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또 한송이 졌네요. 이번엔 이 업계에서 먼저 발을 딛었다가, 제 나름대로 후배들을 돌봐줬던 두 소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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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무라가 마미보고 두 소녀를 유도하고 있다며 힐난하기 직전, 노란 가로등에 이끌려 맴도는 부나방들을 비추더군요. 호무라의 말을 받쳐주는 미장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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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와 함께 돌아다닐 때는 거리의 노을빛이 든든한 안도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후, 노을빛 햇살 및 노랑조명은 끔찍한 공포와 죄책감을 상기시키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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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에선 둘이 만나 돌아다닐 때, 이색적으로 녹색기운이 서린 노을빛이 내려쬐더군요. 하지만, 잠시후 붉은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한 교회와 사과가 나오면서 쿄코의 근본을 정면으로 받쳐줍니다. 그렇게 사야카와 교감했던 쿄코는 말미에 파란 아이스바를 먹더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련한 후배한테 자꾸만 마음이 쏠리고 있다는 뜻이죠. 이윽고 그늘로 가득한 공간에 난입할 때, 그녀의 실루엣을 잘 보니 윤곽에 빨간 기운이 맴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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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코가 마도카과 접선을 시도할 때, 푸른 하늘로 시작해서 창궁 아래 공원, 푸른 음영이 진 건물, 녹색 시내, 푸른 유리빌딩이 연달아 나옵니다. 무엇 때문에 접촉했는지 분명히 이르는 것이며, 그 와중에 끊임없이 바삐 흘러가는 구름들이 쿄코의 긴박감을 은근히 드러내죠.
그림자들
마미와 쿄코가 상대했던 마녀들은 그네들의 음영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반영한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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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루트는 장미에 환장한 여왕이라고 하는데, 스쳐지나가듯이 나온 독재자들-히틀러, 모택동, 스탈린-의 사진은 장미란 장미는 모조리 긁어모으는 잔혹한 독재기질을 이릅니다. 장미를 마구 모으는 기질은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마도카와 사야카를 영입하려던 마미의 속내와 행실을 비추는 게 아닐까요? 사역마들이 1화에서 사야카와 마도카를 보고 꽃 운운하기도 했고요. ![]()
게르투르트는 장미와 나비가 조합된 모양새를 취하는데, 이에 대적하는 마미는 거미와 꽃이 교합된 이미지를 지닌 마법소녀라는 게 흥미롭죠. 싸움이 끝난 후에 나비를 사로잡은 거미가 비춰지기도 했고요. 이는 본편의 전투양상만이 아니라 마도카와 사야카가 마미로 인해 마법소녀에 흠뻑 빠져 돌이키기 힘들만큼 엮였다는 데 대한 은유입니다. 마도카가 스스로의 머릿속이 꽃밭이란 걸 증명하는 바람에 마미와 사야카의 배꼽이 달아났던 노트를 보세요. 싸움이 끝난 후에 색깔마저 입혔는데, 한 발 더 깊숙이 들이밀고 말았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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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에서 게르투르트의 영역 초입에도 파우스트의 문구가 있었듯이, 사야카도 제 마음을 다은 어구를 문으로 삼았으며 쿄코가 이를 찔러 열어제끼죠. 마녀들마다 이런 표식문구가 하나씩 있는 모양인데, ‘Love Me Do’는 ‘날 사랑해주오’란 뜻이며 비틀즈의 데뷔곡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야카의 결계는 입구부터 제 추억을 한껏 담고 있더군요. 벽의 연주회 포스터, 공연장 입구마냥 레드 카펫이 깔린 바닥. 그리고 주변의 (물방울처럼) 푸르고 동그란 모니터에 비치는 사야카의 과거…. 그런데, 4화에서 마도카와 마주한 엘리처럼 주로 쿄코와 만났던 과거를 띄우고 있는 게 묘했습니다. 어쩌면 엘리가 마도카의 죄의식을 등사했던 것처럼 이 또한 반사적으로 쿄코의 마음을 내비친 걸지도 모릅니다. 그 후, 사야카가 눈치채면서 2화처럼 급속히 통로와 입구가 압축되더군요. 자신이 만든 공연장에 초대한 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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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카의 연주장은 붉은 관객석으로 가득한 상부와 파란 관객석으로 가득한 하부로 나뉘는데, 쿄코와 마도카, 사역마들마저 하부공연장으로 떨어질 때 물에 빠지듯이 추락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중력이 뒤집히는데, 하부 공연장이야말로 사야카가 진실한 속내가 담긴 공간이었죠. 푸른 관객석, 그녀에게 음악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정인…. 상부 공연장과 달리 카미죠만이 서있으며, 그녀가 가장 고대하던 순간이었을 겁니다. 단순한 환영일까요, 아니면 그를 본따 만든 사역마? …무에 상관이겠습니까, 그토록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할 따름이죠. 하지만 이 놈씨는 현실에서 그랬듯 끝까지 돌아보질 않더라고요.
