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시간 - 어른이 될 아이들을 위해, 아이였던 어른들을 위해 천기누설 겸 감상

어린 시절 제 만화관을 바꾼 작품인 ‘쥐’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 유독 관심을 끌었던 단락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쥐’ 2권을 작업하던 작가 슈피겔만이 인터뷰 공세에 시달리면서 점점 몸집이 작아지며 어린애가 되는 시퀀스였죠. 슈피겔만은 “가끔은 어른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몇 달 후에 아버지가 된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 우리 아버지의 영령이 아직도 내게 드리워져 있어.”라고 말하더니, 담당 정신과 의사를 만나 아버지가 2차세계대전 중에 입은 상처와 그로 인해 어긋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되짚어보고 나서야 어른으로 돌아옵니다. 그 후, 돌아가신 아버지의 녹취록을 들으면서 다시 어려지긴 합니다만….

당시엔 그 장면이 인상적이긴 하되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이해가 안 갔죠.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에서 유년기의 주인공이 어른이 돼서 파토난 자신을 처연히 굽어보는 장면이나, ‘프레쉬 프리큐어’에서 러브가 어렸을 적 자신을 위로하는 걸 보고 일종의 기시감을 느끼곤 했죠. 다 큰 자신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거나, 혹은 때 묻지 않은 어렸을 적의 관점으로 자신의 변모를 직시하는 순간들은 철학적인 묘미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신임교사의 복불복 교육기?

 


‘아이들의 시간’을 처음 접했을 때 재밌긴 하지만 흔하다면 흔한 교육드라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가양반이 상업지에서 나름대로 맹활약한 노하우(?)를 군데군데 선보이긴 했지만 그닥 눈에 확 들어오진 않았죠. 'GTO'같이 교사가 초반엔 학생들 때문에 생고생을 하다가, 아이들의 주변어른들과 높으신 분들이야말로 진짜 문젯거리란 걸 인식하는 전개도 그저 그랬고요. 그래서 본작으로부터 한동안 손을 떼고 잊고 지냈는데…. 만화책과 애니판이 갈수록 가관이란 세간의 평가를 접하고, ‘그 후 얼마나 더 막나갔길래?’란 생각이 들어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선 페도필리아들의 교과서로 추앙받는다는 식의 비난도 쏟아졌다던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9권까지 보고 난 후, 좀 달리 생각해야겠다 싶더군요. 그토록 안이하거나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거든요.

 

 

경험의 다양한 활용

 

작가분이 여성이라서 그런지, 본작은 여성진에 대해서도 나름 현실감 있게 묘사해나갑니다. 한 예로 아오키에게 대놓고 대쉬하는 호우인의 경우, 통통하고도 풍만한 몸매가 매력포인트인데 여타 작품들과 달리 이게 나중에 독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직장동료인 오야지마 선생이 대접하는 과자와 뒷풀이 음주로 인해 갈수록 가슴사이즈가 커지지만, 뱃살도 사정없이 늘어서 도야지냐니 임신했냐니 하는 비아냥마저 듣기에 이르죠.

작가선생의 남편 되시는 분이 교사라서 본작을 꾸리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 교육계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묘사하더군요. 시라이선생의 차림새 변천사를 보면 초등학교 교사들이 왜 그렇게 털털하게 입는지 설득력 있게 와닿더라고요.

본작에선 학생과 교사, 학부모간의 관계 및 교육에 대해 의외로 심각하면서도 현실적인 테제가 많이 나옵니다. 이 작품은 종종 린을 비롯한 주역 아동들을 갖고 온갖 에로망가를 그린다는 비판을 받는데, 사실 이 점 또한 달리 봐야할 여지가 있습니다. 린의 자위행위같은 경우 상업적인 요인이 없다고 하긴 힘들지만, 린과 레이지, 아오키의 불안정한 심리를 강조하는 동시에 본작의 주요플롯인 그네들의 갈등을 받쳐주기 위한 연출이기도 했거든요.

저학년생이나 미취학아동들도 가끔 그래요. 대체로 “만지면 기분 좋다”,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이유 때문에 그러지, 성에 구체적으로 눈을 뜬 건 아니죠. 그 아이의 가정환경이 문제예요. 부모가 바빠서 외롭다든가, 불안감을 삭히려고 그러는 거라면… 어른들의 섹스중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죄악감… 좌우지간 꾸짖어봤자 좋을 게 없어요. 아이가 속으로 “성적인 테제=부정적인 테제”로 인식해서, 몹쓸 짓을 당해도 자기가 혼날 거라 생각한 나머지 상담할 염두도 못 내거든요. 알아도 모른 척하면서 은연 중에 다른 놀이에 심취하도록 유도하는 게 나아요.

이 시퀀스로 인해 린과 아오키, 레이지의 관계가 변하면서 본작의 주제를 한층 탄탄하게 보완해줍니다.

