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 홍차와 사과. 빛과 그림자. -어린 마녀들에게 안식 있으라-

꽃이 또 한송이 졌네요. 이번엔 이 업계에서 먼저 발을 딛었다가, 제 나름대로 후배들을 돌봐줬던 두 소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마미의 색상은 노랑입니다. 집의 명패도 노란 색이며 마도카와 사야카가 그녀와 같이 돌아다니면 주로 노랑 혹은 주황계열의 조명과 배경-노을빛으로 찬 마을, 노란 가로등. 노란 꽃-이 깔리는데, 2화에서 집에 초대했을 때 설명이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면서 시간이 흘러 해가 지는 바람에 노랑빛 조명과 그늘이 더욱 짙어지는 게 기억에 남네요.

호무라가 마미보고 두 소녀를 유도하고 있다며 힐난하기 직전, 노란 가로등에 이끌려 맴도는 부나방들을 비추더군요. 호무라의 말을 받쳐주는 미장센이죠.


마미의 사후, 마도카는 계란 후라이의 노른자를 보고 노랑을 표상으로 삼던 선배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마미의 집안을 비추는 노을빛이 이전까지와 달리 서글프고 무겁게만 느껴지더군요. 마도카는 마미와 함께 순찰을 다녔을 때처럼 해질녁 인도를 호무라와 거니지만, 노을빛은 그저 한없이 스산할 따름이며 지나가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아득한 소음이 이를 한층 재촉합니다. 나중에 마법소녀가 된 사야카가 마미에 대해 회상할 때도 노란 빛이 울긋불긋한 게 참….

마미와 함께 돌아다닐 때는 거리의 노을빛이 든든한 안도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사후, 노을빛 햇살 및 노랑조명은 끔찍한 공포와 죄책감을 상기시키곤 하죠.


사야카가 미타키하라시를 대표하는 마법소녀가 되면서 전반적으로 파랑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하나, 들이닥친 쿄코로 인해 빨강이 은근슬쩍 스며들면서 균열을 일으키곤 합니다. 처음으로 사야카를 관찰하던 전방대의 빨간 체스무늬 바닥이라든가, 대판 붙었던 난장판에 온통 붉은 기운이 감돌더군요.


기이하게도 쿄코가 갖고 놀던 오락기의 난간이 파랑과 빨강인데, 벽과 바닥의 원 중 바닥의 원은 조명으로 인해 각도에 따라 파랑으로도 빨강으로도 보입니다. 사야카와 쿄코의 과거, 그리고 행동의 궤적이 자꾸만 교차할 거라는 미장센이죠. 이 둘은 서로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거든요. 비슷한 동기에서 시작돼 정반대되는 길을 고른 자들이니까요.

7화에선 둘이 만나 돌아다닐 때, 이색적으로 녹색기운이 서린 노을빛이 내려쬐더군요. 하지만, 잠시후 붉은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한 교회와 사과가 나오면서 쿄코의 근본을 정면으로 받쳐줍니다. 그렇게 사야카와 교감했던 쿄코는 말미에 파란 아이스바를 먹더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련한 후배한테 자꾸만 마음이 쏠리고 있다는 뜻이죠. 이윽고 그늘로 가득한 공간에 난입할 때, 그녀의 실루엣을 잘 보니 윤곽에 빨간 기운이 맴돌더라고요.


9화에선 거리의 가로등이 처음으로 푸르게 빛납니다. 이제까지 거리가 푸르게 빛난 적은 많아도 조명장치가 파란 색을 띈 경우는 드물었죠. 본편의 목표물이자 말썽의 주체가 누군지 이르는 거죠. 그리고 군데군데 붉은 조명도 눈에 띄는데, 그녀와 짝을 이룰 소녀를 지시하는 소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쿄코가 마도카과 접선을 시도할 때, 푸른 하늘로 시작해서 창궁 아래 공원, 푸른 음영이 진 건물, 녹색 시내, 푸른 유리빌딩이 연달아 나옵니다. 무엇 때문에 접촉했는지 분명히 이르는 것이며, 그 와중에 끊임없이 바삐 흘러가는 구름들이 쿄코의 긴박감을 은근히 드러내죠.

 

 

 그림자들

 

마미와 쿄코가 상대했던 마녀들은 그네들의 음영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반영한 존재들입니다.


마미가 본작의 마법소녀에 대해 소개해주듯이, 게르트루트 또한 마녀가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계 안에서 아까 여직원이 자살하려고 벗은 하이힐이 날아다니는데, 나중에 하이힐이 살짝 해진 걸 통해 본작의 마녀들은 결계를 핀 장소의 기물들을 이용한다는 게 드러납니다. 1편의 공사장과 3편의 병원도 마찬가지였고요.

게르트루트는 장미에 환장한 여왕이라고 하는데, 스쳐지나가듯이 나온 독재자들-히틀러, 모택동, 스탈린-의 사진은 장미란 장미는 모조리 긁어모으는 잔혹한 독재기질을 이릅니다. 장미를 마구 모으는 기질은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마도카와 사야카를 영입하려던 마미의 속내와 행실을 비추는 게 아닐까요? 사역마들이 1화에서 사야카와 마도카를 보고 꽃 운운하기도 했고요.

게르투르트는 장미와 나비가 조합된 모양새를 취하는데, 이에 대적하는 마미는 거미와 꽃이 교합된 이미지를 지닌 마법소녀라는 게 흥미롭죠. 싸움이 끝난 후에 나비를 사로잡은 거미가 비춰지기도 했고요. 이는 본편의 전투양상만이 아니라 마도카와 사야카가 마미로 인해 마법소녀에 흠뻑 빠져 돌이키기 힘들만큼 엮였다는 데 대한 은유입니다. 마도카가 스스로의 머릿속이 꽃밭이란 걸 증명하는 바람에 마미와 사야카의 배꼽이 달아났던 노트를 보세요. 싸움이 끝난 후에 색깔마저 입혔는데, 한 발 더 깊숙이 들이밀고 말았다는 뜻이죠.


3화 후반의 주역인 샤를로테는 병원에 결계를 깔았기에 온갖 주사와 약병이 넘쳐나더라고요. 병원에 흔히 있을 법한 포르말린 생물표본들이 눈에 밟히는데, 뒤로 갈수록 과자가 든 병들이 늘어가는 게 떨떠름했죠. 샤를로테는 다른 건 다 있어도 그토록 환장하는 치즈가 없어서 쥐새끼(…)사역마들을 잔뜩 풀었더군요. …마미의 개인색상을 생각하면 잡아먹힌 이유가 납득이 갑니다. 마미는 서둘러서 샤를로테를 해치우려 했는데, 요 놈 숄 뒤편에 나중에 나오는 소갈머리의 얼굴이 있더라고요. 샤를로테의 맞은 편에 앉은 놈은 재생 혹은 탈피를 보조하는 사역마가 아닐는지? 호무라가 밟자 기괴한 소릴 내더니, 탈피가 그치잖습니까?


마미가 큐베에게 케이크를 부탁하자고 했는데, 본편에서 케이크를 즐긴 당사자는 따로 있었죠. 그리프 시드가 핏물 위의 찻잔을 찍었는데, 마미가 차 애호가란 걸 생각하니 속이 다 쓰리더라고요.


마녀로 탈바꿈한 사야카와의 전투씬을 보면 초반엔 단속적이면서도 속도감이 넘쳐 긴박감을 강조합니다. 반면 후반의 액션은 대조적으로 템포를 느슨하게 잡아 오페라의 비극과도 같은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죠.


이전의 마녀들처럼 사야카도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결계를 꾸리는데요, 체스무늬바닥과 선로, 기차는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전철역의 기물들입니다. 쿄코가 서있던 좌석도 방금 전 날아가기 직전에 앉았던 의자였고요. 그리고 호무라가 시간을 정지시킬 때 마녀의 형상과 그림자가 푸른 색-사야카의 색을 띕니다. 게다가 밖으로 나온 순간, 푸른 잔광이 몰아치며 결계가 완전히 풀리더군요. 나중에 쿄코가 팔을 자를 때도 푸른 피가 솟구치더라고요.

2화에서 게르투르트의 영역 초입에도 파우스트의 문구가 있었듯이, 사야카도 제 마음을 다은 어구를 문으로 삼았으며 쿄코가 이를 찔러 열어제끼죠. 마녀들마다 이런 표식문구가 하나씩 있는 모양인데, ‘Love Me Do’는 ‘날 사랑해주오’란 뜻이며 비틀즈의 데뷔곡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야카의 결계는 입구부터 제 추억을 한껏 담고 있더군요. 벽의 연주회 포스터, 공연장 입구마냥 레드 카펫이 깔린 바닥. 그리고 주변의 (물방울처럼) 푸르고 동그란 모니터에 비치는 사야카의 과거…. 그런데, 4화에서 마도카와 마주한 엘리처럼 주로 쿄코와 만났던 과거를 띄우고 있는 게 묘했습니다. 어쩌면 엘리가 마도카의 죄의식을 등사했던 것처럼 이 또한 반사적으로 쿄코의 마음을 내비친 걸지도 모릅니다. 그 후, 사야카가 눈치채면서 2화처럼 급속히 통로와 입구가 압축되더군요. 자신이 만든 공연장에 초대한 게죠.


사야카는 스스로의 색깔과 마음을 담아 온통 바이올린만 든 푸른 연주자들이 현음악만 줄창 들려주는 연주장을 형성했더군요. 여느 마녀 못잖게 기괴한 외양을 뜯어보니, 마법소녀였을 때 휘두르던 칼을 지휘봉처럼 흔들며, 하트모양 머리엔 칼 5자루가 꽂혀있고, 인간이었을 적에 소울 젬이 붙어있던 복부에도 칼에 찔린 심장이 그려져 있더라고요. 게다가 교복 입을 때 매는 리본을 착용하고 있더군요. 하트를 찌른 칼은 실패한 사랑을, 물고기같은 하반신은 인어공주와 유사한 종말을, 갑옷과 망토는 생전에 정의로운 기사를 지향하던 마음가짐이 서린 결과물이겠죠. 앉아있는 자리에서 솟아나온 칼에도 하트문양 깃발이 달려있고요.