이 연주장은 전체적으로 돔 혹은 물방울에 가까운 윤곽을 띄고 있는데, 사야카의 상징인 푸른 물방울과 중간에 영상으로 묘사된 쿄코와의 관계 및 최후에 대한 복선 그 자체였죠.![]()
그리고 사야카가 주력병기로 사용하던 수레바퀴말인데요, 처음엔 열차바퀴인 줄 알았습니다. 헌데 후반까지 다 보고 나니 오페라와 관련된 기물이란 생각이 드네요. 변덕스러운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는 수레바퀴를 돌려서 인간의 팔자를 정합니다. 이 때문에 오페라를 비롯한 공연물에선 운명의 수레바퀴란 말을 종종 인용하며, 실제로도 수레바퀴 장치로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연출하곤 하죠. ‘카르미나 부라나’ 공연에선 그놈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꼭 등장한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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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편 예고까지 지나가고 나온 화면에 있던 악보말인데요, 이게 바로 사야카의 결계에서 연주되던 곡이라 합니다. 쯧.
오랜 고독으로부터 벗어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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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카가 마미에 대한 동경심을 고백하자, 마미는 입가를 굳게 닫으며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마법소녀가 얼마나 고달픈지 되새겨줍니다. 그러나 이는 그녀 자신이 처음으로 허심탄회하게 후배가 아닌, 친구라 할 소녀에게 제 푸념을 늘어놓은 순간이기도 했죠. 처음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보일까봐 조마조마했기에 등진 채 얘기했던 거고요. 막상 마도카가 결심을 하자, 자신처럼 위험하고도 정신없이 살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했고 허세를 유지할 면목도 없었거든요.
마미가 일상에서도 마녀와 싸움에서도 몸가짐을 똑바로 다잡았던 이유는 그것이 보다 옳아서라든가 이타심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고독 그리고 미지의 적과 싸워나가면서 커져만 가는 공포심으로 인해 자칫하면 대책 없이 무너질 듯한 스스로의 마음을 붙들어매기 위한 자기관리나 다름없는 고행이었죠.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이제껏 싸워온 의의가 퇴색되는 건 아닙니다. 그녀의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인해 마도카와 사야카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지고 잠시나마 안식을 얻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니까요.![]()
가족을 잃고 제 목숨을 보전하고자 오랫동안 홀로 싸우면서 쌓여간 고독과 피로, 자칫하면 요단강을 건널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거듭 느끼며 살아온 소녀. 그런 자신을 위해 같이 싸우겠다는 후배의 말이 소녀의 오랜 갈증을 비로소 풀어줍니다. 마법소녀의 의무와 제 생명을 지키고자 친구도 제대로 못 사귀었기에 기탄없이 기쁨과 슬픔을 나눌 존재를 줄곧 원했고, 드디어 바람을 성취했던 셈이죠.
마미는 한 번 죽었던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온전한 삶을 되찾은 듯한 행복감을 만끽합니다. 그렇기에 주변의 촛불이 조금씩 노랗게 밝아진 거죠. 이제껏 타인을 위해서만 자신의 빛을 밝혔던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빛을 피울 수 있었으며, 오늘은 그녀에게 있어 제 2의 생일과 다름없었습니다. 돌아선 순간 캡슐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마미가 행복감에 취하자 노란 불꽃이 떠오르는데, 그녀의 심경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연출이었죠.