아무튼 주인공인 아오키가 교사로써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학생들과의 신경전도 수그러든 시점에서부터 본작의 제목이 뜻하는 테마가 본격적으로 제시되기 시작합니다. 이를 부각시키는 게 아오키와 양적 혹은 음적으로 대립하는 두 남녀였죠. 이 두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결여된 구석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어린 시절로 퇴행하곤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상은 확연히 대조되죠.

 

 

시라이

 


나름대로 중견교사가 되어가는 30대 노처녀 교사 시라이는 교사의 의무에 대해 아오키와 의견을 달리 하면서 그가 스승으로써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인물입니다.

교육에 필요한 건 “애정”이 아니에요. “이성”이죠. “널 위해서” “걱정스럽다” 애정이란 대의명분하에 아이한테 들이민 모든 행위가 그저 “지배”에 불과하다는 걸 전 잘 알아요.

지나친 애정이 이성을 어지럽히는 법입니다. 우린 (그 아이들의) 부모 노릇을 할 순 없지만, 그렇기에 부모들이 못하는 이성적인 판단을 구사할 수 있단 말입니다.

시라이가 린과 레이지를 위해 아버지 노릇을 하려던 아오키에게 한 충고를 보시면 알겠지만, 그와 달리 원칙과 이론을 중시하면서도 상황을 정확히 재단하고자 하는 특유의 교육관이 잘 드러나죠. 그러나 이 말엔 단순히 그녀의 교육관만이 아니라, 하마터면 큰 불찰을 저지를 뻔했던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한테서 비롯된 감정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래. 그래서 오늘 나한테 엄마 노릇 시킨 거니?

제 자식보다 직업에 매진하는 자신을 우선시한다면---- ……그때는 내가…

내가 대신하긴 무슨. 일개 지방공무원 주제에.

그녀 또한 나이와 직업을 초월해 우애를 품은 소녀의 어머니 노릇을 하려다가 말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게… 나야 반항기를 제대로 보내질 않았지. 그래서 이 나이 되도록 비틀대는 건가? 다 커서 홍역에 걸린 셈이라 심각한데.

사실 이 여인은 얼핏 보기엔 한없이 깐깐한 베테랑 같기만 했으나, 가정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살았기에 결여된 구석이 있었습니다. 아오키처럼 이성과 몸을 섞은 경험도 없으며(이 때문에 아오키는 은근히 동지애를 품습니다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뒤늦게나마 채우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자 열심히 노력합니다.

나 자신이 부모님께 속박당했던 울화마저 아오키 선생님께 밀어 붙였어요….

아오키의 서투른 구석을 보고 법석을 부리다가도 돌아서면 그런 자신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게 애틋하더군요.

거 참, 시라이 선생과 아오키의 성장궤적은 묘하게도 종종 맞물리는데, 당초에 작가가 주인공으로 밀고 싶었던 인물은 시라이 선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답니다. 기실 이 여인이야말로 나중에 언급드릴 본작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레이지

 

레이지는 린을 축으로 아오키에게 어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반문하는 군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아오키가 린에게 품은 감정과 제자와의 관계를 돌이켜보는 거울과도 같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린과 복잡한 관계를 맺게 되고, 사제애를 넘어선 감정마저 조금씩 품게 된….

레이지는 자신을 정신적으로 학대하다시피 한 부모에게 살의를 품은 적도 있으며, 양친과 사별한 후 사촌누이라 할 린의 모친과 동거하며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는 린의 모친-아키를 누이, 연인, 어머니로써 대했는데, 그녀와 사별한 후 린과도 비슷하게 왜곡된 관계를 맺는 단초가 됩니다.


린은 ‘아버지로써’ 그 자식을 따르고 있어. 그런데 그는 ‘여자로써’ 린을 사랑하고 있는 거야.

본래 누이동생이자 의붓딸처럼 대했던 린을 어느 사이엔가 아키 대신 자신을 구원해줄 ‘짝’으로 인식하며, 린 또한 은연 중에 자신과 어머니에게 헌신한 그의 바람을 들어주겠다는 의사를 품고 맙니다. 이를 알게 된 아오키는 같이 맞서자며 린을 독려하죠.

문제는 반항하면 “부모의 애정을 잃는 게 아닐까” 두려워한 나머지 부모가 제시하는 “조건”을 그저 수용하기만 하는 아이들이지. 그 사슬을 풀기 위해선---

사람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상관없으니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유도할 존재 그리고 아이 자신의 “앞으로 홀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강인한 의지야.

그런데, 린의 반항에 레이지가 맥없이 무너지자 아오키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눈치채죠.

순 고아들끼리만 사는 집이야. 다 큰 어린애랑 쬐그만 어린애---

레이지가 몸만 큰 ‘키덜트’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아오키는 레이지를 달리 대하기 시작합니다. 린 또래의 남학생처럼 어르고 달래죠.

