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난(Canaan)-각 에피소드에 대한 극히 편파적인 감상정리 -안식의 땅-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시즌의 다크호스 중 하나였던 작품 ‘CANAAN’의 전반적인 감상을 정리하기에 앞서 각 에피소드에서 눈에 띄는 연출이나 양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洪色魔都


 도입부에서 파란 풍선이 붉은 도시를 비추는데, 카난이 이 풍선을 터뜨리죠. 파랑은 증오의 색이며, 카난이 부정하는 색입니다. 그렇기에 임무 중에도 이런 딴 짓을 한거고요.

뭔가에 쫓기던 사내의 목숨을 앗아간 총소리가 축제의 화약소리에 묻히고, 사내 자신도 스스로가 총에 맞은 줄도 모른 채 움직이려다 죽습니다. 그의 주검을 목도한 꼬마들은 사내의 피를 진흙인 줄 알고 놀죠. 아까 떨어뜨린 핸드폰의 진동이 부조리를 한층 강조합니다.

나중에 산타나가 전화 거는 장면을 통해 떨어진 핸드폰의 발신원이 누군지 가르쳐줍니다.

사람의 생사를 직시하지 않는 도시. 눈앞의 현실을 왜곡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본작의 상하이는 그런 도시란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퀀습니다.

알파르드를 감싸던 쇼올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장면과 샴의 독백이 어우러지면서 이채를 발합니다. 독백의 주체와 여인은 결국 용서받지 못한 자들에 불과하나 카난은 아직 구원받을 여지가 있는 ‘인간’이란 점을 명심하길 바라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죠.


미노와 마리아가 탑승한 비행기에서도 수많은 복선이 나옵니다. 그들이 탄 비행기의 좌석이 청색계열이란 점은 좀 있다 도착할 붉은 도시가 푸른 사념이 휘몰아치는 곳이란 점을 암시하며, 미노가 뇌까리던 가십들은 나중에 죄다 사실이란 게 판명됩니다.


아픔 때문에 직시를 피한다는 마리아의 얘기는 도주 중인 실험체들과 행인들의 드잡이질을 교차되며 한층 힘이 실립니다. 실험체들은 신분위장만이 아니라 카난과 비슷한 감각확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즉 살기 위해서 시야를 제한해야 하는 자가 볼 걸 똑바로 안 보는 우민 때문에 죽게 되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 작자 때문에 희화당해 구원의 손길을 접하지도 못하죠. 이런 풍조가 상하이란 도시의 참극을 조장하며, UA바이러스나 중동분쟁 같은 세계적인 참사를 낳고 또 악화시켜간다는 겁니다.


미노가 홧김에 마리아에게 제 3의 눈을 그려주자 안 보이는데도 보인다고 맞받아치는데, 그들이 잠시 후 3의 눈이 달린 것과 다름없는 인물이 사는 도시-보이는 데도 안 보이는 척하는 도시에 입성할 거란 점을 상기시킵니다.

미노가 이때 본 TV뉴스가 후반부 사건의 도화선 중 하나로 작용하죠.

마리아가 보고픈 친구를 떠올리며 눈을 감자, 카메라가 당사자를 비추는데 묘하게도 카난은 마리아가 탄 비행기의 소음을 듣고 이를 올려봅니다.          

뱀의 PMC 명칭이 다이달라인데, 이는 제우스가 헤라의 질투심을 유도해 애정을 회복하는 의식을 뜻하는 단업니다. 그리고 량치의 목욕씬에선 그녀의 광신성과 공감각자-즉 카난에 대한 질투를 확인할 수 있는데, 회사의 이름이 누구를 빗대고 있는지 알 수 있죠.

건물, 조명, 용의 모형, 수액... 모든 게 붉은 도시이기에 파란 비옷이 더 눈에 띕니다. 도시와 주역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은유라 할 수 있습니다.

빨강은 곧 생명력을 뜻하며, 마리아의 말을 활발하게 따라하는 꼬마와 부채춤을 추는 아가씨들이 이를 받쳐줍니다. 그리고 부주의하게 발산된 생명력이 또다시 한 생명을 앗아가죠.

살기 위해 비굴해지는 윤윤을 보면서 참 현명한 아가씨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한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든 카난과 마리아는 그야말로 괴짜커플들이죠. 안전 때문에 움직이지 말랬더니 축제라서 움직여야겠다고 하질 않나, 우정(...애정이겠죠.)의 증표랍시고 실도 안 끊고 돌아댕기질 않나...

핫코는 산타나 말 안 듣고 따라나선 덕에 폭사를 면합니다. 이 커플이 나선 골목 초입을 쌍둥이킬러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이들이 골목에 들어왔다 나간 순간 폭탄이 터져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실험체도 골로 갑니다. 3화의 사건을 생각하면 폭탄을 설치한 건 동생이겠죠.

임무가 실패로 끝난 순간, 카난이 아까처럼 콧노래를 부르는 듯 했는데 알고 보니 알파르드더군요. 카난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알파르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추는데 얼굴의 각도도 반대라 교차되는 느낌이 한층 진해지죠. 이는 둘의 관계에 대한 복선 중 하납니다.


호송요원들이 알파르드를 비하하자마자, 화면구석에서 뭔가 번쩍하더니 풍선껌이 터진 직후 험비가 날아갑니다. 요원의 말-딴 데 정신 팔려 실체를 놓쳤다-은 세상 사람들이나 알파르드가 아니라 본인들의 처지를 암시한 대사였습니다.