마도카 덕분에 맺힌 한이 풀린 마미는 그야말로 날아다닙니다. 몇 년 만에 행복을 절정까지 맛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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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복은 가장 치명적인 마약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마도카에게 구원받은 순간 떨어지는 캡슐들은 기운을 북돋아주는 동시에 냉혹한 현실을 순간적으로나마 잊게 해주는 항우울제였죠. 그리하여 성급하게 굴다가(후배들을 위해 늘 방어막을 만들더니, 이때는 깜빡했을 만큼 서두르더군요.) 빈틈이 생겨 본작의 명성을 결정적으로 굳혀주는 시금석(…)이 되고 맙니다. 마녀의 입이 닫힌 순간, 열쇠가 철컥하는 듯한 쇳소리가 나면서 호무라의 포박이 풀리는 게 정말 끔찍하더군요. 근데 말입니다, 훗날 사야카를 비롯한 후배들이 겪은 상황을 돌이켜보니 그녀는 차라리 행복하게 갔던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금단의 사과를 권한 짝패
쿄코를 처음 봤을 때, 위험하지만 노골적으로 위험해서 오히려 위험하지 않은 군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망대에서 사야카를 살필 때 주변에 다른 인간이 하나도 없는데, 아마도 전망대 망원경을 조작했듯 마법으로 수작을 부렸을 테죠. 그리고 쿄코와 첫전투를 벌일 때 발차기를 날리던데, 7화에서 교회문을 뻥 까고 들어가자 마자 허섭스레기를 밟는 걸 보면서 참 발버릇 나쁜 지지배라고 생각했답니다. 지금이야 이놈의 교회가 워낙 쓰라린 과거가 서린 곳이라서 그랬다는 걸 알지만요. 희한하게도 부츠 때문인지 그녀는 다른 마법소녀들보다 키가 큰 듯이 보일 때가 많고, 카메라각도도 은근히 다리를 강조하듯이 잡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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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보는데 여념이 없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삶엔 마신은 끼어들지 못합니다. 항상 자기자신에게 긴장해 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거든요. 반면에 너무 감정적이거나 자신을 돌보지 않아 마음의 경계가 느슨해진 인간들은 바로 마신의 표적이 되거나 그들과 만나게 되지요.
“난 착하게 열심히 살아왔어” 같은 건 공허한 메아리! 이기적인 인간들이 오히려 마신으로부터 안전한 이유는 그들이 자신에게 가지는 긴장감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행복을 찾게 되더라도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두시오!
쿄코의 독선적인 행태와 자업자득 운운하던 걸 보면서 양영순의 ‘1001’에 나온 대사가 떠오르더라고요. 호무라가 사야카에 대해 평가하며 마법소녀들의 조건을 설명하던 바와 통하는 구석이 많죠. 그녀는 본작의 마법소녀가 함의한 그늘을 구현한 존재였습니다. 
‘대마법고개’로 출장파견나가도 잘 먹고 잘 살 부류였죠. 
마미의 위치를 대체한 그녀는 여러모로 마미 그리고 그녀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사야카와 대립되는 요소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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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먹이사슬이론이야 객관적으로는 딴지를 걸기도 뭐한 논리죠. 하지만 사랑하는 인간이 없기에 밀어붙일 수 있는 논리였고, 이 도시에 가족과 친구가 있는 토박이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궤변에 불과했습니다. 이러니 사야카랑 충돌하는 것도 필연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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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쿄코의 소울 젬이 기독교 계열 단체로 보이는 종단의 목사였던 선친의 표상과 유사하다는 사실이 제시되죠. 그리고 신자의 발길이 끊겼다고 언급할 때 스테인드글라스의 다리를 비추는 식의 직설적인 연출도 나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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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한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며 빌었던 소원은 결국 독선에 불과했습니다. 쿄코는 상대방에 대해 온전히 이해도 못한 채 그리고 자기자신이 진실로 바라는 바와 지향해야 할 바를 구분 못한 데서 비롯된 독선에 대해 논하며 사야카한테 금단의 사과를 권합니다. 결국 거절당한 쿄코는 울화와 오기를 추스르지 못하고 사야카한테 권하고자 했던 사과를 깡술을 들이키듯 무식하게 씹어먹습니다. 하지만 쿄코는 이 시점부터 오히려 본격적으로 사야카한테 동조하며 변모하기 시작하죠….