당신은 꼭 우리 반 사내애들 같아. 악동들이 자꾸 보채봤자 린은 아예 상대도 안 해. 역시 사내애들이 정신적으로 철이 없는 편이긴 해-.

아오키가 그의 괴벽마저 이해하면서 레이지도 조금씩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 때 내가 어른이었다면 아키씨를 도와줄 수 있었을까. 내가 린의 친아버지 같은 힘이 있었다면… 어른이란 게 대체 뭐지…?

 

 

아키와 아오키. 어른과 아이들.

 

본작에서 레이지와 린이 이상적인 어른이라 생각했던 존재는 어머니인 아키였습니다. 하지만, 외전을 통해 그녀 또한 번민하고 갈등하는 인간이었다는 게 드러나죠.

이 아이는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나한테 갈구하고 있어. 옛날에 내가 그 사람한테 부성애를 느꼈듯이....

내 자식처럼 한결같이 사랑하고 응석을 받아주고 싶어. 그의 상처가 낫고, 이윽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레이지를 힘껏 보듬던 아키는 그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봅니다. 아키는 린의 친부인 칸바라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받지 못한 애정을 충족시켜줄 존재-아버지가 되길 소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훗날 칸바라 또한 자신이 아키에게 베풀지 못했던 애정을 린에게 대신 쏟고자 하죠. 물론 아키는 레이지가 훗날 자신으로부터 독립하길 바라긴 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레이지와 린을 더는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던 아오키가 그네들의 집에 쳐들어가 동거하기 시작하는데요, 아키가 죽으면서 빈자리를 그가 다른 듯 비슷하게 채워가며 중심을 잡아주기 시작합니다. 아오키는 두 사람의 왜곡된 관계가 레이지한테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아채고, 이를 개선하고자 애쓰기 시작합니다.

린에게 레이지는 아버지야.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가 재혼하지 않았으면 하는 속내도 이해는 가. 하지만 린을 아키 씨의 대역으로 삼으려는 그와 그가 줄곧 어머니만 사랑하길 바라는 린. 제각각 딴 마음을 품었지만 서로를 놔주려들지 않아. 그래서 둘 다 자립하지 못하는 거고. 맞아… 변하길 원치 않는 사람은 그 친구만이 아니었던 거야.


…일각에선 레이지와 아오키가 꼭 딸아이 입양한 게이커플 같다고들 하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오키가 아키처럼 일종의 균형추 노릇을 하면서 그녀처럼 레이지의 속내를 이해하고 이를 대변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이란 무릇 제 부모가 키웠던 방식대로 제 자식을 키우는 법이지. 자네 부모님은 자넬 어떻게 키웠지? 자네부모님께서 제 뜻대로 사는 바람에 희생을 강요당했나? 그래서 사진도 안 챙겼고?

난 그 인간들과 달라… 린을 사랑하고, 린도 날 사랑해!

…그럼 자네도 부모님을 사랑했단 뜻이군?

부모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한들, 그 친구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신 마당이니 가족관계를 돌이키진 못하겠지.

이러다보니 레이지도 차츰 그에게 마음을 열고, 정신적으로 기대기 시작합니다.

린과 화해하지도 못한 판에 그 자식이 나가면 우리 집안은…

어머니를 잃은 두 고아가 힘겹게 얼싸안은 채 살아가던 집안에 맏형 내지는 삼촌같은 존재가 끼어들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죠. 시라이가 그들의 상황을 알아채고 아오키로 하여금 당장 나오라고 종용한 데다, 교사라는 스스로의 위치, 그리고 레이지와 린이 지나칠 정도로 자신에게 의존하기에 그만 나가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레이지 대신 그의 실수를 끝내 용서하려 들지 않았던 린을 마지막으로 꾸짖죠.


너한테 자격이 있기는 하니? “평생토록 엄마 영정만 지켜. 안 그럼 같이 안 살아”라고 말한 넌 대체 그와 뭐 다를 게 있기는 하니? 똑같잖아!

너라고... 피해자이기만 한 건 아니잖아! (제발 들어다오. 이해해주렴. 난 좀 있으면 집을 나갈 거란 말야.) 레이지를 자유롭게 풀어줘.

 

 

어른이란?

 

‘아이들의 시간’은 희한하게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아이티를 채 벗지 못한 어른들이 마음의 상처로 인해 미뤄뒀던 성장을 하나하나 완수해가는 여정을 동시에 전개합니다. 이 두 가지 플롯이 어긋날 듯 맞물리는 게 참 야릇하더군요.

정신차려. 철부지 꼬마처럼 굴지 마!

그럼 어른이란 건 또 뭔데?!

“어른”이란 “부여하는 입장에 선 사람”을 뜻하는 거야.

본작에서 제시하는 어른이란 개념은 사실 어떤 도달점이라기보단 살아가는 자세에 가깝습니다. 최선의 존재라기보단, 보다 긍정적으로 정진하고자 하는 방식이랄까요?

