포스터가 올라왔죠. 마마마와 슈타인즈 게이트 둘 다 니트로의 손길이 뻗친 작품이기도 하고, 시간여행이 내용상 중요한 축인데다 시간여행자인 호무라와 오카베의 딜레마 및 작중 위치를 비롯해 통하는 구석이 많죠.

 

시간여행과는 무관하지만 본작과 비슷한 플롯을 지닌 작품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갤럭시 퀘스트’와 ‘트로픽 썬더’입니다. 픽션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현실로 닥치면서 생겨나는 괴리로 인해 허우적대는 뼈대와 등장인물들이 비력한 자기자신에 대해 한탄하지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알량한 밑천으로나마 위기를 타파하고 새로이 나아갈 여지를 만드는 과정이 알싸한 작품들이죠. 뜻밖에도 캐스팅이 빠방하다는 점도 비슷하군요.

 

재미난 작품을 만든 제작진과 자막 제작자분들, 그리고 난잡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덧글

  • Tir티르 2011/09/16 10:45 # 답글

    와, 정말 슈타인즈게이트에서 인상깊은 부분을 조목조목 잘 정리해주셨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여 글 모두 읽고 갑니다. :)
    재미있는 글 잘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다시한번 슈타게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 zemonan 2011/09/17 00:56 #

    본작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셨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 Fact_Tomoaki 2011/09/16 12:37 # 답글

    슈타게는 반전이 중요한(?) 작품인지라 내용을 미리 알면 재미가 없는데 중간에 조금 스포일러성 스크린샷이 몇 개 보이네요^^; 스포일러 경고라도 추가해 두심이 좋을듯...

    그리고 슈타게에 제가 생각치도 못한 작퓸들을 대입하여 정리해 주신 덕분에 저도 다시금 내용을 되짚어 보면서 음미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 zemonan 2011/09/17 00:57 #

    제가 깜빡했군요. 본의 아니게 누설당한 분들께 죄송합니다.
  • 폐묘 2011/09/16 13:49 # 답글

    점장의 딸은 나오가 아니고 나에 입니다.
    나에 폭주[...] 에피소드가 삭제된 데에는 그 방송 조례규정인가 뭔가하는 것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꼬맹이가 칼부림 한다는 것 같은 부분이 걸린듯..
  • zemonan 2011/09/17 00:57 #

    지적 감사드립니다. 이것도 모도지사 때문이려나요?
  • 펭귄대왕 2011/09/16 16:17 # 답글

    마이포크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크리스가 부끄러워하는게 의아했는데, 숨겨진 뜻을 들으니 확 와 닿습니다.
  • zemonan 2011/09/17 00:58 #

    미국쪽 사이트에서도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 에뎀 2011/09/16 17:37 # 답글

    마이 포크가 무슨 의미인지는 양덕들도 몰라서 많이 궁금했었는데, 그런 은어였군요.
    의미를 알고 나니 속이 확 풀립니다. 으흐흐.
  • zemonan 2011/09/17 00:58 #

    잘 안 쓰이는 말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드문드문 이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 라엣 2011/09/16 18:34 # 답글

    나에의 각성부분은 슈타게의 꽃 중 하나인데 뭉텅...
    게다가 사람좋은 미스터 브라운은 냉혈한..
  • zemonan 2011/09/17 01:00 #

    아쉽지 뭡니까. 주인장이 오카베하고 모에카한테야 나름 선심쓰긴 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섬뜩한 인물이죠. 여태껏 그가 윗전들 지시와 조직의 방침에 따라 제거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상상하면...
  • Stormrage 2011/09/16 19:34 # 삭제 답글

    정말 좋은 리뷰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잘 봤습니다.
  • zemonan 2011/09/17 01:00 #

    덧글에 감사드립니다.
  • 000o 2011/09/16 20:06 # 답글

    잘 보고 가요.
  • zemonan 2011/09/17 01:01 #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akashic 2011/09/16 22:06 # 답글

    설마 슈타인즈 게이트를 리뷰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마이스푼과 마이포크는 크리스의 당시 말투를 생각하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가던지라 그 의미로 찾아보니까 금방 실제 뜻도 나오던데,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있군요.