사야카의 연주장은 붉은 관객석으로 가득한 상부와 파란 관객석으로 가득한 하부로 나뉘는데, 쿄코와 마도카, 사역마들마저 하부공연장으로 떨어질 때 물에 빠지듯이 추락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중력이 뒤집히는데, 하부 공연장이야말로 사야카가 진실한 속내가 담긴 공간이었죠. 푸른 관객석, 그녀에게 음악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정인…. 상부 공연장과 달리 카미죠만이 서있으며, 그녀가 가장 고대하던 순간이었을 겁니다. 단순한 환영일까요, 아니면 그를 본따 만든 사역마? …무에 상관이겠습니까, 그토록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할 따름이죠. 하지만 이 놈씨는 현실에서 그랬듯 끝까지 돌아보질 않더라고요.

이 연주장은 전체적으로 돔 혹은 물방울에 가까운 윤곽을 띄고 있는데, 사야카의 상징인 푸른 물방울과 중간에 영상으로 묘사된 쿄코와의 관계 및 최후에 대한 복선 그 자체였죠.

그리고 사야카가 주력병기로 사용하던 수레바퀴말인데요, 처음엔 열차바퀴인 줄 알았습니다. 헌데 후반까지 다 보고 나니 오페라와 관련된 기물이란 생각이 드네요. 변덕스러운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는 수레바퀴를 돌려서 인간의 팔자를 정합니다. 이 때문에 오페라를 비롯한 공연물에선 운명의 수레바퀴란 말을 종종 인용하며, 실제로도 수레바퀴 장치로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연출하곤 하죠. ‘카르미나 부라나’ 공연에선 그놈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꼭 등장한다더군요.

…제 운명에 농락당하다가 져간 한으로부터 태어난 소녀의 마지막 무기로썬 그런대로 걸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편 예고까지 지나가고 나온 화면에 있던 악보말인데요, 이게 바로 사야카의 결계에서 연주되던 곡이라 합니다. 쯧.

 

 


 오랜 고독으로부터 벗어난 순간…
 

 

마미에 대해 돌이켜보니 이상하게 자잘한 요소들이 떠오르는데, 마도카랑 사야카를 데리고 순찰을 도는 시퀀스의 음향과 동세가 조금씩 긴박감을 높이도록 구성돼 있었으며, 괴이하리만치 렌즈를 왜곡시키듯 연출한 가로등들과 자동차의 질주음이 신경을 한층 자극했죠. 그리고 마도카를 구해내면서 촬영각도를 잡는데요, 그녀의 이런 성향은 장점으로도 맹점으로도 작용합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후배가 생겼기에 더욱 의젓하게 폼을 잡지만, 위기 또한 부르고 말거든요. 특히 3화에선…. 따지고 보면 불길한 복선 중 하나였죠. 마미만한 베테랑마저 약간의 실수로 고전할 만큼 마녀들은 위험한 존재인데, 한창 전투 중에도 마도카와 사야카가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니까요. 이 모든 게 3화에서 끔찍한 결과로 구현되죠.

 

그녀에 대해 제일 무겁게 다가오는 느낌은 바로 고독감입니다. 가족들이 싹 다 죽은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후, 오랫동안 홀로 고독을 곱씹으며 목숨이 걸린 공포와 싸운 소녀…. 마미가 얼마나 동반자와 친구를 원했을지 상상만 해도 안쓰럽기 그지없죠.

마도카가 마미에 대한 동경심을 고백하자, 마미는 입가를 굳게 닫으며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마법소녀가 얼마나 고달픈지 되새겨줍니다. 그러나 이는 그녀 자신이 처음으로 허심탄회하게 후배가 아닌, 친구라 할 소녀에게 제 푸념을 늘어놓은 순간이기도 했죠. 처음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보일까봐 조마조마했기에 등진 채 얘기했던 거고요. 막상 마도카가 결심을 하자, 자신처럼 위험하고도 정신없이 살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했고 허세를 유지할 면목도 없었거든요.

마미가 일상에서도 마녀와 싸움에서도 몸가짐을 똑바로 다잡았던 이유는 그것이 보다 옳아서라든가 이타심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고독 그리고 미지의 적과 싸워나가면서 커져만 가는 공포심으로 인해 자칫하면 대책 없이 무너질 듯한 스스로의 마음을 붙들어매기 위한 자기관리나 다름없는 고행이었죠.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이제껏 싸워온 의의가 퇴색되는 건 아닙니다. 그녀의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인해 마도카와 사야카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지고 잠시나마 안식을 얻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니까요.

가족을 잃고 제 목숨을 보전하고자 오랫동안 홀로 싸우면서 쌓여간 고독과 피로, 자칫하면 요단강을 건널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거듭 느끼며 살아온 소녀. 그런 자신을 위해 같이 싸우겠다는 후배의 말이 소녀의 오랜 갈증을 비로소 풀어줍니다. 마법소녀의 의무와 제 생명을 지키고자 친구도 제대로 못 사귀었기에 기탄없이 기쁨과 슬픔을 나눌 존재를 줄곧 원했고, 드디어 바람을 성취했던 셈이죠.

마미는 한 번 죽었던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온전한 삶을 되찾은 듯한 행복감을 만끽합니다. 그렇기에 주변의 촛불이 조금씩 노랗게 밝아진 거죠. 이제껏 타인을 위해서만 자신의 빛을 밝혔던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빛을 피울 수 있었으며, 오늘은 그녀에게 있어 제 2의 생일과 다름없었습니다. 돌아선 순간 캡슐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마미가 행복감에 취하자 노란 불꽃이 떠오르는데, 그녀의 심경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연출이었죠.

마도카 덕분에 맺힌 한이 풀린 마미는 그야말로 날아다닙니다. 몇 년 만에 행복을 절정까지 맛봤으니까요.

자신을 진심으로 경애하는 마도카야말로 그녀에게 있어 구세주나 다름없었죠.

그러나 행복은 가장 치명적인 마약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마도카에게 구원받은 순간 떨어지는 캡슐들은 기운을 북돋아주는 동시에 냉혹한 현실을 순간적으로나마 잊게 해주는 항우울제였죠. 그리하여 성급하게 굴다가(후배들을 위해 늘 방어막을 만들더니, 이때는 깜빡했을 만큼 서두르더군요.) 빈틈이 생겨 본작의 명성을 결정적으로 굳혀주는 시금석(…)이 되고 맙니다. 마녀의 입이 닫힌 순간, 열쇠가 철컥하는 듯한 쇳소리가 나면서 호무라의 포박이 풀리는 게 정말 끔찍하더군요. 근데 말입니다, 훗날 사야카를 비롯한 후배들이 겪은 상황을 돌이켜보니 그녀는 차라리 행복하게 갔던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금단의 사과를 권한 짝패

 

쿄코를 처음 봤을 때, 위험하지만 노골적으로 위험해서 오히려 위험하지 않은 군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망대에서 사야카를 살필 때 주변에 다른 인간이 하나도 없는데, 아마도 전망대 망원경을 조작했듯 마법으로 수작을 부렸을 테죠. 그리고 쿄코와 첫전투를 벌일 때 발차기를 날리던데, 7화에서 교회문을 뻥 까고 들어가자 마자 허섭스레기를 밟는 걸 보면서 참 발버릇 나쁜 지지배라고 생각했답니다. 지금이야 이놈의 교회가 워낙 쓰라린 과거가 서린 곳이라서 그랬다는 걸 알지만요. 희한하게도 부츠 때문인지 그녀는 다른 마법소녀들보다 키가 큰 듯이 보일 때가 많고, 카메라각도도 은근히 다리를 강조하듯이 잡곤 합니다.


이 세상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각양각색의 마신들로 가득 차 있답니다. 그런데도 마신과는 단 한 번의 만남도 없는 인간들이 있지요!

자신을 돌보는데 여념이 없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삶엔 마신은 끼어들지 못합니다. 항상 자기자신에게 긴장해 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거든요. 반면에 너무 감정적이거나 자신을 돌보지 않아 마음의 경계가 느슨해진 인간들은 바로 마신의 표적이 되거나 그들과 만나게 되지요.

“난 착하게 열심히 살아왔어” 같은 건 공허한 메아리! 이기적인 인간들이 오히려 마신으로부터 안전한 이유는 그들이 자신에게 가지는 긴장감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행복을 찾게 되더라도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두시오!

쿄코의 독선적인 행태와 자업자득 운운하던 걸 보면서 양영순의 ‘1001’에 나온 대사가 떠오르더라고요. 호무라가 사야카에 대해 평가하며 마법소녀들의 조건을 설명하던 바와 통하는 구석이 많죠. 그녀는 본작의 마법소녀가 함의한 그늘을 구현한 존재였습니다.

‘대마법고개’로 출장파견나가도 잘 먹고 잘 살 부류였죠.

마미의 위치를 대체한 그녀는 여러모로 마미 그리고 그녀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사야카와 대립되는 요소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마미와 달리 전투방식이 굉장히 독랄하면서도 살기등등하며, 옷차림의 색깔은 사야카랑 정반대고, 여러개의 병장기를 한꺼번에 다루는 마미랑 사야카와 달리 오직 창자루 하나만 갖고 다양하게 변환시켜서 싸운다는 점 또한 이질적인 느낌을 굳혀주죠. 창 한자루만 이래저래 변화시켜 싸우는 양상은 그녀가 오직 자기자신한테만 집중하는 동시에 살아가기 위해 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종이란 걸 받쳐주기 위한 미장센이기도 했습니다.

선악의 구분 없이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굴며 인간과 마녀를 모조리 자신의 먹잇감으로만 보는 행태가 강렬했는데, 자신의 몸을 살찌울 먹잇감을 키우는 거야 당연한 권리라고 말할 때 참 기가 차더군요. 그녀 자신의 곤궁했던 과거와 철학이 담긴 발언이며, 인간이라기보단 정글의 맹수와도 같은 가치관이라 할 수 있죠. 이는 그녀가 늘 먹거리를 입에 달고 있으며, 덧니가 송곳니처럼 튀어나온 외모를 통해 강조됩니다.