갈구하라, 기도하라, 그리고 스러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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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7화에서 쿄코와 사야카를 비추던 스테인드 글라스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망토를 휘날리며 칼을 휘두르는 사야카와 실루엣만 놓고 보면 흡사하다고 할 수 있는 천사가 그녀의 가슴에서 튀어나와 쿄코를 찌르듯이 연출됐죠. 그리고 사야카가 낳은 마녀가 끝내 쿄코를 죽음으로 내몰았고요…. 그러고 보니 쿄코가 사야카를 죽이려 할 때는 호무라가 만류했는데, 8화에선 정반대되는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죠.![]()
사야카가 마지막으로 눈물방울을 떨군 장면은 9화에서 몇 번이고 변주됩니다. 마도카와 쿄코가 접선하기 직전에 창궁으로부터 떨어진 푸른 물방울이 도시를 비추며 떨어지더니 정반대로 도시를 비추는 웅덩이에 파문을 일으키며, 두 사람이 뜻을 같이 한 순간 그네들을 비춘 웅덩이에 물방울이 재차 떨어지죠. 물방울처럼 진 사야카가 자신을 아끼는 이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파문을 일으켰던 겁니다. 그리고 이는 이제껏 유지되던 소녀들의 관계를 또 다시 전환시킵니다.

호무라와 쿄코는 서로 교류하면서 마찰을 빚긴 하되, 현실적이며 필요에 따라 냉혹해지는 자들이기에 큰 말썽이 터지진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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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안개가 맴도는 가운데, 쿄코와 호무라는 마도카가 다가온 방향에서부터 둘로 나뉜 선로 사이에 섭니다. 마도카와 사야카에 대한 처우로 인해 끝내 동맹관계마저 파탄날 상황에 대한 미장센이죠. 그리고 바람이 불면서 소녀들의 머리칼과 주변의 전선이 흔들리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똑같이 동요하고 있는 소녀들의 속내를 비춘 겁니다.
호무라는 불길하게 빛나는 푸른 조명을 등진 채 사야카의 최후를 담담히 설명합니다. 이 때 쿄코도 망연한 표정을 짓는데, 아까 설명을 들었고 어렴풋이나마 때려 맞추긴 했으나 틀리길 바랐던 짐작이 적중했다는 걸 새삼스레 확인했기 때문이죠. 물론 소울 젬의 비밀을 안 탓도 있지만요. 호무라의 설명을 듣고 재차 고개를 돌리는데, 6화에서 사야카로 인해 마법소녀의 진실 중 하나를 알았을 적처럼 나름 통뼈인 그녀조차 차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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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죽으면 마미처럼 마녀의 결계 안에 갇혀 시신도 못 남기고 행방불명자로 찍히는 게 상례죠. 그러나 본편에선 쿄코로 인해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고, 호무라는 남한테 시신이 들켜서 덜미 잡히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쿄코는 사야카의 죽음을 무감정하게 찢어발기는 호무라의 양태에 기어이 뒤집어지죠. 사야카의 죽음을 비하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화딱지가 나기도 했고, 누구보다도 그녀를 구원하고자 했던 마도카의 심경을 대신 말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겁니다. 자기 자신도 그러고 싶은 판이었으니까요. 할 말 다한 호무라가 떠날 때 갈라진 선로가 교차하는 방향으로 가는데요, 이는 후반에 쿄코와 마지막으로 만나 서로를 이해한 순간을 암시하는 행위였습니다. 왜냐하면 호무라가 마도카를 구하러 나타나고 나서야 쿄코도 확신했거든요(8화에서 호무라가 사야카한테 하던 말을 온전히 들었는지야 의심스럽습니다만.). 자신이 사야카를 구원하고자 했듯이, 호무라가 스스로의 모든 걸 바칠 존재는 단 한 명뿐이며 어제 그토록 마도카를 몰아붙인 것도 진심으로 아꼈기 때문이란 걸 말입니다. 호무라도 느낀 바가 있기에 이례적으로 그녀의 ‘이름’만 연달아 부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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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가 다리 밑을 지날 때, 기둥사이로 나아가는 순간과 철골 사이로 이들을 비추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로 나아간다는 식의 답답한 느낌을 강조합니다.![]()
쿄코는 정말 괜찮겠냐고 새삼 다시 묻는데, 정말 많이 변했죠. 그리고 쿄코의 말마따나 마도카는 참 요상한 앱니다. 알면 알수록 밀어내거나 내치기가 힘든 군상이거든요. 나름 통하기 시작했기에 쿄코는 절실한 이유가 있는 자만이 목숨을 걸 권리가 있다고 나름대로 따끔하게 충고합니다. 쿄코가 계약한 동기를 생각하면 행복한 집안에서 멀쩡히 잘 사는 아가씨가 나선다는 건 어불성불이니까요. 근데, ‘지금 당장 제 모가지를 걸 필요가 없다. 언젠가 좋든싫든 판돈을 모조리 걸고 나서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니까.’라는 말이 어째 우로부치대인이 쓴 ‘페이트/제로’의 라이더가 한 말이랑 비슷하더군요. …뭐, 라이더와 쿄코의 말은 듣는 당사자에게 예언이나 다름없었다는 것 또한 똑같지만요. 