    그나저나 극장판은 대체 무슨 내용이 나올지 의문이 남는데, 설마 비익연리의 달링 내용으로 나오진 않을지 살짝 불안감이 듭니다.
  • zemonan 2011/09/17 01:03 #

    저도 리뷰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히히. 말투만 들어보면 혹시나 싶으면서도 짐작이 가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더 궁금증을 돋는 말이었죠.

    일단 제작진이 본편의 요약판은 아니라고 했으니, 발매된 외전들 중 하나를 영상화할 가능성이 제일 크죠. 하지만 애니만의 오리지널 외전이 나오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 마가미 2011/09/17 15:22 # 답글

    오랜만에 리뷰를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슈타인즈 게이트라... 애니를 볼 바에는 게임을 하라고들 추천을 하던데. 이렇게 리뷰를 봤으니 어쩐지 애니부터 봐야할 것 같군요. 하드 용량이 문제지만.(...)
  • zemonan 2011/09/18 05:52 #

    중요한 순간의 인물들이 내보인 표정과 음향연출이 괜찮더군요. 근데 워낙에 게임이 잘 만든 편인데다, 담지 못한 내용도 많아서요.
  • sai 2011/09/17 19:56 # 삭제 답글

    슈타인즈 게이트의 요소요소엔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얼마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급하신 오카베가 어릴적 앓아누웠던 일례라거나 D메일의 취소로 다루가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을 망각한 스즈하가 여전히 하시다란 성을 쓰고 있었던 점 등이 있죠. 이 부분은 명쾌하게 설명되진 않습니다만 해석할 근거는 뿌려져 있습니다. 해답란이 없는 수학문제 같은거죠.
    우선 오카베가 어릴적 앓아누웠던 것은 스즈하가 2000년도로 시간이동 했을 때(베타 세계선에선 2000년도에 존 타이터로 활동했죠) 세계선 변동여파로 쓰러졌을거란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리고 스즈하가 하시다란 성을 사용했던 것은 스즈하 역시 생각 할 줄 아는 인간이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다루가 아버지란 사실을 추리해냈을거란 것이 2ch 슈타게판에서 내린 결론이죠.
    이런 식으로 해답지를 유저 눈 앞에 들이미는 것만이 아니라 유저가 알아서 추리할 요소를 남겨두고 입 싹 닦는 점도 슈타게의 재밌는 점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야기 전체로 보자면 그리 중요한 부분도 아니니 일일이 설명을 넣는 것도 모냥새가 빠지는 짓이고 추리할 근거는 뿌려두었으니 그거면 충분하다고 보았던 거겠죠. 핫핫핫
  • zemonan 2011/09/18 05:59 #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변동여파라면 오카베 말고도 능력이 각성하거나 비슷하게 뻗는 친구들이 더 있지 않았을까요? 작중에 그냥 안 나오고 넘어간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좌우간 스즈하는 오카베 못잖게 욕 많이 봤죠.
    말씀을 듣고 보니, '쾡이 갈매기 울적에' 후기에서도 비슷한 선언이 나왔던 게 생각나네요. 스스로 생각하려 들지 않거나, 주어지는 정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해선 본작을 즐기기 힘들다던가, 그런 취지의 선언이었습니다. 모자나 화이바 걸칠 때만 머리를 쓰지 말라는 거겠죠. 흐흐.
  • 한용 2011/09/30 16:49 # 삭제 답글