그녀의 먹이사슬이론이야 객관적으로는 딴지를 걸기도 뭐한 논리죠. 하지만 사랑하는 인간이 없기에 밀어붙일 수 있는 논리였고, 이 도시에 가족과 친구가 있는 토박이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궤변에 불과했습니다. 이러니 사야카랑 충돌하는 것도 필연이었죠.


쿄코가 말하는 양을 듣다보니 아마 이전에도 자신과 대립하던 마법소녀를 죽인 적이 있을 것 같더군요. 안 그렇고서야 저토록 가차 없겠습니까?


재미있는 건 그녀가 이토록 마미와 극단적으로 다른 존재임에도 역할 자체는 흡사했다는 겁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마미가 인자한 스승, 쿄코는 성질 더러운 직장선배같달까요?
 
그래선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개인주의적인 삶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열심히 설파하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사야카가 무심코 빈곤한 유년기로부터 비롯된 트라우마를 건드렸기에 ‘먹는 거 갖고 장난치면 못 쓴다’는 가르침을 폭력적으로 새겨주기도 합니다만, 사과와 아버지의 교회 그리고 멱살을 잡는 행위가 참혹한 과거를 일깨워 손에서 금방 힘을 빼고 말죠. 떨어진 사과의 먼지를 떨어내며 도로 챙기는 게 왜 그리 안쓰럽던지….


쿄코가 제 과거를 털어놓는 시퀀스가 종이인형극으로 연출되는데, 그녀가 큐베와 조우했을 즈음의 그녀 자신과 아버지만 온전히 나오고 다른 가족과 어린 시절의 그녀, 그리고 신도들은 죄다 종이인형으로만 나옵니다. 특히 회상속에서 마법소녀가 돼서 활동했던 장면만 유일하게 칼라로 그려지더군요. 이는 그녀가 진실로 쓰라린 회한이 시작된 시점부터 변모한 자신과 아버지만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변해버린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괴리가 깊기에 마치 아득한 옛날 동화책을 떠올리듯 토로했던 게죠. 얄궂게도 가장 생생한 추억은 결국 마법소녀가 되기 전후의 자신, 그리고 당시 부흥했다가 파토나 자살한 아버지와 홀로 남은 자신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쿄코의 소울 젬이 기독교 계열 단체로 보이는 종단의 목사였던 선친의 표상과 유사하다는 사실이 제시되죠. 그리고 신자의 발길이 끊겼다고 언급할 때 스테인드글라스의 다리를 비추는 식의 직설적인 연출도 나오고요.


그간 인스턴트 먹거리만 줄창 먹던 쿄코가 사야카를 데리고 올 때 사과를 챙긴 게 이례적인데, 스스로의 과거를 토로하기 위해 옛집을 찾으면서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과 자신이 먹은 금단의 사과, 그리고 이로 인해 터진 비극을 보다 생생하게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까 사야카의 행동에 과민하게 반응했던 이유 중 하나는 형편이 곤궁해졌을 때 밥 대신 동생과 나눠먹던 음식이었기 때문이란 게 드러나기도 하고, 쿄코와 사야카가 든 사과가 저 자신을 비추는 장면이 번갈아 나옵니다. 이 둘이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게끔 만드는 거울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쿄코가 자신도 사야카와 비슷하게 타인을 위한 소원을 빌었다고 고백할 때 제 얼굴이 사과에 비쳤던 거고요.


쿄코는 아버지를 위해 금단의 사과-마법소녀가 되는 계약-를 기꺼이 먹었습니다. 그 결과 아버지의 교회와 집안형편이 피긴 했죠. 신자들의 눈에 사과가 차더니 이윽고 빛깔이 진해지는 걸 통해 이를 확실히 부연해주죠. 그런데 말입니다, 쿄코가 빈 소원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전도를 들으러 오는 거지, 그들의 마음 자체를 신흥교리에 심취하게끔 조작하는 건 아니었어요. 즉 계기는 쿄코의 바람으로부터 비롯됐을지언정 그들이 열성적으로 교리에 매진한 건 순전히 아버지의 노력이 자아낸 결과였던 셈이죠. 하지만 춘부장은 이 모든 게 쿄코의 사술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곧고 순수한 인간이었기에 한 번 틀어진 논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이고 의심치 않았던 겁니다. 쿄코의 입장에서야 기가 막힐 노릇이나, 마녀 어쩌구 한 대목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게 나중에 드러나죠.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틀은 건 엄연한 진실이기도 했고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한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며 빌었던 소원은 결국 독선에 불과했습니다. 쿄코는 상대방에 대해 온전히 이해도 못한 채 그리고 자기자신이 진실로 바라는 바와 지향해야 할 바를 구분 못한 데서 비롯된 독선에 대해 논하며 사야카한테 금단의 사과를 권합니다. 결국 거절당한 쿄코는 울화와 오기를 추스르지 못하고 사야카한테 권하고자 했던 사과를 깡술을 들이키듯 무식하게 씹어먹습니다. 하지만 쿄코는 이 시점부터 오히려 본격적으로 사야카한테 동조하며 변모하기 시작하죠….

 



갈구하라, 기도하라, 그리고 스러져라

 

결과적으로 7화에서 쿄코와 사야카를 비추던 스테인드 글라스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망토를 휘날리며 칼을 휘두르는 사야카와 실루엣만 놓고 보면 흡사하다고 할 수 있는 천사가 그녀의 가슴에서 튀어나와 쿄코를 찌르듯이 연출됐죠. 그리고 사야카가 낳은 마녀가 끝내 쿄코를 죽음으로 내몰았고요…. 그러고 보니 쿄코가 사야카를 죽이려 할 때는 호무라가 만류했는데, 8화에선 정반대되는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죠.

사야카가 마지막으로 눈물방울을 떨군 장면은 9화에서 몇 번이고 변주됩니다. 마도카와 쿄코가 접선하기 직전에 창궁으로부터 떨어진 푸른 물방울이 도시를 비추며 떨어지더니 정반대로 도시를 비추는 웅덩이에 파문을 일으키며, 두 사람이 뜻을 같이 한 순간 그네들을 비춘 웅덩이에 물방울이 재차 떨어지죠. 물방울처럼 진 사야카가 자신을 아끼는 이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파문을 일으켰던 겁니다. 그리고 이는 이제껏 유지되던 소녀들의 관계를 또 다시 전환시킵니다.

 

호무라와 쿄코는 서로 교류하면서 마찰을 빚긴 하되, 현실적이며 필요에 따라 냉혹해지는 자들이기에 큰 말썽이 터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야카와 만나면서 조금씩 그녀에게 물들어간 쿄코로썬 더 이상 장단을 맞추기 힘들었고, 8화에서부터 이 점이 조금씩 표면화되더니 본편에 들어 사야카의 주검을 놓고 불협화음이 생겨 확실히 갈라서고 맙니다.


도입부에서 벌레들이 해골모양으로 모여있는데, 한 소녀의 임종과 얼마 후 닥쳐올 또 다른 소녀의 죽음을 이르는 연출이었죠.

푸른 안개가 맴도는 가운데, 쿄코와 호무라는 마도카가 다가온 방향에서부터 둘로 나뉜 선로 사이에 섭니다. 마도카와 사야카에 대한 처우로 인해 끝내 동맹관계마저 파탄날 상황에 대한 미장센이죠. 그리고 바람이 불면서 소녀들의 머리칼과 주변의 전선이 흔들리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똑같이 동요하고 있는 소녀들의 속내를 비춘 겁니다.

호무라는 불길하게 빛나는 푸른 조명을 등진 채 사야카의 최후를 담담히 설명합니다. 이 때 쿄코도 망연한 표정을 짓는데, 아까 설명을 들었고 어렴풋이나마 때려 맞추긴 했으나 틀리길 바랐던 짐작이 적중했다는 걸 새삼스레 확인했기 때문이죠. 물론 소울 젬의 비밀을 안 탓도 있지만요. 호무라의 설명을 듣고 재차 고개를 돌리는데, 6화에서 사야카로 인해 마법소녀의 진실 중 하나를 알았을 적처럼 나름 통뼈인 그녀조차 차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열차가 갑작스레 달려올 때 일체의 소음이 사라지며 마도카의 말만 들리는데요, 이토록 주변이 시끄럽거늘 소녀의 반문만 들릴 만큼 그네들의 심경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잠시후에야 질주음이 울려 퍼지는데, 별안간 들이닥친 전철을 통해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부고와 잔인한 진실의 무게를 강조한 거죠.

마법소녀는 죽으면 마미처럼 마녀의 결계 안에 갇혀 시신도 못 남기고 행방불명자로 찍히는 게 상례죠. 그러나 본편에선 쿄코로 인해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고, 호무라는 남한테 시신이 들켜서 덜미 잡히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쿄코는 사야카의 죽음을 무감정하게 찢어발기는 호무라의 양태에 기어이 뒤집어지죠. 사야카의 죽음을 비하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화딱지가 나기도 했고, 누구보다도 그녀를 구원하고자 했던 마도카의 심경을 대신 말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겁니다. 자기 자신도 그러고 싶은 판이었으니까요. 할 말 다한 호무라가 떠날 때 갈라진 선로가 교차하는 방향으로 가는데요, 이는 후반에 쿄코와 마지막으로 만나 서로를 이해한 순간을 암시하는 행위였습니다. 왜냐하면 호무라가 마도카를 구하러 나타나고 나서야 쿄코도 확신했거든요(8화에서 호무라가 사야카한테 하던 말을 온전히 들었는지야 의심스럽습니다만.). 자신이 사야카를 구원하고자 했듯이, 호무라가 스스로의 모든 걸 바칠 존재는 단 한 명뿐이며 어제 그토록 마도카를 몰아붙인 것도 진심으로 아꼈기 때문이란 걸 말입니다. 호무라도 느낀 바가 있기에 이례적으로 그녀의 ‘이름’만 연달아 부르고 맙니다.