1화는 제목 그대로 본작의 무대인 핏빛도시와 그곳에 사는 인간들을 통해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를 제시합니다. 마리아의 말대로 생명력이 넘치는 동시에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지만, 한편으로 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며 이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가는 공간이니까요. 


 2. 邪気乱遊戯 (じゃけらゆうぎ)



 초반을 장식하는 알파르드의 전투방식은 그야말로 냉혹하면서도 효율적이었죠. 양팔이 묶인 상태라 불리했지만 요원들의 총기가 M4라 간격이 좁은 공간에서 신속한 대응이 힘들었던 데다가 트럭구조상 여럿이 둘러싸기 힘들다는 점을 제대로 찌릅니다. 육박전과 일대다수에서 우선시해야 할 사안을 준수한 거죠.

산타나가 징징거릴만도 했습니다. 하마터면 핫코가 날아갈 뻔 했으니까요.

마리아는 그 와중에 어떻게 투샷을 찍은 걸까요? 카난은 V싸인까지 하고 있더군요. 거참.


마리아의 황당한 대답에 질린 미노가 하늘을 올려보자 쫓고 쫓기는 두 마리 새가 보입니다. 미노와 마리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새들이며, 미노의 회상속에서도 등장하는데-두 사람의 접점을 마련해준 편집장이 이 새들을 보고 있다는 게 의미심장하죠-, 2년 전 시부야 사건에서 사건을 추적하던 미노와 사건당사자였던 마리아의 관계 및 불분명했던 사건의 끝을 보기위해 마리아를 받아들인 기자와 그에게 지도받기 위해 따라다녀야 하는 처자의 현재 상황을 빗댄 겁니다.

편집장이 본작의 뿌리라 할 ‘428-봉쇄된 시부야에서’와 본작의 접점을 설명하는데, 게임에서도 출연한 양반으로 성우분이 직접 연기했다고 합니다.

편집장의 낚시질이 대단하죠. 그녀를 딴 데다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척, 처음부터 미노가 걷어주길 노리고 떡밥을 던진 겁니다. 마리아는 뜨거운 감잡니다. 집안배경과 기억상실 때문에 특종꺼리를 추궁하기 힘들기에 직접 데리고 있긴 그렇지만, 그래도 놓치기는 아까운... 그래서 외부인력이나 다름없는 미노에게 골칫거리를 떠넘긴 거죠. 당시 사건을 불명료하게 매듭지었던 미노가 안 낚일 리 없으니까요. 미노도 뒤늦게 진상을 알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후였죠. 등 어쩌구 한 건 애물단지 짊어지고 제대로 등골 한 번 휘어져보란 뜻입니다.

마리아야 추억거리들을 간직하겠다고 털실과 인형을 합치는데... 나중에 한층 괴기스러워지는 게 거식하죠.


생리가 아직 안 왔다? 나이가 몇인데 말이 됩니까?


알파르드는 기계적인 태도를 한결같이 고수합니다. 눈엣가시인 카난의 소재에 대해 듣고도 업무를 우선시하나, 신봉자인 량치는 그녀의 희미한 변모를 눈치채고 있었죠.

알파르드가 옛날 엽서를 돌이켜보는 독실은 암청색 조명이 은은하게 붉은 소품들을 비춥니다. 그녀가 카난과 대치되는 존재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구석이 있단 걸 받쳐주는 미장센이죠. 엽서의 왼쪽 상단에 위치한 마크는 청색과 적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카난과 알파르드의 색상입니다) 엽서를 보낸 사람이 샴이더군요. 아까 샤워 중에 왼팔의 문신이 강조되던 연출과 어우러져 세 남녀의 관계성을 암시한 겁니다. 량치의 추측대로 그녀는 아닌 척하면서도 카난의 존재에 동요하고 있었습니다.

후반의 추격전에선 마리아의 4차원 성향이 제대로 드러나며, 무심코 운전사 양반에게 씁쓸한 동감을 표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저 택시는 영영 못 내려오고 말죠.

말미의 액션에선 카난의 공감각이 어떤 식으로 기능하는지 보다 자세히 드러납니다. 감정의 흐름을 통해 상대방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더군요.

카난이 영감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직전 순간적으로 눈이 충혈되는데, 잠깐 동안 공감각을 발동해 주변 기물들을 파악하고 마무리 방법을 확정지었던 겁니다.


보지 않아도 될 것까지 봐야 할 소녀에게 있어 어둠은 그나마 안식의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녀의 주변을 순간적으로 밝히는 외부의 빛과 친구의 대사가 카난의 피로하면서도 메마른 표정과 잘 어우러지죠.



2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후반부의 대결에서 드러납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심신이 비틀린 자들에겐 명줄을 건 싸움도 결구 놀이에 불과합니다. 영감에겐 자극적이고 카난에겐 따분하지만 친구와 놀러가기 위해 어울려줘야 할 놀이였죠. 그렇기에 감전사시킨 영감을 보면서도 실뜨기를 했다고 뇌까린 겁니다.

후반부의 대결에서 카난이 선보인 섬뜩한 면모와 붉게 물든 인형은 3화에서 두 소녀가 겪을 갈등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3. 阿断事(あだごと)



 그토록 마리아가 별나다고 갈궈대던 미노는 핫코를 쫓는 기행을 벌이다가 후배에게 개김을 넘어선 역관광마저 당하고 맙니다.