    역시 zemonan님의 리뷰는 명불허전 슈타인즈 게이트는 보지 않고 zemonan님 리뷰를 보고 단숨에 달려 보았습니다. 리뷰 내용에 맞추어 보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리뷰 계속 부탁드립니다.^^
    엘프 사이 콩그루~~
  • zemonan 2011/10/01 10:11 #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면 저도 기쁘죠. 다만 제 관점도 지극히 편향된 편이라 놓친 게 적지 않답니다. 본작의 숨은 그림을 또 달리 찾아보시면 더욱 즐거우실 거라 생각합니다.
  • 7N 2011/09/30 22:03 # 답글

    그동안 어디 가신 줄 알았습니다(........)
  • zemonan 2011/10/01 10:12 #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당분간 또 어찌될는지...
  • 시엘유저 2011/10/17 14:40 # 삭제 답글

    음..언제봐도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그려..@.@
  • zemonan 2011/10/19 15:53 #

    덧글에 감사드립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간만에 히트작이 나와서 흥분했나 봅니다.
  • maintenant 2011/12/01 16:15 # 삭제 답글

    그러고보면 카이사르는 알렉산더처럼 되고싶다는 일념만으로 세계질서를 뒤엎어버렸고, 그건 옆동네 티무르 대왕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 zemonan 2011/12/02 23:23 #

    시작은 미약하되 끝은 장대하리라... 영웅전설이나 신화는 대부분 그런 식으로 환상이 덧입혀지는 법이죠. 페이트/제로의 정복왕도 자신들은 그냥 좋을 대로 살았고, 후세의 역사가들도 자기들 좋을 대도 덧붙이고 윤색했다 비꼬더군요.
  • Fictio 2012/01/15 19:31 # 삭제 답글

    중 2병이라고 해야 하나. 저도 그 설정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베타 세계선으로 돌아가기 직전/직후 성우 연기가 대박이었고.
    주인공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올라오긴 했지만 성장소설의 범주에 넣기에는 주인공의 인격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붕괴되어서 중2병의 자신을 버리기로 결심했다가 희극적으로 복구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zemonan 2013/04/13 23:30 #

    성장의 관점에 달린 문제 같습니다. 저도 를르슈나 오카베 같은 인물들이 과연 성장한 게 맞나 싶었는데, 모님께서 자신에 대해 확인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여유로워진 것도 분명한 성장 아니냐고 말씀하셨죠. 좌우간 참 재미난 등장인물들의 흥미로운 일대기였던 건 확실하죠.
    요즘 니트로플러스가 다방면에 손을 뻗고 있던데, 은근히 섬찟할 때도 있답니다.
  • Fictio 2012/01/15 19:33 # 삭제 답글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니트로플러스 게임이나 시나리오 작가 게임들을 검색하게 되던데, 이것이 미디어 믹스의 진정한 위력인 것 같네요.
  • 2012/05/28 20:48 # 삭제 답글

    주인공 의 성격..그게 너무 답답 하고 아무리봐도 눈치가 없어서 너무 답답하더군요..
    일단 그런 부분 때문에 아니 저걸 왜 눈치 못채지 물어봐야지,등등...상당히 짜증나게 했었죠 .....
    슈타인즈 게이트 보면 볼수록 주인공 성격이 너무 ..못난거 같습니다,주인공 성격이 답답했는지 전체적으로 ..
    밀어 붙일꺼면 확실히 밀어 붙여야지 ...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만약 주인공 성격 이라던가,,뭐 아주 관대하게 보자면..-_-;스토리랑 꾸며진 라인,세계관 작가의 가치관등은 확실히 좋더군요..
  • zemonan 2013/04/13 23:31 #

    솔직히 저도 처음엔 영 아니지 싶었는데, 본격적으로 구르고 구르면서 연민이 들더라고요.
    본작의 촘촘한 구성은 저도 좋아합니다.
  • 워해워해 2013/03/25 12:16 # 삭제 답글

    슈타인즈게이트 리뷰중 가장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zemonan 2013/04/13 23:31 #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 신화만세 2013/05/21 21:26 # 삭제 답글

    여기 나오는 인물중에 스즈하가 자기가 전사라고 하는 부분에서 뿜었었죠. 이분 성우가 시공관리국의 하얀 마왕 성우라는걸 생각하면 ㅎㅎㅎ
  • zemonan 2013/05/22 11:10 #