 


사야카를 구하고 싶어하는 소녀들이 만날 때, 그늘에 반쯤 잠겨있던 교코가 제안하면서 그늘로부터 완전히 나오는 반면 마도카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게 묘하더군요. 쿄코는 이전같았으면 꿈도 꾸지 않았을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사야카와 접하면서 저도 모르게 꿈을 품고 살았던 시절로 회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도카랑 서로 이름을 제대로 댄 게 처음이네요. 마도카가 악수를 청하자 쿄코는 먹거리를 내미는데, 자연계에선 먹이를 나눠주는 거야말로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죠. 지금껏 야수마냥 살아왔던 소녀 나름대로 화의를 표한 겁니다.

두 소녀가 다리 밑을 지날 때, 기둥사이로 나아가는 순간과 철골 사이로 이들을 비추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로 나아간다는 식의 답답한 느낌을 강조합니다.

쿄코는 정말 괜찮겠냐고 새삼 다시 묻는데, 정말 많이 변했죠. 그리고 쿄코의 말마따나 마도카는 참 요상한 앱니다. 알면 알수록 밀어내거나 내치기가 힘든 군상이거든요. 나름 통하기 시작했기에 쿄코는 절실한 이유가 있는 자만이 목숨을 걸 권리가 있다고 나름대로 따끔하게 충고합니다. 쿄코가 계약한 동기를 생각하면 행복한 집안에서 멀쩡히 잘 사는 아가씨가 나선다는 건 어불성불이니까요. 근데, ‘지금 당장 제 모가지를 걸 필요가 없다. 언젠가 좋든싫든 판돈을 모조리 걸고 나서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니까.’라는 말이 어째 우로부치대인이 쓴 ‘페이트/제로’의 라이더가 한 말이랑 비슷하더군요. …뭐, 라이더와 쿄코의 말은 듣는 당사자에게 예언이나 다름없었다는 것 또한 똑같지만요. 아쉽게도 쿄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으려던 순간 난리판이 시작되는데요,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이 둘의 관계도 나름대로 결실을 맺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쿄코와 사야카의 관계, 그리고 쿄코 자신이 변화한 시발점도 마도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쿄코 자신이야 모르지만 큐베가 그녀를 미타키하라시로 유도한 이유는 사야카와 충돌시켜 마도카에게 계약을 재촉시키는 데 있었죠. 그리고 마도카가 사야카의 소울 젬을 던지는 바람에 마법소녀의 진실이 드러나며, 사야카와 쿄코의 관계가 변하면서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거 아닙니까?

 


쿄코와 처음 접촉했을 때, 마녀가 사야카의 목소리로 절규하는 게 정말 서글프더군요. 쿄코는 늘 먹던 군것질 거리가 아니라, 패스트푸드긴 해도 끼니를 채울 법한 고칼로리 음식들을 왕창 챙깁니다. 밤새도록 사야카의 옆에 붙어 시신의 부패를 막아야 했으니까요. 그리프 시드를 새로 구할 만한 여유도 없고 주검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니, 오래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거든요. 먹는 양도 꼭 주린 배를 급히 채우는 짐승같죠. 그리고 쿄코가 만 분지 일도 안 될 전망을 논할 때, 주변건물의 창살과 카메라 바로 앞의 창살로 인해 그녀가 갇혀있는 느낌과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는 느낌이 중첩되는데요, 절망 끝에 스스로의 문을 닫은 후배를 꺼내주고자 했던 거죠.


사야카를 제대로 설득하고 싶으면 그 놈씨를 데려왔어야 했다고 봅니다만. 좌우지간 쿄코한테 정말 힘겨운 전투였어요. 그녀는 이제껏 스스로의 전술과 마법을 공격과 속도전에 특화시켰는데, 사야카를 설득하겠답시고 시간을 버는 수비전을 벌였으니….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은 채 전력질주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죠. 게다가 마도카를 지켜줄 결계도 유지해야 한지라, 떡이 되고 맙니다.

쿄코의 말마따나 완전히 입장이 역전되고 말았죠. 처음 만났을 적엔 사야카가 마도카를 동반하고, 쿄코의 패악을 막기 위해 엉겨 붙었는데 말이죠. 이 또한 업보인 걸까요? 아니면 사야카와 쿄코의 희망 혹은 절망이 교차한 결과일까요? 둘의 관계를 묘사한 푸른 그림자와 붉은 그림자가 이윽고 핏줄기가 되어 쿄코의 배에서 쏟아집니다. 치명타를 입은 건데… 참 잘도 돌려서 표현했죠.

사야카가 마도카를 잡아챌 때 다리가 움직이는 걸 보니, 원래 쿄코를 잡으려고 했는데 마도카가 감싼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쿄코는 마도카를 지키려고 결계를 쳤지만, 사실 전투내내 사야카는 쿄코만 들이쳤거든요. 그녀는 자신을 공격하는 건 감수했으나, 마도카가 위험에 처하자 눈을 부릅뜹니다. 사야카가 스스로의 믿음을 저버리는 작태를 좌시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사야카는 쿄코의 말을 내치듯이 대차게 내리찍을 따름이고, 이로 인해 바닥이 무너지며 하부 공연장으로 이동하죠. 그리고 쿄코는 끝내 눈물 흘리며 오래도록 멀리했던 신마저 찾습니다. 얼마나 슬펐으면… 후우.


…쿄코카 시신의 부패를 막을 때, 잘 보니 젬이 꽤 탁해졌더군요. 이 방면엔 익숙치 않은 데다, 그만큼 힘든 작업인 탓이겠죠. 마도카와 만나서 내보일 때도 많이 오염됐더라고요. 전투가 끝나가면서 쿄코의 창이 사라지는데, 그녀는 이미 요단강을 넘기 일보직전이었던 셈입니다. 소울 젬만 멀쩡하면, 몸이 걸레짝이 되도 재생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마력이 차고 넘칠 때나 가능하죠. 사야카의 시신을 보존하겠답시고 마력을 소모한 데다, 안 하던 짓을 하며 싸우는 바람에 마력이 바닥을 쳤을 겁니다. 그리프 시드도 없는 상황에 쿄코 자신이 마녀가 되기 직전에 이른 셈이죠. 그래서 쿄코는 마지막으로 온 마력을 쏟아 사야카에게 안식을 주고자 합니다. 또한 자기 때문에 위험에 처한 마도카와 호무라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야만 했으니까요. 호무라가 초반처럼 능력을 오래 쓰는 것도 아무 때나 가능한 게 아닐 테니고 말이죠. 그리하여 창을 다발로 꺼내는데, 쿄코는 원래 이런 식으로 무구를 여럿 다룬 적이 없었습니다. 마미와 사야카나 그랬죠. 이 또한 그녀가 사야카에게 동화된 증표 중 하나로 보여 안타깝더군요. 더욱이 창의 크기가 그야말로 마녀의 무장과 다를 게 없었는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던 겁니다. 그 직후 얼마 안 남은 마력으로 사야카를 처리하고자, 제 소울 젬을 깨뜨려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는 자신이 죽은 후 또 다른 마녀가 탄생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죠….

 

 


선의의 올가미와 회귀



마미가 처음 등장할 때, 공사판 사슬들이 끊어지며 마도카와 사야카를 둘러싸 일종의 결계를 형성했죠. 마미는 사슬의 끝자락을 잡고 등장하며 본인이 결계를 쳐 구해줬다는 걸 확실히 어필합니다. 본작의 모티브 중 하나인 ‘파우스트’의 모델인 파우스트(…)는 전설에 따르면 교수대의 사슬을 이용한 마술을 종종 선보였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이 순간, 마미가 본작에서 담당한 역할이 드러났습니다.


마미는 디자이너 선생이 가장 공들여 만든 인물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그녀의 의상을 보면 이후 나올 후배들에 비해 여러모로 화사하고도 세심하게 꾸몄다는 게 느껴지죠. 은근히 줄무늬가 많고, 리본처럼 묶어야 하는 소품이 여기저기 달려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마미의 능력은 줄로 포박하는 식으로 종종 형상화되는데, 결정타를 가하는 법구 또한 리본처럼 묶는 물건을 통해 형성하곤 합니다. 변신할 때도 빛의 실이 휘감고, 빛줄기로 그물을 형성해 자살하려던 여직원을 받아내죠. 게르투르트와 싸울 때, 외려 포박당해 몰리다가 바닥에 총을 연사해 실을 피워서 마녀를 묶은 다음 리본으로 결정타를 가할 때도 포박이란 이미지가 일관되게 이어집니다.

3화 초반에도 빛이 실모양으로 뻗어나와 총을 형성했다가 실처럼 흩어지죠. 호무라를 리본으로 포박하고 전투 중에 마도카와 사야카를 위해 실로 방어막을 깔아주는데, 장면이 전환될 때도 줄들이 연달아 스쳐지나가곤 합니다. 결정타인 ‘피로 피날레(Filo Finale)’에서도 피로는 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공격의 양상도 꼭 실같은 기운이 맺히는 식으로 시전되죠. …이쯤 되니 그녀의 롤머리 또한 특유의 속성을 받혀주기 위해 저리 그려졌다는 확신이 듭니다.

마미는 본작보다는 일반적인 마법소녀물의 이상적인 마법소녀에 걸맞는 이미지를 지닌 인물입니다. 관점을 달리 하면 마미는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과 마도카, 사야카한테 본작의 마법소녀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인상만 전달하는 왜곡(?)행위를 저질렀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마술사처럼 주변 소품을 단아하게 이용하며,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마법, 화사한 변신과 의상, 정의감과 배려심을 겸비한 됨됨이, 마스코트와의 양호한 관계…. 머스킷 총을 쓰는 데다 연달아 꺼내 쓰거나 일제사격을 가하는 모양새가 깨긴 하지만, 윙크해서 화승총에 불을 붙일 때는 정녕 깜찍했고, 속칭 ‘포화후 티타임’도 단아하기 짝이 없었죠.