미노와 산타나는 생긴 거나 말하는 게 은근히 비슷하더군요. 근친혐오?

산타나도 보통이 아닌 게 성인남성을 한손으로 뒷덜미만 잡고 들어올리더군요.

산타나의 저 한마디를 마리아가 본편에서 제대로 실감하죠.

곧이어 카난이 실이 없어 구리선으로 실뜨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가 차더군요. 손에 저토록 자국이 나는데, 태연히 실을 뜨다니... 백치미 운운할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뒤틀렸다고 봐야겠죠. 고통을 인지하는 방식이나 감성이 말입니다.

알파르드가 경비상태를 점검할 때, 구석에 맴돌던 그래픽은 6화에 나오는 그거더군요. 알파르드는 작전의 핵심이라 할 요인피난실이 살풍경하다며 벽시계를 달아두라고 하는데, 진짜 달아두게 됩니다. 바이러스 완전감염타이머를요.
이 때 량치에게 어리석다고 했던 말도 6화에서 다시금 반복되죠.

...고양이랍니까? 카난의 동작을 보면 무슨 기계체조선수 같단 말이죠.

미노 선생은 저리 말하지만 아마 오해가 아닐걸요?

카난은 자상한 색상을 쫓아왔다고 하는데, 그 색이 나중에 친구의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계기로 작용하죠.

미노가 당황할 만도 한 게 묻는 말은 싹 씹는 듯하면서도 허락을 구하는데 마리아처럼 버릇이 없는 건지, 예의가 바른 건지 알쏭달쏭했던 겁니다.

회상속에서 나온 카난의 집은 평범할래야 평범할 수 없는 그녀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가재도구위에 걸쳐놓은 병장기들과 깨진 컵의 부조화는 일상용품보다 병기를 아껴야 하는 생활을 대번에 설명해주니까요.

미노가 핫코에게 제대로 꽂힌 순간 아까까진 시원찮던 분수가 제대로 용트림을 하는데 참 직설적인 연출이죠.


나츠메가 초반에 장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는데, 그 이유가 나오죠. 카난의 공감각을 유도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는데, 본편에서 카난은 처음부터 끝까지 쌍둥이에게 농락당합니다. 

감정을 완벽히 통제하는 자에게 카난은 속수무책입니다. 이는 4화에서 재차 증명되죠.

카난은 쌍둥이의 얘기는 후반부터 거의 듣지도 않았습니다. 듣는 척하면서 마리아의 색깔을 찾고 있었죠.

소년의 설명은 카난도 UA바이러스로 인한 돌연변이란 뉘앙스를 풍기더군요. 다만 다른 실험체들과 달리 1화에서 싹쓸이당한 실험체들처럼 감각계만 변질됐으며 약이 필요 없는, 비교적 성공작에 가까운 존재라 이건가요? 근데 발병자에게 나타나는 문양은 어디 있을까요?


쌍둥이가 아까 윤윤이 들고있던 상자 안에 어떻게 숨어있었는지 밝혀지는데, ‘죠죠의 기묘한 모험’ 2부의 흡혈귀 산타나(?)같더군요. 그러고 보니 X파일에도 비슷한 친구가 있었죠.


이 친군 아마도 형이 죽은 마당에 카난을 죽이기만 해서는 직성이 안 풀렸겠죠. 게다가 카난도 쌍둥이처럼 뒤틀린 인간이니 본인의 생사에 크게 미련가질 인간은 아닐 테고요. 그렇기에 카난 본인과 그녀의 정인에게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새기고자 한 겁니다. 그의 의도대로 4화에서 카난은 총상이 아니라 다른 상처를 앓게 되죠.



3화 예고에서 카난이 말하지 말라고 했던 말, 그리고 마리아가 본편에서 말로 뱉지 못한 단어가 바로 ‘살인자’란 말이었죠. 3화 제목인 あだごと는 공허한 말 혹은 타인을 무심결에 다치게 하는 말을 뜻합니다. 그러나 제목의 한자는 실을 끊는 말도 뜻하죠. 이는 마리아가 카난이 그럴 리 없다고 뇌까린 선언이 얼마나 근거 없는 말이었는지, 또 그녀가 카난을 제지하기 위해 불렀던 친구의 이름이 얼마나 무력하며 진의가 전달되기 힘들었는지를 뜻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끊다시피 했던 마지막 언행도 함의하는 제목이었습니다.

실은 두 사람에게 있어 우정의 매개였으니까요.


 4. 呉れ泥む(くれなずむ)



 봐야할 것을 보지 않는 대중과 국가에 항의하는 NGO의 게릴라 연설이 인상적이더군요. 근데 요즘 중국의 흉흉한 소문을 감안하면 저 치들 나중에 형무소 들어가서 장기 뜯기는 거 아닙니까? 

산타나의 과거가 살짝 드러나는데, 이 친구도 조직 쪽에서 바이러스 실험에 한 몫 하다가 핫코를 만난 덕에 손 씻으려 하나 봅니다. 그래도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NGO를 가끔씩 돕지만, 자기만이 아니라 연인 때문에 정도 이상은 나서려 하지 않는... 어지간한 작품이면 주인공으로 딱인 친구죠.

미노가 여자의 스트레스는 먹어야 풀린다고 하자, 마리아는 웃기지 말라고 하는데... 근데 좀 있다 정말로 풀리는 걸 보면서 어이가 없더라고요.