아쉽게도 쿄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으려던 순간 난리판이 시작되는데요,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이 둘의 관계도 나름대로 결실을 맺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쿄코와 사야카의 관계, 그리고 쿄코 자신이 변화한 시발점도 마도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쿄코 자신이야 모르지만 큐베가 그녀를 미타키하라시로 유도한 이유는 사야카와 충돌시켜 마도카에게 계약을 재촉시키는 데 있었죠. 그리고 마도카가 사야카의 소울 젬을 던지는 바람에 마법소녀의 진실이 드러나며, 사야카와 쿄코의 관계가 변하면서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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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코의 말마따나 완전히 입장이 역전되고 말았죠. 처음 만났을 적엔 사야카가 마도카를 동반하고, 쿄코의 패악을 막기 위해 엉겨 붙었는데 말이죠. 이 또한 업보인 걸까요? 아니면 사야카와 쿄코의 희망 혹은 절망이 교차한 결과일까요? 둘의 관계를 묘사한 푸른 그림자와 붉은 그림자가 이윽고 핏줄기가 되어 쿄코의 배에서 쏟아집니다. 치명타를 입은 건데… 참 잘도 돌려서 표현했죠.![]()
사야카가 마도카를 잡아챌 때 다리가 움직이는 걸 보니, 원래 쿄코를 잡으려고 했는데 마도카가 감싼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쿄코는 마도카를 지키려고 결계를 쳤지만, 사실 전투내내 사야카는 쿄코만 들이쳤거든요. 그녀는 자신을 공격하는 건 감수했으나, 마도카가 위험에 처하자 눈을 부릅뜹니다. 사야카가 스스로의 믿음을 저버리는 작태를 좌시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사야카는 쿄코의 말을 내치듯이 대차게 내리찍을 따름이고, 이로 인해 바닥이 무너지며 하부 공연장으로 이동하죠. 그리고 쿄코는 끝내 눈물 흘리며 오래도록 멀리했던 신마저 찾습니다. 얼마나 슬펐으면…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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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올가미와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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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마미의 능력은 줄로 포박하는 식으로 종종 형상화되는데, 결정타를 가하는 법구 또한 리본처럼 묶는 물건을 통해 형성하곤 합니다. 변신할 때도 빛의 실이 휘감고, 빛줄기로 그물을 형성해 자살하려던 여직원을 받아내죠. 게르투르트와 싸울 때, 외려 포박당해 몰리다가 바닥에 총을 연사해 실을 피워서 마녀를 묶은 다음 리본으로 결정타를 가할 때도 포박이란 이미지가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
3화 초반에도 빛이 실모양으로 뻗어나와 총을 형성했다가 실처럼 흩어지죠. 호무라를 리본으로 포박하고 전투 중에 마도카와 사야카를 위해 실로 방어막을 깔아주는데, 장면이 전환될 때도 줄들이 연달아 스쳐지나가곤 합니다. 결정타인 ‘피로 피날레(Filo Finale)’에서도 피로는 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공격의 양상도 꼭 실같은 기운이 맺히는 식으로 시전되죠. …이쯤 되니 그녀의 롤머리 또한 특유의 속성을 받혀주기 위해 저리 그려졌다는 확신이 듭니다.![]()
마미는 본작보다는 일반적인 마법소녀물의 이상적인 마법소녀에 걸맞는 이미지를 지닌 인물입니다. 관점을 달리 하면 마미는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과 마도카, 사야카한테 본작의 마법소녀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인상만 전달하는 왜곡(?)행위를 저질렀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마술사처럼 주변 소품을 단아하게 이용하며,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마법, 화사한 변신과 의상, 정의감과 배려심을 겸비한 됨됨이, 마스코트와의 양호한 관계…. 머스킷 총을 쓰는 데다 연달아 꺼내 쓰거나 일제사격을 가하는 모양새가 깨긴 하지만, 윙크해서 화승총에 불을 붙일 때는 정녕 깜찍했고, 속칭 ‘포화후 티타임’도 단아하기 짝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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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을 기점으로 끝없는 고난과 고독 속에서 살아왔던 소녀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줄 친구를, 같은 시련을 함께 극복해나갈 동지를 원했습니다. 그렇기에 큐베의 선택을 받은 두 소녀를 제 나름대로 지도하고자 했죠. 물론 그녀는 마법소녀의 부정적인 측면도 조금씩 설명해나갔고,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사야카와 마도카가 이 업계의 그림자와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덜 아프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갔고 남은 후배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직행하고 말죠. 그녀의 언행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사야카는 마미가 죽었을 때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호무라한테 떼를 쓰며 절규하기까지 했죠. 