본작의 마법소녀에 대해 소개하는 인물답게, 또한 일반적인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마법소녀답게 제일 길고 울긋불긋한 변신씬을 선보이는데요, 이런 장면들마저 3화 이후로 외려 시청자들과 주역들에게 한층 강렬한 충격을 안겨주는데 일조합니다. 그녀가 죽은 후 여타 마법소녀들의 변신장면은 갈수록 단촐해지는데, 이 또한 냉혹한 현실에 진입했다는 느낌을 받혀주죠.


줄과 그물을 애용하며 장신구도 그렇고, 그녀는 거미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2화 말미의 거미줄에 휘감긴 나비는 그녀로 인해 수렁에 빠질 마도카와 사야카, 그리고 본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시청자들을 정확하게 지시하고 있죠. 그녀가 마도카와 사야카를 구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사람을 새로운 나락 속에 얽매고 말았거든요. 처음엔 마법소녀가 되도록 유도했으며, 나중엔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마도카와 사야카가 각자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한층 처절한 피바다로 빠지기에 이르니까요. 그녀와의 만남과 이별 자체가 마도카와 사야카에게 있어 거대한 ‘족쇄’가 되고 말죠.

어느 날을 기점으로 끝없는 고난과 고독 속에서 살아왔던 소녀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줄 친구를, 같은 시련을 함께 극복해나갈 동지를 원했습니다. 그렇기에 큐베의 선택을 받은 두 소녀를 제 나름대로 지도하고자 했죠. 물론 그녀는 마법소녀의 부정적인 측면도 조금씩 설명해나갔고,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사야카와 마도카가 이 업계의 그림자와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덜 아프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갔고 남은 후배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직행하고 말죠. 그녀의 언행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사야카는 마미가 죽었을 때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호무라한테 떼를 쓰며 절규하기까지 했죠. 마도카도 걸핏하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마미가 그토록 끔찍하게 죽은 데 대한 슬픔, 자신이 살아남은 데 대한 안도감과 끝까지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던 죄책감을 한꺼번에 느끼곤 합니다. 다음 날 수업 중에 담임이 출산적령기를 언급하며 이게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마도카와 호무라의 관계 그리고 마미의 죽음으로 인해 사야카와 마도카의 마법소녀활동이 끝난 게 아니라 이래저래 이어질 거라는 데 대한 복선이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마미가 죽고 두 후배가 옥상에서 멍 때리던 순간이 가슴 아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같다고 하는데, 세상은 그대로지만 그렇기에 자신들이 너무도 변했다는 걸 더욱 실감할 수 있어 모든 게 생경하게만 느껴졌던 거죠. 이놈의 세상이 얼마나 야멸찬지 너무 일찍 깨닫고 만 거죠. 그리고 이 도시가 마미의 가호를 받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은혜로운 손길이었는지 선배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 아는 것은 그네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마미로부터 끝내 벗어날 수가 없었던 거고요….


예를 들어 사야카가 사역마도 좌시해선 안된다고 법석을 피우는데, 이는 마미가 3화에서 이른 바였죠. 그리고 천이 휘감기는 듯한 변신과 망토로부터 칼을 여러 자루 뽑아내며 연속으로 날리는 전투방식은 마미한테서 영향을 받은 산물이었죠.

 

마미가 본작에서 양적인 마법소녀였다면 쿄코는 음적인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미가 죽은 후 그녀의 위치를 대체한 쿄코야말로 90년대부터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한 이단적인 마법소녀의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본작의 세계관에서 일반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마법소녀가 뭔지 똑똑히 가르쳐줍니다.

쿄코는 불퉁거리면서도 스스로의 과거와 이를 통해 깨달은 희망과 절망의 진리를 조리있게 전도(?)하는데요, 자신과 비슷하게 길 잃은 양을 끝내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목사 딸 아니랄까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인가 봅니다.

쿄코는 분명히 강한 처자입니다. 세상의 쓴 맛, 단 맛, 짠 맛을 다 봤기에 선악개념 자체를 부정할지언정 저 나름대로 확고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저 자신이 살아있는 송장(불사귀-Undead)이란 걸 알았을 때 받은 충격을 온전히 삭힐 수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죄악을 저지르며 살아오긴 했지만, 종교인 집안출신다운 정신적인 터부 자체가 사라졌던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랫동안 묻어뒀던 과거의 상처를 돌이켜볼 수밖에 없었죠.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렀다는 걸 새삼 깨달았으니까요. 그렇기에 스스로와 비슷한 오류를 범한 사야카에게 같은 길을 걸을 것을 종용해서 그녀 자신이 틀린 길을 걸은 게 아니라고 확인, 아니 인정받길 원했던 겁니다.


우린 마법소녀야! 달리 이해해줄 족속이 있기나 할 것 같아?!


쿄코는 마미와 180도 다른 인간이지만, 다른 부류들한테 이해받기 어려운 삶을 견지하며 늘 죽음의 공포를 짊어지고 살아야하기에 한없이 고독하다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마미가 마도카와의 교감을 통해 구원받고자 했던 것처럼 그녀도 사야카를 딴에 도와주면서 안도감을 얻고자 했던 거죠.


마미, 쿄코, 호무라, 사야카…. 그녀들은 다 같이 소스라칠 만큼 외로움에 떨면서 사는 영혼들이라는 점에서 매일반이었습니다.


결국 쿄코는 사야카한테 지나치게 물들기에 이릅니다. 자신과 비슷하게 출발해서 정반대되는 길을 처참하리만치 고집한 그녀를 보며 동병상련과 옛적에 포기한 스스로의 길에 대한 회한이 피어났거든요. 또 다른 자신이자, 그림자나 다름없는 짝패를 구하는 행위를 통해 자기 자신 또한 구원하고 싶었던 게죠. 뭇매를 맞는 와중에 사야카의 좌절을 이해한다며 하는대로 다 받아주는 걸 보세요.

쿄코의 소울 젬은 본시 아버지가 속했던 종단과 훗날 창시한 교단에서 사용하던 법구의 가운데 장식을 본뜬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보석을 제외한 테두리는 그동안 머리핀 대신 꽂고 살았는데 최후에 이를 다시 꺼내든 순간 가슴이 아리더군요. 이윽고 그녀는 자신만 남긴 채, 교회를 홀랑 태워 가족을 데리고 간 아버지처럼 사야카와 함께 가고자 정화의 불꽃을 피웁니다.


…쿄코는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누이동생을 돌보며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살던 그만이었던 시절로요. 그저 믿음만 품으면 행복했던 시절로 말입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머리를 풀고 다녔고, 원래는 여동생이 머리를 뒤로 묶고 살았죠. 나중에 마법소녀가 되면서 활동의 편의성 때문에 머리를 묶었던 것에 불과했고요.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무구하게 돌이키고자, 그 시절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기도하는 게 참 먹먹하더라고요. 어쩌면 쿄코는 말썽만 부리는 사야카한테 사별한 동생을 비춰봤던 건 아닐까요? 동생을 아끼고 보살피던 마음이 사야카를 접하면서 무심결에 재차 피어올랐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키고 싶은 단 하나의 존재를 끝까지 지키면 그만이야.

지키고 싶었던 정인들을 모조리 잃었던 쿄코는 그래서 더욱 사야카한테 매달렸던 게 아닐까요. 가족과 사별한 후 가슴속에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기구하게도 비슷하게 타인을 위해 헌신했던 소녀들은 종당에 이르러 각자의 시작점이라 할 시절로 회귀하면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사야카는 절망한 끝에 그토록 사랑한 소년의 연주를 처음으로 들었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자기만의 공연장을 만들었죠. 그리고 쿄코는 세파에 치이며 잃어가던 희망을 되찾고, 가족을 사랑하며 신의 은총을 감사하면서 기도하던 순간을 돌이킵니다.


아버지의 가족동반자살로 외톨이가 됐던 순간, 그 후 고독하게 저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온 세월들…. 그래서 쿄코는 사야카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끝까지 곁을 지켜주고자 했죠. 그리고 누구보다도 정의롭게 살고자 했던 그녀가 더 이상 생전의 믿음을 저버리고 죄짓지 않길 바랐기에 몸과 마음을 다해 막아섰던 거고요….

 

마미는 벼랑끝에서 살아남고자 순수하게 저 자신을 위한 소원을 빌었으나, 이타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오래간만에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이를 만끽하면서 갔죠.

타인을 위해 계약을 한 쿄코는 이기적으로 살다가 그저 제 그림자라 할 후배를 위해 스스로의 목숨과 영혼마저 바칩니다. 이들의 삶이야말로 본작에서 말하는 희망과 절망의 차감 그리고 교차를 증명하는 대조군이 아닐까요?

 

 

그리고…


토모에 마미. 성우분이 ‘나노하 시리즈’의 유노와 같다는 게 참 괴하더군요. 성별은 다르지만 지도한 후배가 자신을 능가하는 자질을 지닌 ‘주역’이며, 마법의 세상으로 안내해준 선배인 동시에 포박술이 특기라는 점이 비스무리합니다. 본작의 감독이 나노하 시리즈의 제작에도 참여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래저래 그냥 캐스팅된 건 아닐 성 싶네요. …마도카의 동생이랑 1인 2역이었으니, 둘 중에 하나는 조기퇴장하는 게 숙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계약도 안 한 마도카의 소질을 간파한 것만 봐도 마미는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울 젬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부활하길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같아선 그냥 영면했으면 싶네요. 부활해도 마녀나 언데드로 돌아오는 게 고작일테니까요.

본작이 일반적인 마법소녀물과 다르다는 걸 살신성인(?)을 통해 증명한 데다, 노랑이 표상이란 점에서 ‘가면라이더 류키’의 시저스에 비유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성님’이란 존칭마저 붙은 데다 작중에서 제일 개념찬 편에 속한 마미를 시저스-스도 마사시 같은 말종이랑 견주는 건 그야말로 두 번 죽이는 짓이라고 봅니다. 주인공의 선배이며, 실력도 개념도 낫다는 측면에서 라이아-테즈카 미유키와 훨씬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죽기 전에 주인공 덕에 구원받았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워낙 처참해서 문제지만요.