철 안 맞는 게식당, 숙성해야 더 맛있어지는 게살은 카난과의 관계에서 헛다리짚은 마리아의 처지, 그리고 인간관계도 때론 진득하게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뜻합니다.

미노가 꽃 모양으로 불거진 혈관의 단서를 얻는 순간, 배경의 꽃 그래픽이 마치 그의 머리 위에서 피어난 것처럼 연출되는 게 야릇하죠. 곧바로 그가 유일하게 아는 꽃문양 혈관의 소유자가 등장하는데, 기자양반의 사고가 그녀를 짚어냈단 걸 가르쳐줍니다.

마리아는 카난을 만나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도시를 배회하는데, 짚이는 데가 없으니 같이 다녔던 데를 닥치는 대로 찔러봅니다.

마리아는 뒷골목에서 세 건달들을 만나 위기감을 느끼고서야 카난의 행동을 재차 돌이켜보죠. 카난과 처음 만났던 계기를 떠올리는 데자뷰였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카메라를 잡은 계기를 새삼 깨닫죠. 카난은 그녀의 시야와 세계관을 넓혀준 존재였단 걸 상기한 덕분에 자기 자신을 직시할 용기가 생깁니다...


가족과 이웃을 몽땅 잃고 어둠속에 숨은 소녀의 눈에 유일하게 비춰진 빛줄기는 고꾸라진 벌레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잠시 후 소녀가 맞게 될 운명이라는 듯이요. 그러나 빛살이 한층 커지며 나타난 것은 저승사자가 아니라, 구원자였죠. 


사내는 소녀에게 억지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나, 그녀는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회상속의 분쟁지대는 푸른 하늘이 돋보이는 세계죠. 증오가 넘치는 대지란 뜻입니다.

카난은 태양이 푸르기에 싫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확히는 백색에 가깝죠. 카난의 공감각은 만인을 비추는 햇살이야말로 증오의 근원이라 인식한 걸까요?

샴이 ‘CANAAN’의 뜻을 읊는 순간부터 카난의 회상이 끝나는 순간까지의 시퀀스가 흥미롭더군요. 저녁놀을 배경으로 날고 있는 두 마리 새는 샴과 카난, 그리고 잠시 후 조우할 두 CANAAN을 상징합니다.

이때까지 카난의 회상속에서 샴과 보냈던 시간은 구체적으로 밤이라 할 시간대가 없었죠. 이 장면을 축으로 카난과 샴만이 존재했던 그녀의 정신세계에 처음으로 타자-알파르드가 개입하며 회상은 확실하게 밤으로 진입합니다. 그리고 상실의 밤을 거쳐 새벽을 맞이하면서 두 CANAAN은 이별하죠. 사모했던 스승이 떠나간 순간 행복했던 시절이 끝나고 세상엔 카난 자신과 사랑했던 이를 앗아간 원수이자 스스로의 그림자와도 같은 짝패만이 남은 겁니다. 소녀의 고통스런 홀로서기는 그렇게 시작됐죠.

왼팔의 뱀문신에 한줄기 피가 지나가는데, 이는 그녀가 스승으로부터 당부 받았던 마음가짐에 금이 가고 있다는 은유입니다.
샴을 떠올릴 때까지는 멀쩡했던 눈이 고민을 매듭짓는 순간, 붉게 물듭니다. 공감각이 아니라 그녀가 진심으로 살의를 품기 시작한 탓입니다. 이제껏 카난의 눈이 충혈된 경우는 타인의 감정을 읽기 위해 공감각을 발동시킬 때뿐이었으나 본편에선 그녀 자신의 감정상태를 반영합니다.

배경의 달도 카난이 공감각을 발동한 순간의 안구처럼 붉은 게 카난의 번뇌를 잘 받쳐주죠.

호텔로 들어가는 알파르드의 뒷모습에서 이를 엿보는 카난의 뒷통수로 카메라가 이동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군요. 본작은 애니답지 않게 이런 식의 능동적인 클로즈 업․다운이 많죠.

파티에서 다 같이 적포도주를 드는데, 알파르드만이 흰 와인을 마십니다. 그녀의 코드네임은 아랍어로 ‘고독한 자’-فرد|الفرد(알 파드)-를 뜻합니다. 이름의 유래를 드러내면서 늘 감정과 매사를 독자적으로 통제하는 성향을 내비친 겁니다.

알파르드와 카난의 대면직전에 외부인이라 할 여자가 나간 순간, 잠시 파티장의 소음이 들리다가 끊기는데 화장실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둘만의 공간이 됐다는 걸 강조한 겁니다.

알파르드가 립스틱을 고쳐 칠한 것은 미국 선주민들처럼 곧 있을 싸움에 대비한 치장의식인 동시에 잠시 후 카난의 속을 말로 헤집을 거란 암시이기도 합니다(립스틱의 색이 빨강 즉 카난의 색상이니까요).

만사에 있어 스스로를 확실하게 통제하는 알파르드가 카난 때문에 흐트러지곤 하는 이유는 역시 경애했던 자의 날선 평가 때문이었던 걸까요...


카난의 눈이 충혈될랑 말랑 했던 것은 알파르드의 심리전때문에 공감각에 집중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알파르드의 감정을 읽으려고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탓이었죠.

알파르드가 소화장치를 킨 이유는 카난이 오기 때문에 계속 덤벼들다가 죽이기라도 하면 재미없는 고로 그녀가 도망쳐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준 겁니다. 사람들이 몰려올 테니 얼른 꺼지라 이거죠.