마도카도 걸핏하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마미가 그토록 끔찍하게 죽은 데 대한 슬픔, 자신이 살아남은 데 대한 안도감과 끝까지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던 죄책감을 한꺼번에 느끼곤 합니다. 다음 날 수업 중에 담임이 출산적령기를 언급하며 이게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마도카와 호무라의 관계 그리고 마미의 죽음으로 인해 사야카와 마도카의 마법소녀활동이 끝난 게 아니라 이래저래 이어질 거라는 데 대한 복선이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마미가 죽고 두 후배가 옥상에서 멍 때리던 순간이 가슴 아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같다고 하는데, 세상은 그대로지만 그렇기에 자신들이 너무도 변했다는 걸 더욱 실감할 수 있어 모든 게 생경하게만 느껴졌던 거죠. 이놈의 세상이 얼마나 야멸찬지 너무 일찍 깨닫고 만 거죠. 그리고 이 도시가 마미의 가호를 받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은혜로운 손길이었는지 선배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 아는 것은 그네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마미로부터 끝내 벗어날 수가 없었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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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가 본작에서 양적인 마법소녀였다면 쿄코는 음적인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미가 죽은 후 그녀의 위치를 대체한 쿄코야말로 90년대부터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한 이단적인 마법소녀의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본작의 세계관에서 일반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마법소녀가 뭔지 똑똑히 가르쳐줍니다. ![]()
쿄코는 불퉁거리면서도 스스로의 과거와 이를 통해 깨달은 희망과 절망의 진리를 조리있게 전도(?)하는데요, 자신과 비슷하게 길 잃은 양을 끝내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목사 딸 아니랄까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인가 봅니다.
쿄코는 분명히 강한 처자입니다. 세상의 쓴 맛, 단 맛, 짠 맛을 다 봤기에 선악개념 자체를 부정할지언정 저 나름대로 확고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저 자신이 살아있는 송장(불사귀-Undead)이란 걸 알았을 때 받은 충격을 온전히 삭힐 수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죄악을 저지르며 살아오긴 했지만, 종교인 집안출신다운 정신적인 터부 자체가 사라졌던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랫동안 묻어뒀던 과거의 상처를 돌이켜볼 수밖에 없었죠.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렀다는 걸 새삼 깨달았으니까요. 그렇기에 스스로와 비슷한 오류를 범한 사야카에게 같은 길을 걸을 것을 종용해서 그녀 자신이 틀린 길을 걸은 게 아니라고 확인, 아니 인정받길 원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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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코는 마미와 180도 다른 인간이지만, 다른 부류들한테 이해받기 어려운 삶을 견지하며 늘 죽음의 공포를 짊어지고 살아야하기에 한없이 고독하다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마미가 마도카와의 교감을 통해 구원받고자 했던 것처럼 그녀도 사야카를 딴에 도와주면서 안도감을 얻고자 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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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코의 소울 젬은 본시 아버지가 속했던 종단과 훗날 창시한 교단에서 사용하던 법구의 가운데 장식을 본뜬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보석을 제외한 테두리는 그동안 머리핀 대신 꽂고 살았는데 최후에 이를 다시 꺼내든 순간 가슴이 아리더군요. 이윽고 그녀는 자신만 남긴 채, 교회를 홀랑 태워 가족을 데리고 간 아버지처럼 사야카와 함께 가고자 정화의 불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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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었던 정인들을 모조리 잃었던 쿄코는 그래서 더욱 사야카한테 매달렸던 게 아닐까요. 가족과 사별한 후 가슴속에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기구하게도 비슷하게 타인을 위해 헌신했던 소녀들은 종당에 이르러 각자의 시작점이라 할 시절로 회귀하면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사야카는 절망한 끝에 그토록 사랑한 소년의 연주를 처음으로 들었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자기만의 공연장을 만들었죠. 그리고 쿄코는 세파에 치이며 잃어가던 희망을 되찾고, 가족을 사랑하며 신의 은총을 감사하면서 기도하던 순간을 돌이킵니다.