사쿠라 쿄코. 노나카 아이씨가 연기했다는 걸 알고 허걱했습니다. ‘우주의 스텔비아’ 시절부터 이 분의 출연작을 적잖이 접했지만, 본작은 그간의 연기를 생각하면 진짜 괴리감이 크게 들었거든요. 호무라네 집에서 라면 먹기 전에 물 넣은 시간 확인하려고 모래시계를 준비한 게 왜 그리 귀엽게 보이던지….
그리고 이 아가씨의 배경이 소개될 때, 굳이 십자가가 아니라 별개의 성구가 나온 이유 중 하나는 혹여나 생길지 모를 부정적인 파장을 줄이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먹을텨?’라고 묻는 대목이랑 초반의 성질머리 때문에 오쟈-아사쿠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뒤로 갈수록 다른 인물이 연상되더군요.

그 자식은 바보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나 너보단 훨씬 멀쩡한 인간이지.

키도 신지. 그 친구가 라이더였던 게 우리한테 행운이었을까, 불운이었을까….


일신상의 이유와 타고난 성질머리 때문에 지극히 이기적으로만 살던 변호사 슈이치는 수단방법 안 가리고 이겨야만 하는 처지인데도 주인공인 신지와 접하면서 막장을 피할 수 있었고, 제 삶을 다른 각도에서 돌이켜 볼 기회를 얻었죠. 그리고 이로 인해 스스로의 독기를 거두고 초연하게 마지막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본작의 쿄코가 스러지는 과정을 보면서 그 때 느꼈던 심정을 반추할 수 있었답니다….


마도카. 얘도 아주 갈수록 잔뼈가 굵네요. 근데 얘랑 같이 얘기하면서 결계 안으로 들어가는 건 거의 사망플래그가 다 된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물귀신이 됐네요.

 

저번에 사야카의 마녀 이름일 것 같아 언급한 명칭이 엇나간 듯합니다. 이런.

마법소녀물 주제에 변신장면이 두 번 이상 나온 게 마미와 쿄코 뿐이라니, 괘씸하기 그지 없습니다. …솔직히 여타 작품들처럼 변신장면을 한 번도 재탕하지 않은 건 기특합니다. 마미 빼고는 죄다 짧다는 게 불만스럽지만, 이게 어딥니까? …그래도 쿄코가 처음으로 훌러덩 벗으며 변신하는 건 깨더군요. 거 참.

 

떠나간 처자들이 평안히 잠들고, 남은 자들이 아픔을 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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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neo, 중력에 혼을 이끌려 : 잡담 2011-03-09 00:22:41 #

    ... 를 외쳤습니다.(왜인지는 물건너로 덕질하신 분들(...)이라면 대충 아실겁니다. 특히나 요즘 저의 경우엔 더더욱 절실...(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3.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 홍차와 사과. 빛과 그림자.(zemonan님 이글루) 결국 마마마 감상문을 밍기적 거리더니 zemonan님까지 마마마 감상문을 쓰셨습니다. 휙휙 넘겨가면서 본지라 다른 zemon ... more

덧글

  • 암흑요정 2011/03/08 04:55 # 답글

    우로부치가 그려내는 마법소녀 이야기의 끝은 고연 무엇이 기다리나?
    각본가가 꿈과 희망이 있는 엔딩이라고 했지만, 말하는 것과 실제가 따로 놀고 있으니...
  • zemonan 2011/03/09 13:39 #

    마지막이 어찌 될지 뭐라 할 수 없어서 더욱 살떨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Ezdragon 2011/03/08 06:08 # 답글

    우로부치 퀄리티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했죠. 결국 이번화에서 사야카를 구하고자 했던 쿄코의 결의와 행동은 그녀를 죽게 만들어 호무라 하나만을 남기려던 큐베의 낚시에 넘어가 있지도 않은 희망을 찾았던거니.
  • zemonan 2011/03/09 13:40 #

    ...9편 말미에 큐베가 한 말을 듣고 나니 이젠 기도 안 차더군요. 본인은 감정이 없다고 했고, 억양도 무감정한 편인데 왜 더욱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요?
  • 우갸 2011/03/08 08:46 # 답글

    행복은 스팀팩.....ㅠㅠ
  • zemonan 2011/03/09 13:41 #

    행복이란 감정이 꼭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선 약도 되고 독도 됩니다. 마미가 제대로 증명했죠.
  • 000o 2011/03/08 08:57 # 답글

    큐베는 저의 원수입니다.
  • zemonan 2011/03/09 13:42 #

    큐베에 대해서도 돌아보면 정말 뭐라 형용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성질이 먼저 나서 원.
  • 폐묘 2011/03/08 09:21 # 답글

    마지막 짤이 마음아프네요
  • zemonan 2011/03/09 13:43 #

    오프닝을 생각하면 마도카가 겪을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일 공산이 크죠.
  • 알트아이젠 2011/03/08 09:22 # 답글

    류우키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군요. 완결되면 애니플러스 유료결재를 이용해서 몰아서 볼까 생각중입니다.;;
  • zemonan 2011/03/09 13:45 #

    우로부치선생은 라이더 씨리즈 특유의 처절한 분위기를 숭상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쓴 흡혈귀물도 '가면라이더 쿠우가'가 모티브 중 하나였다고 하더군요.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 문구랑 참 어울리는 작풍을 지녔기에 물 건너에선 이걸 갖고 별의별 패러디를 다 하더라고요.
  • 디터 2011/03/08 09:52 # 삭제 답글

    더이상은.....못볼것 같습니다.
    설사 배드엔딩이라도 왠만하면 신작은 전부 보는 편인데 마마마는 더이상 보기가 힘드네요.
    우로부치작품이니까 처음부터 체념하고 보기는 했지만 제가 요즘 우울한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설사 이작품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더라도 나중에 다시보게 될일은 없을것 같군요.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비극성을 극대화하고 그안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려는 감독과 우로부치의 생각은 알겠으나 그이야기의 끝에 뭐가있든 최소한 저한테는 비극이 의미보다 너무나커서 이번화를 끝으로 하차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어떤 비극이라도 왠만한 작품들은 모두 섭렴해 왔는데 아이들의 죽음은 지금의 저와 타이밍이 최악이라 정말 보고나면 우울해 지네요..)
  • zemonan 2011/03/09 13:49 #

    저도 이전에 '식령-제로'를 볼 때, 일신상의 사정 때문에 감상하기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살다보면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꼭 생긴다는 걸 새삼 절감했던 판이었거든요. 제가 당시 그 작품의 감상을 쓴 이유 중에 하나가 그 때 겪은 감정을 정리하고 싶은 탓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시면 물러서는 게 이로우실 수도 있습니다.
  • 링고 2011/03/08 10:10 # 답글

    글 잘 봤습니다. 그림이 산만해서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리를 잘 해 주셔서 어떻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쿄코가 사야카한테 매달렸다기 보다는 자기 하고 싶은 것만하다가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쿄코 아버지가 진실을 알자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자살했듯이, 사야카도 카미조에게 고백하면 카미조한테 무슨일이 생길까봐 전혀 고백을 못하더군요.

    사야카에게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던 것에 사과도 한마디 없이 충고한답시고... 사야카에게 절망을 주었고, 마지막에는 자기가 한 일에 양심의 가책(배알이 꼴리는 거겠죠)을 느껴서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가지고 사야카를 구해야 겠다 객기를 부리죠. 사야카도 자기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살았지만... 그건, 쿄코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사야카가 죽자 많이 슬펐었는데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들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그녀들인데, 이 처자들의 명복을 빌어줄 필요가 있을려나 하는 희의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 zemonan 2011/03/09 13:59 #

    제 감상정리의 단점이죠. 더욱이 1화부터 정리하려다 보니 또 오버했지요.
    쿄코도 사야카도 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에서 행동했고, 이는 분명히 비판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얻은 힘과 기회,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는 어지간한 어른들한테도 벅찬 것이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성 싶습니다. 사야카가 카미죠한테 고백을 못한 건 그의 추후행동이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스스로가 산 송장이란 자괴감을 아직 삭히지 못한 이유가 컸죠. 히토미가 너무 일찍 들이쳤달까요...

    정말로 이기적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살고자 했다면, 그토록 고통스러워했을지는 좀... 저 또한 그녀들을 변호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바라 생각해서 취한 행동이 그렇지도 않은 경우가 많고, 스스로의 마음도 행동도 온전히 통제하기가 또 불가능에 가깝다는 세상살이를 증명하는 생애는 그저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 링고 2011/03/09 17:17 #

    아닙니다. 잘 쓰셨는데요. 제가 마마마에서 죽은 캐릭터들 때문에 나름 마음고생이 심했었는데. ..
    덕분에, 제 나름대로 마미나 쿄코, 사야카에 대해서 나름 마음을 정리할 계기를 가질 수 있었네요.
  • zemonan 2011/03/09 20:41 #

    제가 좀 과민하게 반응한 듯해 송구스럽네요.
    제 졸문 덕에 풀린 게 있으시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 QB 2011/03/08 10:44 # 삭제 답글

    누군가가 건담 시드 데스티니의 4번째 엔딩인 '너와 나는 닮아 있어' 로 사야카와 쿄코의 매드무비를 만들었는데 이게 또 가슴이 찡하더군요.
    마미를 비롯해 그녀들의 죽음을 목도한 마도카가 그녀들의 시체 위에서 부디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었으면 합니다.
  • zemonan 2011/03/09 14:01 #

    떠난 자들은 더 속앓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죠. 하지만 마도카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불안합니다.
  • 샤이엔 2011/03/08 10:59 #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내용들이 정리가 되면서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씁쓸함과 먹먹한 감정들이 되살아나네요. ㅠㅠ
  • zemonan 2011/03/09 14:02 #