포도주 방울과 량치의 눈가가 겹치는 장면은 피눈물을 연상시킵니다. 이 순간 전화가 오는데, 카난의 방문에 울화가 터진 량치는 새로운 함정을 계획하죠.

마리아에게 있어서 3화의 사건은 충격적이었지만, 카난에겐 마리아가 처음으로 보인 야멸찬 시선이 총상보다 아려옵니다. 소녀가 가족을 잃었을 때 그녀의 길잡이가 돼준 사내가 있었죠. 그리고 사내가 죽은 후 방황하던 자신에게 인간다운 행복을 재차 선물했던 소녀마저 가족과 스승처럼 잃기 직전인데, 그녀가 흔들리는 이유는 두 번의 사별로 느낀 아픔을 또 겪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번 이별은 외적인 재난으로 인한 사별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재적인 한계로 인한 관계의 단절에 가까웠거든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격통이었기에 카난은 한층 방황하게 되죠.

이로 인해 과거를 돌이킨 소녀는 자신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여인을 떠올립니다. 한 때 자신과 같은 이름을 지녔으며 같은 뿌리에서 자랐으나, 다른 길을 선택한 또 다른 ‘카난’. 스승이 인간으로써의 기초를, 친구가 선의를 가르쳐줬다면 사형이라 할 여인은 그녀의 증오를 구체화시켜준 존재였죠.

여인을 죽여야 할 이유라... 사랑했던 스승을 앗아간 원념은 은사의 잠언 덕에 온전히 추스르진 못해도 이를 악물며 참을 수 있었죠. 그러나 그 여자로 인해 또 다시 상실을 겪을 위기에 처했기에 죽여야 할, 아니 죽이고 싶은 이유가 늘어난 겁니다. 정인을 지키고 싶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암부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을 깨부수고 싶었으니까요. 카난도 무의식중에 알고 있었죠. 마리아와의 괴리는 알파르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그늘 때문이란 걸요. 마리아가 자기혐오에 빠졌듯 카난도 스스로의 그런 면모가 미치도록 싫었고, 그렇기에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그늘뭉텅이 같은 여인네를 부정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막상 알파르드와 대치했을 때 새삼스레 깨닫죠. 결국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토록 혐오하던 ‘뱀’이었으며, 그녀를 똑바로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자기자신뿐이란 걸요. 그것을 깨달았기에 카난은 망설이게 되고, 알파르드는 그 빈틈을 가차없이 찌르죠.

알파르드가 희롱하듯이 총을 갈길 때, 카난은 그녀가 자신을 살려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토록 악의를 지닌 채 자신을 농락하던 여인의 행위로부터 일체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기에 경악합니다.

그녀는 스스로의 호언대로 감정과 행위를 완벽하게 분리해서 통제하고 있었으며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는 미숙한 소녀의 그림자를 대변하고 있었던 거죠. 결국 카난은 알파르드가 아니라, 그녀가 되비추는 스스로의 사념으로부터 도망치고 맙니다...   


4화의 제목 ‘呉れ泥む’은 ‘暮れ泥む’이란 말과 발음이 같단 걸 이용한 말장난입니다. ‘暮れ泥む’는 ‘해가 질듯 말듯한’이란 뜻인데 될듯 말듯한 상황을 뜻한다나요? 마리아와 카난의 정신상태, 그리고 관계가 회복할듯 하면서도 다시 고착되는 상황을 빗댄 거죠. 예고 멘트 중에도 ‘해가 진다(暮れる)’, ‘울음을 터뜨린다(暮れる)’에도 이 문자가 섞여 있고요. 제목의 두 한자는 각각 노호성(呉)과 진흙(泥)을 뜻하는데, 이는 샴을 잃었을 때 카난이 외친 절규와 마리아가 스스로의 저열함에 분노한 순간 소리 지른 행위, 그리고 알파르드가 설명한 감성-진흙뻘같은 증오를 설명하는 문자들입니다.

 5. 灯ダチ(トモダチ)



 5화의 주인공인 윤윤을 보고 있자면, 에너자이저나 펩시맨이 떠오르더군요.

힘 넘치고 활발해서 보기 좋지만, 늘 핀트가 미묘하게 빗나가곤 하니까요. 이름을 보아하니 조선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5화의 포인트 컬러는 녹색입니다. 전반적으로 녹색건물이 많이 등장하며, 윤윤과 관계있는 핫코의 색상도 녹색이거든요. 이는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이며, ‘뱀’에 소속됐다가 마리아 덕에 노선을 갈아타게 된 윤윤의 처지를 단적으로 가르쳐주는 색상이죠.


사실 2화에서 윤윤이 재등장할 때부터 그녀가 사건장소 주변을 배회하는 게 우연이 아니란 복선이 나왔죠. 뽕 대신 집어넣었던 만두랑 같은 만두를 밖에서 매복중인 쌍둥이들이 먹고 있었거든요. 덧붙이자면 5화에서 윤윤이 먹는 알약은 3화에서 쌍둥이가 먹던 약과 같은 물건이었죠.


4화에서 윤윤은 옛날에 카난이 그랬듯 세 마리 늑대로부터 마리아를 구해줬죠. 방식은 달랐지만, 윤윤도 출신과 처지, 그리고 쓸데없이 잔정이 많다는 점에서 카난과 비슷한 인물임이 드러난 거죠. 그렇기에 마리아는 꿩대신 닭이라고, 사과하고 싶은 카난이 없으니 홧김에 윤윤에게 들이댑니다. 그 덕에 윤윤은 카난이 그랬듯 마리아 덕에 변모하게 되죠.