‘나도 약하다.’ ‘이 사람을 돕고 싶다.’고 생각하기에 곁을 지켜주고자 하는 겁니다. 그렇기에 고민하거나 약해지기도 하는 거고요.

오야시마가 시라이한테 고백하며 한 말인데, 한 때 아키가 추구했던 삶 그리고 아오키가 품은 믿음과도 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죠. “스스로가 약하다는 걸 똑바로 받아들이면 강해질 수 있다”고요. 스스로의 약한 구석으로부터 도피하기만 거듭하는 한, 영원토록 스스로의 약한 구석으로 인해 괴로워지기만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스스로 저 자신을 괴롭게 몰아붙인다… 그건 남에게 약하다는 걸 지적받아 창피를 당하는 것보다 훨씬 쓰라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결점을 주의 받는 게 부끄럽긴 해도 혐오하지 않습니다.

본작의 어른들 중 가장 비중이 큰 세 사람인 레이지, 아오키, 시라이. 이들 중에서 아오키만이 정신적으로 퇴행하는 식의 양태를 보이지 않는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닫으며…

 

좋아하는 미드 중에 ‘콜드 케이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오래된 미제사건(Cold Case)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관계자들이 사건을 돌이켜보는 순간 정신이 그 시절로 회귀하는 연출이 알싸했죠. 그들에게 있어 트라우마나 다름없기에 감히 마주 볼 수조차 없었던 그림자…. 오랜 망령이나 다름없던 과거를 직시하고 매듭을 짓고 나서야, 그들은 간신히 주박으로부터 해방되곤 합니다. ‘아이들의 시간’에서도 유사한 연출이 간혹 나옵니다.

남자들 손은 참 따듯하네요.

이 사람은 이 나이 되도록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드물게 내비친 미소가 씁쓸하군…. 서른이 넘었는데도 이 사람은 마치…

시라이와 레이지는 제각각 스스로의 허물을 찔릴 때마다 그늘의 뿌리라 할 유년기로 회귀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양상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시라이는 씁쓸하나마 미소를 짓지만, 레이지는 넋 나간 표정으로 주저앉을 따름이죠. 왜냐하면 시라이는 스스로의 부족한 구석을 직시하고자 동심으로 회귀한 데 반해 레이지는 떠밀리다시피 유약하던 시절로 퇴행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앞서 인용했던 쥐의 한 장면이 이해가 가더군요.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가 어른으로 커가는 게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키우고 달래야 할 아이를 품은 채 살아가야 하는 거죠. 그러지 못하면 이놈이 때때로 튀어나와 상전노릇을 하는 거고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진실로 현명한 인간은 저 자신을 친구로 삼는 자라더군요.

난 그 때 책에서 읽은 배용을 마치 내 경험처럼 느끼고 무심코 학부모한테 의견을 제시했다. 난 교사야. ---교육자의 관점에서 ‘나’라는 어린애가 받은 교육을 분석해보면 문제가 뭔지 “왜 내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으려나? ---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도,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나아질지”도… 아, 맞아. 그러자. 내가 직접 날 다시 키워보자.

저를 비롯해 어른 노릇하기가 때때로 쉽지 않은 사람들한테 있어 시라이 선생의 결론은 하나의 대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라이 선생은 브루스 윌리스 옹이 출연한 ‘키드’처럼 본의 아니게 스스로의 유년기와 대면하면서 이를 직시하고 조금씩 현재의 자신을 재양육해나갑니다.

본작은 스승과 제자가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어찌 보면 참 모범적인 교학상장(敎學相長)을 묘사합니다. ‘아이들의 시간’이란 제목은 산수시간, 국어시간 같은 수업시간을 뜻합니다. 각 에피소드를 몇 교시, 몇 교시로 표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러나 이는 린을 비롯한 ‘아이’들한테만 해당하는 제목이 아니라, 아이였던 어른들이 내면의 유년기를 되새기고 덜 자란 구석을 보듬으면서 직시하는 시간이기도 했던 겁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본인들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아끼는 주변사람들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여지가 생기기에 이르죠.

그 분께 전해드려.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9권 마지막에 린은 자신의 아집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여직원에게 솔직하게 사과합니다. 그러나 이 때 린은 여직원만이 아니라, 레이지와 아오키를 비롯한 자신의 주변사람들 모두에게 사과하고, 또 감사를 표했던 겁니다….

굴곡 많을 삶을 살아온 아이들과 어른들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빌며 이만 줄입니다.