    그런 감상과 느낌을 정리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해서 감상을 작성하고, 또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았답니다.
  • 겨리 2011/03/08 11:45 # 답글

    마도카 마기카가 충격적인 전개와 클리셰의 타파로 화제몰이를 하는 면도 있겠습니다만은 그 보다 작품 내에서 섬세하게 본편과 연관하여 연출되는 장면들이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요즘은 이런 작품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 매 주 흥미롭게 볼 수 있어서 좋군요.
  • zemonan 2011/03/09 14:03 #

    이 작품의 연출은 굉장히 면밀하게 구성돼있고, 저도 거듭 감탄하곤 합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감상문에서 정리할까 합니다.
  • 레스티안 2011/03/08 12:32 # 답글

    단순하게 마마마를 보고 지나가려다가
    이런 글을 읽으니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네요.
    잘 보고 갑니다
  • zemonan 2011/03/09 14:03 #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 에로거북이 2011/03/08 18:26 # 답글

    와 구석구석 상세하게 보셧네요. 잘 읽고 갑니다.
    결론이 어떻게 될까요? ㅋ 어느 소식통에 의하면 우로부치 욕이 절로 나온다던데 (먼산)
  • zemonan 2011/03/09 14:04 #

    우로부치 선생이 그간 만든 작품들은 희망적으로 매듭지는 경우가 많질 않더군요. 그래도 최근엔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다니 기대해보렵니다.
  • 커티샥 2011/03/08 23:32 # 답글

    글 잘보고 갑니다.
    평소에 생각하던 거랑 일치하는 부분도 많이 보이네요~
  • zemonan 2011/03/09 14:06 #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분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는 게 인터넷의 즐거움이죠. 즐겁게 보셨다면 저도 기쁩니다.
  • arbiter1 2011/03/09 00:13 # 답글

    잘 봤습니다. 배경등도 상당히 세심하게 관찰하고 쓰신게 눈에 보이네요. 후... 미장센이 너무 잘 어우러진 애니란 걸 처음 알았습니다. 리뷰 잘 보고 있으니 힘내서 계속 써주시길 바래요!
  • zemonan 2011/03/09 14:07 #

    감독도 각본가도 영상구성에 어마어마하게 신경을 쓰는 양반들이라서요. 말씀 감사합니다.
  • 로바에든 2011/03/09 00:37 # 삭제 답글

    케이크라고 하시니... 샤를로테 라는 케이크가 있어요. 스펀지 케잌을 딸기와 크림으로 발라 끼어 겹겹이 쌓아 올린 단순한 층계(그렇지만 꿀도 바르고 설탕도 바른)케잌인데, 이게(잘린 단면)마미가 날뛸때부터의 배경이더군요...
    그리고 마미가 우걱 하고 씹혀질때 뒤의 배경...초콜릿 케잌에서 초콜릿(액체=피)이 흘러져 내리는 ... orz

    악보하니 생각났는데요 http://wiki.puella-magi.net/File:E9-schicksal-hope.JPG 여기서 schicksal 은 독일어로 운명이고 룬문자 해독으로 hope가 나왔더라고요...

    사야카는 불쌍하긴 하지만 냉정히 모자면 결국 인과응보라 생각합니다. 마미가 분명 소원을 빌땐 남을 위하던 자신을 위하던 한번 더 냉정히 생각해 보고, 가능하면 후회하지 말 자신의 소원을 비라고 했는데 카미조가 날뛰자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계약을 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마미의 뒤를 잇는다면서 마미랑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졌으니...(마미는 침착하고 차분하고 생각을 하는 타입인데 사야카는 우랴돌격에 감정이 잘 흔들리고 생각 안해보는...)

    마도카랑 쿄코랑 접점이 생겼을때 개인적으로 기뻤답니다. 이 둘은 정말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은근히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요?
  • zemonan 2011/03/09 14:18 #

    그래서 마녀의 이름이 샤를로테였군요. 정말 끔찍한 장면이지만, 이걸 자연스레 돌려 표현해서 더 충격적이었답니다.

    희망이라. 어떨 땐 가장 끔찍한 단어가 되죠. 사야카는 분명히 스스로 고난을 자초한 셈이었죠. 마미가 그토록 충고했는데도 충분이 고민을 거듭하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성급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마도카는 사야카처럼 과격한 친구들도 곧잘 받아줄 알았기에 쿄코랑도 나름 죽이 잘 맞는 편이죠. 근데 마도카랑 정도 이상 친해지면 사망보증수표를 끊는 게 이 작품의 원칙 중 하나라서 말입니다...
  • 브라운북 2011/03/09 00:41 # 답글

    너무 대단하고 완벽하고 멋지게 분석하셔서 진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분석가로서는 만점보다 더드리고 싶은 평가를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사족을 달아보자면 글쓴이님이 영화를 만드신다면 보고 싶지 않을것 같네요
  • zemonan 2011/03/09 14:19 #

    지나치게 오버하고, 난잡한 감상을 너무 과찬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영화야 좋아하지만 해설가나 사회자가 감독으로 나서서 흥한 경우가 별로 없다죠.
  • ArchDuke 2011/03/09 00:56 # 답글

    괜히 마미가 마도카보고 "멈춰라 너는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는 왜곡자막이 나온게 아닙니다.
    여튼 미장센 분석 감사합니다
  • zemonan 2011/03/09 14:20 #

    어찌보면 파우스트의 수순을 아주 모범적으로 따라가는 작품이죠. 과연 어찌 종지부를 찍을런지...
  • 黑白 2011/03/09 01:11 # 답글

    개인적으로 쿄코가 과거 드립치면서 원래 나 나쁜놈 아냐..라는 루트로 가니까 애정이 확 식더군요.
    마법소녀물에도 싸이코패스 전투광이 나왔으면 했는데..
  • zemonan 2011/03/09 14:23 #

    솔직히 저도 그 부분은 좀 실망하긴 했습니다. 현재의 쿄코도 나름 괜찮긴 합니다만, 정말 시원하게 막나가는 인물일 거라 기대했거든요. 하지만, 본작에서 마법소녀들이 진짜로 맞서야 할 난관이 다른 마법소녀가 아니며 더욱 거대한 시련이 다가오고 있는만큼 필연적인 결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라탄 2011/03/09 10:52 # 삭제 답글

    -쿄코가 fate/zero의 라이더에 비교되는 것을 보곤 마미도 zero의 아처와 닮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네요.
    '왕의 재보'를 펼치듯 총을 다방면으로 전개해서 공격하는 방식이나 쇠사슬로 적을 묶듯이 리본으로 적을 포박하는 점.
    퍼스널 컬러도 길가메쉬와 같은 황금색에, 고독함이 테마를 이루고 있었으니까요. 또한 코토미네를 살살 꾀어 어둠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은 마미가 마도카나 사야카를 마법소녀의 세계로 끌어당겼다는 부분과도 통할 수 있겠네요. 우로부치는 길가메쉬를 너무 좋아해서 거의 추앙하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던데, 마미의 경우는 우로부치 개인의 취향
    ( 虚淵「그러니깐 가슴이 큰 여자가 몬스터에게 습격당해도 어느정도 안심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만약 죽어버리더라도 그렇게 안타깝지 않고요」)이랑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일종의 장난같다고 여겨지기도 했죠. 방심왕과 비슷하게 방심하다가 최후를 맞는 부분까지 생각해보면 상당히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군요.


    -마미와 그렌라간의 카미나가 비슷한 인물이라고 말한 우로부치의 발언은 처음엔 립 서비스인줄 알았지요. 마미는 카미나보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쪽이 어울린다고 여겼었거든요.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카미나도 앨리스의 토끼와 비슷한(주연들을 여태까지와는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역할을 했으니.. 분명 생각할 수록 맞아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인정할 수 없게 만드는 얄미움도 느꼈습니다. 우로부치의 발언을 그대로 인정하기엔 이후에 이 얄미운 각본가씨 께서 비웃는듯이 휘두른 전개의 아픔이 너무 컸으니까요.

    여담으로 카미나는 자신의 인생관을 읊어대면서 요약하자면 '운명을 돌파해 낸다' 라는 식의 태도를 취해왔지만,
    마미는 그날 죽었을 상황에서 살아난 것이니만큼 일종의 운명론도 느끼고 있지 않았나 싶네요. 실제로 마도카와 사야카에게
    '큐베가 관련된 이상 너희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겠지' 라고 말하는 부분은 마미의 그런 생각을 드러나게 해줬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카미나는 운명을 돌파하다가 운명에 져서 갔지만, 마미는 운명에 순응하다가 그 인생관이 바뀌려는 찰나에 가버린 것이 되는군요.


    -어떤 사람들은 마미가 보여준 선배의 모습에서 '작 내에서 인격적으로 완성된, 성숙한 캐릭터' 라는 말씀을 하시곤 하는데 실제론 1~3화까지 드러나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어린 성격이나 우유부단함을 보여주었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마미가 살아있었다면 이후의 전개에서는 인기가 하락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작중에서 제일 큐베에게 우호적이었던 마미가 6화의 진실을 들었을 땐 어떤 반응을 보였을는지.. 실은 사야카보다 더욱 타락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마녀화된 사야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쿄코와 비슷한 결말을 맞았을 수 있겠죠.
    위에 설명해주셨듯이 결국 마미와 쿄코는 완전히 대극에 위치하면서 살아왔지만 역할적으로 살펴보면 완전히 거울을 보고 있는 기분마저 듭니다.
    쿄코가 마미를 '녀석(奴)'이라고 부르는 것을 적대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해석해보면 일종의 라이벌 관계였을 수도 있겠죠.
  • zemonan 2011/03/09 14:30 #

    말씀을 듣고 보니 길가메시랑 닮은 구석이 많군요. 우로부치 선생은 본인의 취향을 작품을 받쳐주는 선에서 적절히 집어넣는 편이니 말씀하신 바가 일리있다고 봅니다.