마리아가 윤윤에게 빈대붙으려 한 건, 어제야 홧김에 그 난리를 쳤지만 아직도 카난과 대면하기 껄끄러우니 카난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만만한 얘한테 치대고 싶었던 겁니다.

뭐 열쇠가 필요한 방은 아니죠.

카난은 마리아랑 알파르드 때문에 속이 뒤집혀 행각이 한층 까칠해집니다. 답답한 데 화끈하게 속 좀 풀고 싶으니 일거리나 내놓으라고 하질 않나...

산타나는 일본사무차관의 방문을 통해 나츠메가 뿌락찌가 아닌가 의심합니다.

본편에서 福자의 사용방식이 눈에 밟히더군요. 본작의 노점에 그려진 福은 뒤집혀 있는데, 요게 중국식 액맞이고 산타나의 술집은 일식 펍이기에 일본식 액맞이에 맞춰 똑바르게 적혀있는 겁니다.

아무리 성질이 나도 그렇지 사진을 왜 씹어먹고 난린지 원.

타인을 위해 죽으라며 돼지멱을 따던 차관은 6화에서 본의 아니게 그 가사를 체현하죠.

량치는 처음부터 윤윤이 사무차관을 감염시킬 거라곤 기대도 안 했죠. 그저 NGO와 카난의 시선을 돌려 커밍즈가 처리할 시간만 벌면 그만이었던 겁니다. 윤윤이 요행히 카난과 자폭하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거고요.

또 먹는 거 갖고 뽕으로 쓰네요. 먹는 거 갖고 장난치면 벌 받는다는데, 정말 그리 되죠.

산타나랑 미노가 핫코를 사이에 두고 드잡이질 하는 것처럼 밖에서도 윤윤과 카난이 법석을 부리는데, 애네 둘의 난리판도 마리아가 끼어들면서 한층 심란해집니다.


윤윤은 자폭행을 치르기 전에 마리아에게 간소하게 자기 이름을 전하는데,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나름 예의를 차리고 싶었나 봅니다.

다리 위에서 난리친 이유는 진로가 제한되고 숨을 데도 없어서 둔해터진 윤윤도 카난을 그나마 잡아챌 가능성이 높은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다이너마이트 150개? 다리 주저앉히려고 작정했대요?

물속에서 도화선에 불이 붙어? 작약은 또 어떻게 터지고? 근데 도화선과 작약도 종류에 따라 물속에서도 멀쩡히 작동하는 물건이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미노가 뒤집어진 순간, 마리아랑 윤윤이 각잡고 정좌한 게 정말 웃기더라고요.

미노 입장에선 기가 차죠. ‘428’에서 그 난리를 치고도 결국 진실을 제대로 확인 못했는데, 이놈의 동네에 온지 며칠 됐다고 맥 빠질 정도로 황당하게 단서가 잡히니.

뱀에게 꽉 잡히며 살게 된 후로 윤윤은 자신을 똑바로 긍정해주는 존재와 처음으로 만나 한껏 미소 짓더군요. 과거에 카난이 그랬던 것처럼요.

윤윤은 집정리를 하고 길을 나서는데, 아마도 뱀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을 테니... 결국 마지막으로 신변잡사를 정리하고 누울 자리를 찾으러 간 거겠죠. 다시 돌아오기야 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피하긴 힘들다는 걸 잘 아니까요. 방금전 마리아덕에 지었던 미소와는 또 달리 웃음을 머금으며 떠나는데, 이전처럼 요란하진 않지만 여느 때보다 단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5화 제목은 灯ダチ(トモダチ)입니다. 친구와 동음이의어인데, 등불들이란 뜻도 되죠. 5화에서 마리아와 윤윤, 카난의 우정양상에 대한 비유랄까요. 5화 예고에선 카난이 지키고 싶은 등불이라고 했더니 마리아가 함께 나아가기 위한 등불이라고 정정해줍니다. 윤윤도 새로이 길을 나서기 위한 등불을 얻은 겁니다. 그토록 하찮다고 자조하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비춰주면서도 따사로운 등불을요...



 6. LOVE & PIECE



프로라고 자부하는 기자양반은 원래 기획했던 취재를 밀어붙이고 후배만 회의장에 보내는데... 이게 행이라 해야할까요, 불운이라 해야 할까요.

량치가 알파르드의 변모에 대해 뇌까린 순간, 카메라가 알파르드의 문신이 크게 비치도록 안면을 잡다가 이윽고 카난을 왼팔의 문신부터 비춰가는데요, 둘 사이에 량치가 어쩌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걸 단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카난이 적극적으로 알파르드를 노리기 시작하는데, 샴의 복수나 마리아를 지키는 것보다 본인에게 더 절실한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거울과 다름없는 알파르드의 싸움을 통해 자기스스로를 극복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 거죠.


핫코의 대답에 미노는 골치가 터지려들고 새들도 반응하는데... 역시 저주판가 보죠?

대통령의 정신 나간 신명놀음에 사람들이 경악할 만도 했죠. 허, 테러리스트와 거래하지 않는다? 본인들의 명줄이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게 바로 본편에서 알파르드가 시도하는 바고, 다음 편의 아이러니로 이어지죠.