 

 


덧글

  • arbiter1 2011/02/26 08:26 # 답글

    어느정도 본 만화였죠 꼬맹이들이 하는 짓이귀여워서보다가 바빠서 잊고있었는데 이런 심도깊은 얘기였을줄이야...
  • zemonan 2011/02/27 02:44 #

    린 일당의 장난은 초반에야 애교에 불과했죠. 뒤로 가면서 수위가 올라갔지만요. 그래도 작가양반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공감이 가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 JOSH 2011/02/26 11:42 # 답글

    http://francomics.egloos.com/1802696

    이 작품이 생각나는군요.
  • zemonan 2011/02/27 02:45 #

    좋은 작품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낯설지 않은 광경이 나와서 정감이 가네요.
  • 개발부장 2011/02/26 11:48 # 답글

    저도 한 5권쯤에서 포기했었는데 뭔가 엄청나게 진지한 작품이 돼 있습니다!?
  • zemonan 2011/02/27 02:46 #

    작가 양반이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얘기를 풀어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선지 최근엔 막장개그가 별로 안 나오더라고요.
  • 아일턴 2011/02/26 22:17 # 답글

    아이들을 대상으로한 에로스가 많아서 그렇지 가볍기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정말.
  • zemonan 2011/02/27 02:47 #

    당초 설정대로 배경이 고등학교였다면 오히려 지금만큼 심도 깊은 이야기를 꾸리기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dante 2011/02/27 20:20 # 삭제 답글

    저의 속에는 중2병에 삐뚤어진 녀석이 살고 있습니다아아..랄까 그건 나잖아?
  • zemonan 2011/02/28 14:12 #

    비뚤어지면 또 뭐 어떻습니까? 평생동안 자기자신을 잘 돌보다 가기만 해도 본전은 넘게 뽑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말입니다...
  • 손발 2011/02/28 08:40 # 삭제 답글

    와 정말 대단하네요
    저도 이작품을 보고있는데 이런 심오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네요
    분명 같은 작품을 봤다고는 믿어지지가 않네요
  • zemonan 2011/02/28 14:14 #

    그냥 저냥 봐도 딱히 문제될 건 없는 만화입니다. 그만큼 재밌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고요. 다만 최근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이전부터 품어왔던 의문이랄까 고민에 대해 본작을 접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기에 처음 접했을 때와 달리 읽을 수 있었답니다.
  • 아르티움 2011/02/28 18:19 # 답글

    심도있는 분석 잘 읽고 갑니다
  • zemonan 2011/02/28 21:46 #

    덧글에 감사드립니다.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 치이링 2011/02/28 19:24 # 답글

    모 열도의 도지사가 제1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 만화군요.

    이 만화가에 대해 그 도지사는 "유아가 교사와 동거하는 더러운 작품. 이런걸로 도는 버는 만화가는 인간 쓰레기입니다"라고 말했었지요.

    만화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솔직히 전 이 작품 좀 무거워서 읽기가 좀 버겁습니다.
    유아의 심리, 특히 성적인 부분에 대해 묘사를 하는데, 너무 디테일하고 치밀하거든요. 단순한 픽션으로 받아들이기 여러모로 곤란한 작품이죠. 너무 생생하달까요. 그래서 좀 거리를 두게 되더군요.
  • zemonan 2011/02/28 21:48 #

    가볍게 읽을 만한 작품이 아닌데다, 좀 부담스러운 편이죠. 특히 묘사가 의외로 사실적인 부분이 많아서 식겁했습니다.
  • 먹통XKim 2011/03/05 10:59 #

    그러나 그 작자 이시하라는 지가 써댄 소설로 더한 걸 마구 써버린 적이 있기에 소설로 강간 및 불륜.근친 다 써댄 주제에 뭔 소리냐. 역습도 당하죠.
  • zemonan 2011/03/08 03:32 #

    그 도지사 양반에 대해선 익히 들었죠. 일본 오타쿠들이 고르고 13을 고용했으면 하는 양반이라더군요.
  • 지브닉 2011/02/28 19:33 # 답글

    좋은작품이에요~ 유아의 성이란건 결국 성인의 성이기도 하니까..
    어물쩡 묘사되어서는 곤란하지요
  • zemonan 2011/02/28 21:49 #

    작품내에서도 아이들한테 어찌 성교육을 할까 교사들이 고민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더욱 난처해한다는 게 묘했답니다.
  • 삼천포 2011/02/28 20:55 # 답글

    볼만한 책이죠 POW리뷰ER 잘읽었습니다
  • zemonan 2011/02/28 21:53 #

    덧글에 감사드려요. 감상할 맛이 나는 작품입니다.
  • ArchDuke 2011/02/28 22:24 # 답글

    그장면이 그런 의미였군요.
    아, 여튼 잘 읽었습니다
  • zemonan 2011/03/01 07:37 #

    만화만이 가능한 연출은 아니지만, 다른 매체였다면 임팩트를 내기 쉽지 않았을 장면이었죠.
  • 셸먼 2011/02/28 22:33 # 답글

    예전에 교양강의 마지막 리포트 주제로 '사랑의 기술'을 읽고 아무거나 글 쓰기~ 라는 게 있어서 로 순전히 장난삼아 '사랑의 기술로 분석한 아이들의 시간'이라고 끄적이기 시작했는데...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뭔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놀랬던 작품입니다. 그때 제가 봤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 zemonan 2011/03/01 07:38 #