    감상자를 쥐었다 폈다는 하는 재주가 좀 좋아야죠. 확실히 마미는 운명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는데, 이때문에 호무라와 더욱 척을 졌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무라야 거대한 운명을 바꾸겠다고 난리치는 중이니까요. 카미나는 자신은 실패했지만, 의형제를 비롯한 지인들이 운명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줬죠. 근데 마미는 반대로 더욱 쓰라린 운명에 얽매고 말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마미도 여리거나 불안정한 구석이 적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도카한테 털어놓는 말들을 보면 알 수 있죠. '스타워즈'에서도 원래는 오비완을 죽일 생각까진 안 했는데, 추후 전개를 고려해서 각본을 수정했다고 합니다. 거름밭에 굴러도 이승이라고 하지만, 그녀가 더욱 뼈아픈 영욕을 봤을지도 모릅니다.
    쿄코의 성격이나 거주지를 고려하면 가까운 동네 살던 마미와 한번쯤 부닥뜨렸을 공산이 크죠. 친구이자 웬수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고, 재수없는 오지랖 대왕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요?
  • 희,비극은 하나다 2011/03/09 14:54 # 삭제 답글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모든캐릭터의 끝을 꼭 죽음으로 끝내버리는 우로부치의 방식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군요.
    끝이 어떨지 훤희보이니 뭐랄까 주인공들의 죽음에도 의외로 담담하게 감상하게 되버립니다.
    이런점때문에 우로부치의 실력은 높이사면서도 제개인적으로 안노나 나스보다 높게 쳐줄수가 없네요.
    물론 우로부치의 부자연스럽지도 않고 디테일한 비극의 스토리 정말 훌륭한수준이지만 항상 같은 수준에서 멈춰서는 경향이 있습니다.-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로 우로부치 개인의 취향이기도 하며 지금의 우로부치스타일을 만든 몰살취향이 발목을 잡는것같은 인상을 지울수가 없네요.항상 뭔가 더나아갈수 있을것 같은데 정상바로앞에서 만족하는듯한 기분이에요.
    뭐 이미 올라간 높이가 상당하기에 자신만의 취향과 고집을 지키는 우로부치를 저는 항상 칭찬하지만 며칠전에 본 안노의 신작? 에반게리온 파에서 안노가 같은 비극의 재료로 정상정도가 아니라 대기권돌파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좀더 색다르고 더욱 좋은 우로부치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생기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 zemonan 2011/03/09 20:44 #

    우로부치선생도 언젠가 확연히 다른 시도를 하실 날이 오겠죠. 실제로 잠시 물러났다가 쓴 '살육의 쟝고'는 이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결말을 보여주기도 했고, 다른 작가분들의 소설판을 맡으면서 그쪽 세계관에 걸맞는 결과물을 멋드러지게 내놓기도 했거든요. ...'페이트/제로'야 이 분의 성향대로 끝났다고도 할 수 있지만, 프리퀼이기에 새드엔딩이 정해진 작품이니만큼 우로부치선생만의 책임은 아니겠죠.
  • 凶鳥 RAVEN 2011/03/09 18:51 # 답글

    한창 자랄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저렇게 영혼 단위까지 처참하게 져가는 모습은 슬프기 짝이 없군요.
    배드든 해피든 좋으니 이 빌어먹을 연쇄비극 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우로부치가 온화하게 끝내주기란 만무하지만요.(...)
  • zemonan 2011/03/09 20:46 #

    그래도 직접 인터뷰에서 꿈과 희망이 있는 결말로 매듭짓겠다고 하신데다, 외전들도 나온데다 차후 시리즈들도 이어져야 하니 너무 일찍부터 절망하고 싶진 않네요. ...아무렴요.
  • 자이드 2011/03/09 18:54 # 답글

    안보고 있었는데 감상덕분에 볼 생각이 드는군요
  • zemonan 2011/03/09 20:46 #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작품이라 좋았습니다. 하지만 호오가 확실하게 갈리는 작품이란 점만은 유념해주세요.
  • 미니 2011/03/10 14:44 # 답글

    이제 11시간 후면 10화, 그리고 11, 12화로 완결짓겠군요..
    남은 3화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기대되면서도 두렵기 짝이 없습니다.
  • zemonan 2011/03/14 06:12 #

    다음 편 보기가 이토록 후들거리기도 오래간만입니다.
  • spawn 2011/03/11 12:49 # 삭제 답글

    우로부치 겐과 나가이 고 두 사람은 작품 성향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데몬베인의 설정을 접했을 떄(당시 저는 러브크래프트나 크툴루에 대해서 전무한 상황이었죠) 마징가 시리즈가 떠올랐죠.
  • zemonan 2011/03/14 06:13 #

    나가이 고 선생께선 일본만화세대가 만드는 작품들의 어두운 측면에 있어 원조라고 불리신다는군요. 만화로 표현가능한 어둠을 참 일찍이도 극한까지 밀어붙인 덕에 후학들한테 계시가 됐다나요.
  • 막장매니아 2011/03/11 16:02 # 삭제 답글

    과연 얼마안남은 마도카가 어떤식으로 끝날것인지 궁금해지네요.
    큐베만 웃으며 끝날것인가?아니면 마도카가 꿈과 희망을 보여주며 끝날것인가?아니 그이전에 이미 등장인물들이 거의 전부 죽은 마당에 꿈과희망이 넘치는 엔딩이 가능할까요???
    그동안의 우로부치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세계는 지켜내고 큐베도 분자단위로 소멸했지만 주인공들은 모두 죽었다.....' 식으로 끝날것 같군요.
    이런,아무리 생각해도 꿈과희망이 넘치는 엔딩은 아니군요.
    아니면 모두 되살려내기라도 하려나?거의 다죽은 이시점에서 죽은사람을 되살려내거나 호무라처럼 과거로 가서 모든걸 바꾸는 선택이라도 하지않는 이상 꿈과희망이 넘치는 엔딩은 무리일것 같은데 어쩔생각일까요.
    아마도 세상은 구했으니 꿈과희망이 넘치치않냐고 우기는 전개도 가능할것 같네요.
    꿈과희망은 커녕 절망이 가득한 엔딩이지만 우로부치스타일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은게 문제네요.
    뭐 애니수준도 높고 몰살엔딩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애들이 죽어가는걸 보는게 유쾌하진 않네요.
  • zemonan 2011/03/14 06:16 #

    어떤 식으로 끝나든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는 점에서 참 무시무시한 작품입니다. '페이트/제로'처럼 일말의 가능성만 남기는 식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만...
    확실히 어린 생명들이 픽픽 죽어나가는 건, 특히나 한 명 한 명 처절하게 가는 건 껄끄럽죠. 근데 애니를 비롯한 픽션에서 주역들을 맡는 게 보통 어린 세대들이다보니 죽어나가는 세대로 어린 친구들인 경우가 많단 말입니다. 쯧.
  • 야옹 2011/03/12 22:34 # 삭제 답글

    호오.. 재밌는 글이네요... 10화를 보고난 지금은 확실히 마미의 경우 멘탈이 의외로 약한거 아닌가 싶었는데..(3화에서도 오히려 마미가 마도카한테 정신적으로 의존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글을 보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거 참 신기하군요. 주인장님이 분석하신 주변 배경물들의 멀 상징하는지.. 저 수많은 소품들이
    작가가 일일이 의도적으로 배열한건가요? 흠좀무...
  • zemonan 2011/03/14 06:20 #

    본작의 소녀들은 약했기에 한없이 강해지다가도 또 주저앉다가 도로 일어서길 반복하죠. 마미도 다를 게 없었습니다.
    저 자신이 원래 이리저리 씹어보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버한 것도 적지 않죠.
    다만 신보 감독의 작품은 '소울 테이커'도 그랬고, 장면을 집요하게 구성하는 경향이 많더군요. 그래서 재밌긴 합니다만.
  • 신화만세 2013/04/19 01:53 # 삭제 답글

    엔하위키에서 마도카의 인간 관계 중에서 쿄코도 중요한 인물로 나오더군요. 사실 마도카가 쿄코랑 제대로 대화한건 딱 한화 뿐이지만 마도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모양입니다. 그리고 마도카는 그녀에게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와 어설픈 목표의 부작용을 배웠다더군요.
  • zemonan 2013/04/25 23:29 #

    마법소녀들 중에서 정신을 가장 확실하게 다잡고 있기 때문이겠죠. 외전을 보면 다른 시간축에서도 쿄코의 입지는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특히 마미하고 그토록 찐한 사이일 줄은 몰랐어요.
  • 신화만세 2013/12/24 16:22 # 삭제 답글

    반역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멋있던 장면은 역시 마미와 호무라의 건 카타 액션이였습니다. 현대 총기와 고전 총기의 맞대결이라 더 흥미가 갔고요. 둘다 자신의 고유 능력으로 싸우는 건 정말 최고의 명장면이였습니다. 아마 우로부치 대인이 이퀼리브리엄의 애청자였던 모양입니다.
  • zemonan 2014/01/01 01:22 #

    총덕의 진가가 발휘된 장면이었습죠. 특히 마미가 원판과 달리 아주 간이 개틀링을 시전하는 잔꾀마저 부려대서 한층 재밌었습니다. 우로부치 대인만이 아니라 그 영화가 일본에서 인기가 참 많아요. 우리나라나 미국보다도 더 열광적인 것 같습니다. 전대물 같은 특찰물이나 '트리니티 블러드'에서도 아주 대놓고 베낍디다.
  • 신화만세 2014/01/01 16:10 # 삭제 답글

    호무라가 그 많은 무기들을 훔쳐서 사용하는 걸 보고 막장 애니인 제로의 사역마 4기가 생각나더군요. 주인공이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자위대 기지에 들어가 전투기를 훔쳐가는 그 장면 말이죠. 사실 이게 욕먹는게 당연한게 아무리 만화라 하지만 일반인이 기지에 들어가는 것부터 그리고 조종법은 어떻게 알아냈는지? 결국 그 후엔 분명 여러 명이 영창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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