곰곰이 짚어보니 알파르드와 량치가 UA바이러스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르더군요. 량치는 바이러스로 인간병기들을 쏟아내는 데 적극적이지만, 알파르드는 어디까지나 화생방병기로써만 바이러스를 이용하더라고요. 그녀가 마리아를 살려두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겠죠. 량치는 이걸 모르니 줄기차게 삽질을 한 거고요.

량치가 사람을 떼거지로 잡으면서 ‘Get Some!!’이라고 외치는데, ‘풀 메탈 자켓’에서 개무식 M60사수가 베트콩이랑 농민들을 미친 듯이 쏴죽일 때 지껄이던 말이라고 합니다.

강대국에서도 가장 높으신 양반들이 모인 회의장... 말로는 안해도 이런 자리인만큼 외려 가장 안전한 자리라고, 나는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게 뒤집히고 전쟁터가 되다시피 했으니 참석자들께선 기분 삼삼할 겁니다.

그토록 널뛰던 또라이가 차분해지니 외려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저게 아마 량치가 알파르드에게 배워먹은 프로군인으로써의 자세려나요? 기계적인 게 똑같잖아요.

6화 제목은 본작에선 처음으로 나온 영문 제목인데, 보통 사랑과 평화를 뜻하는 말이거늘 이 피스가 조각을 뜻하는 ‘Piece’였죠. 예고에서 조각이 채워지지 않으면 차라리 몽땅 엎겠다는 언급이 나왔죠. 량치의 행각만 말하는 듯싶었는데...

6화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카난과 마리아, 알파르드와 량치의 관계가 제대로 격돌한달까 비교된다는 건데, 전반적으로 중요한 조각-사랑을 잃어버리거나 잃어버릴지도 모르기에 흔들리는 자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량치가 알파르드에게 품은 집착도 그렇지만, 마리아는 카난의 호출이라고 해서 불려나왔다가 위기에 처하고, 카난은 마리아의 위기에 돌아버리려 하죠.

알파르드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과거에 카난이라고 불렸던 시절-경애하는 스승과 만났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알파르드가 샴을 죽인 근본동기, 그리고 그의 잠언을 부정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유도 눈앞의 처자들과 다르지 않았던 거죠.



 7. 慕漂(ぼひょう)



 카난은 본편에서 공감각을 그 어느 때보다 극한까지 사용합니다. 총 한 방 안 쏘고 잡졸들을 쓸어버리질 않나, 마리아를 찾아내는 양상은 3화와 흡사하지만 그 속도는 비교가 안 되죠. 또한 3화에서 잠깐 나왔던 해킹실력도 충분히 발휘하는데...(나츠메가 지원하긴 했지만요.) 본작에선 좀처럼 기회가 없었지만 원래 카난은 ‘428’에서도 상당한 해킹실력을 선보였다는군요. 본편에서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합니다.

미노도 은근히 근성맨이죠. 근데 운전사 양반. 정체가 진짜 뭘까요? 폭격 때문에 군바리들이 자리를 비우니, 상황을 제깍 알아먹네요?


원래 그런 느낌이 좀 들긴 했지만, 본편은 유독 미드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극단적인 생화학테러와 백악관의 무능한 대응 및 폭격기를 비롯한 대형군용기의 투입... 하긴 원작이라 할 ‘428’도 미드 ‘24’에서 영향받은 작품이라고 공언한 물건이니까요.

뱀의 테러는 말 그대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버립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종례의 테러처럼 어떤 요구를 전제로 한 게 아니라, 테러 그 자체가 목적이자 중간과정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알파르드는 도대체 어디까지 막나가려는 걸까요.

사건장소가 상하이임에도 미국정부가 다 해먹는 게 참 거식한데요,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트랜스포머2’도 미군이 상하이를 제집처럼 누비는 식으로 연출해 핀잔 들었다죠.

부통령의 뒤에 있던 핫라인 전화기는 나중에 폭격 때문에 중국에 연락할 때도 나오더군요.

오오코시 연구소가 소개될 때 나오던 비둘기들은 나중에 페이크를 밝혀내는 단서가 됩니다.

폭격기가 회의장에 근접한 순간, 푸등공항에 항공자위대소속으로 추측되는 수송기가 내리는데 이게 바로 후반에 오오사와 박사가 타고 온 물건이었죠.


첨단병기의 맹점이랄까요. 걸프전 때부터 활약한 스마트폭탄은 폭격탄 주제에 궤도를 어느 정도 수정 가능한 물건인데, 나츠메와 카난은 이를 역이용합니다.


오오사와 박사를 푸등공항에서부터 데려온 건 무장체계로 볼 때, 상하이가 아닌 다른 방면의 중국군이더군요. ...꼴을 보아하니 이런 페이크를 구사한 것도 알파르드의 잔대가리일 공산이 크죠. 물론 혼자 저지른 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미국쪽의 윗대가리 중에 작당한 놈들이 있을 듯합니다. 급박한 상황 때문에 오오사와의 생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폭격을 감행한 건 성패와 상관없이 분명한 실책이며, 대테러회의가 테러대상이 됐다는 사실도 포함해 국제정세 및 정치권을 뒤흔들 치명타로 작용하겠죠. 요걸로 득을 볼 자들이 이번 페이크 테러에 한 다리 끼었을 겁니다.