    이전에 본작을 소개하신 분이 현직교사셨는데, 그 분도 공감이 가는 구석이 많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셨죠. 저도 관련서적을 읽다가 이 작품에 대해 떠올리고 깜짝 놀랐답니다.
  • 포장 2011/02/28 22:38 # 삭제 답글

    겉으로보면 단순 오타쿠틱한 학원물이라 착각하고 5권까지 보다가 소름끼쳐서 닭살이 돋더군요.
    오타쿠라는 포장이 가장 안어울리는(오히려 콜드 케이스처럼 미국드라마에 어울리는)내용인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며 보고있는 사람머리를 쾅 강타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글실력이 꽤 좋은 걸로 아는데, 소설로 진지하게 냈다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zemonan 2011/03/01 07:40 #

    본작을 미국에서 실사드라마로 만들면 반향이 엄청나겠죠. 여러 방면에서 말입니다....

    대사나 독백을 보면 세심하게 쓰시더군요. 스케줄 문제 때문에 소설을 직접 내긴 힘드시겠죠.
  • 알트아이젠 2011/02/28 23:56 # 답글

    처음에는 "이분이 또 무리수를 두는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글을 다시 읽어보니 [아이들의 시간]에 대한 편견(?)도 상당히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겉으로만 보이는 부분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고 좀 더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는 만화군요.
  • zemonan 2011/03/01 07:41 #

    비판받을 요소가 있긴 합니다만, 그것 때문에 통째로 묻어버리기엔 아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킹 2011/03/01 01:16 # 삭제 답글

    저도 이 만화에 대해서 처음 소식을 접했을때는 그냥 불쏘시개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제 친구랑도 한번 공감했듯이 뭔가 다른 코드가 밑에 깔려있다고 느꼈고, 그건 한동안 안보다가 요즘 연재분을 러쉬하고 나서 확실해졌습니다. 극단적이지만 그래서 더 리얼한 듯한 군상들이 어우러지는게 정말 재밌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레이지를 '안돼겠어, 이녀석 빨리 어떻게든 하지않으면--" 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점점 더 인간적인 면모들이 드러나면서 "이 녀석도 근본은 나쁘지않은 불쌍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 아오키 동거에피소드의 전개가 참 신기하더군요. 아오키가 고아 둘이 있는 집이라고 표현했을 때 쫘악하고 소름이 돋는게...
  • zemonan 2011/03/01 07:45 #

    못된 아이는 존재하지 않고, 못된 어른들만 있을 따름이라고 하죠. 아키와 아오키가 레이지를 구원하고자 한 동기는 그의 주변에 어른으로써 할 바를 제대로 이행한 군상이 없었다는 걸 이해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아키는 병으로 인해 레이지를 미처 온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한층 어긋나는 계기를 제공했지만, 다행히 그가 돌이킬 수 없을 영역에 이르기 전에 아오키가 이를 눈치채고 개입해서 다행이죠.
  • 스타킹 2011/03/01 01:23 # 삭제 답글

    아, 그리고 이거 작가가 여성이더라구요. 위에 양반이라고 표현하셧길래 (...)ㅋ
  • 함부르거 2011/03/01 09:37 # 답글

    1~2권 리뷰만 보고 단순 변태만화로만 생각해서 관심 끊었던 작품인데 구해서 봐야겠군요.
  • zemonan 2011/03/01 16:21 #

    어찌 보면 교육에 대한 개론서에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 John 2011/03/01 10:49 # 답글

    역시 언제 봐도 멋진 리뷰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글이야 말로 정말 잘 써진 글이겠죠.
  • zemonan 2011/03/01 16:23 #

    이 작품의 평가가 좀 거식하게 흐른 나머지, 중간에 때려치운 분들이 많아서 좀 아쉬웠거든요. 무작정 매도하기엔 새겨읽을 구석도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 코양이 2011/03/01 16:05 # 답글

    '이 미친 페도만화를 빠는 사람이 있다니 씨발!' 하고 욕하러 왔다가 글만읽고 갑니다 꾸벅꾸벅
  • zemonan 2011/03/01 16:24 #

    어떤 작품에 대해 평가를 하는 건 순전히 개인의 몫이죠.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비판은 나름 합당하다고 봅니다. 작가의 전적이라든가, 잡지 성향 및 마케팅으로 인해 선을 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 카린트세이 2011/03/01 17:46 # 답글

    저 역시도 약 3~4권까지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단순한 로리 뽕빨(....) 만화로 치부하기에는,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나 생각 등이 상당히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져있더군요... 약간의 로리 액기스만 없었으면 아마 지금과 같은 혹평은 받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느낌이였지만, 동시에 그런 극단적인 묘사가 외려 사람들의 심리 묘사와 감정 표현에는 좀 더 편한 부분이 있다는걸 본다면 이 작품은 보기보다 상당한 수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저같은 경우에는 로리 액기스보다는 감정 표현이나 심리 묘사의 리얼함에 뒷권 보기가 겁이 나더군요... 그나마 별 무리 없이 이야기가 나가는걸 보니 약간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이 리뷰를 보니 저도 좀 편한 마음으로 후속권을 볼 수 있지 않나 싶은 느낌입니다.