마미는 벼랑끝에서 살아남고자 순수하게 저 자신을 위한 소원을 빌었으나, 이타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오래간만에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이를 만끽하면서 갔죠. 
타인을 위해 계약을 한 쿄코는 이기적으로 살다가 그저 제 그림자라 할 후배를 위해 스스로의 목숨과 영혼마저 바칩니다. 이들의 삶이야말로 본작에서 말하는 희망과 절망의 차감 그리고 교차를 증명하는 대조군이 아닐까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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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계약도 안 한 마도카의 소질을 간파한 것만 봐도 마미는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울 젬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부활하길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같아선 그냥 영면했으면 싶네요. 부활해도 마녀나 언데드로 돌아오는 게 고작일테니까요. ![]()
본작이 일반적인 마법소녀물과 다르다는 걸 살신성인(?)을 통해 증명한 데다, 노랑이 표상이란 점에서 ‘가면라이더 류키’의 시저스에 비유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성님’이란 존칭마저 붙은 데다 작중에서 제일 개념찬 편에 속한 마미를 시저스-스도 마사시 같은 말종이랑 견주는 건 그야말로 두 번 죽이는 짓이라고 봅니다. 주인공의 선배이며, 실력도 개념도 낫다는 측면에서 라이아-테즈카 미유키와 훨씬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죽기 전에 주인공 덕에 구원받았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워낙 처참해서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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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아가씨의 배경이 소개될 때, 굳이 십자가가 아니라 별개의 성구가 나온 이유 중 하나는 혹여나 생길지 모를 부정적인 파장을 줄이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먹을텨?’라고 묻는 대목이랑 초반의 성질머리 때문에 오쟈-아사쿠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뒤로 갈수록 다른 인물이 연상되더군요.![]()
그 자식은 바보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나 너보단 훨씬 멀쩡한 인간이지.
키도 신지. 그 친구가 라이더였던 게 우리한테 행운이었을까, 불운이었을까….
일신상의 이유와 타고난 성질머리 때문에 지극히 이기적으로만 살던 변호사 슈이치는 수단방법 안 가리고 이겨야만 하는 처지인데도 주인공인 신지와 접하면서 막장을 피할 수 있었고, 제 삶을 다른 각도에서 돌이켜 볼 기회를 얻었죠. 그리고 이로 인해 스스로의 독기를 거두고 초연하게 마지막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본작의 쿄코가 스러지는 과정을 보면서 그 때 느꼈던 심정을 반추할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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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사야카의 마녀 이름일 것 같아 언급한 명칭이 엇나간 듯합니다. 이런.
마법소녀물 주제에 변신장면이 두 번 이상 나온 게 마미와 쿄코 뿐이라니, 괘씸하기 그지 없습니다. …솔직히 여타 작품들처럼 변신장면을 한 번도 재탕하지 않은 건 기특합니다. 마미 빼고는 죄다 짧다는 게 불만스럽지만, 이게 어딥니까? …그래도 쿄코가 처음으로 훌러덩 벗으며 변신하는 건 깨더군요. 거 참.
떠나간 처자들이 평안히 잠들고, 남은 자들이 아픔을 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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