영상에서 비둘기가 나타났다 사라진 것도 그렇지만 음영의 농도가 다른 걸 보아하니 다른 시간대에 차량폭파영상을 만들고, 오오사와 박사가 출발한 순간 녹화영상을 흘린 것 같더군요. 폭연도 아마 타이밍 맞춰 내보낸 짝퉁일 테죠.

알파르드는 량치의 예상과 달리 카난을 무시합니다. 결국 량치는 그토록 사모하는 자를 한치도 이해하지 못했으며 보답받을 여지도 전혀 없었던 겁니다. 량치의 비탄은 그걸 확인한 데서 기인합니다.

마리아의 기억상실을 파악한 순간, 알파르드는 평소와 달리 성질을 부리는데 전편의 량치와 달리 은은하면서 비교적 절제된 양상을 보이기에 외려 분노가 훨씬 생생하게 느껴지죠.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짝패가 진실을 직시하지도 수용하지도 못하는, 이런 범속한 인간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게 어지간히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뱀에 대항하는 NGO들은 UA바이러스의 관련자들일 터. 나츠메가 파헤치고자 하는 진실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본편에서 나츠메와 산타나가 나눈 대화는 묘하게 알파르드와 마리아의 대화랑 상통한단 말이죠.

뭐 핫토도 산타나도 슬슬 자기자신을 직시할 때가 됐죠.


카난이 공감각을 상실한 건 본편에서 공감각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극한까지 쓴 부작용 같은데...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더 안 좋은 증상의 징조에 불과한 건지는 두고 봐야겠죠. 그녀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적인 감각을 되찾지만, 안도보다는 혼란이, 기쁨보단 허탈감이 앞섭니다. 여지껏 자신을 존재시켜준 기반 중 크나큰 영역이 사라졌으니까요.


7화 제목은 발음상 무덤 앞의 표식이지만, 한자를 직역하면 사랑의 표식이더군요. 본편에선 미국정부가 자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인질들을 싹 쓸어서 테러와의 전쟁을 상징하는 묘표로 만들려들었죠. 그리고 량치에게 있어 알파르드가, 카난에게 있어 마리아야말로 자신들의 축이란 걸 새삼 확인시켜주는 에피소드였다는 걸 가리킨 제목이죠. 덧붙이자면 량치는 삶의 나침반이라 할 모표를 잃었고, 카난 또한 지금껏 묘표나 다름없던 감각을 상실하고 맙니다. 그 빈자리가 얼마나 시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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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은 스핀오프인 동시에 게임판매를 증진시키기 위한 홍보작이란 한계를 지닌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불친절한 구석도 적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버릴 인물이 거의 없고, 내용전개와 연출의 앞뒤가 척척 맞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 본작의 전반적인 인상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알트아이젠 2009/08/18 16:33 # 답글

    그러더보니 Wii로 나온 게임이 메인이고 이 애니가 '보너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그렸군요. 다른분 블로그보니까 본편과 어떻게 연계됬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더군요. 여담이지만 본 게임은 일본쪽 게임잡지 만점을 받았던데 얼마나 대단한지 내심 해보고 싶지만, 장르의 특성상 일본어 해석능력이 안되면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좌절하고 있습니다.

    뭐, 그냥 저 같은 경우에는 올 11월에 발매되는 Figma 카난이나 예약하는게 전부지만 말입니다.(알파르드도 나올거라고 생각중)
  • zemonan 2009/08/18 18:56 #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땐, 생각보다 판매가 신통치 않았는데 괜찮은 게임이란 입소문이 돌면서 실적이 오르고 있다는군요. 매니아들과 잡지마다 호평일색인데, 어느 정도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간만에 사전을 다시 붙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알파르드도 나왔으면 싶습니다만, 역시 애니의 흥행에 달린 문제겠죠. 음.
  • 알트아이젠 2009/08/18 19:50 #

    공식 판매 정보가 뜬 건 아니지만 카난의 경우에는 알터(굿스마였는지 헷갈리지만 어차피 같은 계열사니 생략)에서 큰 사이즈의 피규어, 그리고 굿스마일즈에서는 넨도로이드로 샘플이 공개되었죠. 알파르드도 넨도로이드의 경우에 미채색 샘플이 카난과 같이 전시된걸 생각하면 역시나 이쪽도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 gforce 2009/08/18 22:22 # 답글

    Get some은 USMC의 속어적인 워크라이(...)입니다. 풀 메탈 재킷의 도어거너 친구만 한 대사는 아니죠.
  • zemonan 2009/08/19 01:18 #

    그랬군요. 하도 인상에 남는 영화라 그 작품부터 생각났지 뭡니까.
  • Sinozuka 2009/08/24 01:24 # 삭제 답글

    각본이 오카다 마리 씨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드라마적인 전개가 강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묵직한 느낌을 기대했습니다만....
    덕분에 저는 보는내내 좀 어색한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원작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보다도 극장판 3부작으로 개봉 예정이라는 소식인데, 안도감독이 어떻게 편집하련지 궁금해집니다.
  • zemonan 2009/08/25 12:26 #

    여기서 더 무거워지면 진짜 '메탈기어솔리드'가 되는 거 아닙니까? 개인적으론 나름 신선한 느낌이 들었는데 말입니다.
    원작과 애니, 그리고 카난이 주인공인 게임의 보너스 시나리오는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다는군요.
    키디 그레이드처럼 새로운 장면 하나없이 밀어붙이는 삽질은 안했으면 합니다. 그래도 안도 감독이 감독한 '스트레인저'를 생각하면 꽤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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