    p.s : 역시 아오키 선생님의 비중이 늘어났군요... 이걸 보면 역시 강한 자가 살아남기보단 살아남는자가 강한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보면 저런 유들유들한 성격의 사람들이 보기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 zemonan 2011/03/01 21:34 #

    확실히 겁나는 구석이 좀 있죠. 하지만 작가선생이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라서 말입니다.
    아오키 선생은 이미 교사로썬 나무랄 데가 거의 없는 실력을 갖췄죠. 이젠 얘들한테 쩔쩔매는 경우도 없다시피 하고요. 본인 말마따나 아집이나 허세를 안 부리는 성격이 이롭게 작용한 듯합니다.
  • 凶鳥 RAVEN 2011/03/01 21:01 # 답글

    6권 이후로 정발되지 않아서 그 이후를 보지 못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심도 깊은 전개로 나갔군요.
    하긴 6권 이전에도 진지한 전개가 적지 않은 편이어서 쉽게 로리콘 만화로 비하할 수가 없었죠.
  • zemonan 2011/03/01 21:36 #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이랄까요... 어느 취향을 확실히 골라서 밀어붙이질 않아서 처음부터 보던 독자분들이 혼란스러워한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죠. 하지만 꽤 의미깊은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이얼레인 2011/03/02 00:24 # 답글

    사실 애저녁에 엄청 시리어스한 물건이었죠. 그리고 글쎄요. 성적 표현이 불필요하게 과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 성적 표현을 죽여버리고 순화시켜버린다면, 그건 또 다른 거짓말과 위선이 되고 작품의 진정성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주위 캐릭터들도 그렇지만, 린이나 레이지의 경우는 극한에 몰려있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캐릭터인데- 그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있다는 점을 가장 적나라하면서 날카롭게 표현해주는 수단이 성적인 부분들이죠. (원하는 것, 도피처... 기타 등등.) 이걸 잘라내면 줄줄이 수많은 부분들이 날아가게 될겁니다-_-; 세상은 즐겁고 해피해요라고 외치는 작품들은 많고 많지만, 이런 아픈 부분을 똑바로 지적해주는 작품은 그렇게 많지도 않으니- 더욱더 본연의 태도를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이런 표현들을 불편해 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속한 (혹은 자신들이 묵인하고 있는, 혹은 자신들이 보기를 회피하고 있는) 사회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못마땅하셔서 불편해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본편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저기요 선생님, 내가 가장 힘든 건 레이지에게 날 줘버리는 게 아니에요. 그런 날 보면서 선생님이 '징그러운 아이'라고 싫어하지나 않을까란 생각에... 더 두려웠어요." / "그런다고 널 싫어하진 않아. 왜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 "왜냐하면 선생님은 언제나 내가 여자같은 부분을 보여주는 걸 싫어했잖아요? 난 선생님이 원하는 그런 순진한 아이는 될 수 없어요." / "린, 난 그런 뜻이..." / "그런데 아니었어요. 선생님은 내 비밀을 알고서도 예전처럼 대해줬죠. 기뻤어요. 선생님은 절대 못난 선생님이 아니에요."
  • zemonan 2011/03/03 01:25 #

    데츠카 선생도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죠. 수위의 한계 자체보다는 그와 같은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전하고자 하는 바의 진정성을 높이라고요. 확실히 린의 고백을 비롯해 의미심장한 순간이 많기에 이 작품의 성적표현을 함부로 들어내기도 난감합니다.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 또한 이 작품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 읽고 나서 섣불리 판단한 게 후회됐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었죠.
  • 일우 2011/03/05 00:49 # 답글

    저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언제 시간 내서 이 글 생각하면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zemonan 2011/03/08 03:30 #

    감상에 도움이 되신다면 저도 기쁠 따름입니다.
  • 사냥꾼 2011/03/14 13:03 # 삭제 답글

    허허...잘 읽었습니다.

    진짜 의외의 관점에서 의외의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작품을 보면서 '린의 성장기, 아오키의 성장기'를 기대하며 읽다가, 점점 엄해지는 내용과 레이지의 폭주를 보고 정이 떨어져서 포기했는데, 뒤로 갈수록 달라지는군요.

    개인적으로는 번역된 것을 보고 싶지만 과연 정발이 되려는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zemonan 2011/03/24 05:54 #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나름대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죠.
    과연 용자 북박스가 얼마나 분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감상에 도움이 되셨다니 기쁩니다.
  • 煙雨 2011/03/24 03:14 # 삭제 답글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대게 전체를 보지 않고 특정 부분만을 트집잡기 일수죠. 다른분 리플에 있던 글이지만, 표현의 수위 자체 보다는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중요하다는 말.. 그 말에 공감합니다. 깊은 고민과 성찰이 담긴글, 잘 읽었습니다.
    정발은 안될것 같고.. 일본어는 못 읽으니 영어판이라도 구해서 한번 봐야겠네요.