    나노하의 절반 만큼만 보정을 받았다면 기관이든 에이전트든 명함도 못 들이밀었을 텐데 오카베한테도 쩔쩔매던 모에카한테마저 밀리는 영...
    캐스팅이 호화로운 편이라서 그런지 패러디도 참 많았어요.
  • 신화만세 2013/05/23 18:43 # 삭제 답글

    크리스 성우가 누군인지 알아봤는데 블레이블루의 츠바키 성우더군요. 그래서 들어보면 츠바키 같더군요. 츤데레 츠바키가 연상되더군요.ㅋ
  • zemonan 2013/05/23 22:56 #

    요새 여기저기서 맹활약 중이시더라고요. 속칭 72도 맡으셨던가... '섬란 카구라'의 이카루가처럼 앙칼지고 냉정한 척 귀엽게 흔들리는 인물을 잘 연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 와우 2013/09/07 02:37 # 삭제 답글

    서평? 리뷰? 정말 재밌게 봤어요 ㅎㅎ 한 시간이 넘게 음미하며 정독했습니다. 재미난 작품에 세심한 리뷰가 더해지니 감상의 맛이 배가되네요ㅋ 감사합니다
  • zemonan 2013/09/27 03:08 #

    덧글에 감사드립니다.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면 저도 기쁘답니다.
  • 신화만세 2013/10/01 00:03 # 삭제 답글

    슈타인즈 게이트는 그저 시간여행물이 아니라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 같더군요. 타임머신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주인공은 더욱 성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인상적이였습니다. 사실 원작을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 간략하게 진행하였지만 꽤 명확하게 보여주더군요. 아 그리고 오카베가 모에카를 펀치로 날려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어느 학원도시의 레벨 0가 엑셀을 날려버리는 장면이 떠 올랐습니다. 노린건가?
  • zemonan 2013/10/01 15:15 #

    오카베와 주변인물들의 관계변화와 그로 인해 서로 감추고 있던 바가 한꺼풀씩 드러나는 과정도 재밌었죠. 오카베 자신이 그들의 모습을 통해 자기자신을 돌이켜보기도 하고요.
    패러디가 워낙 많은 작품이라 심증은 듭니다만.
  • 신화만세 2013/10/24 05:53 # 삭제 답글

    슈타게 극장판도 꽤 재미있더군요. 다만 감독의 혐한 표현이 있어서 조금 껄그러웠지만요. 오카베가 시간 여행의 충격때문에 PTSD를 겪는다고 나오더군요. 뭐 그럴만도 하죠. 못볼껄 보면서 시간여행을 했는데 안 겪으면 그게 이상하죠. 그리고 오카베와 크리스 이 두 커플은 저같은 뚱뚱하고 아무 능력없는 솔로의 염장을 지르더군요. 크흑~~ 그래도 여친 사귈 생각은 없습니다.ㅠㅠ 그리고 극장판 엔딩 노래가 정말 좋더군요.
  • zemonan 2013/10/25 00:03 #

    기획가 양반이 그랬다죠. 사실 스텝이 어떻든 작품 자체만 멀쩡하면 그만이었을 텐데 애니에서 기어이 그 요소들을 삽입하는 걸 접하고선 작품마저 슬슬 정나미가 떨어집디다. 오카베를 보면 오히려 용케도 버틴다 싶습니다. 게임에서는 진짜 별의별 생각을 다 하던데 말이죠. 커플은 커플대로 솔로는 솔로대로 재미나게 놀면 되죠. 구차한 변명이란 건 알지만 말입니다요. 커흑.
  • !!! 2017/10/15 00:50 # 삭제 답글

    아.. 리뷰 감격 했습니다.

    작품에 대해서 깊이있게 파악하신 것들을 보니

    혹시 책 좀 읽으시는지요..?

    진지하게 비판능력이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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