    저도 "쥐"를 중학교 3학년때 봤었는데, zemonan님 처럼 심도있게 읽지는 못했던것 같네요. 반성하겠습니다.
  • zemonan 2011/03/24 05:57 #

    그렇다고 비난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도 없어서 말입니다. 데즈카선생만이 아니라, 전후세대 작가들은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품었던 듯합니다.
    영문판은 일본측의 진도를 거의 다 따라잡은 것 같더군요.

    저도 '쥐'를 처음 읽었을 때야 워낙 철이 없어서 그냥저냥 읽었습니다. 다만 그 후에 아는 분들과 이 작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또 나이가 들면서 공감가는 구석이 늘었거든요...
  • oscar 2011/03/26 20:17 # 삭제 답글

    완전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슈피겔만의 "쥐"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 아이들의 시간은 그냥 단순히 애들 데리고 섹드립치고 벗겨대는 만화가 아니라는 것도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만화책을 볼때도 행간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는걸 알게해준 작품입니다. 말씀대로 작품 초반에는 작가가 심하게 성적인 무리수를 둔게 사실이지만 ...저도 이걸 계속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죠. 솔직히 초반부는 사람들이 막장드라마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그런 심정으로 봤습니다... 어쨌든 전개가 가면 갈수록 인간관계와 성장이라는 (어린이고 어른이고 관계없이 말이죠) 주제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듯해 한장면 한장면 놓치지않고 행간을 읽으려 노력하고있습니다. 70화 이후로 린과 아오키선생의 관계에도 어떤 중대한 변화가 있을듯한데 작가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되네요. 뭐 사족입니다만 70화 보다가 연재 초반 그림 보면 작화실력도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덩달아 성장한것같아 마음에 듭니다 :) 허 이글루스에서 글남기는것 오랜만이네요.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봤습니다^^
  • zemonan 2011/04/29 11:58 #

    작가분의 생각도 많이 변하신 것 같더군요. 당초에 비해 화법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한용 2011/04/18 20:20 # 삭제 답글

    한동안 일 때문에 zemonan님 글을 못 보다가 이렇게 또 좋은 글을 보게 되니 왠지 뿌듯한 느낌입니다. '아이들의 시간'이라는 책은 하도 평이 안 좋아서 별로 볼 생각을 못했는데 글을 읽고 나니 한번 zemonan님이 제시한 관점에서 찬찬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 다시 한번 좋은 글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zemonan 2011/04/29 11:58 #

    덧글에 감사드립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면 여러모로 얻을 게 많은 책이죠.
  • 김딩 2011/05/08 11:31 # 삭제 답글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를께요~
  • 1432 2011/05/08 23:13 # 삭제 답글

    감탄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MINU 2011/05/30 23:37 # 삭제 답글

    훌륭한 리뷰 감사합니다.

    이 작품, 예전에 가벼운 생각으로 보려다가 의외로 무거운 내용에 보는걸 그만 뒀었죠.
    하지만 이 리뷰를 보고나니 취향을 떠나서 아무래도 흥미가 생겨서 결국 봤습니다.

    그래서 결과부터 말하자면 역시 보길 잘했습니다.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게되는 계기가 됐다랄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적나라한 수위덕분에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보는데 거부감이 적어지더군요...
  • 전자석 2011/11/04 22:28 # 삭제 답글

    예전에 두어 권 읽었을 때는 린이나 쿠로가 주역인 에피소드와 미미가 주역인 에피소드의 시각이 달라 보여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전자는 생각없는 모에물 같았는데, 다른 아이보다 2차성징이 빨리 찾아온 미미가 곤경을 겪고 주위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하는 에피소드들은 놀랄 만치 현실감이 있었거든요. 또래 아이들보다 큰 가슴 때문에 놀림받는다든가, 여자아이가 몸에 맞는 브래지어를 제때 착용하기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등등(실제로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나이대에 목격했던 일이고요). 더구나 나중에는 작가가 교사의 배우자라는 점과 문제가 되었던 그 장면에 대한 구설수까지 겹쳐 이 작품의 성격을 더더욱 판가름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zemonan님의 리뷰를 읽어보니 그렇게 모순된 작품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시간이 나면 나머지 권도 구해서 봐야겠군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zemonan 2011/11/08 12:42 #

    흥행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상, 작가선생도 조심해서 접근했을 겁니다. 그리고 주제를 표면적으로 드러내도 괜찮을 만큼 무르익었다고 생각해 조금씩 작품의 흐름을 바꿔나가겠죠.
    초반과 달리 뒤로 갈수록 교육이란 주제에 대해 굉장히 크게 보는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감상에 도움이 되신다면 저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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